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스마트폰 두뇌의 90% 이상을 설계해온 반도체 설계 자산(IP) 전문 기업 암(Arm)이 라이선스 공급업체에서 직접 칩을 생산하는 제조사로의 역사적 전환을 선언했다. 암은 24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행사에서 AI 데이터센터의 추론 작업을 최적화하기 위해 제작된 자체 CPU ‘암 AGI CPU’를 전격 공개하며 35년 금기를 깼다.
이번에 공개된 칩은 암의 최신 설계 기술인 네오버스(Neoverse) IP를 기반으로 제작되었으며, 메타(Meta)가 첫 번째 고객으로 참여해 자사의 AI 가속기와 연동할 계획이다. 암은 메타 외에도 오픈AI, 클라우드플레어 등 빅테크 기업들을 출시 파트너로 대거 확보하며 시장 진입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는 그간 엔비디아나 애플 같은 파트너사들에 설계도만 제공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이제는 이들과 시장에서 직접 경쟁하는 플레이어로 나섰음을 의미한다.
암은 AI 시대의 핵심 동력으로 주목받는 GPU 못지않게 CPU의 역할이 중요해졌다는 점을 이번 자체 칩 생산의 배경으로 꼽았다. 암 측은 CPU가 현대 인프라의 속도를 조절하고 분산된 AI 시스템을 대규모로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페이싱 엘리먼트(pacing element)’가 되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인텔과 AMD의 공급 부족 사태로 CPU 수급이 어려워지고 가격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암의 직접 생산 진출은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들에게 새로운 대안이 될 전망이다.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이 대주주로 있는 암의 이 같은 행보는 반도체 업계의 기존 생태계를 뒤흔들 것으로 보인다. 설계 자산을 빌려 쓰던 고객사들이 하루아침에 강력한 경쟁자를 마주하게 된 셈이기 때문이다. 자체 실리콘 제작을 통해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려는 암의 승부수가 엔비디아와 인텔이 장악하고 있는 데이터센터 시장 판도에 어떤 균열을 낼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