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어냈더니 더 선명해졌다…온난화 속도 10년당 0.2도→0.35도

지구는 더워지는 것을 넘어 더 빨리 더워지고 있다. 그 대가는 고온 관련 사망과 사라진 노동시간이라는 숫자로 돌아오고 있다.

독일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PIK)가 올해 3월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최근 10여 년간 지구 평균기온은 10년당 약 0.35도씩 올랐다. 1970~2015년 평균인 10년당 0.2도 미만의 1.75배를 넘는 속도로, 연구진은 이를 '거의 두 배'라고 표현했다.

10월 말에는 이 흐름과 맞닿은 자료가 잇따라 나왔다. 세계기상기구(WMO)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또다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고, 국제 의학저널 란셋의 기후·보건 연구팀은 고온에 따른 인명·경제 피해가 기록적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세 자료가 측정한 현상은 각기 다르지만, 가리키는 위기는 하나다.

잡음을 걷어내자 가속이 드러났다

기온은 엘니뇨, 화산 폭발, 태양 활동 주기에 따라 해마다 출렁인다. 이런 '잡음'은 장기 추세의 변화를 가린다. 실제로 보정하지 않은 원자료만으로는 통계적으로 뚜렷한 가속이 잡히지 않았다.

통계학자 그랜트 포스터와 PIK 연구원 슈테판 람슈토르프는 학술지 지오피지컬 리서치 레터스(Geophysical Research Letters)에 실은 논문에서 이 세 가지 자연 요인의 영향을 통계적으로 걷어냈다. 그러자 2015년 무렵부터 온난화가 가속됐다는 증거가 98% 이상의 통계적 신뢰 수준에서 확인됐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미국해양대기청(NOAA), 영국 HadCRUT, 버클리 어스(Berkeley Earth), 유럽 ERA5 등 5대 기온 데이터셋 모두에서 결과는 같았다.

지구 평균기온의 변화를 나선형으로 표현한 NASA의 기후 시각화 (출처=나사 홈페이지 캡쳐)

보정 후에도 2023년과 2024년은 관측 사상 가장 더운 두 해로 남았다. 당시의 기록적 더위를 강한 엘니뇨 탓으로만 돌리기 어렵다는 뜻이다.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 연구는 가속을 '탐지'했을 뿐, 원인까지 규명하지는 않았다. 람슈토르프는 전 세계 에어로졸 배출 감소의 영향을 더 연구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자연 변동을 걷어내는 방법 자체가 완벽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2024년 발표된 다른 연구는 견고한 가속을 찾지 못했지만, 분석 기간과 방법이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렵다.

이산화탄소 농도는 역대 최고, 한국은 더 높다

WMO가 10월 27일 발표한 온실가스 연보에서 2025년 전 지구 평균 이산화탄소 농도는 426.8ppm으로 관측 사상 최고였다. 산업화 이전인 1750년의 153% 수준이다.

한국은 이보다 높다. 기상청 국립기상과학원이 4월 발표한 2025년 국내 이산화탄소 배경농도는 안면도·제주 고산·울릉도 평균 432.7ppm으로, WMO 전 지구 평균보다 5.9ppm 높다. 기상청은 4월 당시 미국해양대기청 기준 평균(425.6ppm)과 비교해 7.1ppm 높다고 밝힌 바 있다.

(출처=기상청 보도자료)

다만 두 통계는 관측 지점과 산출 방식이 달라, 농도 격차를 국내 배출량 차이로 곧바로 해석할 수는 없다. 농도가 늘어나는 속도와 기온이 오르는 속도가 일대일로 맞물리는 것도 아니다.

대가는 사람과 일터가 치른다

란셋 카운트다운이 10월 28일 공개한 2026년 보고서는 2023년 고온 관련 사망자를 전 세계 약 71만 명으로 추정했다. 이 가운데 70% 이상은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집계가 아닌 모델에 기반한 추정치다.

일터의 손실도 크다. 보고서는 2025년 고온 노출로 잠재 노동시간 5,730억 시간이 사라졌다고 추산했다. 소득으로 환산하면 약 1,428조 원(1조 700억 달러, 1달러당 1,334.3원 적용)에 이른다.

국내에서도 더위는 이미 노동시간을 바꾸고 있다. 체감온도 33도 이상 폭염주의보 때는 작업시간 조정이나 옥외작업 단축이, 35도 이상 폭염경보 때는 가장 더운 오후 2~5시 옥외작업 중단이 권고된다. WHO와 WMO는 체감 더위 지수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1도 오를 때마다 노동생산성이 2~3%씩 떨어진다고 본다.

대응에 남은 시간이 줄고 있다

연구진은 최근 10여 년의 속도가 이어진다는 가정 아래, 2030년 무렵 파리협정의 1.5도 장기 온난화 한계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추세에 근거한 조건부 전망인 만큼, 실제 도달 시점에는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11월 9일부터 20일까지 튀르키예 안탈리아에서 제3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1)가 열린다. 각국이 감축 목표와 적응 계획을 다시 점검해야 하는 이유다. 얼마나 더워지느냐만큼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빨리 더워지느냐다. 속도가 빨라질수록 대응에 남은 시간은 짧아진다.

김한수 기자

hanskim@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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