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델라의 AI 경고, 알고 보니 애저 홍보였다

  • 오픈AI에 1350억 달러 투자하고도 "독점 모델 위험하다" 외친 이유
  • 중국 AI 기업의 1600만 건 데이터 탈취가 바꿔놓은 게임의 법칙
여러분은 사실상 인공지능에 두 번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한 번은 돈으로, 그리고 또 한 번은 그 지능을 유용하게 만들기 위해 반드시 밝혀야 하는 훨씬 더 가치 있는 자산인 '독점적 지식'으로 말이다.
AI 경제의 가치가 어디로 흐를지 결정하는 싸움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사진=연합뉴스)

"여러분은 사실상 인공지능에 두 번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한 번은 돈으로, 그리고 또 한 번은 그 지능을 유용하게 만들기 위해 반드시 밝혀야 하는 훨씬 더 가치 있는 자산인 '독점적 지식'으로 말이다. 모델이 더 우수한 성능을 발휘하기를 원할수록, 더 많은 독점적 지식을 모델에 주입해야만 한다"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가 6월 중순 올린 장문의 글은 표면적으로 기업들에게 AI 모델 종속의 위험을 경고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그림이 그려진다. 자신이 27% 지분을 보유한 오픈AI를 비롯한 독점 AI 모델 기업들을 공격하면서, 동시에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로 고객을 끌어들이는 이중 전략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기업들이 어느 AI 모델을 선택하든 결국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를 쓰게 만드는 구조다. 나델라가 모델 전쟁을 부추기는 이유는 간단하다. 모델들이 서로 경쟁해 가격을 깎아먹으면, 그 아래 깔린 인프라 계층의 가치는 올라간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배하는 바로 그 계층 말이다.

■ 클라우드 3강 체제의 견고함

수치가 이를 증명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25 회계연도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800억 달러를 투입했고, 2026년 초 단 한 분기에만 375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애저의 2025 회계연도 매출은 750억 달러를 넘어섰다. 연 20억~40억 달러로 추정되는 코파일럿 매출과는 비교도 안 되는 규모다.

클라우드 시장은 아마존웹서비스 28%, 마이크로소프트 21%, 구글 14%로 3개 기업이 63%를 장악했다. 4위 오라클은 고작 4%다. 이 시장에 진입하려면 수백억 달러의 자본이 필요하다. 용량 부족 상태가 계속되면서 자본을 댈 수 있는 소수 기업만 게임에 참여할 수 있다.

나델라의 전략은 교묘하다. 그는 기업들에게 "학습 루프를 소유하라"고 조언한다. 데이터를 독점 모델에 넘기지 말고, 여러 모델을 바꿔 쓸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라는 것이다. 이는 일리 있는 조언이다. 문제는 그 시스템을 어디에 구축하느냐다. 결국 클라우드다. 그것도 애저 같은 대형 클라우드에.

6월 2일, 나델라의 경고 글이 올라가기 불과 2주 전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체 AI 모델 7개를 발표했다. MAI-Code-1-Flash라는 코딩 모델과 MAI-Thinking-1이라는 추론 모델이 핵심이었다. 나델라는 무대에서 "모든 기업이 최첨단 모델을 소비하는 것에서 최첨단 생태계에 완전히 참여하는 것으로 전환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모순적으로 들린다. 오픈AI에 130억 달러, 앤트로픽에 50억 달러를 투자한 회사의 CEO가 독점 모델의 위험을 경고한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파운드리(Foundry) 플랫폼을 보면 의도가 명확해진다. 이 플랫폼에는 오픈AI, 앤트로픽, 메타, 미스트랄, 딥시크, xAI 등에서 나온 1만 1000개 이상의 모델이 올라와 있다. 고객이 어느 모델을 선택하든, 그 모델은 애저 위에서 돌아간다.

■ 증류 공격이 드러낸 AI 경제의 취약점

그런데 이 구도를 뒤흔든 사건이 터졌다. 중국 AI 기업들의 대규모 '증류 공격'이다. 앤트로픽은 딥시크, 문샷, 미니맥스 세 곳이 약 2만 4000개의 가짜 계정을 통해 1600만 건 이상의 대화를 생성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규모는 이렇다. 딥시크는 15만 건 이상의 교환을 통해 추론 능력과 검열 회피 기술을 추출했다. 문샷은 340만 건 이상으로 도구 사용과 컴퓨터 비전 능력을 탈취했다. 미니맥스는 1300만 건 이상으로 코딩과 오케스트레이션 능력을 훔쳤다.

이들은 '히드라 클러스터'라는 시스템을 운영했다. 하나의 프록시 네트워크가 2만 개 이상의 가짜 계정을 동시에 관리했다. 하나가 차단되면 다른 것이 즉시 그 자리를 메웠다. 앤트로픽이 새 모델을 출시하자 미니맥스는 24시간 내에 트래픽의 절반을 새 시스템으로 돌렸다. 모델 출시 전에 공격을 탐지한 덕분에 앤트로픽은 증류 공격의 전체 생애주기를 처음으로 관찰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이것이 단순한 지적재산권 침해가 아니라는 점이다. 앤트로픽 정책 책임자는 상원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미국 AI 리더십을 뒷받침하는 경제 논리를 뒤집는다"고 썼다. 수십억 달러의 연구개발 투자를 경쟁자들에 대한 보조금으로 전환시킨다는 것이다.

■ 안보 위협으로 번진 증류 논란

증류된 모델에는 안전장치가 없다. 앤트로픽과 다른 미국 기업들은 생화학무기 개발이나 악성 사이버 공격을 막는 보호 기능을 모델에 내장한다. 하지만 불법 증류된 모델은 이런 보호막이 제거된 채로 권위주의 정부의 군사·정보·감시 시스템에 통합될 수 있다. 오픈소스로 풀리면 위험은 기하급수적으로 확산된다.

오픈AI는 여러 미국 모델의 출력을 혼합하면 원본을 능가하는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역설적이게도 이는 수출 통제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중국 모델의 급속한 발전이 혁신 때문이 아니라 미국 모델에서 추출한 능력 덕분이라는 증거가 된 것이다. 대규모 증류를 실행하려면 첨단 칩이 필요하다. 따라서 칩 접근 제한은 직접 모델 훈련뿐 아니라 불법 증류 규모도 제한한다.

흥미롭게도 구글도 스케일AI 계약 노동자를 고용해 챗GPT 답변을 생성하고 개선하는 방식을 썼다. 일론 머스크는 xAI도 "부분적으로" 증류를 사용했다고 인정했다. 업계 전반의 관행이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규모가 달랐다. 중국 기업들은 조직적으로, 산업 규모로 접근했다.

■ 오픈소스로 대이동하는 기업들

이 상황에서 기업들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AI 네트워킹 소프트웨어 기업 솔로닷아이오의 CEO 이딧 레빈은 "고객들이 오픈소스 모델을 자체 시설에 설치하면 대형 모델 성능의 90%를 훨씬 낮은 비용으로 달성할 수 있다는 걸 이해한다"고 말했다.

수치가 이를 뒷받침한다. 딥시크V3.2는 GPT-5.1과 동급 성능을 10분의 1 비용으로 제공했다. 중국 모델 GLM-4.7은 클로드의 7분의 1 비용으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벤치마크에서 73.8%를 기록했다. 버셀을 통한 트래픽의 29%가 오픈 모델로 향했다.

경제적 분기점은 명확하다. 하루 50만~100만 토큰을 처리하는 기업은 자체 호스팅이 유리하다. 하루 200만 토큰 규모에서는 API 대비 60% 절감되고, 1000만 토큰 규모에선 85%를 넘는다. 의료, 금융, 정부 부문에선 데이터 주권이 결정적 요인이다. SOC 2, HIPAA, GDPR 준수를 위해선 데이터가 외부로 나가선 안 되기 때문이다.

■ 클라우드 종속이라는 더 큰 함정

그런데 시카고대 연구진은 여기서 더 큰 문제를 지적한다. 모델을 바꿀 수 있다고 해서 진짜 자유를 얻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기업이 클라우드에 데이터셋과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하면, 그것들은 해당 클라우드의 스토리지와 도구에 묶인다. 모델은 바꿀 수 있어도 클라우드는 못 바꾼다.

영국 경쟁시장청은 2년 조사 끝에 기술 장벽, 이전 수수료, 소프트웨어 라이선스가 고객을 기존 클라우드에 가둔다고 결론 내렸다. 성숙한 시스템을 다른 클라우드로 옮기려면 파이프라인을 재구축하고 인력을 재교육해야 한다.

세계지식재산권기구 연구는 아이폰7 가격에서 중국 노동이 1%, 애플이 42%를 가져갔다는 걸 밝혔다. 공장은 필수적이었지만 가치는 설계, 소프트웨어, 브랜드, 고객 관계를 소유한 애플이 가져갔다. 이 비유를 AI에 적용하면 모델이 공장이 되고, 클라우드가 모든 이의 물건이 통과해야 하는 항구가 된다.

EU는 2027년 1월부터 클라우드 제공자가 고객 데이터 이동을 지원하고 이전 수수료를 금지하도록 강제하는 데이터법을 시행한다. 영국 경쟁시장청은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에 대한 전략적 시장 지위 조사를 검토 중이다. 별도로 마이크로소프트의 비즈니스 소프트웨어 생태계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인데, 이는 마이크로소프트 소프트웨어를 AWS나 구글에서 실행할 때 더 비싸지거나 덜 매력적이 되게 만드는 라이선스 관행을 다룬다.

■ 결국 누가 이기는 게임인가

나델라의 경고는 맞다. 기업은 AI에서 창출한 지능을 소유해야 한다. 하지만 그 데이터와 시스템이 만들어진 클라우드를 떠날 수 없다면, 그 소유권은 얼마나 의미 있을까? 진짜 테스트는 모델 교체가 아니다. 전체 시스템을 들어 올려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느냐다.

증류 공격은 역설적인 결과를 낳았다. 독점 모델의 투자 수익률을 위협하면서 동시에 오픈소스 전환을 가속화했고, 규제 기관에 시장 지배력 조사 명분을 제공했다. 중국 기업들은 미국 모델의 능력을 10분의 1 비용으로 복제했고, 이는 독점 모델 기업들의 경제 논리를 뿌리부터 흔들었다.

하지만 나델라는 이 혼란 속에서도 확실한 승자다. 모델 전쟁이 격화될수록, 기업들이 오픈소스로 전환할수록, 그들은 여전히 클라우드가 필요하다. 800억 달러를 쏟아부은 데이터센터와 연 750억 달러의 애저 매출이라는 든든한 기반 위에서 나델라는 어느 모델이 승리하든 상관없다는 여유를 부릴 수 있다.

AI 경제의 가치가 어디로 흐를지 결정하는 싸움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모델 제공자와 클라우드 제공자, 중국 AI 랩과 미국 AI 거대 기업, 규제 당국과 기업 고객이 각자의 이해관계를 걸고 충돌하고 있다. 이 복잡한 게임에서 한 가지만은 분명하다. 클라우드 3강 체제는 당분간 흔들리지 않을 것이고, 그 수혜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김광우 기자

kimnoba@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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