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상공 사상최대급 오존구멍···6차 대멸종 예고인가

입 벌린 오존층. 남극 상공의 오존층 구멍이 사상 최대급 중 하나로 커졌다는 것이 확인됐다. 브라질 면적의 3배 수준에 달한다. 지난 9월 16일 코페르니쿠스 센티넬 5P 위성이 촬영한 남극 상공 오존층 구멍의 모습이다. (사진=ESA)

올 초 남극 상공 성층권(20~30km)의 오존층 구멍이 크게 줄었다는 소식이 들려 왔다. 세계기상기구(WMO)가 지난 1월 9일 ‘2022 오존층 파괴에 대한 과학적 평가’라는 보고서에서 몬트리올 의정서가 발효된 지 33년 만에 오존층이 뚜렷하게 회복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유엔환경계획 사무총장은 오존층 회복으로 매년 200만 명을 피부암으로부터 구하고 있다고 이야기했을 정도였다. 보고서에선 대기(성층권) 중에서 오존층을 분해(파괴)하는 염소 농도가 1993년의 최고치에 비해 11.5%나 줄어들어 오존층 회복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 남극 오존층은 2066년이면 1980년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북극의 오존층 구멍도 2045년이면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불과 8개월여 만에 상황이 급반전됐다. 이달초 유럽우주국(ESA)은 남극 오존층이 사상최대 수준의 하나로 꼽힐 만큼 커졌다고 발표했다.

사상 최대 급으로 커진 남극 오존층 파괴 현황과 원인, 오존층 파괴 메커니즘, 인간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오존층 파괴가 한때 지구 대멸종을 가져온 원인이었다는 영국 과학자들의 연구결과를 함께 소개한다.

오존은 세 개의 산소 원자로 이루어진 화합물이며 대기의 상층부에서 자연적으로 미량 발생한다. 인간이 흡입하면 유독하지만 지구 상공 16km 높이의 성층권 고도에서는 태양에서 나오는 해로운 자외선을 막아 인간을 보호한다. 물론 그 반대가 되면 인류에게 위협이 된다.

남극의 오존층 구멍 형성 메커니즘에 이상이 생겼다

1930년 미국 GM의 직원인 토머스 미즐리가 GM의 냉장고 자회사 프리지데어를 위해 만든 CFC를 미국 화학회 행사에서 공식 발표했다. 이 화합물은 처음에는 인간에게 편리하고 무해한 가스로 인식됐지만 그 실체는 지구상 생명체에 가장 큰 변화를 준 인간의 합성가스라는 게 드러났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대표적 CFC 사용 사례인 에어러졸, CFC의 분자 구조, 태양광 자외선을 받아 CFC의 염소가 분리되는 모습, 염소가 성층권 오존을 분해하는 모습과 그 모식도. (사진=위키피디아)

오존층 파괴의 주범은 냉장고 냉매와 스프레이용 분사제 등으로 사용되는 염화불화탄소(CFC) 때문이라는 게 오래전 확인됐다. CFC는 성층권의 –78°C 이하 온도에서 형성된 구름의 작은 얼음 알갱이에 달라붙어 있다가 태양빛의 자외선과 만나서 쪼개져 나온 염소(Cl) 원자가 오존층의 오존을 파괴(분해)한다.

여전히 생산되고 있는 CFC가 성층권에서 햇빛 속 자외선과 만나 오존층을 파괴할 수 있는 환경이 바로 남극의 겨울이다. 추운 겨울이 시작되면 CFC가 남극 성층권 구름의 얼음 알갱이에 붙어있다가 매년 8월 남극의 봄이 시작될 때부터 태양의 자외선과 만나면서 염소 원자를 떨궈내고, 이 원자가 오존층을 분해한다. 노벨상을 받은 캘리포니아주립 어바인대 셔우드 롤런드 교수와 학생 마리오 몰리나는 염소원자 하나가 평균 10만개의 오존분자를 분해한다는 계산결과를 내놓았다.

1987년 몬트리올 의정서 협약채택(발효는 1989년)에 따라 전세계가 CFC를 생산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CFC 배출은 날로 늘어나고 있다.

유럽우주국(EAS)은 지난달 16일에 촬영된 지구 대기관측 인공위성 센티넬-5P의 사진 분석 결과 남극 오존층 구멍이 사상 최대 수준 중 하나로 커졌다고 지난 4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남극 대륙 상공에 있는 오존층의 구멍 넓이는 이제 브라질의 3배 면적(2600만 k㎡)으로 커졌다. 남한면적(10만k㎡)의 260배 가까운 크기다. 이는 사상최대의 오존구멍이 발견된 1998년의 2720k㎡보다는 작지만 그에 근접한 엄청난 수준이다.

이게 다가 아니다. 문제는 이것이 훨씬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오존구멍은 정기적으로 크기가 변하지만 매년 10월에 최고조에 이른다. 과학자들은 올해의 오존 구멍이 왜 이렇게 커졌는지 확실히 알지 못한다.

오존구멍은 해마다 10월경 절정에 도달한 후 약간씩 물러나면서 닫히는 양상을 보여왔다. 이 구멍은 지난 3년 동안 정상보다 늦게 닫혔다.

이는 부분적으로 2019~20년 호주 블랙 서머 산불로 인해 오존을 파괴하는 연기가 다량 방출됐기 때문이다.

산불에 의한 이산화탄소 증가로 지구 대기가 뜨거워지는 게 오존층 파괴의 직접적 원인은 아니다. 하지만 그 결과 성층권의 습도가 높아지며, 대류권 공기를 따뜻하게 하는 반면 성층권공기는 더 차갑게 만든다. 이는 성층권 구름 얼음알갱이에 더많은 CFC가 달라붙고 자외선과 만나 분해된 더많은 CFC의 염소 원자가 오존과 만나 이를 파괴하게 만든다. 그 결과 우리를 보호해주는 2개의 오존 분자(O₃)가 3개의 산소 분자(O₂)로 바뀌게 된다.

올해 오존층 구멍이 열린 것은 예년에 비해 몇 주 이른 8월부터 시작됐는데 이게 언제 닫힐지는 확실치 않다.

몬트리올 의정서 효과 기대감 vs 센티넬 P5의 남극 오존층 사진

ESA의 대기 관측 위성 센티넬 5P. (사진=ESA)
ESA의 대기관측위성 센티넬 5P 활동도. (사진=ESA)

CFC와 얼어붙은 대륙 남극 상공의 오존층 파괴와의 연관성 연구결과가 네이처에 발표된 것은 1974년이었다. 캘리포니아주립 어바인대의 마리오 몰리나, 셔우드 롤런드 교수가 연구이론을 발표했다. 남극 상공 실측치는 없었다. 남극 상공 실측을 바탕으로 한 오존층 파괴가 증명된 것은 1985년이었다. 1957년부터 남극에서 상층 대기 흐름지도를 작성하던 영국 남극조사대장 파먼이 주인공이었다. 이어 지난 35년에 걸쳐 그 구멍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전개됐다.

전문가들은 1987년에 도입된 몬트리올 의정서가 그 구멍을 복구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고 확신하고 지난 1월 오존구멍 회복 소식을 전했지만 불과 1년만인 지난달 나온 ESA 코페르니쿠스 센티넬-5P 위성의 정반대의 결과는 큰 충격일 수 밖에 없다. (지난 2017년 10월 발사된 코페르니쿠스 센티넬-5P은 유럽 최초의 지구의 대기 감시 전용 를 감시하는 코페르니쿠스 인공위성이다. 이 인공위성은 대기 가스를 검출해 우주에서 대기 오염 물질을 그 어느 때보다 정확하고 높은 공간 해상도로 이미지화할 수 있는 최첨단 장비를 갖추고 있다.)

코페르니쿠스 대기 모니터링 서비스(CAMS)의 안트제 인니스 수석 과학자는 “우리가 운영하는 오존 모니터링 및 예측 서비스는 올해 오존 구멍이 조기에 시작돼 8월 중순 이후 빠르게 증가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9월 16일 촬영 사진 분석결과 남극 오존층 구멍은 2600만k㎡ 이상에 달해 기록상 가장 큰 오존층 구멍 중 하나가 됐다. 통가 수중 화산 폭발이 원인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인니스 박사는 “2022년 1월 통가 화산 폭발로 성층권에 많은 수증기가 유입됐고, 2022년 오존구멍이 닫힌 후에야 남극 지역에 도달했다. 수증기는 염화불화탄소(CFC)와 반응해 오존층 고갈을 가속화할 수 있는 극지방 성층권 구름의 형성을 높였을 수 있다. 수증기의 존재는 남극 성층권의 냉각에도 기여해 이러한 극지방 성층권 구름의 형성을 더욱 강화시키고 보다 강력한 극 소용돌이(vortex)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과연 화산폭발이 오존구멍 확대에 영향을 미쳤나

지난 1979년부터 지난해까지 남극 상공 오존층이 가장 컸을 때의 사진. (자료=코페르니쿠스 대기 모니터링 서비스·CAMS)

이 이론에도 불구하고, 과학자들은 화산 폭발이 오존구멍에 미치는 정확한 영향은 여전히 진행중인 연구의 주제라며 조심스런 입장이다.

그러나 선례가 있다.

1991년 피나투보 산의 폭발로 상당한 양의 이산화황이 배출되었고, 이는 이후 오존층 파괴를 증폭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오존층 파괴는 매우 추운 온도에 의존한다. 이는 –78°C의 온도에서 극지방 성층권 구름이라고 불리는 특정 유형의 구름을 형성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차가운 구름들은 오존을 파괴하는 불활성 화학물질을 반응성 화합물로 바꾸는 얼음 결정을 포함하고 있다.

이 문제의 화학물질은 염소와 브롬을 함유한 물질로서 남극 상공에서 소용돌이치는 차가운 소용돌이 바람속에서 화학적으로 활성화된다. 이들은 지난 세기 말에 CFC나 하이드로 클로로 플루오르 카본(HCFC)과 같은 할로겐화탄소가 정기적으로 냉장고나 에어로졸 깡통용 냉각수로 사용되면서 엄청나게 많이 만들어졌다.

지난 1987년 캐나다에서 체결된 몬트리올 의정서(1987.9.16.) 협약은 이러한 오존층을 파괴하는 유해물질의 생산과 소비를 단계적으로 제거해 오존층을 보호하기 위한 만들어졌다.

처음에는 20세기말까지 CFC생산량을 50% 줄이기로 했지만 1990년 런던회의에서 이를 수정해 20세기 말까지 CFC생산을 완전히 금지할 것을 요구했다. 코펜하겐 회의에서는 이를 더 강화해 1996년까지 CFC 생산과 사용을 완전 금지시키기로 했다.

유럽우주국(ESA)의 코페르니쿠스 센티넬-5P 인공위성 임무 책임자인 클라우스 제너는 이것이 오존층의 회복으로 이어졌다면서 “과학자들은 현재 지구 오존층이 2050년경에 다시 정상 상태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이번 남극 오존층에 사상 최대급 구멍이 생기면서 과학자들의 낙관적 자신감도 빛이 바랬다.

3억6000만년 전 대멸종 원인이 된 오존층

전세계 5대 CFC 배출 증가세(왼쪽)와 이산화탄소 증가세를 보여주는 그래프. 이산화탄소 증가에 따른 지구 온난화는 성층권 습도를 높이고 대류권이 따뜻해지면 염소가 달라붙을 성층권이 차가워지면서 오존이 달라붙을 성층권 구름을 더많이 만들어 자외선과 만난 염소가 성층권 오존층 분해를 더욱더 가속화하는 악순환을 가져온다. (자료=네이처 지오사이언스. 2023)

흥미로운 것은 3억 6000만 년 전 있었던 2차 대멸종의 원인이 오존층 파괴에 의한 것이라는 설아 제시됐다는 점이다.

그리고 최근 상황을 볼 때 오존층 파괴에 의한 대멸종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20년 영국 사우샘프턴 대학의 과학자들은 고대 숲 생태계를 파괴한 것이 높은 수준의 자외선이라는 증거를 발견했다.

이 새롭게 발견된 멸종 메커니즘은 지구의 온도와 기후 주기의 변화에 의해 발생했고 이는 치명적인 오존층 파괴로 이어졌다.

이를 연구한 과학자들은 우리가 기후 변화로 인해 3억 5900만 년 전에 존재했던 비슷한 지구 온도로 향하면서 비슷한 시나리오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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