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칼날, 실리콘밸리 최대 위기… '중국 의존' 애플이 가장 아프다

[AI요약] 트럼프 대통령의 혼돈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미국 내 빅테크 기업들의 손실이 가중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센 여론을 의식하면서 90일간 상호관세 유예를 결정했지만, 중국관세는 오히려 125%까지 인상하면서 중국 공급망에 의지하고 있는 애플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미국 내 빅테크 기업들의 손실이 가중되고 있다. (이미지=CNN뉴스 갈무리)

2024년 말, 실리콘밸리 거물들은 트럼프 재집권에 환호했다. 일론 머스크는 선거 유세에 직접 나섰고, 마크 저커버그와 제프 베조스는 취임식 최전방 좌석에 앉았다. 팀 쿡은 트럼프 타워를 수차례 방문했다. 이들은 '친기업 정권'이 빅테크의 황금기를 가져올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2025년 4월, 그 믿음은 산산조각 났다. 트럼프의 '상호관세 폭탄'은 실리콘밸리를 가장 먼저 강타했다.

2565조원이 증발한 100일

트럼프 취임 후 100여 일간, 빅테크 주요 기업들의 시가총액 손실은 충격적이다. 애플, 메타, 아마존, 테슬라, 엔비디아,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등 7개 대형 기술주의 기업가치가 누적 약 1조 8천억 달러(약 2,565조원) 증발했다.

개인 자산 피해도 막대하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머스크의 순자산은 2025년 초 이후 1,430억 달러(약 204조원) 감소했다. 테슬라 주가는 연초 대비 35% 이상 급락했다. 정부 효율부(DOGE) 수장으로 활동하며 논란을 일으킨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저커버그의 자산은 265억 달러(약 37조 8천억원), 베조스는 472억 달러(약 67조 3천억원) 줄었다. 메타와 아마존의 주가도 각각 연초 대비 2.25%, 13% 하락했다.

트럼프 관세 정책의 핵심 표적은 명확하다. 바로 빅테크 기업들이 수십 년간 공들여 구축한 '아시아 중심 글로벌 공급망'이다.

4월 3일 발표된 상호관세는 중국 34%, 베트남 46%, 인도 27%, 말레이시아 24% 등 아시아 제조 국가들에 집중됐다. 여기에 기존 중국 관세 20%가 더해지면서 중국산 제품에는 총 54%의 관세가 부과됐다.

문제는 애플, 아마존, 테슬라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여전히 부품 조달과 최종 조립을 아시아 지역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는 점이다.

애플의 딜레마: 아이폰 80%가 중국산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기업은 애플이다. 지난 10여 년간 팀 쿡 CEO가 공들여 만든 '중국 중심 공급망'이 이제는 최대 약점이 됐다.

리서치 기업 옴디아와 테크인사이트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으로 수출된 아이폰 7,700만 대 중 약 80%가 중국 공장에서 생산됐다. 나머지 물량도 인도(27% 관세)와 베트남(46% 관세) 공장에서 나왔다.

더 심각한 건 부품이다. 아이폰 16 프로의 핵심 부품들은 대부분 한국(삼성·LG디스플레이), 대만(TSMC 칩), 일본(카메라·메모리) 등 동아시아에서 조달된다. 이들 부품이 중국 폭스콘 공장으로 모여 최종 조립된 뒤 미국으로 수출되는 구조다.

현재 아이폰 16 프로(판매가 1,099달러)의 부품·조립 원가는 약 550달러다. 여기에 54% 중국 관세가 적용되면 원가는 850달러로 치솟는다. 애플이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마진이 절반 가까이 증발하고, 가격을 올리면 시장 점유율 하락이 불가피하다.

90일 유예, 그러나 중국만 예외

트럼프는 여론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자 4월 9일 90일간 대부분 국가에 대한 상호관세를 유예했다. 하지만 중국에 대해서는 오히려 관세율을 104%에서 125%로 인상했다. 중국도 미국산 수입품에 125% 보복 관세로 맞섰다.

이는 애플에게 최악의 시나리오다. 인도나 베트남으로 생산을 일부 옮길 수 있어도, 당장 중국 공장을 대체할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웨드부시 증권의 댄 아이브스 분석가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기술 업계의 아마겟돈"이라며 "지난 25년간 기술주를 다루면서 현재만큼 투자 환경이 어려운 적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모펫네이선슨의 크레이그 모펫 수석 분석가도 "중국 관세가 완화되거나 애플에 특별 면제가 적용된다고 가정해도, 10% 관세만으로도 애플은 엄청난 난관"이라고 강조했다.

스위스 UBS의 최근 보고서는 더 충격적인 전망을 내놨다. 보고서는 "장기적인 상호관세와 그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면 기술 기업들의 수익이 최대 25%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지난 3년간 생성형 AI 붐으로 빅테크가 누려온 '슈퍼 사이클'과 극명히 대비된다. 2023~2024년 엔비디아는 매 분기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고, 메타와 구글은 AI 광고 혁명으로 주가가 급등했다. 그러나 관세 전쟁은 이 모든 성장 시나리오를 뒤흔들고 있다.

트럼프 1기 때는 통했다… 이번은?

애플에겐 한 가지 희망이 있다. 바로 '팀 쿡의 트럼프 설득 능력'이다.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트럼프는 중국산 수입품에 일괄 10% 관세를 추진했다. 당시 쿡 CEO는 트럼프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아이폰 가격 인상은 미국 소비자를 직격탄 맞게 하고, 삼성전자 같은 경쟁사만 이롭게 한다"는 논리로 설득했다. 결국 아이폰은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2025년 상황은 다르다. 트럼프는 "미국 제조업 부활"을 재선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고, 중국과의 '전면 대결' 구도를 선택했다. 특정 기업에 예외를 주기 어려운 정치적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게다가 아이폰 생산을 미국으로 옮기는 것도 비현실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에서 대당 30달러 수준인 조립 비용은 미국에선 10배로 치솟는다"며 "디스플레이부터 저장장치까지 미국에서 생산하면 원가가 엄청나게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다른 빅테크도 안전지대 없다

애플만 타격을 받는 게 아니다. 아마존은 중국산 물류·전자제품 판매 의존도가 높고, 메타는 VR 헤드셋 '메타 퀘스트'를 중국에서 생산한다. 테슬라는 상하이 기가팩토리가 전체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한다.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 구글도 AI 서버용 반도체와 클라우드 하드웨어를 아시아에서 조달받는다. 관세가 장기화되면 AI 인프라 구축 비용이 급증해 '생성형 AI 혁명'의 속도가 둔화될 수 있다.

아이러니한 점은, 빅테크 CEO들이 트럼프 지지에 적극 나섰다는 사실이다. 머스크는 정부 효율부 수장까지 맡았고, 저커버그는 트럼프 복귀를 환영하는 공개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 베조스가 소유한 워싱턴포스트는 대선 기간 트럼프 비판 논조를 완화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친구도 적도 없다. 오직 미국의 이익만 있을 뿐"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빅테크 CEO들의 헌금과 지지는 관세 면제로 이어지지 않았다.

실리콘밸리 일각에선 "트럼프가 최측근인 머스크조차 구제하지 않는데, 다른 기업이 특혜를 기대하는 건 망상"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 기업엔 기회?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번 관세 전쟁이 한국 기업들에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베트남 생산 비중이 높고, 스마트폰 조립 공장을 인도로 확대 중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한국 본사 공장에서 생산해 직접 미국에 수출한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가격 인상 압박을 받는 동안, 삼성은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며 "다만 미국이 한국에도 추가 관세 압박을 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는 지금 구명보트 없이 폭풍우 속을 표류하고 있다. 트럼프는 90일 유예 기간을 줬지만, 중국에 대한 125% 관세는 그대로다. 협상 테이블은 열렸지만, 합의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빅테크 기업들은 이제 세 가지 선택지 앞에 서 있다. 첫째, 가격 인상을 감수하고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한다. 둘째, 마진 축소를 받아들이고 주주 이익을 희생한다. 셋째, 수년간 공들인 공급망을 포기하고 미국·멕시코·동남아로 급속히 이전한다.

어느 선택도 쉽지 않다. 그리고 그 피해는 결국 미국 소비자와 투자자, 그리고 빅테크 직원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트럼프가 '미국 우선주의'라는 깃발 아래 휘두른 관세 칼날은,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의 가장 혁신적인 기업들을 베고 있다.

중국 공급망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애플은 더 큰 타격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지=CNN뉴스 갈무리)

류정민 기자

znryu@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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