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트레스 관리는 오랫동안 개인의 감정 조절이나 상담, 명상, 수면을 돕는 사운드 등의 영역에 가까웠다. 그러나 웨어러블 기기와 스마트폰 카메라가 심박, 혈류, 수면, 활동 데이터를 읽고 인공지능(AI)이 이를 분석하는 환경이 갖춰지면서 스트레스도 데이터 기반으로 측정하고 관리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물론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스트레스를 측정하는 서비스는 많아졌지만, 측정 이후 제공되는 해결책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솔루션은 많지 않다는 점이다. ASMR, 화이트노이즈, 명상 음악, 수면 앱처럼 긴장을 낮춘다고 말하는 콘텐츠는 넘쳐나지만, 개인의 현재 생체 상태를 반영해 실시간으로 솔루션이 제공되는 경우는 드물다.
스트레스솔루션은 이 간극을 파고든 디지털 멘탈 헬스케어 스타트업이다. 핵심 솔루션은 ‘힐링비트(Healing Beats)’다. 사용자의 심박변이도(HRV·Heart Rate Variability), 심전도(ECG·Electrocardiogram), 광용적맥파(PPG·Photoplethysmography) 등 생체데이터를 분석해 현재 상태에 맞는 사운드를 생성하고, 이를 스트레스 완화, 수면, 집중, 회복 경험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배익렬 스트레스솔루션 대표는 이를 단순 음악 추천이나 명상 앱이 아니라 ‘생체데이터 기반 개인 맞춤형 사운드 솔루션’이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차별성을 바탕으로 스트레스솔루션은 현재 바디프랜드, KB라이프, SK텔레콤 등 B2B·B2B2C 적용 사례를 확대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이를 기반으로 휴게공간, 보험·헬스케어 앱, 통신 콘텐츠, 시니어 케어, 교육, 수면 시장으로 확장하겠다는 로드맵도 제시한다.
한때 공학도였던 배 대표의 이력은 꽤 독특한 경험으로 채워져 있다. 공학에서 간호학으로 방향을 전환했고, 대학병원 마취과 간호사로 일하며 수술 환자의 불안을 마주했다. 약물과 수술 절차 외에 환자 불안을 낮출 수 있는 보조적 수단을 고민하다 음악에 주목했고, 이후 교수로 재직하며 심장 생체데이터와 사운드를 결합하는 연구를 이어갔다. 그런 과정을 보면 배 대표에게 스트레스솔루션은 창업이라기보다 연구 과정의 연장선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런 배 대표가 이제 오랜 연구 끝에 완성한 성과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사업화에 돌입했다. 이에 테크42는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배 대표를 만나 들어봤다.
수술실에서 불안해하는 환자들을 보며 떠오른 아이디어
‘스트레스솔루션’이라는 사명은 말 그대로 스트레스 문제를 풀겠다는 뜻에서 출발했다. 다만 배 대표가 본 문제는 스트레스를 측정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많은 진단 서비스와 솔루션이 분리돼 있고, 사용자가 스스로 콘텐츠를 찾아야 하며, 대부분의 사운드 기반 콘텐츠가 개인의 생체 상태를 반영하지 못한다. 배 대표는 “거기서 시장의 빈틈을 봤다”고 말했다.
“생각해 보면 스트레스를 진단하는 곳은 많고, 솔루션을 주는 곳도 많아요. 그런데 그 솔루션이 맛집일 수도 있고, 여행일 수도 있고, 뇌파 사운드일 수도 있고, 여러 방향으로 흩어져 있거든요. 저희는 생체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사운드를 생성해서 주자는 쪽으로 들어갔습니다. 진단부터 솔루션까지 주는, 그런 개념이 뾰족하게 들어갈 시장은 아직 없다고 봤어요.”
창업 초기에는 스트레스라는 주제 자체가 너무 넓다는 우려도 있었다. 투자자들은 스트레스로 독립적인 시장을 만들 수 있느냐고 물었다. 배 대표는 오히려 간호학과 교수로 쌓아온 연구 경험 때문에 이 문제를 더 집요하게 붙잡았다. 스트레스는 감정의 언어로 표현되지만, 실제로는 심박, 호흡, 자율신경 반응으로 나타나는 생리적 현상이다. 불안과 수면, 집중, 회복력은 모두 이 지점과 연결된다.

“투자자들이 처음에는 말렸어요. 스트레스 가지고 또 뭘 보느냐는 거죠. 그래도 저는 한번 뛰어들어보고 싶었어요. 간호학과 교수로서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는 말을 그냥 구호처럼 접한 건 아니었거든요. 불안 문제를 한번 해결해 보고 싶었습니다. 처음에는 투자자로부터 ‘기술은 혁신적이고 재미있지만, 이게 누구한테 팔리면 그다음 투자를 하겠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그런데 굵직한 기업들과 개념검증(PoC·Proof of Concept)을 넘어서 계약까지 가다 보니, 이제야 비로소 투자자들이 이야기하는 ‘팔리는 기술’이 되어가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배 대표의 말처럼 스트레스솔루션의 문제의식은 대학병원 수술실에서 구체화됐다. 수술실은 환자가 통제감을 잃는 공간이다. 안경을 벗고, 옷을 갈아입고, 조명 아래 누워야 한다. 의료진은 정해진 수술 절차와 약물 외에 환자의 불안을 낮출 방법이 많지 않다. 그때 배 대표는 그 공간에서 귓가를 울렸던 ‘음악’에 집중했다.
“제가 공학을 처음 전공하다가 간호학으로 갔어요. 남자 간호사라는 게 흔치 않던 시절이라, 가족들도 어리둥절해 했어요(웃음). 졸업을 하고 대학병원 마취과 간호사로 처음 일을 했는데, 수술 환자를 매일매일 만나게 됐습니다. 수술하러 들어오면 환자들은 상당히 불안해했어요. 그때 수술실에서 약 말고, 정해진 수술 절차 말고 할 수 있는 게 뭘까를 봤습니다. 그런데 사운드는 수술방에 늘 틀어져 있었고, 그래서 음악이 수술 환자와 의료진에게 미치는 영향을 먼저 연구하게 됐습니다.”
당시 경험은 석사·박사 연구와 한국연구재단 과제, 이후 교수 창업으로 이어졌다. 초기 연구는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한 불안 완화에서 출발했다. 수술 환자뿐 아니라 경기 전 극심한 긴장에 노출되는 스포츠 선수도 적용 대상으로 들어왔다. 스포츠 현장에서는 약물, 향, 마사지 등 외부 개입이 도핑 이슈와 맞물릴 수 있어 청각이나 호흡처럼 상대적으로 안전한 보조 수단이 중요하다. 이후 연구 범위는 수면, 일상 스트레스, 학습 집중, 시니어 케어로 넓어졌다.
배 대표가 창업을 결심한 시점은 지난 2022년이다. 10년 넘게 교수로 일하며 연구에 몰두했던 배 대표였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교수 창업이라는 선택지를 본격적으로 고민했다. 그렇게 두 명으로 시작한 조직은 이후 연구개발과 사업화를 거치며 확장됐다. 창업 과정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기술 중심 사고에서 고객 중심 사고로 전환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결과적으로 이 전환은 스트레스솔루션의 B2B 사업화로 이어졌다.
뇌파가 아니라 심장 데이터로 만드는 ‘나만의 사운드’
스트레스솔루션의 기술적 차별점은 기존 사운드테크와의 비교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시장에는 바이노럴 비트(Binaural Beats), 뇌파 기반 사운드, 화이트노이즈, ASMR 등 다양한 콘텐츠가 있다. 이들은 특정 주파수나 반복적 청각 자극을 통해 이완, 수면, 집중을 유도한다. 배 대표는 이들 방식의 연구와 시장성을 인정하면서도, 개인 맞춤형이라는 허들은 넘지 못했다고 본다. 모든 조건이 제각각인 사람들에게 같은 주파수나 같은 음악이 동일하게 효과를 낸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존 사운드의 문제는 뇌파 중심 테라피가 대부분이라는 점이었어요. 델타파를 주면 잠을 잘 자고, 어떤 주파수를 주면 집중력이 올라간다고 말하잖아요. ASMR이나 바이노럴 비트도 다 주파수 영역입니다. 좋은 레퍼런스도 많고, 훌륭한 콘텐츠도 많고, 저도 많이 듣습니다. 그런데 맞춤형은 아니라고 봤어요. 그리고 또 솔직히 재미가 없으니까 지속성이 좀 떨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존 서비스들과 비교해 힐링비트는 심장 데이터에 기반한다. 사람의 심장은 일정한 간격으로만 뛰지 않는다. 심박 간격의 미세한 변화는 스트레스, 피로, 수면, 회복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HRV는 이러한 변화를 분석해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살피는 지표로 활용된다. ECG는 심장의 전기적 활동을 파형으로 기록한다. 스트레스솔루션은 이 심장 데이터와 사운드를 연결해 개인별 사운드 웨이브를 생성하는 방식을 택했다.
“나만의 맞춤형 사운드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생각했죠. 그러다 나만의 심장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운드를 동기화시켜 보면 어떨까 했습니다. 심장이 쿵쾅 뛰면 P파·QRS군·T파로 구성된 심전도(ECG) 파형이 나오고, 그 안에는 심박동수도 있고 심전도 파형 정보도 있습니다. 뇌파가 아니라 심장 데이터로 사운드를 매핑해서 들려주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를 본 겁니다. 그렇게 2016년부터 2022년까지 연구를 계속했어요. 그리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창업까지 가게 됐습니다. 결국 힐링비트는 개인의 생체신호 데이터 기반으로 새로 생성되는 나만의 자장가 같은 개념입니다.”
초기 맞춤형 사운드는 수작업에 가까웠다. 한 사람의 데이터를 장시간 측정하고,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운드를 직접 마스터링해야 했다. 하나의 사운드를 만드는 데 일주일 이상 걸렸다. AI 기술의 발전은 이 과정을 상용화 가능한 수준으로 압축했다. 현재는 AI 엔진이 생체데이터를 분석하고, 스트레스솔루션이 개발한 알고리즘을 통해 개인 맞춤형 사운드를 빠르게 생성하는 구조다. 배 대표는 이 알고리즘 자체가 스트레스솔루션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그때는 AI 기술이나 생성 기술이 지금처럼 없었습니다. 한 사람의 사운드를 만들려면 데이터를 60분 동안 측정하고, 그걸 수동으로 다 만들어야 했어요. 심박동수도 보고 파형도 보니까 사운드 하나 만드는 데 일주일 넘게 걸렸습니다. 지금은 사람의 심장 데이터가 뜨면 저희가 개발한 AI 엔진이 그 파형을 돌려주면서 사운드를 생성합니다. 그때 수동으로 하면서 알고리즘 계산을 많이 할 수 있었고, 그게 지금의 기반이 됐습니다. 단순하게 심박동수만 맞춰주는 게 아니라, 어떤 파형을 어떻게 사운드로 넘길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측정 방식도 확장됐다. 초기에는 접촉식 의료기기와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했다. 스트레스솔루션은 식품의약품안전처 2등급 의료기기 인증을 받은 HRV 측정장비, 스마트워치·스마트링 등 웨어러블 기기의 광용적맥파(PPG) 신호, 스마트폰 카메라로 얼굴 피부의 미세한 색 변화를 분석하는 원격 광용적맥파(rPPG·remote Photoplethysmography) 방식을 모두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온디바이스 AI 적용 시, 사용자는 별도 장비 없이도 스마트폰 카메라로 자신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배 대표는 ‘상용화 가능’ 수준으로 설명하며 정밀 의료기기 수준의 정확도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사용자 경험은 단순하게 설계됐다. 사용자는 AI 카메라 측정 또는 웨어러블 데이터 연동으로 현재 상태를 확인하고, 분석 결과에 따라 생성된 사운드를 듣는다. 스트레스솔루션은 10분 청취 전후의 변화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스트레스 회복 경험을 제시한다. 이 과정에서 힐링비트가 겨냥하는 시장은 스트레스에만 머물지 않는다. 수면, 집중, 학습, 시니어 안정 등 다양한 생활 장면으로 확장된다.
보험, 레저, 시니어 서비스 등 기업이 먼저 알아봤다…B2B로 검증한 힐링비트
스트레스솔루션은 초기부터 소비자 앱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B2B 시장에서 기술을 검증하는 전략을 택했다. 스트레스 관리는 개인에게 필요하지만, 소비자가 곧바로 비용을 지불하는 시장에 진입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기업, 보험사, 헬스케어 기기 업체, 통신사, 호텔·리조트, 시니어타운은 고객 경험, 임직원 복지, 예방형 헬스케어를 강화해야 하는 니즈가 있었다. 기술적인 차별점만 입증한다면 승산이 있었다. 스트레스솔루션은 여기에 그간 연구 성과를 모두 쏟아 넣으며 승부수를 던졌다. 물론 시행착오도 적지 않았다.
“처음에는 제 기술이 최고라고 생각하면서 기술 개발에만 매진했어요. 그런데 데스밸리를 겪으면서 소비자가 필요한 게 뭐냐로 강제 전환을 하게 됐습니다. 알고 보니까 이 말은 매번 들었던 것 같아요. ‘내 기술이 최고다’가 아니라 ‘소비자가 필요한 걸 팔아야 된다’는 말이요. 그래서 의료기기 쪽으로만 집중했던 것을 웰니스 헬스케어 쪽으로 틀었습니다. 연구개발에만 쏟던 에너지를 ‘한번 팔아보자’로 바꾸다 보니 첫 계약이 이루어졌고, 여러 대기업들과도 협업 기회가 생겼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바디프랜드, KB라이프, SK텔레콤 등이다. 바디프랜드는 안마의자와 침대 등 헬스케어 기기 안에 HRV 기반 알고리즘과 힐링비트 사운드를 결합하는 방식이다. KB라이프는 금융·보험 앱 안에 스트레스 측정과 맞춤형 사운드를 내재화하는 B2B2C 모델로 볼 수 있다. SK텔레콤은 통신 서비스 접점에서 힐링비트 사운드를 활용하는 방향이다. 배 대표는 이들 사례가 PoC 수준을 넘어 실제 매출로 이어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스트레스솔루션의 또 다른 B2B 모델은 공간형 솔루션이다. 기업 라운지, 휴게공간, 호텔, 리조트, 시니어타운, 오피스 등에 AI 카메라 측정과 맞춤형 사운드 청취 경험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배 대표는 대전의 대형 카페 공간을 테스트베드로 활용하며 실제 사용자가 어떻게 사운드 기반 휴식을 경험하는지 살폈다. 이후 이 경험은 별도 공간형 제품인 ‘힐링박스’로 고도화됐다. 기존 공간을 크게 바꾸지 않고도 개인화된 회복 경험을 얹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지금은 힐링박스를 휴게공간에 납품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휴게공간에서 휴식이 복지가 되는 순간을 만들자는 거죠. 기존 휴게공간을 고도화해야 하는데 인테리어 비용은 많이 쓰기 어렵다는 곳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공간은 그대로 두되 경험은 새롭게 가자는 콘셉트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힐링박스도 그런 흐름에서 만들었습니다. 호텔, 리조트, 시니어타운, 오피스 같은 곳에서 누구나 복잡한 과정 없이 이용할 수 있게 만든 겁니다.”
힐링박스는 스트레스솔루션이 말하는 ‘수동적 회복 경험’을 보여주는 제품이다. 배 대표는 “초기에는 화면, 가상현실(VR), 다양한 감각 요소를 넣어봤지만, 결국 음악과 눈을 감고 쉬는 방식이 가장 효율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명상은 사용자가 집중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지만, 사운드는 더 수동적이고 진입장벽이 낮다. 청각은 오감 중에서도 자율신경 반응과 밀접하게 연결될 수 있는 감각이라는 판단이다.
스트레스솔루션의 매출 흐름도 B2B 전환 이후 반전을 맞이했다. 배 대표에 따르면 스트레스솔루션은 매년 매출 증가를 기록했고 올해 상반기에도 두 자릿수 매출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더 중요한 것은 단순한 프로젝트 매출이 아니라, 기업 고객이 먼저 제안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배 대표는 “찾아가는 영업보다 역제안이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이 시장에서 어떤 형태로 소비되는지 확인하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의미다.
B2C·청소년·수면·DTx로 넓히는 다음 시장
B2B로 적용 사례를 확보한 스트레스솔루션은 B2C 시장도 준비하고 있다. 배 대표는 힐링비트의 두 번째 버전(V2)을 개인 사용자를 위한 서비스로 준비 중이라고 털어놨다. 접근 방식은 앱과 프로그레시브 웹 앱(PWA·Progressive Web App)을 병행하는 구조다. 앱 설치 없이 링크 하나로 경험할 수 있는 방식까지 열어 초기 고객 접점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배 대표가 B2C에서 본 가능성은 기능보다 감성적 소유감에 가깝다. 자신의 생체데이터로 만든 ‘나만의 수면 음악’, ‘나만의 공부 음악’, ‘나만의 스트레스 완화 음악’이라는 요소가 소비자들에게 적용된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명확한 시장은 ‘수면 분야’다. 스트레스 완화는 누구나 필요하다고 느끼지만, 비용 지불로 이어지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반면 수면은 불편이 뚜렷하다. 잠을 잘 자기 위해 약, 건강기능식품, 침구, 디바이스, 앱에 비용을 쓰는 소비자가 이미 존재한다. 스트레스솔루션은 수면을 시작으로 학습, 청소년 스트레스 관리, 시니어 수면, 영유아 케어 등으로 확장 가능성을 보고 있다. 특히 청소년 대상 프로그램의 경우 배 대표의 관심도가 남다르다. 바로 ‘스트레스제로킹’이다.

“‘스트레스제로킹’은 청소년들의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조달청에도 등록됐죠. 많은 학교들이 축제와 같은 행사 외에도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고민하는데, 저희는 학생들을 강당에 눕혀놓고 스트레스를 측정합니다. 그리고 저희 솔루션으로 쉬게 한 다음에 얼마나 스트레스가 떨어졌는지를 보는 겁니다. 제일 많이 떨어진 사람은 스트레스제로킹으로 뽑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트레스가 높은 학생은 스트레스 왕으로 뽑아서 장학금도 주고 선물도 줍니다. 제주 지역과 서울 강남구청에서도 진행했고, 지금은 학교 조달청 사업으로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배 대표는 이 프로그램을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청소년 스트레스 문제를 드러내는 장치로 보고 있다. 학생들은 측정 결과만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언제 스트레스를 받고 어떻게 해소하는지 적는다. 교사는 이를 통해 학생들이 겪는 압박과 감정 상태를 더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스트레스솔루션 입장에서는 교육기관 대상 사업 모델을 만들 수 있고, 동시에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고 공감하는 소셜임팩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배 대표는 “다음 달에도 전남 지역 학생들을 대상으로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스트레스솔루션은 시니어 시장도 주목하고 있다. 고령층은 수면 패턴이 불규칙해지고, 중간에 깨거나 이른 시간에 잠에서 깨는 경우가 많다. 수면 부족은 삶의 질과 직결되고, 인지 건강에 대한 우려와도 맞물린다. 보험사와 시니어타운, 요양시설, 실버타운은 이런 문제를 예방형 헬스케어 서비스로 다루려 한다. 스트레스솔루션은 정기 측정, 공용공간 사운드 라이선스, 개인 맞춤형 수면·안정 사운드 제공을 결합한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
각각의 영역에서 사례가 쌓이고, 성과가 데이터화돼 남는 과정을 거치면 장기적으로 스트레스솔루션이 바라보는 시장은 디지털치료기기(DTx·Digital Therapeutics)다. 다만 현재 단계에서는 치료 효과를 단정하기보다, 질환 영역으로 확장을 준비하는 수준이다.

“결국은 질환 시장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저희가 자율신경계를 측정한다고 했잖아요. 자율신경계와 관련된 대표적인 질환이 공황장애이고, 스트레스의 끝판왕 같은 영역이라고 봅니다. 그다음은 번아웃, 불안, 불안으로 나타나는 두통이나 우울 쪽으로도 퍼질 수 있습니다. 두통이 얼마나 심한지 물어보면 보통 본인이 주관적으로 말하잖아요. 이런 걸 데이터로 더 정량화하고, 그에 맞는 개입을 줄 수 있다면 다음 시장이 열릴 수 있다고 봅니다.”
글로벌 확장 과정에서는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 설계도 중요해진다. 특히 AI 카메라 기반 측정은 얼굴 이미지 처리 방식에 대한 신뢰가 필수다. 배 대표는 카메라로 생체 신호를 해석하되, 얼굴 이미지를 저장하지 않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원본 이미지를 남기지 않고, 필요한 생체 신호와 비식별화된 데이터 중심으로 관리하는 방식이다.

인터뷰 말미, 배 대표가 스트레스솔루션의 본질로 반복하는 단어는 ‘회복력’이다. 스트레스는 누구에게나 있고, 완전히 제거하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스트레스에 노출된 뒤 얼마나 빨리 안정 상태로 돌아오느냐다. 스트레스솔루션은 이 회복 과정을 데이터로 측정하고, 개인 맞춤형 사운드로 개입하며, 기업과 개인이 일상 속에서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만들었다. 수술실 환자의 불안을 줄이고 싶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기술은 이제 보험, 통신, 헬스케어 기기, 휴게공간, 교육, 시니어, 디지털치료기기 시장으로 확장되고 있다.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스트레스를 없애겠다는 말보다 회복력을 길러야 한다는 말이 더 맞다고 봅니다. 자율신경이 무너졌을 때 다시 안정화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중요합니다. 저희는 그걸 데이터로 보고, 사운드로 개입하고, 사용자가 어렵지 않게 경험하게 만들려고 합니다. 결국 힐링비트는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사운드 솔루션입니다. 오늘의 쉼을 기술로 만들어보자는 게 저희가 가고 있는 방향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