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부터 베이징 엔진 공장에서 컨테이너를 나르던 휴머노이드 로봇이 이제 BMW 생산라인과 테슬라 공장까지 일터를 넓혔다. 시범 운영이 아닌 실제 업무다.
올해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실험실과 시범 운용 단계를 벗어나 실제 생산 현장에 자리 잡은 해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쌓인 운용 실적이 투자자들을 설득했고, 중국 로봇 기업들의 동시 기업공개(IPO) 추진으로 이어졌다.
숫자로 가장 잘 정리된 사례는 미국에서 나왔다. 피규어 AI(Figure AI)의 로봇 'Figure 02'는 2024년 12월부터 2025년 11월까지 약 11개월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BMW 스파턴버그 공장에서 일했다. 맡은 역할은 판금 부품을 집어 용접 고정대에 올려놓는 작업으로, 37초 안에 부품을 집고 전체 공정을 84초 내에 끝내야 했다. 11개월 동안 총 1,250시간 가동하며 9만여 개 부품을 처리했고, BMW X3 승용차 3만 대 이상 생산에 기여했다.

BMW는 이 경험을 토대로 독일 라이프치히 공장에도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라이프치히에 배치되는 로봇은 헥사곤 로보틱스의 에이온(AEON)으로, 피규어 AI와는 다른 회사 제품이다.
테슬라의 옵티머스 Gen 2는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와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에서 배터리 부품 분류, 물자 운반, 품질 검사를 맡고 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올해 1월 전자·IT 전시회 CES 2026에서 아틀라스 양산형을 공개했으며, 첫 출하분은 현대차그룹 로보틱스 메타플랜트와 구글 딥마인드에 모두 배정됐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까지 연간 로봇 3만 대 생산 체계를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베이징 푸톈캉밍스 엔진 공장 사례가 주목받는다. 2025년 10월부터 휴머노이드 로봇이 현장에 투입돼 컨테이너 운반을 맡고 있으며, 올해 들어 물류·소매·보안 현장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선전(深圳) 기반 스타트업 엔진AI(EngineAI)의 T800이 대표 제품이다. 키 1.73m, 몸무게 75kg인 T800은 기본형에 엔비디아 AGX 오린(AGX Orin) 칩(275TOPS)을 탑재하고, 상위 Pro·Max 모델에는 더 고성능의 젯슨 토르(Jetson Thor, 2,000TOPS)를 사용한다. 360도 라이다 센서로 주변을 파악한다. 지난 5월 29일 선전에 1만 2,000㎡ 규모 공장을 가동하고 첫 출하를 시작했으며, 생산 속도는 15분에 1대다.

유니트리 로보틱스의 G1·H1도 연구소와 산업 현장에서 이미 쓰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2026년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94%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가운데 유니트리와 아지봇(AgiBot) 두 회사가 전체의 약 8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납품 실적이 쌓이면서 투자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엔진AI는 6월 12일 홍콩 증시 상장을 신청했다. 비공개로 제출한 신청서인데, 이에 앞서 시리즈B 투자 유치를 통해 2억 달러(약 2,700억 원)를 확보하며 회사 가치를 15억 달러(약 2조 원)로 인정받은 상태였다. 유니트리 로보틱스는 6월 1일 중국 상하이 스타 시장 상장위원회로부터 심사 승인을 받았다.
중국 본토 증시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이 상장 허가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니트리가 목표로 하는 기업가치는 62억 달러(약 8조 4,000억 원)이며, 주식 공모로 42억 위안(약 7,800억 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두 회사 모두 아직 정확한 공모 일정은 밝히지 않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