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는 죽지 않았다···4가지 이유와 2가지 과제

마크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을 ‘메타’로 개명할 정도로 열성을 보이며 투자했던 메타버스는 아직 죽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메타버스가 “물리적 세계와 디지털 세계 사이의 새로운 상호 작용에 관한 것”이며 그렇기에 메타버스의 정의와 사용 사례는 “모든 것을 어디서든 한 번에”라는 개념을 넘어 새롭게 재구성되고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메타버스를 반드시 가상현실(VR) 같은 가상 세계라는 맥락 안에서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사진=메타)

‘메타버스는 물리-디지털 세계 간 새로운 상호작용을 하며 아직 죽지 않았다.’

메타버스가 등장하면서 지금까지 공상과학(SF)에만 존재했던 흥미로운 개념, 즉 우리가 원하는 곳에 누구나 있을 수 있는 가상 세계를 제공했다. 이제 우리는 웨어러블 기기를 가지고 그안에서 돌아다니며 디지털 그래픽, 3D 및 기타 대화형 기능으로 중첩되고 향상된 영역에서 상호 작용할 수 있게 됐다. 말 그대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없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이러한 메타버스에 대한 흥분은 2022년말 등장한 생성형 AI에 의해 거의 즉시 고꾸라졌다.

메타버스가 이처럼 즉각적으로 소멸된 이유, 그리고 그럼에도 아직 죽지않았다는 전문가의 진단과 이들이 지적하는 과제가 궁금해진다.

메타버스의 소멸 이유와 관련해서 주목할 만한 것은 마티 레스닉 가트너 분석가의 분석이다. 그는 “사람들은 한 번에 한 가지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생성 AI는 너무 빛났고 너무나도 큰 파괴력을 가진 것이었기에 그것이 초점이 됐다. 단기적으로 메타버스는 약간 실망스러운 것처럼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메타버스가 단순히 ‘한창때가 지난 것’이 아니라 “죽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를 포함한 전문가들은 메타버스가 죽은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메타버스의 정의와 사용 사례는 “모든 것을 어디서든 한 번에”라는 개념을 넘어 새롭게 재구성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레스닉은 “메타버스를 가상현실(VR)과 같은 이 가상 세계라는 맥락 안에서만 생각하는 것을 멈추라”고 충고한다. 그는 메타버스가 “물리적 세계와 디지털 세계 사이의 새로운 상호 작용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벤처비트가 최근 가트너와 딜로이트의 두 전문가 조언을 통해 메타버스가 아직 죽지 않았다는 이유와 과제를 꼽았다. 이는 마크 저커버그가 코로나19 팬데믹 시절에 기를 쓰고 엄청난 돈을 투입하면서 메타버스에 투자한 것에 대해 섣불리 실패라고 평가내리기 어렵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메타버스가 죽지 않았으며 잠재력이 있다고 보는 4가지 이유로는 ▲메타버스의 가장 큰 기회가 가상세계보다 물리적 세계에 있다는 점 ▲엔터프라이즈 메타버스의 등장 ▲산업 메타버스의 구체화 ▲메타버스와 생성형 AI의 상호 보완성이 꼽혔다. 2가지 과제는 ▲기술력과 사회적 수용성 ▲현실적인 명확한 조직내 전략 수립이었다.

마티 레스틱 가트너 분석가와 빌 브릭스 딜로이트 최고기술책임자(CTO)의 메타버스에 대한 시각과 분석을 통해 메타버스의 잠재력과 과제를 살펴본다.

메타버스의 잠재력에 기대를 걸 만한 4가지 이유

메타버스가 죽었다고 하기엔 아직 가능성이 많다. 올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지멘스의 산업용 엑셀러레이터 SW 포트폴리오와 소니의 새로운 공간콘텐츠 창작시스템의 결합 결과를 보여주는 사진. (사진=지멘스)

>메타버스의 가장 큰 기회는 물리적 세계에 있다

메타버스가 죽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로 꼽히는 것은 그것이 가상세계에만 국한되는 기술이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다른 빅테크들에 앞서 가상세계에 대한 높은 야망과 자신감을 반영하면서 ‘페이스북’에서 이름을 바꾼 ‘메타’는 메타버스 투자에서 470억 달러(약 63조 원)의 손실을 입었을 수 있다. 하지만 사실 2022년 480억 달러(약 64조원)였던 메타버스 경제는 2030년까지 4000억 달러(약 535조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 기술은 2020년대말까지 최대 5조 달러(약 6686조원)의 경제적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

일각에서는 2월 2일 출시될 애플 비전 프로(1.0 버전)가 생성형 AI에 의해 지배된 지 1년 만에 메타버스에 대한 열정을 되살릴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을 정도다.

전문가들은 좀더 나아가 “순수 VR은 사용자들이 실제 규칙이 없는 세계에 몰입하지만 메타버스는 이와 달리 증강현실(AR)과 확장현실(XR)을 통해 점점 더 물리적 세계의 일부가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레스닉 가트너 분석가는 “메타버스의 가장 큰 기회는 디지털 세계와 대조적으로 물리적 세계에 있다”고 강조했다. 궁극적으로, 메타버스는 하나 또는 다른 것이 아니라 각각이 자신의 자리를 가지게 되리라는 것이다. 그는 “우리는 특정한 경험을 위해 가상세계로 들어갈 것이고, 가상 세계는 특정한 경험을 위해 물리적인 세계로 올 것이다”라고 예측했다.

>엔터프라이즈 메타버스의 등장이 주는 가능성

엔터프라이즈 메타버스의 활용은 메타버스가 죽지않았음을 보여주는 또다른 사례가 될 것이다. 덴마크 건축 스튜디오 빅이 만든 메타버스. (사진=BIG)

둘째로 기업들이 메타버스를 활용하면 유용한 도구가 된다는 점은 메타버스의 가능성을 유지시켜 주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기업들에 있어 미래의 메타버스는 증강 업무 학습과 개발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용자들은 가상 사무실을 통해 상호 작용하고 협력적인 디지털온보딩(디지털 교육)에 참여할 수 있다. 거대 금융회사인 JP모건과 씨티은행같은 곳이 이미 이러한 유형의 가상 온보딩 및 인턴십을 시작했다. 레스닉 분석가는 “새로운 직원 집단은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협력하고, 매우 빠르게 연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기업들은 이러한 몰입형 공간에서 괴롭힘과 인종차별과 같은 주제를 일반적인 교육비디오처럼 딱딱하고 대본에 의한 것으로 느껴지지 않는 방식으로 제시할 수 있다. 이는 기존의 교육 자료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고 더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빌 브릭스 딜로이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이는)수동적으로 정보를 받거나 배웠다기보다는 실제로 배운 경험처럼 느껴진다. 이에 따른 유지력과 회상력이 더 높다”고 말했다.

>산업 메타버스의 구체화···물리적인 것과 디지털을 원활히 결합

메타버스는 산업 환경에서도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현장의 물리적인 것과 디지털을 원활히 결합하기 때문이다. (사진=지멘스)

셋째로 메타버스는 산업 환경에서도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현장의 물리적인 것과 디지털을 원활히 결합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사람들이 제조 시스템을 설계, 구축 및 최적화하기 위해 기계와 상호 작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센서, 인공지능(AI), 혼합현실(XR), 가상현실(VR) 및 디지털 트윈 기술은 운영, 창고 및 물류에서 시뮬레이션 및 실제 세계 증강 기능을 제공할 수 있다.

브릭스 딜로이트 CTO는 예를 들어 “기업들은 재고의 흐름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 잠재적인 기계 수리에 어떻게 접근할 수 있을까?”라고 물으면서 “작업자는 공간 데이터와 디지털 중첩을 통해 ‘실시간 데이터, 실세계 제어’와 통합된 수많은 시스템의 정보를 볼 수 있다. 그런 다음 작업자들은 생산 흐름을 미세 조정하고 수백 또는 수천 개의 시나리오를 실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들은 제품과 산업의 미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메타버스는 인간 노동자들의 능력을 증강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관리자가 대화형 장치를 통해 현장의 특정 직원이 보고 있는 것을 함께 볼 수 있다면 그에게 우선 작업 순위를 제공할 수 있다. 또는 비싸고 위험하며 복제하기 어려운 장비의 가상 버전에서 교육을 진행할 수 있다.

브릭스는 “메타버스의 전통적인 아이디어는 소집하고, 소통하고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아바타가 있는 이 현실과의 이혼이었다”면서 “하지만 산업용 메타버스는 물리적인 것과 디지털을 원활하게 혼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것은 시간과 공간을 축소하는 능력이, 이는 신나는 일이다”라고 덧붙였다.

>메타버스와 생성형 AI 간의 상호 보완

메타버스가 유망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는 이것이 생성형 AI와 상호보완하면서 다양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진=Theorem)

생성형 AI가 적어도 일시적으로 메타버스를 세계 무대에서 밀어냈을 수 있지만, 앞으로 둘은 필연적으로 서로를 향상시켜 앞으로 나아가게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생성형 AI는 3D 구성 요소를 포함한 디지털 자산을 만들고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레즈닉 가트너 분석가는 “나는 그들을 따로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매우 잘 협력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두 기술의 조합이 넥스트 빅씽을 촉진할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생성형 AI와 메타버스가 협력해 ‘누구나 만들고 경험할 수 있는 더 많은 초개인화 환경을 가능케 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민주화 일부분이다”라고 말했다.

메타버스의 2가지 과제···기술력과 사회적 수용성, 그리고 명확한 전략 방향

>기술력과 사회적 수용성

메타버스가 진정한 잠재력에 도달하기 전에 극복해야 할 당면한 중요한 과제는 기술력과 사회적 수용성이다. 애플의 비전프로는 그 뛰어난 성능으로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을 일깨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것을 쓰고 돌아다니는 게 창피하게 느껴진다면 커다란 사회적 수용성을 갖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사진=애플)

그럼에도 메타버스가 진정한 잠재력에 도달하기 전에 극복해야 할 중요한 과제가 있다.

우선 메타버스를 시도해보려는 초보자를 위한 VR 및 공간 컴퓨팅 기술이 아직 (확실하게)존재하지 않는다.

레스닉은 “사용자들에게는 큰 사이버펑크 안경과 대조적인 매일 착용하는 일반적인 안경과 같은 헤드웨어와 디스플레이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CES2024에서는 다양한 헤드셋이 등장해 이같은 우려를 다소나마 씻어 줬다.)

그는 사회적 동의는 메타버스에 매우 중요하며 적절한 하드웨어를 통해 실현될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만약 사람들이 그것을 착용하는 것이 창피하다면 그것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빌 브릭스 딜로이트 CTO도 “당신의 얼굴에 컴퓨터를 묶고 걸어 다니는 생각은 아주 매력적이지 않다”고 동의한다.

마찬가지로 사용자들은 실제처럼 보이고 느껴지는 무언가와 상호작용하기를 원한다. 따라서 그래픽과 중첩은 응답성이 뛰어나고 정확해야 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범용 장면 설명(USD Universal Scene Description)이 가상 세계를 구축하기 위한 도구를 표준화하고 민주화하는 과정에 있긴 하지만 이는 아직 채택 초기 단계라고 말한다.

브릭스 CTO는 “이러한 디지털 콘텐츠의 부족은 연결성, 장치, 센서 및 그린필드 대 브라운필드 개조 문제보다 더 큰 도전 과제라고 주장했다. (브라운필드 부지는 이전에 건설된 사용하지 않는 공장, 낡은 사무실 건물, 또는 작업장이 있었던 토지를, 그린필드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토지를 가리킨다.)

그는 “메타버스는 대부분의 기업과 산업에서 존재하지 않는 사진처럼 현실감있고 물리학 기반의 제품, 장비, 설비 및 운영 프로세스의 렌더링이 필요하다”며 “공간 컴퓨팅 요구하는 것은 이같은 디지털 콘텐츠를 만드는 방법의 차이다”라고 말했다.

>지금까지의 작업방식 재상상....명확한 전략 수립

브릭스 딜로이트 CTO는 조직의 메타버스 도입시 유의해야 할 점과 과제로 지금까지 해온 방식을 다시한번 생각해 보고 명확한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메타버스, AI 및 기타 진화하는 최첨단 기술에 관한 한 큰 야망과 상상력이 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브릭스 CTO는 조직이 SF의 아이디어를 극복하고 명확한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많은 돈과 시간을 소비하고 가시적인 영향과 결과를 얻지 못할 정도로 모호해지지 않고 열정을 활용하는 섬세한 균형이 필요하다. 기업은 열망을 실제적이고 의미 있는 문제 상태 개선과 잠재적 개선으로 결속시켜야 한다. 조직들은 사용 사례와 결과를 식별함으로써 프로세스를 근본적으로 재구성하고 독창성과 창의성을 촉진할 수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기존의 기존 방식을 단순히 복제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기술을 이용해 비효율적인 프로세스를 구현하면 비효율성을 무기화한 것일 뿐이다”라고 경고했다.

궁극적으로 그는 메타버스, 생성형 AI 및 기타 기술들이 혁명이라기보다는 진화하는 방식으로 움직이며, (비록 개별 영역에서 상당한 기술적 혁신이 있음에도)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예측 가능한 경로로 움직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브릭스는 결국 “이러한 서로 다른 기술 발전과 힘들 사이의 충돌은 가장 흥미로운 모든 사용 사례가 발생하는 곳이다”라면서 “어떤 하나의 기술도 어떤 이야기의 영웅이 아니다. 이를 염두에 두고 우리가 항상 세상에 대해 생각했고 일해 왔던 방식에 얽매이지 않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라고 충고했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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