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는 왜 거액을 투자했을까?

디즈니가 에픽게임즈의 세계적인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에 2조원 정도의 엄청난 투자를 하기로 했습니다. 디즈니는 설명이 필요 없는 회사죠. 전 세계 최고의 콘텐츠 기업이라고 누구나 인정을 하고 있는 그런 기업입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디즈니가 야심차게 선보인 영화나 드라마가 시장에서 좋지 못한 성적을 거두었고, 영상사업의 부진으로 1년 전 약 7000명을 해고하는 등 공격적인 비용 절감을 추진하고 있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디즈니가 모두가 놀랄만한 과감한 결정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에픽게임즈는 게임을 좋아하는 분들은 당연히 아실 거고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 분들도 한번 들어보셨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현재 전 세계 게임엔진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언리얼엔진’과 5억 명에 가까운 사용자를 보유한 ‘포트나이트’ 게임을 운영하고 있는 회사로, 메타버스 붐이 한창이던 때에는 가장 촉망받던 기업이었죠. 그동안 디즈니는 포트나이트 이외에도 여러 게임사들과 협력하여 자신들의 IP를 활용한 사업들을 진행했었는데, 포트나이트에서의 성적이 가장 좋았던 것이 그 이유일까요?

포트나이트는 제가 메타버스 관련된 얘기를 하면서 여러 번 언급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저의 가장 최근 책인 <버추얼콘텐츠 메타버스 퓨처>에서도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 관련된 얘기를 많이 했습니다. ‘포트나이트’ 게임이야말로 메타버스를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례라고 소개를 했었죠. 인류가 아바타의 모습으로 가상세계에서 서로 소통하는 메타버스를 구현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을 필자는 게임의 확장이라고 생각합니다. 

게임 기반이 전혀 없는 기업들이 메타버스를 구축한다는 것은,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성공 확률이 너무나 낮은 도박같은 일입니다. 사용자가 몇 억명 이상이 되는 게임이 그 사용자를 바탕으로 메타버스 세상을 구축해가며 진행해야만 성공 가능성이 있는 프로젝트를 만들어갈 수 있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 국내의 몇몇 지자체나 기업들이 갑자기 메타버스를 구축하는건 지나친 낙관론에 기대어 사업을 벌인 것입니다. 

모든 서비스가 그렇지만 특히 온라인 서비스는 사람들이 쓰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우리가 네이버와 카카오를 사용하는건 내 지인들이 함께 그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것 때문이죠. 지금의 페이스북이라든지 구글 같은 업체들이 전 세계를 호령하는 이유 역시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거든요. 온라인 서비스의 미래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메타버스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메타버스 얘기를 아무리 해도 그 메타버스를 쓰는 소비자가 일정 규모 이상이 되지 않는다면 아무 의미가 없는 공허한 세상이 되는 겁니다. 

메타버스라고 하는 것도 플랫폼으로서 엄청난 수의 소비자들을 확보하고 있어야만 그 가치를 증명할 수가 있습니다. 메타버스에 도전했던 여러 기업들이 점점 발을 빼고 있는 이유도 사용하는 소비자를 일정 수준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포트나이트는 지금도 엄청난 수, 전세계 5억 명이 훌쩍 넘는 사용자가 이용하고 있는 인기 게임입니다. 2017년 출시 이후에 여전히 인기 게임으로서 많은 사람이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단은 메타버스 플랫폼으로서의 가장 중요한 필요조건을 하나 갖추고 있는 셈이죠. 그리고 오랜 기간 이 게임을 메타버스 플랫폼화하는 작업을 꾸준하게 잔행해 왔습니다. 포트나이트의 메타버스 실험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이 ‘버추얼 콘텐츠’입니다. 유명 가수들이 아바타의 모습으로 게임 속 무대에 나타나 지금까지는 누구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새로운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한 이벤트죠. 버추얼 콘서트는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이벤트로서 큰 사랑을 받았고, 그 후 다른 게임들도 이런 시도를 따라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버추얼 콘서트’ 이외에도 여러 가지 시도들이 있었는데, 단순히 게임을 하기 위해서 게임 안에 들어오는게 아니라, 게임을 안 하더라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나만의 공간으로서의 서비스를 제공했었습니다. 게임 안에서 사람들과 함께 아바타의 모습으로 음악도 듣고 영화도 보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공간, 바로 메타버스 공간이었죠. 마치 네이버나 카카오 서비스가 3D 세상에 구현된 것과 같은 온라인 서비스 플랫폼, 그게 바로 게임이 진화한 메타버스 세상입니다. 

디즈니가 엄청난 자금을 포트나이트에 투자하기로 한 것은 이런 과정을 지켜봐왔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디즈니는 포트나이트 게임에서 자신들의 유명 캐릭터를 이용한 프로젝트들을 함께 진행해 왔고, 좋은 성과를 얻었었습니다. 포트나이트 게임 아바타의 의상이라고 할 수 있는 스킨에 디즈니가 가진 유명 영화의 캐릭터들 의상을 적용한 시도들이 게임 사용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비슷비슷한 아바타들 속에서 나만의 개성을 뽐낼 수 있는 특별한 스킨을 많은 게이머들이 원했기 때문이죠. 게임 속 아바타는 단순한 객체가 아니라 나와 게임을 연결해주는 특별한 존재라고 여기며, 아바타의 패션을 위해 기꺼이 돈을 지불하려는 새로운 세대들이 있었던 것입니다. 젊은 콘텐츠 소비자들은 게임을 가장 선호하고 있고, 게임 속 아바타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는 사실을 디즈니도 간접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던 것이죠. 이제 마케팅 도구로서 게임 공간을 활용하는 것을 넘어서, 이번에는 파트너로서 ‘포트나이트’ 게임을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만들어 보고자 하는 것이 디즈니의 이번 투자가 가진 본질적 모습이 아닌가 합니다. 미래세대들이 즐겨찾는 콘텐츠 플랫폼으로 메타버스를 만들고자 했던 에픽게임즈의 꿈을 실현가능성이 높다고 인정한 것이라 하겠습니다. 메타버스 플랫폼을 위한 여러 가지 시도들이, 디즈니가 엄청난 자금을 투자하면서 손을 잡았기 때문에,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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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찬수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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