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남쪽 이어도 해역의 바닷물이 지구 평균보다 2배 이상 빠른 속도로 뜨거워지고 있다는 사실이 20년치 현장 관측 데이터로 처음 확인됐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정진용 박사 연구팀은 국립해양조사원과 공동으로, 이어도 해양과학기지에서 2004년부터 20년간 축적한 해양·기상 관측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11일 공개했다. 연구팀은 방대한 원시 데이터의 오류를 걸러내고 1시간 단위 평균값을 산출해 신뢰도 높은 데이터셋을 완성했으며, 이를 전 세계 연구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개했다.
분석 결과, 이어도 주변 해역의 평균 표층 수온은 지난 20년간 1.1도 상승했다. 같은 기간 극지를 제외한 전 세계 바다의 평균 수온 상승폭이 0.48도였던 것과 비교하면 2배를 훌쩍 넘는 수치다. KIOST에 따르면 올해 5월 이 해역의 평균 수온은 17.0도를 기록해 20년치 5월 평균인 15.0도를 2도나 웃돌았고, 기온 역시 19.1도로 관측 이래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어도 해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립수산과학원이 발표한 '2025 해양수산분야 기후변화 영향 브리핑 북'에 따르면, 최근 57년간(1968~2024년) 한국 전체 해역의 평균 표층 수온은 1.58도 상승해 전 지구 평균(0.74도)의 두 배 이상 빠른 속도를 보였다. 특히 동해 수온 상승폭은 2.04도로 전국 해역 중 가장 컸다.
이 같은 급격한 온난화는 수산업 현장을 직격하고 있다. 2024년에는 9월 말까지 이어진 고수온(해양열파) 현상으로 양식생물 피해액이 1430억 원에 달해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12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연근해 어업 생산량도 1980년대 연평균 151만 톤에서 2024년 84.1만 톤으로 44% 넘게 줄었으며, 기후변화가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2100년까지 주요 양식 밀집 해역의 수온이 4~5도 더 오를 것이라는 정부 전망(고탄소 배출 유지 시나리오 기준)도 나온 상태다.
비슷한 위기가 지구 반대편에서도 포착되고 있다. 유럽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에 따르면, 지중해는 2023년부터 3년 연속으로 해역 전체가 '강한 단계' 이상의 해양열파를 경험했다. 2025년 지중해 연평균 표층 수온은 21.35도로 역대 두 번째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2022년 기록적인 해양열파로 어류 대량 폐사와 홍합 양식장 질병 확산 등 생태계 피해가 잇따랐다. 반밀폐된 해역일수록 수온 상승 속도가 빠르다는 패턴이 한반도 주변 해역과 지중해 모두에서 확인되고 있는 셈이다.
위성 사진이나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는 넓은 바다의 전체 모습을 파악하기는 쉽지만, 수온이 실제로 어떻게 변하는지를 정밀하게 추적하기는 어렵다. KIOST 해양재난연구부 김고운 박사는 "이어도 기지에서 20년간 현장에서 직접 쌓아온 데이터이기에 가능한 발견"이라며 "이번 결과는 지속적인 현장 관측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증명한다"고 밝혔다.
마라도에서 서남쪽으로 약 149km 해상에 자리한 이어도 기지는 2003년 완공된 국내 최초의 해양관측 시설로, 한반도에 상륙하는 태풍의 60%가 지나는 길목에 위치해 태풍이 상륙하기 8~12시간 전부터 직접 관측이 가능한 전략적 거점이기도 하다. 정진용 박사는 "이번 데이터 공개를 통해 전 세계 연구자들이 이어도 주변 해역의 기후변화 연구에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앞으로도 기후변화 감시와 해양 재난 예측 연구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해양수산부 '관할해역 첨단 해양과학기지 구축 및 융합연구' 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국제 학술지 네이처의 자매지이자 빅데이터 전문 저널인 '사이언티픽 데이터'에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