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트업 팀이 아닌 창업가를 선발해 팀 결성을 지원, 초기 투자까지 하는 독특한 제너레이터 프로그램을 이어가고 있는 앤틀러코리아가 최근 공개한 4기 포트폴리오사들의 성과가 예사롭지 않다.
이번 4기 스타트업 8개사는 평균 법인 설립 4개월 만에 중소벤처기업부의 팁스(TIPS)에 선정됐다. 이전 기수 역시 팁스에 선정된 스타트업이 다수 있지만, 이렇게 한 기수 전체가 인베스터데이를 앞두고 모두 팁스에 선정된 사례는 최초다.
팁스에 선정된 앤틀러코리아 4기 포트폴리오사는 ▲비욘드로보틱스(3D Vision AI 기반 과채류 수확 로봇) ▲두번째바다(육상 김양식 시스템 개발) ▲레졸루션(Vision AI 기반 PCBA 검사 자동화 솔루션) ▲크래용(폐원단 업사이클링 건축 자재 생산) ▲휘릭(AI 기반 콘텐츠 맞춤형 음원 제작 플랫폼) ▲해봄(전세계 여성을 위한 맞춤형 피부관리 솔루션) ▲서치라이트(역량 메타데이터 기반 초인간형 AI 헤드헌팅) ▲서울가옥(주문형 철골주택 건축 플랫폼) 등이다. 이들의 경쟁력은 지난 17일 개최된 앤틀러코리아 인베스터데이 현장에서 유감 없이 드러났다.
앞서 소개된 해봄, 서치라이트, 휘릭에 이어 이번에는 레졸루션, 두번째바다, 비욘드로보틱스, 서울가옥, 크래용 팀의 경쟁력을 살펴봤다.
레졸루션, 규칙 기반 검사장비 한계 비전AI·딥러닝으로 극복

레졸루션 공동창업자 김혁 대표는 카이스트 기술경영 석사로 자율주행로봇 스타트업 트위니 전략기획실장을 역임한 바 있으며, 강성식 COO는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삼일회계법인에서 회계, 재무, 세무 전문 회계사로 근무했다. 또한 김진영 CTO는 듀크대 컴퓨터 비전 박사로 뷰노에서 의료영상연구팀을 리드한 바 있다.
앤틀러코리아 제너레이터 프로그램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찾던 이들이 주목한 것은 PCBA(인쇄회로기판조립품) 검사 장비의 한계였다. 한 기판에 최대 4000개의 부품이 실장되기도 하는 상황에서 기존 규칙기반(Rule-based) 검사 장비는 티칭에 긴 시간이 소요되며 불량이 아닌 것을 불량으로 판단하는 가성불량이 다수 발생하는 한계가 존재한다. 또한 검사 장비 이후에 이루어지는 출하검사(OQC)는 작업자의 육안 검사에 의존하고 있어 품질 관리의 정확성과 일관성을 보장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날 발표에 나선 레졸루션의 김혁 대표는 “육안 검사 역시 현장이 2년내 퇴사율이 50% 이상인 상황에서 인력 수급의 한계와 외관 검사의 신뢰도를 보장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며 딥러닝과 비전AI 기술을 적용, 자사가 개발한 새로운 검사 솔루션을 소개했다.

“저희 솔루션은 규칙 입력을 진행하거나 검사자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닌 클릭 한 번으로 PCBA 검사가 가능합니다. 자동으로 불량 데이터를 수집해 가성불량률를 개선하죠. 핵심은 레졸루션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딥러닝 기반 초고해상도 변환 ‘슈퍼 레졸루션(Super Resolution)’ 기술과 ‘미세결함 검출 (Micro Detection)’ 기술입니다. 이를 통해 저희는 검사 단계를 기존 6단게에서 단 두 단계로 획기적으로 줄였습니다. 그 결과 고객들은 생산성 극대화의 가치를 누릴 수 있게 됐죠.”
레졸루션은 법인 설립 후 불과 2개월 만에 국내 고객사 3곳을 확보했으며, 기술 검증(PoC)을 고객사와 진행하면서 검사시간을 기존 대비 약 83% 단축했다. 이는 곧 매출 성과로 전환되고 있다. 또한 국내 시장 뿐 아니라 인쇄회로기판(PCB) 제조 강국인 중국과 베트남에서도 기존 검사 장비의 한계를 레졸루션이 해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이를 기반으로 레졸루션은 베트남 현지 업체를 대상으로 첫 수출을 준비하고 있다. 독일과 이스라엘 현지 기업들 또한 레졸루션의 제품을 확인하기 위해 3월 한국 방문을 알려왔다. 올해 레졸루션이 목표로 하는 매출액은 16억원이다.
로보틱스 기술을 적용해 육지에서 김 재배, 과채 수확 ‘두번째바다’ ‘비욘드로보틱스’

최근 몇 년 사이 글로벌 팬들 사이에 ‘K-콘텐츠’ 인기가 급상승하며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소개된 한국 먹거리 역시 주목받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한국산 김의 인기는 최근 급상승하는 추세다. 문제는 기후변화와 해양 오염 등의 문제로 인해 김 양식 산업이 위기에 직면했다는 점이다.
앤틀러코리아 제너레이터 프로그램 4기 팀 중 하나인 ‘두번째바다’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바다가 아닌 육지에서 해조류를 양식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이날 발표에 나선 문경현 두번째바다 대표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겨울이 따듯해지며 김 양식 기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고 운을 뗐다.
“김 양식 환경이 이전과 달라지며 김 가격은 계속 올라라고 있습니다. 정부 역시 심각성을 인식하고 양식 면적의 15%를 넓히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지만, 바다 환경이 변하는 상황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할 수는 없죠. 그래서 저희는 육상 약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합니다.”

국내 식품 기업들 역시 육상 해조류 양식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지만, 아직 이 분야의 기술력은 경제성 조차 고려할 수 업는 걸음마 단계 수준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두번째바다는 혁신적인 ‘실내 에어로포닉스 기술’과 ‘오션 트리’ 기술로 바다가 아닌 육지에서 해조류 양식 상용화에 나서고 있다. 문 대표는 “오랜 연구 끝에 김 생육에 적합한 온도, 광도 등의 최적 조건을 확보했다”며 말을 이어갔다. 특히 두번째 바다는 이에 더해 ‘로봇’을 적용, 효율화와 인건비 절감까지 꾀하고 있다.
“저희는 자체 개발한 로봇을 통해 인건비를 절감하고 힘을 많이 들이지 않으면서도 효율적으로 김을 양식하고 수확할 수 있는 방식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로봇이 적용된 오션 트리를 통해 바다 양식 대비 면적당 생산 효율은 10배 늘리고, 양식 기간은 3배나 긴 12개월, 즉 1년 내내 가능합니다.”
특히 문 대표는 “4000평 기준 연간 475톤의 김 생산이 가능하다”며 “이러한 육상 양식장(오션트리) 30개만 있으며 연간 글로벌 김 시장의 20%에 달하는 3000억원 매출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함께 무대에 선 ‘비욘드로보틱스’는 실제 3D 비전 인공지능(Vision AI) 기반 작물 수확 로봇을 제조하는 기술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현재 자체 개발한 과채류 수확 로봇으로 2곳의 농가와 기술 검증(PoC)을 진행하고 있다.
비욘드로보틱스는 농장에서 수집한 실제 데이터를 활용해 ▲로봇 팔의 능동적인 움직임을 통한 방해물 회피 및 수확 효율성 향상 ▲수확 및 선별, 포장, 솎아내기 등 인력 집약적 작업 대응 ▲딸기, 토마토 등 고부가가치 과채류 작물 수확에 적합한 그리퍼 개발 등 수확 로봇 운용에 필수적인 핵심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개발 속도는 최근 팁스 선정을 통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날 발표에 나선 변성호 비욘드로보틱스 대표는 “많은 농가들이 외국인 노동자들의 부족 혹은 파업 등으로 수확 시기를 놓쳐 큰 손실을 입는 상황에 직면하는 경우가 많다”며 “인력을 대체하기 위해 수확 로봇을 도입하려 해도 레일을 까는 등의 추가 작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상황을 진단하며 자사 로봇 기술로 해결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저희가 개발한 수확 로봇은 별도 시설이나 추가 작업 없이 현재 운영 중인 딸기 농장에 바로 적용이 가능합니다. AI 비전을 통해 열매의 숙성 정도를 인식하고 정확하게 위치를 파악해 수확하고 포장까지 한 번에 진행합니다. 이렇게 정확도를 높이며 높은 수확 성공률과 낮은 손실률을 달성했죠. 사람과 동일한 조건에서 작업하면서도 더 오래 일하는 로봇이기에 1일 수확량이 사람의 1.4배에 달합니다. 덕분에 농가에서는 적은 인력으로도 농가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게 되며 관리 가능 면적을 인당 2.4배까지 늘릴 수 있게 되죠.”
주목할 또 다른 부분은 이들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이른바 ‘Pay per pick’을 적용, 로봇이 실제 수확한 양에 비례해 요금을 적용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가령 딸기 기준 개당 15원이 적용되며 현재 로봇 성능 기준 대당 1036만원의 연간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변 대표의 설명이다. 이는 해외 경쟁사 대비 최대 70% 낮은 가격으로 로봇을 공급하는 수준이다.
건축 분야 페인포인트 해결 나선 ‘크래용’ ‘서울가옥’

‘폐원단을 활용해 건축자재를 생산한다’는 아이템 자체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더구나 이는 이미 실제 건축과 인테리어 현장에 적용되며 성과를 내고 있다. 바로 앤틀러코리아 4기 팀 중 하나인 ‘크래용’의 이야기다.
크래용 정래준 대표는 미국, 유럽, 아시아 등 글로벌 사업개발을 한 비즈니스 전문가로 건축자재 유통에 대한 지식과 네크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이선영 공동창업자는 국내외에서 15년 이상 의류제조업계에 종사하며 원단 R&D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이날 발표에 나선 정래준 크래용 대표는 “폐원단을 화학적 업사이클링을 통해 방염성과 내구성이 개선된 건축자재로 만들었다”며 운을 뗐다.
“인테리어를 할 때 보통 비용과 디자인을 고려합니다.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시공 비용 역시 급상승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자인 차별화는 쉽지 않죠. 시중에 존재하는 제한적인 자재만을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폐원단을 활용해 제조한 타일은 일반 타일 대비 생산 원가 우위에 있으면서도 커스텀 디자인이 가능합니다. 또 2배 정도 가볍고 우수한 접착력으로 인해 소수 인력으로도 빠르게 시공이 가능하죠.”
현재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방염성, 내구성 자재 개발에 성공한 크래용은 수거와 생산은 외주 파트너십을 통해 진행하고 내부적으로 R&D와 디자인에 집중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렇듯 크래용이 선보인 전략에 프리미엄 팝업 스토어를 비롯해 세련되고 독창적인 인테리어어 시공이 필요한 공간을 고민하는 고객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현재 미쉐린 레스토랑, 청담동 소재의 라운지 등에서 해당 제품을 활용한 리노베이션을 진행 중이다.

크래용 팀은 이러한 레퍼런스를 쌓는 한편 북미 시장 진출, 보드와 인조 대리석 등으로 제품 다양화, 아시아와 유럽 등 지역적 확장을 병행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최근 건설 원가 상승과 전세 사기 여파로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는 부동산 시장의 문제 해결에 팔을 걷어붙인 ‘서울가옥’ 역시 주목을 받았다. 최근 주택공급이 급감하고 신규 입주 물량이 줄어 드는 상황에서 대규모 택지 조성과 대단지 아파트 개발 방식은 최소 5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되기에 적기 대응이 불가능한 것이 사실이다. 이에 서울가옥 팀은 주택 건축이 가능한 소형 필지 단위에 주목, 수요자를 먼저 모집한 뒤 맞춤형 주택을 건축하는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시했다. 이들이 내세운 슬로건은 ‘6억원으로 서울 역세권의 내 집 짓기’다.

발표에 나선 김은숙 서울가옥 대표는 “주택 건축이 가능한 소형 필지 단위로 눈을 돌리면 서울 내에 약 60만개의 필지가 존재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필지 단위로 서울 전역에서 동시다발적 개발을 한다면 아파트 같은 고품질의 주택을 매년 1000세대에 공급할 수 있습니다. 서울가옥은 정해진 위치에 분양을 받는 아파트 같은 방식이 아니라 온라인 플랫폼 상에서 선별한 토지를 공개하고 수요가 모이면 건설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리스크 없이 필지 단위 개발을 실현하려 합니다.”
이와 같은 서울가옥의 방식은 데이터 기반의 주문형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에서 시작됐다. 앞서 김 대표가 언급한 서울의 60만개 필지는 서울가옥의 데이터 검색 시스템을 통해 분석됐다. 그렇게 시세 대비 저렴하게 매입할 수 있는 땅이 1000개라는 것이다. 고객들은 이중에 자신이 원하는 위치의 땅을 선택하면 된다. 그렇게 수요가 모이면 건설이 진행된다.
이때도 서울가옥의 전문성이 발휘된다. 사업추진 역량과 도메인 전문성을 모두 갖추었다는 평가를 받은 서울가옥팀은 글로벌 컨설팅펌과 제조업 및 IT 스타트업에서 사업개발을 리드했던 김은숙 대표와 건축업계에서 20년 이상 활동해온 이재준 최고제품책임자(CPO)가 공동창업자로 나섰기 때문이다.

서울가옥이 택한 건축 방식은 플랫폼을 통해 10만건 이상의 주택 평면도 데이터를 활용, 고객 니즈에 맞는 평면도를 자동으로 추천하며 진행된다. 이후 노동 의존도가 높은 철근 콘크리트 구조 대신 내력벽이 없는 기둥식 구조로 건축을 진행한다. 김 대표는 “공장 자동화가 가능한 철골 구조”라며 말을 이어갔다.
“철골 구조에 더해 자동 설계 기술을 결합해 시공 품질부터 공사 기간, 비용까지 완벽하게 컨트롤이 가능합니다. 덕분에 공사 기간을 절반으로 단축 시킬 수 있습니다. 또 고객 주문을 기반으로 건설이 진행되기 때문에 분양 홍보비 등의 간접비가 발생하지 않죠. 이를 통해 동일 면적 아파트의 60% 비용으로 서울에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한편 앤틀러코리아는 오는 4월부터 시작 예정인 6기 프로그램에 참여할 예비창업자 100명을 모집한다. 학력, 성별, 연령 무관하며 구체적인 비즈니스 아이디어가 없어도 지원 가능하다. 창업 팀의 경우 시드 투자유치를 희망하는 설립 2년 미만의 법인이 대상이다.
프로그램은 별도의 참여 비용이 없다. 선발된 참여자 전원은 창업지원금 300만원을 지급 받아 자유롭게 사업 검증에 활용 가능하고, 앤틀러 파트너 및 어드바이저로 부터 코칭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다. 앤틀러는 중소벤처기업부 주관 프리팁스(Pre-TIPS) 및 팁스(TIPS) 운영사로서 앤틀러 프로그램에서 탄생한 팀을 최우선으로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