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로봇 시장이 로봇청소기 중심의 실용 가전에서 소셜·반려로봇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최근 허깅페이스 산하 폴렌로보틱스가 내놓은 소형 오리 로봇 '마이크로덕(Microduck)'이 출시 첫날 완판에 가까운 흥행을 기록하면서, 국내 부품 업계로도 수혜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시장조사업체 모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전 세계 가정용 로봇 시장은 2025년 100억7000만달러(약 14조원)에서 2026년 117억3000만달러(약 16조3000억원)로 늘고, 2031년에는 234억6000만달러(약 32조6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2026년부터 2031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은 14.87%로 추산된다.
상용화가 끝난 로봇청소기·물걸레 로봇은 여전히 시장 진입의 관문 역할을 하지만, 소셜로봇과 반려로봇은 시범 프로젝트 단계를 벗어나 주류 소매 시장으로 옮겨가는 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라이다(LiDAR)와 브러시리스 모터, 리튬이온 배터리 가격이 내려가면서 보급형 제품 가격대가 낮아진 것이 대중화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제품이 마이크로덕이다. 허깅페이스는 지난 8월 27일 마이크로덕 사전예약을 시작했다. 가격은 399달러(약 55만원), 높이 25㎝·무게 800g 미만의 초소형 이족보행 로봇으로 서보모터 15개와 카메라, 소형 라이다, 관성측정장치(IMU) 2개, 물체를 집을 수 있는 관절형 부리를 갖췄다. 걷기·앉기·웅크리기는 물론 낙상 후 스스로 일어나는 동작까지 강화학습으로 훈련할 수 있다.
반응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출시 6시간 만에 주문액 100만달러를 넘겼고, 24시간 동안 260만달러어치 주문이 몰렸다. CNBC 보도에 따르면 출시 며칠 만에 누적 판매량은 1만대, 매출은 500만달러(약 68억원)를 넘어섰다.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면서 신규 주문 배송 일정도 초기 목표였던 성탄절 이전에서 늦춰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격 경쟁력의 배경에는 부품 구성이 있다. 메인 프로세서는 고가의 전용 로봇 칩 대신 중국 반도체 업체 록칩의 범용 시스템온칩(SoC) 'RK3566'을 썼다. 소프트웨어와 강화학습 훈련 스택은 깃허브에 오픈소스로 공개돼, 개발자가 직접 로봇의 움직임을 실험하고 개조할 수 있게 했다.
주목할 대목은 로봇을 움직이는 서보모터 15개가 모두 한국 로봇기업 로보티즈의 '다이나믹셀 XL330' 제품이라는 점이다. 폴렌로보틱스 공동창업자 마티외 라페르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X)를 통해 이 같은 부품 구성을 직접 밝혔다. XL330은 로보티즈 다이나믹셀 제품군 중 가장 작고 가벼운 모델로, 로봇 관절 구동에 특화된 액추에이터다.
증권가는 이번 흥행을 로보티즈의 실적 변수로 주목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최건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로보티즈를 마이크로덕 판매 호조의 직접 수혜 기업으로 꼽았다. 현재 선주문 물량(1만5000대) 기준으로 45억원 규모 매출이 확보됐고, 개발사의 목표 판매량인 5만대가 달성되면 관련 매출이 150억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 연구원은 허깅페이스 외에 중국 휴머노이드 기업 등으로도 공급이 확대될 가능성을 함께 짚었다.
이번 사례는 오픈소스 기반의 저가형 피지컬 AI 로봇이 대기업 실험실을 벗어나 일반 소비자 시장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글로벌 로봇 공급망이 특정 국가에 편중되지 않고 한국·중국 부품사가 함께 참여하는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국내 로봇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스택과 검증된 국산 액추에이터 공급망을 함께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초기 진입장벽이 한층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홈로봇 시장이 '집안일을 대신하는 기계'에서 '함께 노는 존재'로 확장되는 가운데, 이 전환기에 국내 부품 업계가 어떤 역할을 확보하느냐가 다음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