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에서 만난 사람] 홍윤택 스페이스웨이비 대표 “모듈러 공법으로 지은 집, ‘건축’이 아닌 ‘제조’ 시대 열어 갑니다”

새해가 됐지만 스타트업 투자 혹한기라고 불리는 시기는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에도 여전히 많은 스타트업이 새로운 유니콘을 꿈꾸며 도전에 나서고 있다. 이에 테크42는 미래 창업가와 사회혁신가를 육성하는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아산나눔재단의 플랫폼, 마루(180/360)에 입주한 초기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나는 릴레이 인터뷰를 기획했다. 이를 통해 어려움 속에서도 성과를 만들어 내고 있는 스타트업의 오늘을 조명해 보고자 한다.

홍윤택 스페이스웨이비 대표와 모듈러 공법을 적용한 주택들. (사진=스페이스웨이비)

수년 전부터 전원주택을 비롯한 농가주택, 농막 용 ‘모듈러 주택’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는 주택이 들어서는 현장에 기초를 세우고 집을 짓는 일반적인 건축 방식이 아닌, 공장에서 각각의 부분을 사전 제작해 집이 들어설 곳에 운반해 설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마루360 입주 기업 중 하나인 ‘스페이스웨이비’는 자사만의 독창적인 모듈러공법을 적용해 건축의 패러다임을 새롭게 바꿔나가는 스타트업이다. 2019년 창업해 5년차에 접어드는 올해 스페이스웨이비는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 진출까지 모색하고 있다. 첫 무대는 미국이다. 다음달 미국 시장 개척을 위해 출국을 앞두고 마루360에서 만난 홍윤택 스페이스웨이비 대표는 “미국은 지금 모듈러 주택 시장 활황기”라며 새해의 시작과 함께 추진하는 다양한 계획들을 털어 놨다.

“저희는 집을 제품화하고 공장을 통해 제조업 방식으로 공급하고 설치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골조만을 제작해 납품하는 기존 모듈러 주택 공급 방식을 넘어 집과 내부 가구까지 모두 제작해 제공하죠. 지난해까지 국내 시장에서 전원주택 분야로는 어느 정도 자리가 잡혀 사업 확장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모듈러 공법을 활용해 브랜드사의 팝업 스토어 혹은 F&B 공간 등 다양한 공간을 만드는 거죠. 그리고 미국 진출을 위해 현지 파트너와 작업을 시작할 예정이에요. 미국의 주거공간은 기본적으로 넓은 마당을 앞에 둔 주택이라 저희 기술이라면 충분히 경쟁해 볼만 하거든요.”

유학파 건축학도는 어떻게 스타트업을 창업하게 됐나?

홍윤택 스페이스웨이비 대표가 모듈러 주택의 특징을 직접 설명하는 유튜브 영상. (영상=웨이비 스튜디오)

홍윤택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여행업에 종사하는 아버지를 따라 여러 나라를 다니며 견문을 넓혔다. 그 덕분에 고등하교 졸업 할 무렵에는 자연스레 유학을 꿈꾸게 됐다. 그렇게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 전기공학을 공부하기 위해 입학한 그는 1년만에 건축 명문인 뉴욕 프랫대학교에 편입을 선택했다.

“고등학교에서 이과생이었으니 막연하게 한국식으로 생각해 공대를 지원하고 공부하는데 미국 건축학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미국에서는 건축을 예술가들이 작품을 만드는 것과 같은 수준으로 평가해요. 사회적인 문제를 건축으로 해결하는 방식을 추구하기 때문이죠. 알면 알수록 ‘내가 이런 것을 좋아했구나’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고 결국 편입을 하게 됐죠.”

그렇게 신나게 공부를 하고 졸업을 할 무렵 그에게는 또 다른 고민이 찾아왔다. 공부한 것을 가지고 미국에서 취업할 것이냐 아니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것이냐의 기로에 놓인 것이다. 언젠가부터 창업을 꿈꿔온 상황에서 미국은 외국인 신분인 그에게 있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적지 않았다. 결국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바닥부터 차근차근 준비를 시작했다.

“미국은 워낙 인종과 문화가 다양해 초기 스타트업이 일정 기간 성장하는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쉽지 않아요. 그래서 우선은 한국에서 어느 정도 힘을 키워 다시 미국으로 확장하는 방법을 시도해보기로 했죠. 우선은 공유 사무실을 운영하는 스타트업인 패스트파이브에 입사해서 신규 지점의 공사 관리를 감독하는 일을 1년간 했어요. 당시 패스트파이브는 직원 50명 정도의 초기 스타트업이었죠. 덕분에 1년 동안 실무적인 시공관리와 함께 스타트업이 어떻게 일하는 가를 배울 수 있었어요. 아마도 그 때 경험이 없었으면 지금처럼 스페이스웨이비를 꾸릴 수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전도로 값진 시간이었죠.”

“우리의 사업 분야는 건축이 아닌 제조업입니다”

스페이스웨이비가 내세우는 모듈러 공법은 정해진 공정에 따라 필요한 만큼 건축 자재를 발주해 낭비가 없다. 그나마 남은 자재도 대부분 재사용해 건축 폐기물이 획기적으로 준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최근 많은 기업들이 중시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가치 확립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99㎡(약 30평)짜리 주택 완성에 6주 정도 밖에 소요되지 않으니 공가기간도 대폭 줄여 여러모로 친환경적이다.

홍 대표는 이를 “집을 짓는 것이 아닌 제조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반 건설 현장에서는 비가 오는 날이면 공사를 진행할 수 없는 등 기상상황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반면 실내 공장에서 제작하는 모듈러 방식은 날씨와 상관없이 제작이 된다. 먼지와 소음 등으로 발생하는 주변 주민들의 민원에서도 자유롭다.

홍윤택 대표(아래 가운데)와 스페이스웨이비 직원들. (사진=스페이스웨이비)

“제조 공장 직원만 20명 정도에요. 거널 직업 전문학교를 막 졸업한 직원도 있고, 현장 경험이 많은 60대 베테랑 직원도 계시죠. 세부적으로는 골조팀, 배관팀, 내부 마감팀이 있어요. 제작 방식은 국내 건축법을 준수해서 제작되기 때문에 안전합니다. 일반 건축물과 동일한 준공 검사를 받거든요. 또 저희는 결합방식 관련 8건의 기술 특허를 갖고 있어요. 이를 통해 누수는 물론 태풍이나 지진에도 끄떡없습니다.”

숙련된 기술자들이 모여 정해진 공법대로 차근차근 만들어 내니 품질은 균일하게 나올 수밖에 없다. 모듈형으로 제작되는 덕분에 건설 현장처럼 고층에서 작업할 필요도 없어 추락 등의 위험 요소는 물론 사고 발생율도 현저하게 낮다. 평당 제작비도 경제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보통 평단 700만원에 일부 비용 등이 추가되면 10평 기준 7000만원이 조금 넘는 비용에 공급이 가능하다. 고객의 요구에 따라 공간확장이나 적층구조로도 제작 가능하다는 것 역시 장점이다.

이 외에도 홍 대표는 “이사를 해야 할 때는 집을 해체해 이사할 장소에 가서 재조립하면 된다”며 “결과적으로 집이 부동산이 아닌 동산이 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그런 홍 대표가 다음 스텝으로 추진하는 것은 다름 아닌 생산 ‘자동화’다.

스페이스웨이비의 모듈러 주택 예시. (사진=스페이스웨이비)
스페이스웨이비의 모듈러 주택 예시. (사진=스페이스웨이비)
스페이스웨이비의 모듈러 주택 예시. (사진=스페이스웨이비)

“이제 막 시작단계이긴 하지만 현재까지 아날로그 방식으로 제작했던 것을 전체 프로세스를 디지털화시키고 자동화시키려고 하고 있어요. 올해는 특히 이 부분에 집중을 할 거 같습니다. 현재는 로봇을 도입해 반자동화를 테스트하는 중이에요. 올 상반기 내에는 고객이 웹으로 집을 주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생각이고요. 고객이 인터넷으로 웹에 접속해 희망하는 집 구조를 직접 그리고 주문할 수 있게 하는 거죠.”

이를 위한 스페이스웨이비의 조직도 여느 건설사와 다르다. R&D, 생산관리, PM, 콘텐츠팀으로 나눠진 조직은 저마다 설계, 제작 및 품질 관리, 고객 관리 및 프로젝트 관리, 제품 영상화 등 홍보 등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를 통해 스페이스웨이비는 다른 경쟁사와 달리 부지 매입, 건축 인허가 등 집 짓기와 관련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토탈 솔루션’을 확립하고 있다.

넘쳐나는 사업 아이디어, “스페이스웨이비의 도전은 이제 시작입니다”

향후 해 나갈 일들을 설명하는 홍 대표를 보자면 스페이스웨이비는 막 그 계획들의 첫 단계를 지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회사를 설립하고 친척의 땅을 빌려 ‘모듈 룸’을 만들고 첫 제품을 만들기 시작한 홍 대표는 지난해 1월 비로소 경기 화성 전곡항 산업단지에 제대로된 모듈러 주택 공장을 만들었다.

이곳을 기반으로 스페이스웨이비는 현재 모듈러 공법을 적용한 제작 사업에 더해 해외 시장을 겨냥한 수출용 접이식 주택 ‘웨이비 홈’, 바퀴가 달린 집 ‘웨이비 고’, 조립과 해체가 용이한 모듈형 카페 ‘웨이비 엑스’, 모듈러 호텔 ‘웨이비 야드’ 등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웨이비 야드는 스페이스웨이비가 직영하는 모듈러 호텔로 계획 중이다. 홍 대표는 이 모듈러 호텔에 들어가는 고급 내부 마감재 개발, 가전제품 등을 위해 국내외 기업들과 공동 개발 등의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나아가 홍 대표가 꿈꾸는 미래형 주택은 모듈러 공법으로 대형 건축물을 만들고 전기·가스·수도 등의 공급과 요금 처리를 자동으로 하는 사물인터넷(IoT)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다. 또 향후 모듈러 주택이 대중화되면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 집 수리 내역 등을 투명화한 ‘모듈러 주택 중고 거래 서비스’도 염두하고 있다.

홍윤택 대표가 설명하는 해외 모듈러 주택의 특징. 미국 유학을 통해 건축을 공부한 홍 대표는 국내에서 구축한 스페이스웨이비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다시 미국을 시작으로 한 해외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영상=웨이비 스튜디오)

“30평 이하 주택의 경우 건축주가 직영 공사를 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 이상의 고층 건물을 만들려면 국내법 상으로 저희는 기존 건설사와 컨소시엄을 꾸리는 수밖에 방법이 없어요. 법적·제도적으로 변화가 생긴다면 가능해 질 거예요. 모든 산업이 빠르게 발전하고 변해가는데 건축 분야는 유독 그대로입니다. 저를 비롯한 직원들은 스페이스웨이비를 통해 고착화된 건축의 개념을 바꾸고는데 이바지하려 해요.”

스페이스웨이비는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등으로부터 약 11억원의 시드 투자를 받은 바 있다. 이후 모듈러 주택 생산을 매년 강화해 나가며 지난해 약 6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목표는 120억원가량이다. 현재는 시리즈A를 진행 중이다. 인터뷰를 마치며 홍 대표는 다시금 새해 포부를 밝혔다.

스페이스웨이비가 제작한 '타이니하우스'를 소개하는 홍윤택 대표. (사진=스페이스웨이비)

“미국 진출은 저희 자체적인 지사를 설립하려 하고 있어요. 국내 보다는 6배 이상 높은 가치로 모듈러 주택 시장이 형성돼 있으니 해볼 만하다고 생각해요. 한국에서 주택을 제작해 수출하는 방식이죠. 처음 한국에 올 때 한국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미국 진출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야 실현되고 있네요. 저희가 만든 제품 자체는 디자인을 비롯해 퀄리티, 성능 모두 미국에 현존하는 어떤 모듈 주택보다 우위에 있다고 자신해요. 물론 수출이 이뤄지기까지 여러가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겠지만, 우선은 올해 제품 하나라도 보내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제 개인적으로도 미국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한국에서 회사를 창업해 다시 미국에서 인정받게 된다면 엄청난 쾌감이 있을 것 같네요.”

황정호 기자

jhh@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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