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말하지 않는 휴머노이드 확장의 4대 장애물

전세계적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열풍이 불고 있다. 아니 이를 넘어 폭풍처럼 전세계 로봇 산업계를 휘몰아치고 있다.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의 최강은 단연 중국과 미국이다. 특히 중국은 이 산업 육성과 미국 제치기에 엄청난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은 지난 4월 세계 로봇 마라톤 대회, 8월에 자국산 휴머노이드 로봇업체 수십개사가 참여한 세계로봇컨퍼런스(WRC)를 개최한 데 이어 로봇 올림픽까지도 열었을 정도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일 X를 통해 향후 옵티머스 휴머노이드 로봇이 자사 가치의 80%가 될 것이라고 말해 그 중요성과 발전성을 새삼 각인시켰다. 어쨌거나 다수의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사는 조만간(또는 이미) 우선적으로 공장에 이들을 대대적으로 도입해 수작업자들의 위험을 줄이고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 분명한 것은 ‘단기간 내’라고 단언하긴 어렵지만 언젠가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공장, 각종 시설, 또는 가정에 대거 도입돼 업무의 성격에서부터 시작해 각 가정을 변화시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한켠에서는 현재 맞닥뜨린 지극히 현실적 문제 해결의 시급성을 강조하면서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성급한 기대감은 금물이라는 신중론을 펴기도 한다. 과연 휴머노이드 로봇 시대는 각 조사기관의 예상처럼 비교적 짧은 시간내에 급물살을 타게 될까 아니면 점진적으로 전개되면서 예상보다 더디게 전개될까.

IEEE스펙트럼은 11일 휴머노이드 로봇 확산을 더디게 할 현실적 4가지 걸림돌을 조명했다.

이 매체는 최근까지 애질리티 로보틱스 최고제품책임자(CPO)를 맡았던 멜로니 와이즈의 경험에서 나온 조언을 바탕으로 ▲대규모 수요, 그리고 딱 떨어지지 않으면서도 아주 중요한 요소인 ▲배터리 수명 ▲신뢰성 ▲안전성을 휴머노이드 로봇 급속 확산의 주요 걸림돌로 꼽았다.

이 요소들에 대한 우려, 그리고 그에 따른 미국, 중국, 노르웨이, 우리나라 휴머노이드 로봇업체들의 개선 노력의 단면들을 함께 살펴봤다.

현재 상황과 시장조사 기관 전망 불일치 우려감

올해 2월 골드만삭스는 오는 2035년까지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약 378억달러(약 52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자료=골드만 삭스)

휴머노이드 로봇 열기의 강력한 배경 중 하나는 공장에 휴머노이드 로봇이 조만간 대대적으로 도입되리라는 예상이다.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업체들이 꾸준히 약속해 온 바가 바로 그것이었다. 그 덕분에 미국, 중국 등지의 대표적 휴머노이드 로봇 업체들은 수억 달러(수천억원)를 투자받아 수십억 달러(수조원)에 달하는 기업 가치를 갖게 됐다.

이러한 약속을 이행하려면 많은 로봇이 필요하다.

애질리티 로보틱스는 올해 ‘수백 대의 디지트 로봇’을 출하할 예정이며, 오리건주에 연간 1만대 이상의 로봇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두고 있다. 테슬라는 올해에 5000대, 내년에는 최소 5만 대의 옵티머스 로봇을 생산할 계획이다. 피규어는 “2029년까지 10만 대의 로봇으로 가는 길이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이들은 점점 더 혼잡해지는 이 분야에서 가장 큰 기업 중 세 곳일 뿐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급속하게 도입되리란 메시지를 증폭시키는 것은 많은 재무 분석가들이다.

예를 들어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글로벌 리서치는 올해 전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량이 1만 8000대에 달할 것으로 예측한다. 모건 스탠리 리서치는 2050년까지 10억 대 이상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등장할 것이며, 이는 5조 달러(약 6970조원) 규모의 시장 중 일부에 해당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거의 전적으로 가상의 시장이다. 이 분야에서 가장 성공적인 기업들조차도 신중하게 통제되는 파일럿 프로젝트에 소수의 로봇만 배치했다.

그리고 미래 예측은 유능하고 효율적이며 안전한 휴머노이드 로봇(현재는 존재하지 않음)이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작업에 대한 엄청나게 광범위한 해석에 기반한 것으로 보인다.

IEEE 스펙트럼은 현상황이 실제로 시장조사기관들이 예상한 엄청난 휴머노이드 로봇 확산 규모와 연결될 수 있을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휴머노이드가 시장수요에 대응할 만큼 충분히 견고한가?

주로 물류 창고에서 사용되고 있는 애질리티 로보틱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디지트’. (사진=애질리티 로보틱스)

수만 대, 심지어 수십만 대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물리적으로 제작하는 것은 단기적으로 확실히 가능하다.

2023년, 전세계에 50만 대에 달하는 산업용 로봇이 설치됐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구성 요소 측면에서 대략 4개의 산업용 로봇팔과 같다는 기본 가정 하에 기존 공급망은 휴머노이드 제조에 대한 가장 낙관적인 단기 예측도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 달까지 애질리티 로보틱스의 최고 제품 책임자(CPO)로 재직한 멜로니 와이즈는 로봇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휴머노이드를 확장하는 데 가장 쉬운 부분이라고 말한다.

그는 “더 큰 문제는 수요다. 공장당 수천 대의 로봇이 필요한 휴머노이드에 대한 적용 분야를 아무도 찾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와이즈는 새로운 고객에 초기지원을 제공해 성공적 장기 고객이 되게하는 데에는 몇 주 또는 몇 달이 걸리기 때문에 대규모 배치는 로봇 회사가 비즈니스를 확장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한 작업을 수행하기 위해 수천 대의 로봇을 배치하는 또 다른 접근 방식은 각각 10개의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수백 대의 로봇을 배치하는 것인데, 이는 대부분의 휴머노이드 업계가 중장기적으로 기대하는 바이기도 하다.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 전반에 걸쳐 인공지능(AI)의 급속한 발전이 다목적 로봇을 향한 빠른 발전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믿음이 있긴 하지만 언제, 어떻게, 그리고 과연 그렇게 될지 여부는 확실치 않다.

와이즈는 “내 생각에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AI에게 가서 이 문제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 상황은 AI가 당장 시장의 요구 사항을 충족할 만큼 충분히 강력하지 않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배터리 수명, 가장 간단하면서도 중요한 문제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 업체 유비텍은 스스로 배터리를 교환하는 ‘워커 S2’ 로봇을 공개했다. 유비텍은 이 로봇이 자체적으로 방전된 배터리 팩을 교체할 수 있어 사람의 도움이나 중단 없이 24시간 내내 거의 연속적인 작동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진=유비텍)

이 중 배터리 수명은 가장 간단한 요소다. 로봇이 작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려면 대부분의 시간을 충전에 할애할 수 없다.

최대 16kg의 탑재량을 처리할 수 있는 애질리티의 디지트 로봇의 차세대 버전의 경우 충전 비율이 10:1인 배터리가 들어 있는 부피가 큰 ‘배낭’을 포함한다. 디지트 로봇은 90분 동안 작동할 수 있으며, 9분 만에 완전 충전된다. 다른 회사의 더 얇은 휴머노이드 로봇은 날렵한 외형을 유지하기 위해 필연적으로 타협해야 할 것이다.

디지트는 작동 시 30분 작동 후 몇 분 정도의 시간을 충전하는 데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디지트의 나머지 60분의 작동 시간이 작업 공간에서 일시적으로 작동을 멈춰야 하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필수 예비 시간이기 때문이다. 애질리티가 목표로 하는 물류 및 제조 환경에서는 이러한 일이 종종 발생한다. 60분의 예비 시간이 없다면 로봇은 작업 도중 전력이 소진돼 수동으로 사람이 재충전해 줘야 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 100kg이 넘는 로봇 수백대만 투입하더라도 이러한 상황이 어떻게 될지 생각해 보라. 와이즈는 “아무도 그런 상황을 겪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잠재적 휴머노이드 로봇 고객들은 가동 중단에 매우 민감하다.

99%의 신뢰성으로 운영되는 공장은 한 달 동안 약 5시간의 가동 중단을 경험하게 된다.

와이즈는 생산 라인 같은 시스템을 중단시키는 가동 중단은 분당 수만 달러(수천만원)의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산업 고객이 99.99%이상의 신뢰성을 기대하는 것이다.

와이즈는 애질리티가 일부 특정 애플리케이션에서는 이러한 수준의 신뢰성을 입증했지만, 다목적 또는 일반 용도 기능의 맥락에서는 그렇지 않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모든 로봇이 이렇다고 볼 수는 없다. 지난달 중국 유비텍은 자사 휴머노이드 로봇 워커S2가 스스로 배터리를 교환할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고 발표했다. 워커S2는 두 개의 48V 리튬 이온 팩으로 구성된 듀얼 배터리 시스템을 사용한다. 배터리 하나가 방전될 경우(일반적으로 약 2시간 걷거나 4시간 서 있었던 경우) 로봇은 전혀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동으로 전용 충전 포드로 이동해 사용한 배터리를 꺼내 충전 슬롯에 넣고 3분 이내에 새 배터리를 장착한다. 동시에 백업 배터리가 있어 배터리 교환중 로봇 전원이 꺼지지 않도록 설계됐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안전성 문제

IEEE스펙트럼은 안전하게 수행할 수 있는 작업과 안전하게 이동할 장소에 제약을 받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가치를 제공하는 작업을 찾는 데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한다. 피규어AI의 피규어 02 휴머노이드 로봇이 BMW 공장에 시범 투입돼 간단한 조립을 하는 모습(왼쪽)과 집안에서 사람을 위해 시중을 두는 모습. (사진=피규어 AI)
현대자동차 조립공장에 투입될 것으로 알려진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전동식 아틀라스. (사진=보스턴 다이내믹스)
노르웨이 1X 테크놀로지스의 최신 휴머노이드 감마는 가정용 동반자 로봇을 지향하고 있으며 외피가 3D 프린팅된 내구성강하고 유연한 소재의 나일론 옷으로 돼 있다. 이 니트슈트는 이 회사의 가정친화적 디자인의 핵심이다. (사진=1X테크놀로지스)

산업 환경에 투입된 휴머노이드 로봇은 산업용 기계에 요구되는 일반 안전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과거에는 자율주행차나 드론과 같은 로봇 시스템이 미숙한 규제 환경 덕분에 빠르게 확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와이즈는 이러한 접근 방식이 휴머노이드 로봇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말한다. 해당 산업은 이미 엄격한 규제를 받고 있으며, 로봇은 간단하게 또 다른 기계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맷 파워스 보스턴 다이내믹스 자율성 연구개발(R&D) 부소장은 현재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더욱 구체적인 안전 표준이 개발 중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자사가 다리 달린 보행 로봇의 동적 균형 유지를 위한 국제표준화기구(ISO) 안전 표준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파워스는 “애질리티와 피규어 같은 업계 최고 기업들이 우리가 배치하는 시스템들이 안전하다고 믿는 이유를 설명하는 방식을 개발하는 데 동참해 매우 기쁘다”고 말한다.

이러한 기준들은 전원을 차단하는 기존의 안전 접근 방식이 역동적으로 균형을 잡는 시스템(보행 로봇)에 적합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하다.

문제발생시 전원을 차단하면 휴머노이드 로봇이 넘어져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이 문제에 대한 간단한 해결책은 없으며,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자사 아틀라스 로봇에 적용할 것으로 예상하는 초기 접근 방식은 단순히 전원을 끄는 것이 최선이 아닐 수 있는 상황에서 로봇을 차단하는 것이다.

파워스는 “우리는 비교적 위험성이 낮은 배치부터 시작해 안전 시스템에 대한 확신을 쌓으면서 배치를 확대할 것이다”라고 말하며 “체계적인 접근 방식을 통해만 이 분야의 진정한 승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위험성이 낮다는 것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사람으로부터 멀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안전하게 수행할 수 있는 작업과 안전하게 이동할 장소에 제약을 받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가치를 제공하는 작업을 찾는 데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이에 대한 어떤 해결책이 나올 것인지 기다려 볼 일이다.

과연 휴머노이드가 해답인가?

휴머노이드 로봇이 확장되기 전에 수요, 배터리 수명, 신뢰성, 안전성 문제를 모두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질문은 이족보행 로봇이 실제로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여부다.

이 로봇들은 이론적으로는 두다리로 동적 균형을 유지하면 인간과 같은 복잡한 환경을 탐색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휴머노이드 로봇들의 시연 동영상을 보면 대부분 정지해 있거나 평평한 바닥에서 짧은 거리를 반복적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희망은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인간과 똑같은 이동성을 갖추기 위해 나아가는 첫걸음을 걷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단기적으로는 이러한 상황을 대체할 수 있는 훨씬 더 신뢰할 수 있고 효율적이며 비용 효율적인 플랫폼이 있다. 바로 팔이 달려 있지만 다리 대신 바퀴가 달린 로봇이다.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언젠가는 노동 시장에 혁명을 일으킬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잠재력은 어디까지나 잠재력일 뿐이며, 휴머노이드에 대한 열광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잠재력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지 현실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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