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vs 에픽게임즈...앱마켓 기반 모바일 생태계 뒤흔들 앱스토어 소송戰

애플의 앱 마켓 앱스토어 수수료 정책을 반독점법 위반으로 고소한 게임사 에픽게임즈와 애플의 재판이 3일(현지시간) 시작됐다. 양사의 재판이 가지는 의미는 상당히 크다. 애플과 구글 등 앱 마켓을 운영하는 독점적 플랫폼 기업 대 세상의 모든 콘텐츠·앱 제작사 간의 대결양상으로, 재판 결과에 따라 앱 마켓 기반 모바일 생태계가 송두리째 변화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재판의 시작은 작년 8월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의 제작사 에픽게임즈가 애플을 반독점법 위반으로 고소하면서부터다. 업계 관행처럼 여겨지던 매출 수수료의 30%를 수수료를 챙기는 앱스토어의 자체 결제 시스템 '인앱결제' 강요에 대해 에픽게임즈 측이 반기를 들었다. 에픽게임즈는 앱스토어가 아닌 자사의 자체 결제 시스템을 도입해 소비자에게 20% 더 싸게 아이템을 판매했는데, 이에 애플이 포트나이트를 앱스토어에서 삭제했다. 같은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구글 역시 자사 앱마켓 구글플레이에서 포트나이트를 삭제했다.

에픽게임즈는 즉각 애플과 구글을 제소했다. 애플의 경우 에픽게임즈가 앱스토어 약관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그리고 누가 옳은 것인지 판결이 진행되고 있다. 다만 사실상 독점적 지위에 있는 애플과 구글에 대해 대다수 앱 개발사는 물론, 소비자 역시 비난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세계 최대 음원 기업인 스포티파이도 에픽게임즈에 대한 응원의 목소리를 냈고, 국내 기업 대부분 역시 게임 외 모든 앱에 구글 인앱결제 강제 방침에 대해 강한 비난의 소리를 내고 있다. 소비자 단체들도 개발사들을 지원하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독점적 지위를 악용한 앱마켓 사업자에 곱지 않은 시선

이렇듯 이번 재판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앱 개발사와 소비자가 직접적으로 연관된 서비스라는 점 때문이다. 애플과 구글이 자사의 독점적 플랫폼 '지위'를 이용해서 거부할 수 없는 과도한 수수료를 책정해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있기 때문이다. 앱마켓 초기에는 플랫폼 활성화와 중소 개발사의 앱을 널리 퍼뜨려주는 순기능이 있었지만, 활성화 단계에 접어든 시점에서 독점적 지위를 통해 소비자의 금전적 부담을 주고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애플과 구글도 이러한 분위기를 모른 채 할 수 없다. 때문에 일부 수수료 인하책을 발표했지만 '꼼수'라는 비판만 가중됐다. 애플과 구글은 연 매출 100만달러(약 11억원) 이하 개발사에게는 15%의 수수료만 받기로 했다. 그러나 애플 앱스토어 입점사의 경우 연 매출 100만달러 이하 개발사들의 매출 비중은 2%에 그친다. 이들의 인하책은 결코 손해보지 않는 선에서 생색만 낸 수준이다. 

현재 애플과 구글은 서둘러 인하책을 낼 만큼 시장의 눈치를 보고 있다. 다만 정부 등 규제 기관의 눈치만 보고 있다는 점이 공분을 사고 있다. 실제 유럽연합집행위원회에서는 앱스토어의 시장지배력을 활용한 애플뮤직 부당 지원에 대해 30조원 수준의 천문학적인 벌금을 집행을 앞두고 있다. 이는 스포티파이가 애플의 인앱결제 강제가 부당하다며 소송을 낸 결과이기도 하다. 또한 미국에서도 애플과 구글의 인앱결제에 대해 규제 법안 논의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

한국의 경우 시장 독점적 지위를 가진 애플, 구글 등 앱마켓 플랫폼 사업자에 대해 특정 결제 수단 강제(자사 인앱결제 강제)를 못하도록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논의 중이다. 그러나 미국 측에서 통상 문제를 거론하며 나서자 눈치 보기에 급급해 국회에서 개정안 통과가 사실상 무산됐다. 

이번 에픽게임즈의 재판은 그 결과에 따라, 애플과 구글이라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탐욕스러운 앱마켓 운영 정책이 바뀔 수 있는 기점이다. 

국내 한 앱 개발사 대표는 "수많은 이용자들이 앱마켓에서 활발하게 거래를 하고 있는 시대에서 독점적 사업자가 그 지위를 이용해 초기 시장의 높은 수수료를 지속적으로 거두고 있는 것은 시장 논리와도 맞지 않다"라며, "에픽게임즈의 소송이 건전한 글로벌 앱마켓 시장 질서와 생태계를 개편하는 촉매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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