
한국 산림에서 자라는 오리나무가 노인성 근육 손실을 막는 천연 치료제 원료로 주목받고 있다. 강원대학교 연구진이 오리나무 추출 성분의 근육 보호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하며 글로벌 학계의 인정을 받았다.
강원대 산림바이오소재공학과 최선은 교수팀은 15일 오리나무 열수 추출물과 그 유효 성분인 '오레고닌(oregonin)'이 근육감소증(사코페니아) 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성과를 국제 학술지 2곳에 연달아 발표했다고 밝혔다. 최 교수가 대표로 있는 교원창업기업 닥터오레고닌과의 공동 연구 결과다.
◇ 세포·동물 단계 '이중 검증'으로 신뢰도 확보
연구팀은 실험실 세포 배양(in vitro)과 생쥐 동물실험(in vivo) 두 단계로 나눠 근육 보호 효과를 체계적으로 검증했다.
세포 단계 연구는 약물과학 분야 국제 저널인 '파마슈티컬스(Pharmaceuticals)'에 실렸다. 해당 저널은 저널 영향력 지수(IF) 4.3을 기록하며 약리학 분야 상위 25% 안에 드는 학술지(JCR Q1)로 평가받는다. 논문 제목은 'Effects of Alnus japonica Hot Water Extract and Oregonin on Muscle Loss and Muscle Atrophy in C2C12 Murine Skeletal Muscle Cells'다.
이 연구에서는 강원도에서 자생하는 오리나무를 대량 추출 기준(pilot scale)으로 가공한 뒤 쥐 골격근 세포주(C2C12)에 적용했다. 그 결과 오리나무 추출물과 단일 성분 오레고닌 모두 근육 세포의 산화 스트레스를 줄이고 세포 손상을 억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동물 단계 연구는 생화학·분자과학 분야 저널 '인터내셔널 저널 오브 몰레큘러 사이언시스(IJMS)'에 게재됐다. 논문명은 'Effects of Alnus japonica Pilot Scale Hot Water Extracts on a Model of Dexamethasone-Induced Muscle Loss and Muscle Atrophy in C57BL/6 Mice'다.
연구진은 인위적으로 근육 손실을 유발한 실험용 쥐(C57BL/6)에 오리나무 추출물을 투여한 결과, △활성산소 제거(항산화) △세포 자살 신호 차단 △근육 단백질 합성 촉진 △근육 분해 억제 등 4가지 경로를 통해 근육량 감소가 완화되는 현상을 관찰했다.
◇ '친환경 대량 생산' 기술 확보로 상용화 발판
이번 연구가 학술적 의미를 넘어 산업화 가능성을 인정받는 이유는 '파일럿 스케일' 표준 공정을 확립했기 때문이다. 연구실 소량 추출이 아닌 산업적 대량 생산 단계에서도 동일한 효능을 재현할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최 교수는 "기존 천연물 연구는 실험실 수준의 소량 추출에 그쳐 실제 제품화 시 효능 재현이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며 "이번 연구는 친환경 열수 추출 방식을 대량 생산 수준으로 표준화해 실용화 가능성을 높인 점이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 근감소증 시장 겨냥… 2년 내 건강기능식품 출시 목표
노화에 따른 근육 감소는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는 건강 문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근감소증을 정식 질병 코드로 등재했으며, 65세 이상 인구 중 10~16%가 이 질환을 앓는 것으로 추정된다.
닥터오레고닌은 이번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 개별인정형 건강기능식품 신청을 준비 중이다. 현재 인체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2년 안에 강원도 자생 수목 자원을 활용한 글로벌 건강기능식품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최 교수는 "세계 최초로 국내 수목 자원에서 근육 보호 신소재를 발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향후 미국 등 해외 시장 진출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 정부 지원 잇따라… 기술력 입증
닥터오레고닌은 강원권 창업중심대학 최우수 졸업기업으로 선정된 교원창업기업이다. 산림청·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농림축산식품부 등 여러 부처의 연구개발(R&D) 과제를 수행하고 있으며, 지난해 산학협력 공로로 중소벤처기업부와 교육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현재 항노화 기능성 제품 20여 종을 개발해 국내 시장에 출시했으며, 미국·싱가포르·베트남 등으로 수출도 확대하고 있다. 투자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도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소풍벤처스·기술보증기금·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으로부터 프리A(Pre-A) 단계 투자를 유치하며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최 교수는 "오리나무 외에도 국내 자생 수목 자원의 다양한 생리활성 물질을 발굴해 K-바이오 소재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