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두만 고로보 디자인 대표 “의료기기에서 시작한 로봇 디자인, 산업 영역으로 확장할 것”

의료 헬스케어 기기·로봇 디자인에 전문성을 구축, 산업용 로봇 등으로 확장 계획
안전, 불안 등을 감성적, 조형적, 기능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인간공학적 디자인’ 구현
로봇 디자인, “안 해본 회사는 있어도 한 번만 하는 회사는 없다”
김두만 고로보 디자인 대표. 고로보 디자인은 2000년 설립된 의료기기 디자인 전문기업인 ‘고디자인(GODESIGN)’이 최근 로봇 디자인 영역 확장을 목표로 새롭게 브랜딩한 이름이다. (사진=테크42)

최근 CNBC가 인용한 골드만삭스의 재클린 두 애널리스트의 전망에 따르면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이 미국 제조산업의 노동력 부족을 2030년까지 4%, 노인 간호 인력 부족을 2035년까지 2% 정도 보충하게 된다고 한다. 나아가 재클린 두 애널리스트는 근 미래에 휴머노이드 로봇이 스마트폰이나 전기 자동차와 같이 보급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전망을 내 놓기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로봇의 종류는 휴머노이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 범주를 넓혀보면 이미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의료기기, 드론, 자율주행차 등도 일종의 로봇이라 할 수 있다. 앞서 재클린 두 애널리스트의 말처럼 휴머노이드 혹은 산업용, 서비스용 로봇이든 대거 상용화 되는 시기가 왔을 때 중요해 지는 것은 마치 스마트폰과 같은 사용자 인터페이스(UI:User Interface)와 사용자 경험(UX:User eXperience)이다. 이는 하드웨어의 기술 격차가 좁혀질수록 소프트웨어적인 요소로서 더욱 중요하게 부각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최근 의료로봇 디자인 분야에 전문성을 바탕으로 산업용로봇, 스마트팜로봇 등 전문서비스로봇디자인으로 영역 확대를 진행하고 있는 고로보 디자인의 김두만 대표를 만나 로봇 디자인의 의미와 특징을 알아봤다.

인간공학적 요소 탐구에서 출발하는 로봇 디자인

고로보 디자인은 의료로봇 디자인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산업용, 물류, 스마트팜, 서비스 로봇 디지자인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미지=고로보 디자인)

고로보 디자인은 2000년에 설립된 의료기기디자인 전문기업인 ‘고디자인(GODESIGN)’이 최근 로봇 디자인 영역 확장을 목표로 새롭게 브랜딩한 이름이다. 김두만 대표는 홍익대학교 산업공예학과, 산업디자인 석·박사 과정을 거쳐 고디자인을 설립했고,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한국전기연구원, 한국광기술원, 전자부품연구원 등의 정부출연연구원 등은 물론 의료기기 전문 개발사와 함께 다양한 의료 로봇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고 있다. 김 대표는 “메디컬 분야의 로봇 디자인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영역 확장을 꾀하고 있다”며 고로보 디자인 브랜드를 선보인 이유를 설명했다.

“저 역시 초기에는 다른 산업디자이너와 특별한 차별점이 없었어요. 물론 어린 시절 스타워즈 등을 보며 로봇을 동경해 왔고, 로봇 디자인에 지속적으로 관심은 가지고 있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DNA 전해질 분석기 디자인을 맡게 됐고, 그것이 계기가 돼 메디컬 분야의 디자인 레퍼런스를 하나 둘씩 추가하게 됐죠. 지속적으로 의료 로봇에 대한 이슈가 나오는 상황이고, 다른 산업에서도 로봇 산업이 발전하는 상황이지만, 여전히 로봇 디자인이라고 하면 단순히 휴머노이드만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더군요. 그나마 메티컬 분야에서 전문적인 디자인 레퍼런스를 구축하고 있는 것도 저희 정도인데, 아직까지 기능 중심인 산업용 로봇 분야는 말할 것도 없었죠. 최근에는 로봇을 강화해서 브랜딩하는 회사가 있긴 하지만 아예 ‘우리는 로봇만 한다’는 회사도 없고요. 그래서 이번에 본격적으로 로봇 전담 팀도 만들고, ‘고로보 디자인’이라는 브랜드도 내게 됐죠.”

김 대표의 말에 따르면 고로보 디자인의 전문 분야는 메디컬 헬스케어 로봇 디자인으로, ‘인간공학적’ 요소를 우선 고려하는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즉 로봇을 접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안전함을 느끼게 하고 불안감을 감소시켜주는 효과를 감성적, 조형적, 기능적 관점의 디자인을 통해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그 외에도 의료기기로서 법으로 정해 놓은 인증, 인허가, 규격, 특허 등에 관한 제약을 고려해야한다”며 말을 이어갔다.

김두만 대표는 '인간공학적' 요소를 우선 고려하는 고로보 디자인의 철학을 이야기했다. (사진=테크42)

“일반적인 디자인에서는 보통 ‘DISCOVER, DEFINE, DEVELOP, DELIVER’ 등 4단계의 프로세스로 진행이 됩니다. 사용자 리서치를 통해 사용자의 행동과 말 속에 숨겨진 니즈를 발굴하고 수집한 자료를 분석해 구체화하는 등의 방식이죠. 하지만 로봇 디자인의 경우는 좀 다릅니다. 역시 4가지 중요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데요. 첫째는 인간공학적인 요소를 제일 우선시한다는 점이죠. 결국은 사람의 지시를 받고, 사람을 대신해야 하니까요. 둘째는 현실성 있는 생산과 인허가 이슈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세번째는 UX라고도 하는 사용자 시나리오, 즉 사용성을 높이는 것입니다. 로봇의 작동 시작부터 끝까지 행동 여정을 상황 별로 세분화해 그 사이에 발생하는 작은 불편함과 니즈를 찾고 해결하는 거죠. 마지막은 심리적인 신뢰감입니다. 이는 단지 의료 로봇 뿐 아니라 모든 로봇 디자인에 해당되는 프로세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로봇 디자인, “안 해본 회사는 있어도 한 번만 하는 회사는 없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고로보 디자인은 여러 의료 로봇 디자인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최근에도 국제적인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하는 성과를 올리고 있다.

고로보 디자인이 디자인한 이춘택의료연구소의 인공관절수술로봇. (사진=고로보 디자인)

가장 최근인 지난 8월에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3대 디자인상 ‘K-디자인 어워드’에서 고로보 디자인이 디자인한 알피니언 메디컬시스템의 고성능 초음파 진단기 라인 X-CUBE i9가 의료기기부문 골드 위너에 선정되는가 하면 바이오트코리아의 ‘Stem Cell Navigator’가 그랜드 프라이즈, 스카우터 ‘Z-CAM’ 수술용 비디오 현미경이 골드 위너에 선정되는 등 총 5개 의료기기가 수상작에 올랐다.

앞서 지난 2월에는 ‘아시아디자인프라이즈 2022’에서는 이춘택의료연구소의 인공관절로봇시스템이골드위너, 바이오트코리아의 비대면 검체채취로봇이 위너 등 4개 부문에 디자인 상을 수상한 바 있다.

김 대표는 “의료 분야의 기기·로봇 제품은 개발 과정이 보통 2~3년이 소요된다”며 “이 과정에서병원, 개발사가 지속적으로 협업하고 거기에서 나온 의견을 취합해 디자인으로 구현한다”며 프로세스를 설명했다.

고로보 디자인이 디자인한 바이오트코리아의 비대면 검체채취로봇. ‘아시아디자인프라이즈 2022’ 위너 수상작이다. (사진=고로보 디자인)

“의료기기·로봇 개발에 있어서 병원과의 협업은 요즘 필수가 됐어요. 기존의 제품과 비교해 사용자인 의사들의 니즈를 반영하는 과정에서 ‘키 닥터’라는 그룹 혹은 개인이 개선 의견을 주세요. 혹은 사용자 스스로도 잘 인지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저희가 역으로 제안을 하기도 하고요. 이를테면 ‘이 부분을 이렇게 디자인하면 손목 피로도나 어깨 피로도가 줄 것 같습니다’고 제안하는 식이죠. 이런 방식의 소통이 일반적이진 않지만 점차 증가하는 추세에요.”

이어 김 대표는 “그간 기능에 집중돼 있던 로봇 개발에서 디자인에 대한 인식은 ‘분명히’ 개선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고로보 디자인에 로봇 디자인을 의뢰하는 경우는 대체로 하드웨어나 기술이 완성된 상태에서 그 다음 단계인 디자인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과거 로보틱한 디자인을 선호했다면 최근 디자인 트렌드는 인간친화적이고 편안한 스타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지난 8월 ‘K-디자인 어워드’에서 그랜드 프라이즈를 수상한 바이오트코리아의 ‘Stem Cell Navigator’. (이미지=고로보 디자인)

“어느 정도 기술적인 완성도를 갖춘 기기·로봇 디자인 의뢰가 저희에게 들어왔을 때는 더 시너지가 생기는 것 같아요. 다른 레퍼런스에서 적용했던 것을 응용할 수 있기도 하고요. 비유가 될지 모르겠지만, 최근 현상을 보면 ‘(자사가 개발하는 로봇 등의) 디자인을 안 해본 회사는 있더라도, 한 번만 하는 회사는 없다’고 할 수 있어요. 디자인이 단순한 포장이 아니라 기능, 재료적인 측면 등을 다각적으로 고려해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수익성까지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거죠. 즉 저희는 디자인을 통해 좀 더 혁신적인 제품의 가치를 고민하고 만드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김 대표는 바쁜 와중에도 간간히 모교를 비롯해 몇몇 대학의 강단에서 디자이너를 꿈꾸는 학생들을 접하곤 한다. ‘디지털 네이티브’라고도 불리는 세대가 디자인에 접근하는 방식을 보며, 김 대표는 향후 로봇 디자인의 방향을 예측해 보기도 한다.

직원들과 함께 로봇 디자인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김두만 대표(왼쪽에서 다섯번 째). (사진=고로보 디자인)

“간간히 강의를 나가 학생들을 보면 저희 때와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껴요(웃음). 예전에는 연필이나 펜, 마카 등을 많이 썼는데 요즘은 안 쓰더군요. 대신 아이패드에 스케치를 하거나 바로 3D 툴을 써서 그려내더라고요. 소위 디자인, 미술을 하는 사람들은 미적 감각이나 손재주가 좋아야 한다고 했는데, 이젠 옛말 같아요. 학생들을 보면 확실히 머리 좋고 감각이 있으면 굳이 툴이 아니더라도 컴퓨터를 활용해 디자인이 되니까요.”

3D로 시뮬레이션하고 디자인을 입혀 제시하는 방식은 고로보 디자인에서도 실무에 적용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이럴 경우 실물 제작 후에 발생할 수 있는 간섭 등의 오류를 상당 부분 예방하며 완성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가 이야기하는 “속도가 빨라졌다”는 의미가 새삼 와 닿는다.

인터뷰 말미 김 대표는 “그간 구축한 의료기기 디자인 프로세스와 노하우를 바탕으로 고로보 디자인은 보다 인간친화적인 로봇 디자인을 구현해 나가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황정호 기자

jhh@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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