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하욱·백수현 링크 공동창업자 “원료부터 개발까지, 데이터 기반 최적화된 레시피를 제공하는 식품 제조 솔루션을 만들고 있습니다”

아날로그 방식 고수되는 식품 제조 시장의 페인포인트 주목… 디지털 전환 추구
원료 선정, 식품 레시피 개발, 생산관리에 소요되는 수개월의 시간을 한 달 반으로 줄이는 비즈니스 모델 제시
원료와 제품 데이터 기반 알고리즘 기술 적용… 획기적인 시간 단축, 비용 절감 ‘제품 개발 프로세스 자동화’
지난 8월 말 데모데이 현장에서 만난 링크 팀. (왼쪽부터) 백수현 COO, 김하욱 대표, 이익성 CTO. (사진=앤틀러코리아)

급격히 진행되는 디지털 전환의 흐름이 무색하게 여전히 아날로그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는 산업 분야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식품 제조 시장이다. 원료의 선정과 수급, 식품 개발, 생산의 각 부문에서 아직까지 상당 부분 사람의 경험과 감각에 의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방식은 막대한 시간 소요가 불가피하다. 실제 알려진 바로는 오프라인 방식으로 원료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부터 약 100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수많은 원료 정보와 개수에 비해 이를 커버하는 정보망이 없고, 일일이 원료 공급사에 전화나 문자를 넣어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이 되기 대문이다. 결과적으로 최적의 레시피가 나올 때까지 연구원들이 소비하는 개발과 시행착오의 시간은 무려 4300시간에 달한다고 한다.

링크에 따르면 식품 제조 분야의 개발 과정은 상당 부분 아날로그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오프라인을 통해 원료를 선정하고 수급하는 데만 약 100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이미지=링크)

지난 8월 한 여름의 열기만큼 뜨거웠던 앤틀러코리아 배치2 데모데이 현장에서 만난 스타트업 링크는 이렇듯 오래된 관행처럼 이어졌던 식품 제조 분야의 페인포인트를 해결하는 해법을 제시하며 관심을 모았다.

식품 제조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기치로 내세운 링크가 제시한 것은 파편화된 원재료 데이터를 하나로 모아 자동화하고, 배합에 필요한 화학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수집해 단시간에 최적의 레시피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솔루션 기반 플랫폼이다.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링크가 초기 시장 검증 과정에서 9개월이 소요되는 식품 개발 과정을 한달 반으로 줄이는 성과를 달성했다는 점이다. 이 성과를 바탕으로 링크 팀은 이미 리드 고객사 50곳을 확보하고, 플랫폼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앤틀러에서 싹튼 가능성을 현실화하는 순간

함께 인터뷰를 진행한 김하욱 대표와 백수현 COO. (사진=테크42)

데모데이 이후 두 번째 만남, 긴장된 표정으로 발표를 하던 백수현 링크 COO와 그 옆을 지키던 김하욱 대표를 서울 건국대학교 교내에 마련된 링크의 사무실에서 마주했다. 그런데 공동창업자이자 링크 솔루션의 데이터 알고리즘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이익성 CTO가 보이지 않았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데모데이 이후 성과가 연이어지는 듯했다.  

“현재는 앤틀러코리아의 프리시드 유치 이후 시드 라운드 투자 유치를 위해 IR을 진행 중입니다.요즘은 일주일에 4곳 정도 IR을 진행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실사까지 진행하고 투자심사를 진행 중인 건도 있습니다. 그 외에도 4개의 고객사 미팅이 진행되고 있고요. 필리핀에서도 공장 확보를 비롯해 고객사 미팅을 위해 이익성 CTO가 출장을 가 있는 상황이고요.”

링크가 주목한 식품 제조의 페인포인트는 우리나라만의 상황이 아니다. 다시 말해 링크의 비즈니스 모델은 시작부터 글로벌 확장 가능성이 높았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기부터 해외 고객사의 제안을 받는 상황이니 출발이 나쁘지 않은 셈이다.

이와 관련 백 COO는 “링크와 같은 시도를 하는 스위스 등 해외 기업들이 몇몇 있지만, 이는 서양인의 입맛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링크는 거기에 더해 보다 풍부하고 다양한 맛을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를 타깃으로 하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김하욱 대표(왼쪽)는 식품개발 및 생산 분야에서 15년의 경력을 쌓은 전문가다. 백수현 COO는 KCC, WPP, Henkel 코리아 등을 거치며 B2B 서비스 기획자로 커리어를  쌓으며 창업의 기회를 기다려 왔다고 한다. (사진=링크)

김하욱 대표는 식품개발 및 생산 분야에서 15년의 경력을 쌓은 전문가다. 김 대표와 이전 직장에서 인연이 된 이익성 CTO 역시 데이터사이언스 분야에 전문성을 바탕으로 스타트업 데이터팀 등을 거쳤다. 백수현 COO의 경우 디자인을 전공하고 영국에서 학업을 마쳤다. 창업을 꿈꾼 것도 그 즈음이다. 이후 백 COO는 KCC, WPP, Henkel 코리아 등을 거치며 B2B 서비스 기획자로 커리어를  쌓으며 창업의 기회를 기다려 왔다. 이렇듯 각자의 삶에서 저마다의 커리어를 쌓아오던 이들은 앤틀러코리아의 배치 프로그램으로 링크 팀을 결성했다.

백 COO는 “오래전부터 창업을 하고 싶었지만 혼자서는 엄두가 나지 않았고 다른 창업 프로그램을 거치며 함께하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며 “앤틀러 프로그램을 통해 좋은 공동창업자를 찾는 것이 첫 목표였다”고 지난 시간을 돌이켰다.

김 대표가 앤틀러 프로그램을 지원하게 된 계기는 올해 초 데모데이를 진행한 앤틀러 프로그램 1기 팀의 사례를 확인한 뒤였다. 이미 창업을 결심하고 퇴사까지 한 상황에서 앤틀러코리아의 배치2 프로그램 지원은 그에게 더 없는 기회로 다가왔다고 한다.

“앤틀러 1기 팀들을 보면서 정말로 경험이 없는 사람이 창업가가 되고 그렇게 결성된 창업팀의 비즈니스 모델이 성공할 수 있는지 궁금했어요. 또 저희가 하려는 비즈니스에 대한 나름의 자신감도 있었습니다. 물론 그때까지는 브레인스토밍 수준의 아이디어였죠(웃음). 앤틀러 프로그램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투자를 받은 선배 창업가들에게 직접적인 조언을 받을 수 있었다는 점이예요. 또 내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팀원을 찾을 수 있다는 것도 굉장히 매력적이었죠.”

파편화된 정보를 모으고 불투명한 공급망 체계를 개선한다

초기 김 대표가 고민한 아이디어는 식품 생산과 연구과정을 자동화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었다. 일종의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형 솔루션을 개발하는 식이다. 반면 백 COO의 아이디어는 시니어 시장을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였다. 어쩌면 전혀 결이 달랐던 시작, 그러나 치열한 토론을 거듭하며 이들은 팀이 됐고 링크의 비즈니스 모델은 점차 뾰족하게 다듬어졌다. 김 대표는 링크 솔루션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존재하고 있는 정보들을 취합하고 가공해 식품 제조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고민의 결과”라며 설명을 이어갔다.

“저희는 식품 개발을 진행하는 연구원들이 보유한 데이터의 한계성에 주목했습니다. 파편화된 정보를 매번 다시 검색하고 개발 방향에 맞는 로직에 적용하는데 반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되죠. 그렇게 해서 레시피를 만든다고 해도 사실 상품화하는 제조 공정에 매칭 시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우선 그렇게 파편화돼 있는 정보를 가지고 와서 로직에 맞춰 정리해 시간을 단축시키는데 중점을 뒀습니다. 또 그 다음으로 주목한 것은 원료에 대한 정보였어요. 레시피와 제품 생산까지 시간을 단축했다고 해도 원료의 제조 원가가 투명하지 않기 때문에 같은 원료도 공급자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인 상황이었거든요. 그런 원료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연결해 적정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 두 번째 포인트였죠.”

김 대표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다른 제조 분야와 마찬가지로 식품 분야 역시 원료 공급망 확보가 관건이었다. 즉 링크의 비즈니스는 파편화된 데이터를 정리하고 로직화해 시간을 필요한 정보를 적시에 찾을 수 있게 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레시피로 생산에 필요한 공정과 원료 공급망을 투명하게 연결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링크 팀은 이렇게 설계된 비즈니스 모델의 가능성을 앤틀러 프로그램을 통해 검증했다. 김 대표는 “현재 AI 기술을 통해 고도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말을 이어갔다.

링크는 앤틀러 프로그램을 통해 진행한 PoC를 통해 식품 개발에 필요한 소요시간은 물론 인력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하는 성과를 얻었다. (이미지=링크)

“초기에는 머신러닝 프로그램으로 PoC(개념검증)을 진행했고 이제는 두 가지 AI를 개발하고 있어요. 제품 레시피를 자동으로 뽑아내는 AI 기술과 레시피 안에 맛을 조정하는 AI기술이죠. 이 두 가지를 조합하고 100% 자동화를 완료하게 되면 식품 제조 분야의 연구원들이 그간 수작업으로 진행했던 과정이 획기적으로 단축될 수 있죠. 현재는 로직 상에서 데이터를 가공해 필요한 정보를 저희 내부 프로그램에서 소싱해 가져오는 정도로도 한달 반으로 시간을 단축했지만, 자동화 등 기술 고도화가 이뤄지면 레시피 기준으로 제조 공정이 나오고 그 공정에 맞게 생산할 수 있는 공장들이 연결될 겁니다. 그렇게 되면 시간 손실은 훨씬 더 줄어들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고객사는 몇번의 클릭 만으로도 새로운 레시피를 조합할 수 있고 그에 맞는 원재료와 공장과 연결돼 주문 후 1~2주 안에 제품 생산까지 가능합니다.”

현재 링크가 우선 집중하고 있는 것은 기후 변화,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돌발 이슈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식품 개발 연구조직, 대기업 등이 직면한 공급망 문제를 지원하는 서비스다. 김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신제품 개발을 고민하고 있는 소규모 브랜드사 역시 제품 의뢰서 한 장이면 콘셉트에 맞는 완제품 생산까지 지원하는 식이다. 이러한 링크의 비즈니스 모델은 원료 공급사에게도 기존 고객에 더해 추가적인 판로를 제시하는 것이어서 윈-윈(win-win) 할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커피 프랜차이즈의 경우 초기 매장이 적을 때는 여러가지 시중에 있는 시럽을 조합해서 베이스 작업을 하지만, 지점 수가 늘어나면 대량 매입해 직접 공급을 해야 수익성이 있거든요. 이런 고객사들을 위해 저희는 초기에 대량 생산에 초점을 맞춰 시럽이나 베이스 작업을 메뉴 개발과 같이 진행해드리는 서비스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주 고객군은 음료나 베이커리 소스 등을 선보이는 브랜드사라고 할 수 있죠. 이들에게 저희가 원료를 공급하고 시장 테스트나 가능성을 확인해 제조 공장에 연결하면 원료 공급사 측에서도 이를 레퍼런스 삼아서 다시 마케팅을 진행할 수가 있습니다. 즉 저희는 브랜드 고객사에게 원료 공급망을 확보해 주면서 제조사 쪽과 협의해 제조 기간을 단축시키고, 이후에도 제품이 안전도나 법적 규격에 맞춰 생산되는지 유지 관리 등을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고 있어요. 한마디로 식품 제조 분야의 모든 주체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구조를 만드는 중이죠.”

링크 솔루션의 고도화 로드맵은?

링크의 솔루션 고도화 로드맵. (이미지=링크)

링크 팀의 AI 기술 개발은 사람마다 주관적인 맛을 AI에게 학습시켜 이를 정량화, 표준화하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이렇게 되면 커피에 포함된 수백가지의 맛을 화학적 분석을 통해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최적의 맛을 조합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식품을 분석할 수 있는 장비를 활용하면 하나의 식품에 수백가지의 화학적인 요소들이 나오는데 그중 30~40 가지를 조합하면 특정 고객군이 선호하는 맛과 향을 만들어 낼 수 있어요. 거기서 다시 서너 가지 요소들의 함량을 미세하게 조합하면 맛과 향을 조정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커피의 경우 그런 조정을 통해 브라질 원두 커피나 루왁 커피, 콰테말라 원두 커피와 같은 맛과 향을 만들어 낼 수 있어요. 이러한 과정은 우선 맛을 조정하는 단계를 거친 후 향을 조정하는 단계로 넘어갑니다.”

링크 팀은 이렇듯 AI 기술을 활용한 솔루션 고도화를 오는 2025년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오는 2026년까지 생산 공정과 연결하는 통합된 플랫폼화를 이룩한다는 계획이다. 이러한 플랫폼이 구축될 경우 식품 제조와 비슷한 동물 사료 등의 제조에도 적용할 수 있다. 실제 건강기능식품에는 이미 적용 중이다. 인터뷰 말미, 김 대표는 “이미 링크는 막대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고, 이 데이터를 해석하고 연결하는 로직을 완성한 상태”라며 남다른 포부를 밝혔다.

“향후 AI 기술 고도화와 함께 해외 원료 공급사, 제조사 등의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데이터가 축적되면 된다면 향후에는 농산물 품종을 분석하고 이를 활용한 식품 원료를 조합하는 방식으로도 발전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저희는 누구나 식품을 제조한다고 할 때 링크를 떠올리도록 노력할 겁니다. 데이터가 누적되고 저희가 원하는 원료들을 컨트롤할 수 있게 되면 저희가 식품 트렌드 자체를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황정호 기자

jhh@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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