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가 녹았다"… 폭염에 무너지는 AI 제국, 3조 달러 재앙의 서막

  • 40도 넘자 구글도 멈췄다… 데이터센터, 기후변화 최전선에 서다
  • 냉각비만 연 22% 폭증, 보험사 "악천후가 최대 손실 원인"
출근길 스마트폰 화면이 하얗게 변했다. 메일도, 캘린더도, 메신저도 모두 먹통이다.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봤지만 자동응답만 무한 반복된다.
극심한 열기에 대규모 IT 인프라가 뜨거워지고 있다. (사진=생성형 AI)

출근길 스마트폰 화면이 하얗게 변했다. 메일도, 캘린더도, 메신저도 모두 먹통이다.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봤지만 자동응답만 무한 반복된다. 2022년 7월 19일, 런던 시민들은 40도를 넘나드는 폭염 속에서 디지털 세상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경험을 했다. 구글과 오라클(Oracle)의 데이터센터가 8시간 동안 다운되면서 워드프레스 웹호스팅 서비스까지 연쇄 마비됐다. 원인은 단순했다. 냉각시스템이 동시다발적으로 고장 난 것이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전 세계는 더 뜨거워졌다. 그리고 AI 인프라는 더 취약해졌다.

■ 강물이 뜨거워지자 원전이 멈췄다

올해 6월, 유럽은 기록적인 폭염에 휩싸였다. 프랑스는 6월 23일 피소스(Pissos) 지역에서 44.3도를 기록하며 1947년 관측 이래 가장 뜨거운 날을 맞았다. 파리는 6월 24일 40.9도까지 치솟았다. 문제는 대기 온도만이 아니었다. 강물의 온도가 올라가자 프랑스 국영 전력회사 EDF는 6월 25일 세느강변의 노장(Nogent) 원전과 론강변의 뷔제(Bugey) 원전을 긴급 가동 중단했다. 프랑스 법은 수생태계 보호를 위해 강물 온도를 28도 이하로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냉각수를 배출한 후 강물 온도가 3도 이상 상승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도 있다.

이틀 전엔 남서부 골페슈(Golfech) 원전도 같은 이유로 멈췄다. 57기의 원전으로 전력의 70%를 생산하는 프랑스에서 폭염은 전력망 자체를 위협한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6월 25일 정오 기준 원전 출력이 4.1기가와트(GW) 감소했다. 이는 전체 전력 수요의 7%에 해당한다. 마크롱 대통령이 프랑스 AI 야망의 '심장'이라고 불렀던 바로 그 원전들이다.

같은 달, 이탈리아 북서부 토리노에선 5월 말부터 계속된 폭염으로 지하 전력 케이블이 열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했다. 5월 28일 기온이 32도를 기록한 가운데 반복적인 정전이 발생했고, 6월 중순엔 기온이 36~37도까지 올라가면서 전력망이 무너졌다. 이탈리아 공군 기상청은 6월 20일 금요일 토리노의 전력망이 완전히 마비됐다고 밝혔다.

■ 데이터센터에 전력 공급 중단 명령이 떨어졌다

대서양 건너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7월 2일, 미국 에너지부는 PJM 인터커넥션(PJM Interconnection)에 두 건의 긴급 명령을 발동했다. 첨단 전력 수요가 16만 6147메가와트(MW)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면서다. 이는 2006년에 세운 역대 최고 기록 16만 5563MW를 넘어서는 수치다. PJM은 미국 동부 13개 주와 워싱턴DC를 포괄하는 세계 최대 전력망 운영사다.

첫 번째 명령은 '백업 발전 명령'이었다. 50MW 이상의 전력을 소비하는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대형 전력 소비 시설에 긴급 신호가 발동되면 15분 내에 자체 백업 발전기로 전환하라는 내용이다. 병원, 911 긴급전화 센터, 상수도 처리 시설, 항공 관제탑, 국방 시설은 제외됐다. 두 번째는 '발전 출력 명령'으로, 발전소들이 환경 규제 한계를 넘어서도 최대 출력으로 가동할 수 있도록 이산화황과 질소산화물 배출 제한을 일시 면제했다.

미국 기상청은 메릴랜드와 버지니아 일부 지역의 기온이 102104도(38.940도)에 달할 것으로 예보했다. 크리스 라이트(Chris Wright) 에너지부 장관은 "PJM 서비스 지역의 저렴하고 신뢰할 수 있는 안전한 전력 유지는 협상 불가능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두 명령은 6월 30일 밤 11시 59분부터 7월 3일 밤 11시 59분까지 발효됐다. 전압 감소나 순환 정전(rolling blackout)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었다.

■ 79%가 위험에 노출돼 있다

기후위험 분석업체 퍼스트 스트리트(First Street)의 연구는 충격적이다. 전 세계 데이터센터 용량의 79%가 홍수, 강풍, 산불 같은 극단적 기후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운영 중단, 다운타임 증가, 보험 및 복구 비용 상승을 초래할 수 있는 수준의 위험이다.

케임브리지 대학 지구관측연구팀의 안드레아 마리노니(Andrea Marinoni) 부교수팀이 분석한 결과는 더욱 구체적이다. 6000개 이상의 대형 AI 데이터센터 주변 지역의 지표면 온도를 20년간 추적한 결과, 데이터센터 가동 후 평균 3.6도의 온도 상승이 관찰됐다. 극단적인 경우엔 16.4도까지 치솟았다. 히트 아일랜드 효과는 데이터센터로부터 10km 떨어진 지역까지 영향을 미쳤고, 그 범위 내 거주 인구는 3억 4000만 명에 달한다.

멕시코 바히오 지역과 스페인 아라곤 지역에선 지난 20년간 설명되지 않는 3.6도의 온도 상승이 기록됐다. 두 곳 모두 최근 데이터센터 허브로 급성장한 지역이다. 마리노니 부교수는 "AI 데이터센터 규모 확대가 사회에 미칠 극적인 영향에 대한 이해의 공백이 여전히 크다"며 "AI 수요와 인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능력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다른 경로를 고려할 시간이 아직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 전력망이 먼저 무너진다

폭염은 데이터센터만 공격하지 않는다. 전력망을 먼저 무너뜨린다. 냉각이 정상 기온에서도 데이터센터 에너지 사용량의 40%를 차지한다. 극심한 폭염엔 이 비율이 더 올라간다. 정작 에어컨 가동으로 전력 수요가 폭발하는 시점에 말이다. AI 소프트웨어 플랫폼 라이좀(Rhizome)의 미샬 타다니(Mishal Thadani) CEO는 이를 두고 "데이터센터는 전력망이 공급할 수 있는 전력이 가장 적은 바로 그 시점에 가장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숫자로 보면 더 명확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체 전력 사용량 중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 비율은 2022년 2.1%에서 2026년 4.4%로 두 배 증가했다. 2030년엔 10.2%로 다섯 배 늘어날 전망이다. IEA는 2026년 데이터센터, AI, 가상화폐 관련 산업의 전기 소비량이 1000테라와트시(TWh)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골드만삭스는 AI로 인해 2030년까지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160%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 보험사가 먼저 경고를 보냈다

글로벌 보험사 취리히보험그룹(Zurich Insurance)의 패트릭 맥브라이드(Patrick McBride) 국제건설 부문 사장은 지난 3년간 미국 데이터센터 건설업자 위험 보험에서 가장 큰 손실 원인이 악천후였다고 밝혔다. 현재 악천후가 손실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올해 건설 중인 데이터센터 용량의 64%는 버지니아 북부 같은 기존 허브를 벗어나 텍사스 서부, 테네시, 위스콘신, 오하이오 등 개척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토네이도, 우박, 강풍에 취약하지만, 과거엔 대부분 개발되지 않은 땅이었던 탓에 극단적 날씨 위험 기록도 적었다.

맥브라이드는 "많은 데이터센터가 땅값이 저렴한 교외나 농촌으로 이전하고 있는데, 결과적으로 극단적 날씨 위험에 대한 노출이 커진 상태"라며 "악천후는 더 이상 사소한 위험 요소로 취급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우리와 데이터센터 소유주들이 가장 먼저 살펴보는 요소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보험중개업체 마쉬 리스크(Marsh Risk)의 조 마세작(Joe Macejak) 미국 자산 디지털 인프라 부문 책임자는 "기후 위험이 디지털 인프라 혁명에 분명히 영향을 미칠지 여부는 '만약'의 문제가 아니라 디지털 인프라 산업의 고객과 이해관계자들이 기후 위험을 어떻게 식별하고, 정량화하고, 관리할 것인가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이러한 위험을 관리하지 못하면 더 높은 비용과 운영 차질에 직면하게 되고, "AI 데이터센터 혁명을 가속하는 자본 구조를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2055년까지 3조 3000억 달러 청구서

극단 기후가 유발하는 유무형 피해액이 2055년까지 3조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생성헝 AI)

세계경제포럼(WEF) 연구진의 분석은 더욱 충격적이다. 극단 기후가 유발하는 운영비 상승, 다운타임, 인프라 파손, 생산성 저하 등 모든 유무형 피해액을 합산할 경우 2055년까지 데이터센터 업계가 짊어져야 할 청구서는 총 3조 3000억 달러에 달한다. 2035년까지 연간 810억 달러, 2065년엔 연간 1680억 달러로 증가한다. 기후 관련 비용은 2055년까지 데이터센터 전체 자산 가치의 9.5%에 달하는 손실을 초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폭염이 이 중 3분의 2 이상을 차지한다.

연구진은 극심한 폭염과 가뭄, 기타 기후 위험이 현재 가동 중인 데이터센터의 누적 연간 운영 비용을 여러 경로로 상승시킨다고 분석했다. 운영비 증가, 사업 중단으로 인한 매출 손실, 물리적 손상에 대한 수리비, 직원 생산성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 냉각 시장이 폭발한다

역설적으로 폭염은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다. 데이터센터 냉각 시장은 2025년 263억 달러에서 2026년 314억 달러로 성장했다. 2033년엔 1283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22.3%다. 액체 냉각 시장만 따로 보면 더 가파르다. 2026년 40억 7000만 달러에서 2033년 276억 5000만 달러로 성장한다. 연평균 성장률은 31.5%에 달한다.

고밀도 컴퓨팅 확산이 주된 원인이다. AI, 머신러닝, 고성능 컴퓨팅 워크로드가 늘어나면서 기존 공랭식 냉각으론 감당이 안 된다. 엔비디아(Nvidia)는 지난주 신형 AI 서버가 냉각수를 45도까지 올려 가동할 수 있다고 밝혔다. 냉각기 온도를 1도만 올려도 냉각 에너지 비용이 약 4% 절감된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는 "다양한 환경 조건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도록 데이터센터를 설계한다"며 "사이트 선정, 이중화 시스템,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극한 폭염과 악천후로 인한 위험을 관리한다"고 밝혔다. HVAC 기업 존슨 컨트롤스(Johnson Controls)의 애런 루이스(Aaron Lewis) 최고상업책임자는 유럽의 한 고객이 최근 처음으로 사양서에 '기후 변화 요인'을 추가했다고 전했다. 미래 온도 상승을 반영해 데이터센터를 설계한다는 뜻이다.

■ 인프라 설계가 바뀐다

업계는 냉/온 격리 시스템, 실시간 환경 모니터링, 이코노마이저와 프리쿨링 시스템을 우선순위에 뒀다. 냉/온 격리는 뜨거운 공기와 차가운 공기 흐름을 물리적으로 분리해 냉각 효율을 최대 40% 높이고 에너지 비용을 줄인다. 실시간 모니터링은 온도와 습도를 지속적으로 추적해 장애를 예방하고 다운타임을 줄이며 에너지와 냉각 사용량을 최적화한다. 이코노마이저와 프리쿨링 시스템은 외부의 차가운 공기나 냉각수를 사용해 냉각기 가동 시간을 줄임으로써 시스템 효율을 높이고 에너지와 용수 비용을 낮춘다.

지속 가능한 인프라연합(SSIA)의 재커리 스미스(Zachary Smith)는 "데이터센터 운영자들과 기계팀은 자연재해와 자원 제약에 대비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효율성에 초점을 맞춰 전력, 냉각, 용수 자원을 가능한 한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시설 전반의 낭비를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점점 더 많은 운영자들이 액체 냉각 기술을 도입하고 있으며, 많은 경우 시설이나 IT 장비 수준에서 폐쇄 루프, 무수(無水) 냉각 설계로 전환하고 있다.

AI가 문제를 키우기도 하지만 해법도 제시한다. AI를 활용해 열 성능 관리를 최적화하고, 액체 냉각의 수요 흐름이나 공기 흐름, 냉각 시스템의 예측 유지보수를 수행할 수 있다. 폭염이 증가하면서 AI는 실시간 날씨와 장기 환경 패턴을 분석해 외부 요인에 따라 에너지 소비와 냉각 시스템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시스템을 구동하는 데도 사용된다.

■ 우리가 직면한 질문

AI 열풍을 타고 올해만 전 세계 빅테크 기업들이 데이터센터에 투입하기로 확약한 자금은 7500억 달러다. 지난해 4500억 달러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한 수치다. 무디스(Moody's)는 향후 5년간 총 3조 달러 규모의 설비투자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천문학적인 투자는 지금 예고되지 않은 거대한 스트레스 테스트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런던 사우스뱅크 대학의 데보라 앤드류스(Deborah Andrews) 명예교수는 "AI를 향한 골드러시가 우수 관행과 체계적 사고를 압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지속 가능한 시스템이 개발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연 데이터센터는 갈수록 뜨거워지는 지구에서 버텨낼 수 있을까. 업계는 이 위험 비용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는가. 폭염이 던진 질문이다. 답을 내놓을 시간이 촉박하다.

김광우 기자

kimnoba@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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