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스터 샷' 논의에도 여행테크 스타트업 잠재 가치에 베팅하는 투자자들

코로나19로 여행 시장이 얼어붙었다. 그러던 것이 요즘 여행 업계의 분위기가 밝아지고 있다. 백신 접종과 함께 국내 여행 수요가 살아나고 있는 것인데, 미국의 경우 아직 부스터 샷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음에도 미국내 여행이 살아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인공지능(AI) 기반 예측으로 항공편, 호텔 예약 시장에서 주목 받고 있는 스타트업 '호퍼(Hopper)'가 F 라운드에서 1억 7500만 달러(약 2050억원) 투자를 받았다. 이로써 이 회사의 기업 가치는 35억 달러(약 4조 1000억원)가 되었다. 이번 F 라운드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이유로 백신 접종 후 북미 지역 내 여행 수요가 급증한 것을 꼽는다.

호퍼의 앱은 호텔, 항공 예약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분야는 경쟁이 치열하다. 익스피디아, 부킹닷컴, 호텔스닷컴 등 이미 터를 잘 잡은 기업들이 많다. 그런데도 호퍼가 성공적인 투자 라운드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기술이 남달라서다.

AI 기반 예측이 차별화에 성공

호퍼는 AI 기술로 항공편 및 호텔 가격을 예측하고, 이를 기반으로 사용자에게 최적의 예약 시간을 안내한다. 특히 항공편 가격은 최대 1년 앞을 내다보고 예측을 한다. 이를 위해 항공편 수요 동향, 제트 연료 가격 변화 같은 여러 데이터를 참조한다. 호퍼의 주장에 따르면 95%의 정확도로 1년 후 항공권 가격을 예측한다.

호퍼가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는 AI 기반 사용자 의도 예측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호퍼는 선호도를 기준으로 사용자를 프로파일링한다. 이외에도 사용자 관련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한다. 여러 데이터를 활용해 AI 기반으로 사용자의 의도를 예측한다. 그리고 앱 알림을 통해 사용자에게 다양한 제안을 한다. 푸시 알림을 보고 추전 상품을 구매하는 비율은 매우 높다. 호퍼에 따르면 전환율이 25%나 된다. AI 기반 예측이 통한다는 소리다. 호퍼는 전환율과 고객 만족을 높이기 위해 예측 알고리즘을 지속해서 개선 중이다.

호퍼가 내세우는 차별점은 항공권 가격과 사용자 의도 두 가지 예측 엔진이다. 이를 통해 이미 시장은 선점하고 있는 여러 경쟁자와 다른 식으로 사용자 기반을 넓혀 가고 있다. 기존 경쟁 방식은 주로 최저가를 앞세워 검색 노출을 늘리는 식이다. 호퍼는 여행업계의 넷플릭스다.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데이터 세트로 활용하는 AI 기반 예측 모델로 사용자가 찾기 전에 먼저 추천을 한다.

호퍼 본사 사무실 전경

호퍼 클라우드, B2B 사업 진출로 기업가치 UP

호퍼가 높은 기업 가치를 인정받는 이유는 또 있다. 비즈니스 모델이다.

호퍼는 앱을 통해 B2C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호퍼 클라우드라는 B2B 사업도 한다. B2B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은 여행 관련 핀테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호퍼 클라우드는 API를 통해 항공사, 여행사, 카드사 등에 여행 예약 관련 핀테크 서비스를 제공한다.

호퍼 클라우드를 이용하는 기업인 가격 예측, 가격 동결, 가격 하락 보장, 여행 보험 같은 핀테크 서비스를 API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다. 호퍼 클라우드의 첫 번째 B2B 고객은 캐피탈 원이다. 캐피탈 원은 호퍼의 F 라운드 투자를 이끈 기업인 동시에 첫 B2B 고객이다. 캐피탈원은 호퍼 클라우드를 이용해 자사 카드 사용자를 위한 여행 예약 서비스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AI로 확실한 차별점을 만들고 코로나19로 여행업 전반이 부진의 늪에 빠졌을 때 B2B 여행 핀테크 플랫폼을 개발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마련한 호퍼의 선택이 과연 시장에서 통할까? 여행 테크 스타트업들에 좋은 본보기기 될지 무모한 사업 확장의 사례가 될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박창선 기자

july7sun@tech42.co.kr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저작권자 © Tech42 - Tech Journalism by AI 테크42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기사

[현장] 스타트업을 ‘고르는’ AC에서 ‘만드는’ AC로…벤처스튜디오 제도화 시험대

창업자를 발굴해 투자하고 성장시키던 창업기획자(액셀러레이터·AC)가 이제는 회사가 만들어지기 전 단계로 역할을 넓히고 있다. 이미 설립된 스타트업을 골라 투자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아이디어를 발굴해 시장성을 검증하고 창업자를 찾아 법인을 함께 세운 뒤 초기 경영까지 관여하는 ‘벤처스튜디오(Venture Studio)’ 모델이다. 자본뿐 아니라 인력과 기술, 지식재산권(IP), 법무·재무·채용 등 창업에 필요한 기능을 조직 내부에서 함께 제공한다는 점에서 기존 액셀러레이팅과 구별된다.

한국 생성형 AI 사용률 40.6%…세계 12위로 네 계단 상승

한국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사용이 빠르게 늘고 있다. 올해 2분기 한국의 AI 사용자 비중은 40.6%를 기록하며 세계 12위까지 올라섰다. 1분기보다 3.5%포인트 증가한 수치로, 한국은 세 분기 연속 주요 경제권 가운데 가장 큰 상승 폭을 나타냈다.

대화창 밖으로 나오자 사고가 시작됐다…오픈AI·메타가 연 ‘AI 에이전트 시대’의 명암

AI가 틀린 답을 내놓는 것과 AI가 직접 잘못된 행동을 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생성형 AI의 대표적인 위험이 사실과 다른 정보를 만들어내는 ‘환각(Hallucination)’이었다면, 외부 서비스를 직접 이용하는 AI 에이전트는 오류의 결과를 현실의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 그 위험이 최근 잇따라 현실로 드러났다.

월 100만원짜리 '살빼는 주사'의 두 얼굴… 비만치료제 시장의 명과 암

2026년 1분기,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일어난 일은 예상 밖이었다. 마운자로(Mounjaro)의 매출은 3,232억 원. 같은 시기 위고비(Wegovy)는 1,040억 원에 그쳤다. 세 배가 넘는 격차다. 2025년 8월 출시된 마운자로는 단 8개월 만에 누적 매출 5,400억 원을 돌파하며 주사형 비만치료제 시장 점유율 78%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