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초기 VC 최초 빅테크 AI 인프라 삼각편대 구축… 더벤처스의 '속도 투자' 전략

초기 스타트업 투자 시장에 이례적인 협업 사례가 나왔다. 벤처캐피털 더벤처스가 오픈AI, 구글, 앤트로픽 등 글로벌 AI 플랫폼 3사로부터 기술 인프라 지원 약속을 동시에 받아냈다. 국내 초기 투자사로서는 처음이다.

2일 더벤처스에 따르면 이번 제휴의 핵심은 '돈'이 아닌 '컴퓨팅 자원'이다. 더벤처스는 자사가 투자한 AI 창업팀에게 GPT, 제미나이, 클로드 등 주요 LLM의 API 사용 크레딧을 제공받는다.

왜 이게 중요할까? 생성형 AI 스타트업은 제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월 수백만~수천만 원의 API 호출 비용이 발생한다. 시드 투자금 2~3억 원을 받아도 절반 이상이 클라우드 컴퓨팅 요금으로 나가는 경우가 흔하다. 인건비나 마케팅보다 '서버비'가 먼저 바닥나는 아이러니다.

더벤처스 측은 "초기 창업팀이 기술 검증 단계에서 자금 압박으로 실험을 포기하거나, 저렴한 대안 모델로 타협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이번 협력으로 창업자가 기술 선택의 자유를 되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 심사역 '비키'와 LLM 크레딧, 1+1 효과

더벤처스는 지난해 자체 개발한 AI 심사 시스템 '비키(Vicky)'를 운영 중이다. 사업계획서 분석부터 시장성 평가까지 자동화해 심사 기간을 기존 수개월에서 1주일로 줄였다. 비키의 판단이 인간 심사역과 일치하는 비율은 87.5%에 달한다.

여기에 LLM 크레딧 지원까지 결합되면서, 더벤처스는 '초고속 투자 집행 → 즉시 인프라 제공'이라는 독자적인 지원 루트를 완성했다. 창업팀 입장에서는 투자 확정 후 곧바로 기술 구현에 돌입할 수 있는 셈이다.

이은찬 더벤처스 심사역은 "초기 창업팀에게 시간은 생명"이라며 "투자 결정을 빨리 내리는 것 자체가 스타트업의 시장 진입 타이밍을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빅테크와의 제휴는 단순 지원을 넘어, 포트폴리오사가 기술 실험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창업자 출신 투자자'가 만든 차별화

더벤처스의 이런 행보는 창업자 출신 파트너들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자금 집행 지연, 기술 인프라 부족, 불필요한 검증 절차 등 초기 창업의 병목 지점을 직접 겪었기 때문에, 그 문제를 해결하는 투자 철학을 세웠다는 설명이다.

더벤처스는 2014년 설립 이후 액셀러레이터(AC)와 벤처캐피털(VC) 라이선스를 모두 확보했으며, 중소벤처기업부 TIPS 운영사로 활동 중이다. 한국, 동남아, 북미 등에서 250여 개 기업에 투자해왔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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