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히지 않으려면 낮춰라···글로벌 자동차업계, 저가 중국 전기차발 혁신

주행거리는 그 정도면 됐다. 이젠 차량 가격을 내리자.

저렴한 중국산 전기차의 공포스런 시장확장이 이어지자 전세계 자동차 강자들이 제조단가 낮추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세계최대 배터리 제조업체 CATL과 BYD를 비롯한 수많은 전기차 강자를 보유한 중국이 고품질 저가 전기차 출시로 세계 전기차 시장의 60%를 차지하며 누비고 있다. 이같은 압박에 위기를 느낀 유럽 및 미국의 기존 자동차 제조 강자들이 대응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핵심은 효율을 높이고 가격은 낮춘 최첨단 전기차 부품 공급사들과 제휴하고 이를 제조 공정에 적용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배터리와 배터리 소재, 모터 및 전기차 관리 소프트웨어(SW), 반도체가 망라된다. 이런 고효율 저가 전기차 핵심 부품 업체들에 대한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제조사들은 이를 통해 제조 비용을 줄인 저렴한 전기차를 이전 계획보다 더 빨리 개발해 출시하려고 애쓰고 있다. 포춘과 로이터 등 외신들도 이에 주목했다.

중국 저가 전기차, 세계 자동차 강자들에 경종 울리다

BYD가 유럽시장 공략을 위해 내세운 돌핀 해치백은 영국에서 폭스바겐 ID.3 해치백의 시작 가격보다 거의 30% 낮은 2만 6000파운드(약 4300만 원)부터 시작한다. (사진=BYD)

전통 자동차 제조 강자들은 미국과 유럽,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도 포함된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이를 급속도로 바꿔버린 것은 비싸지 않은 전기차를 바탕으로 급부상한 중국 업체들이다.

이들의 비용 효율적인 저가 전기차가 세계 소비자시장으로 진출해 급속히 영역을 확장하면서 전통 자동차 강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들이 전세계 자동차 제조사들에게 이전에 계획했던 것보다 더 빨리 전기차를 개발하도록 압박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지 않으면 중국 전기차 업체들에게 먹힐 수 밖에 없다. 여기에 비싼 전기차가 수요를 둔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세계 경제 상황과 겹쳐지면서 제조비 절감을 통한 보급형 저가 전기차 출시를 부채질 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들은 이미 이 고도로 진화하는 시장에서 급성장해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는 주로 공급망에 대한 통제와 경쟁력 있는 가격 유지 덕분이다. BYD같은 회사는 자사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 전체에 대한 소유권을 행사하며, 원재료 확보부터 완제품 배터리 팩 생산에 이르는 과정을 관리한다. 포춘은 BYD가 여기에 더해 반도체 설계까지 담당하며 중요 부품에 대한 자립도를 더욱 공고히 하며 가격을 내릴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 6월 유럽시장에 진출한 중국 BYD의 돌핀 해치백은 영국에서 폭스바겐 ID.3 해치백의 시작 가격보다 거의 30% 낮은 2만 6000파운드(약 4300만 원)부터 시작한다. BYD의 이 모델에는 코발트 대신 리튬 철-인산염(LFP) 음극 소재를 사용하는 혁신적 ‘블레이드 배터리’가 사용된다. 자연히 값이 싸졌다. 이같은 비용효율성 이점에 바탕한 중국 전기차의 전세계 소비시장 진출은 기존 자동차 산업 강자들에게도 불안감과 함께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이에 유럽과 미국 전기차 제조사들도 더 저렴한 모델로 대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의 전략은 주로 전기차 전체 비용을 줄이기 위해 새로운 배터리 기술을 도입하는 것에 기반을 두고 가격 인하를 꾀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그치지는 않고 다양한 고효율 저가 우수부품 공급사들로 눈을 돌리고 있다. 여기에는 배터리 소재와 배터리 제조업체에서 칩 제조업체, 심지어 차량 운행용 소프트웨어(SW)업체까지 포함된다.

우선 가격 인하 움직임을 살펴보자.

지난달 대표적 유럽 자동차 회사 르노는 자사의 전기차가 내연차량 가격과 같아지도록 40%의 제조비 절감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테슬라도 지난 6일 독일 공장에서 유럽시장 공략용으로 2만5000유로(약 3200만원)짜리 저가 전기차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테슬라 저가 전기차 생산 가능성은 앞서 인도와 멕시코 공장에서도 생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져 왔다. 테슬라의 보급형 저가 전기차는 ‘모델 2’ 혹은 ‘모델 C로 명명되며 판매 시작가를 이처럼 낮춰 보급확대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돼 왔다.

앞서 폭스바겐도 지난해 11월 3년 내 스페인 자회사인 세아트를 통해 2025년부터 바르셀로나 근처 마르토렐 공장에서 2만달러 대 차세대 소형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플레이션 저감법에 따른 보조금으로 수입 중국산 전기차로부터 어느 정도 보호받고 있는 미국 자동차 회사들도 더 저렴한 전기차를 만들기에 가세하고 있다.

GM은 계획보다 2년 앞당겨 2025년 출시될 수정된 ‘볼트 EV’에 주행거리는 좀 떨어지만 더 저렴한 LFP 배터리팩을 개발하고 적용해 수십억 달러(수조원)를 절감했다고 밝혔다.

포드는 배터리와 인버터와 같은 부품의 자체 소싱 비중을 50% 올림으로써 부분적으로 비용을절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미엄 자동차 제조업체들도 예외없이 전기차 제조비용 낮추기에 나섰다.

소비자들로서는 반가운 소식이다.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조만간 값싸고 성능좋은 혁신적 전기차들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대감을 갖게 됐다.

유럽과 미국 자동차 회사들의 제조비용 낮추기 노력은 이를 뒷받침할 가격이 낮으면서도 고효율성을 가져다 줄 첨단 부품공급사들과의 제휴로 이어진다.

기존 자동차 강자들 속속 전세계 우수 부품공급사와 제휴·협력

영국 브릴 파워의 배터리 성능을 향상시켜 주는 최신 배터리관리시스템(BMS) 하드웨어. (사진=브릴 파워)

기존 자동차 제조 강자들의 효율적인 차세대 부품 개발 공급사와의 짝짓기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영국, 미국, 독일, 네덜란드, 이스라엘 기업들이 포함돼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스핀오프인 브릴 파워는 지난 2021년 첫선을 보인 스마트 전기차 배터리 관리 시스템 (BMS) 성능을 크게 높인 대용량 최신 버전을 발표하고 협력 노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 회사는 자사 제품이 전기차 주행거리를 60%, 저장능력를 49%까지 늘리고 배터리를 더 작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애스턴 마틴, AMTE 파워 및 델타 코스워스와 함께 완료한 성공적인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정전기 에너지 저장 및 세계 최대 배터리 시장인 전기 자동차에 대한 제품 범위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원D배터리 사이언스는 GM의 투자를 받고 내년에 이 회사와 주요 자동차에 나노기술 기반 배터리 음극소재를 공급할 예정이다. (사진=원D배터리 사이언스)

GM은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배터리 음극 소재 회사인 원D배터리 사이언스에 투자하고 소재를 공급받는다. 유럽 자동차업체들도 최근 이 회사 소재를 공급받기 위해 잇따라 접촉중이다. 이 회사 자회사는 배터리 흑연 음극소재에 실리콘 나노와이어를 추가함으로써 전기차 주행거리를 늘리고 충전 시간을 단축한다. 회사측은 이를 통해 100킬로와트시(kWh) 전기차 배터리를 흑연 단독으로 사용하는 것에 비해 거의 50%(281달러)나 절감해 준다고 밝혔다. 게다가 동일한 주행거리에서 배터리 무게를 20%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원디의 첫 번째 테스트 공장은 내년 초에 문을 열 예정이다.

미-유럽 자동차 합병으로 탄생한 스텔란티스는 보다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리튬배터리를 만들기 위해 중국 CATL과 함께 유럽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이 공장은 이 회사가 유럽지역에서 네 번째로 건설하는 전기차 배터리 공장이다. 지난 10월 스텔란티스는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인 리프모터의 지분을 16억 달러(약 2조 1000억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발표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2만3300유로(약 3300만원)부터 시작하는 시트로엥 전기차 e-C3 SUV를 공개했다. LFP 배터리는 이런 저가 전기차에 최적이다.

희토류 대신 철가루를 사용하는 자석으로 만든 전기차 모터 제작사도 주목받고 있다.

독일 비킴 사는 희토류(네오드뮴) 대신 철가루를 사용하는 자석으로 만든 전기차 모터를 제작해 5개 자동차회사와 저가전기차 프로젝트용으로 시험중이다. (사진=비킴)

전기차 강국 중국이 전세계 희토류 채굴과 가공까지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전통적 자동차 강자들은 전기차 제조시 희토류 사용을 줄이기를 원한다. 철가루를 이용한 자석의 강도는 통상 희토류 자석의 10분의 1에 불과했다. 하지만 독일 호덴하겐에 본사를 둔 비킴(Veekim)이란 회사는 희토류(네오드뮴) 대신 철가루를 이용한 자석으로 전기 모터를 개발했다. 현재 이 모터는 5개 자동차 제조업체와 공급업체에서 저렴한 전기차 프로젝트용으로 테스트되고 있다.

비킴은 더 저렴한 페라이트와 3D 프린팅한 구리 배선이 포함된 저비용 공정을 통해 전기 차 가격을 20%까지 낮출 수 있다고 말한다. 모터는 500유로(약 70만 원) 이상의 비용이 들 수 있다.

전기차 가격을 내리는 데 도움을 주는 비용 절감을 추구하는 회사는 스타트업만이 아니다.

NXP의 차량용 텔레매틱스 기판(T보드). (사진=NXP)

네덜란드 반도체 회사 NXP는 전기차 전자 제어 장치(ECU)의 양을 줄이기 위해 자동차 제조업체들과 협력하고 있다. 이 회사 앨런 맥커슬린 차량 제어 및 전기화 담당 이사는 이것이 200~300개 사이가 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전기차 개발 시간을 절반으로 줄여줄 지멘스의 디지털 트윈 SW. (사진=지멘스)

독일 지멘스는 전기차 개발 시간을 절반으로 줄여줄 디지털 트윈 SW 시뮬레이션(엑셀러레이터(Xcelerator)을 개발했다.

미국의 아워넥스트에너지(ONE)는 저렴한 LFP배터리를 이용해 동일한 주행거리를 절반 가격에 갈 수 있는 배터리 팩 ‘아레스’(위)와 더 긴 주행거리를 제공하면서 가격은 절반으로 낮춘 배터리팩 ‘제미니’를 개발중이다. (사진=ONE)

미국의 아워넥스트에너지(ONE)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에게 2종의 저가 고효율 배터리 팩을 제시하고 있다. 이 회사는 기존 배터리의 절반 가격에 동일한 주행거리를 제공할 저렴한 LFP 기술을 적용한 ‘아레스(Ares)’ 배터리 팩, 그리고 BMW를 포함한 고급차 고객들을 위해 광범위한 주행거리를 제공하면서 현재 평균 kWh당 배터리 용량 가격의 절반에 불과한 kWh당 75달러에 불과한 ‘제미니’ 팩을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BMW 벤처 자회사의 투자를 받았다.

공급업체들은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생산 비용도 절감하는 저렴한 부품을 특히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스타트업 아디오닉스(Addionics)는 구리를 60% 적게 사용하는 것을 포함해 훨씬 적은 재료를 사용하고, 빛에 비춰봤을 때 순수 실크 스카프처럼 보이는 구리 및 알루미늄으로 된 다공성 3차원 전극 배터리 소재를 개발했다. (사진=아디오닉스)
이스라엘 스타트업 아디오닉스는 기존 방식과 다른 다공성 3D 알루미늄 전극 배터리 소재를 개발해 효율을 높였다. (사진=아디오닉스)

이스라엘 스타트업 아디오닉스(Addionics)는 구리를 60% 적게 사용하는 것을 포함해 훨씬 적은 재료를 사용하고, 빛에 비춰봤을 때 순수 실크 스카프처럼 보이는 구리 및 알루미늄으로 된 다공성 3차원(3D) 전극 배터리 소재를 개발했다. 모시엘 비톤 CEO는 “이러한 전극은 더 빠른 충전을 제공하고 전기차 주행거리를 30%까지 끌어올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오늘날 자동차 제조업체들로부터 들는 말은 ‘우리는 더 긴 주행거리를 필요로 하지 않고, 더 낮은 비용을 원한다’는 것이다”라며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kWh당 최대 7.50달러(약 1`만원)의 절감 예상 효과에 더 관심을 갖는다”고 밝혔다.

전기차 도입 급상승세

한편 국제 에너지 기구(IEA)는 2023년 연간 글로벌 전기 자동차 전망에서 2022년 전 세계 전기 자동차(EV) 판매가 55% 급증했다고 발표했으며, 2023년에는 35%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2030년까지 전기 자동차가 하루에 최소 500만 배럴의 석유를 필요로 하지 않게 될 것으로 추정하면서 특히 석유에 대한 전기 자동차의 혁신적인 영향을 강조하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2년 전기차 글로벌 판매량은 중국, 유럽, 미국에 주목할 만한 집중도를 보이며 1000만 대를 돌파했다. 중국은 지난해 60%의 점유율로 세계 전기차 시장을 선도했고, 유럽과 미국은 같은 해 각각 15%와 55%의 판매 증가를 자랑하며 상당한 성장을 경험했다.

게다가, 그 보고서는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의 전기차 판매 확대의 고무적인 징후를 강조합니다. 지난 해, 인도와 인도네시아의 전기차 판매는 3배 이상 증가했고, 태국의 경우는 2배 이상 증가했다.

전체 차량 판매에서 전기차의 비율은 태국에서 3%, 인도와 인도네시아에서 1.5%로 증가했다. 적절한 정책과 민간 부문의 투자 증가가 향후 몇 년 동안 이러한 비율을 더욱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됐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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