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안성원 페이퍼리 대표 “한국 건설 현장의 모든 서류를 자동으로 써주는 AI 에이전트 만들고 있습니다”

현장과 서류 작업 모두 경험한 건축공학도가 인식한 건설 분야 안전관리와 서류작업 문제
앤틀러 코리아 제너레이터 프로그램 5기, 안전관리 서류작업 자동화 AI 에이전트 개발
연매출 200억 이상 준중견 종합 건설사 2500곳 공략, 공무·노무 관리 등 자동화도 나설 것
최근 연이은 건설 현장 사망사고에 따라 중대재해처벌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미지=빙 이미지 크리에이터로 생성)

최근 연이은 건설 현장 사망사고에 따라 중대재해처벌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통령이 수시로 언급하고 주무 장관이 직을 걸겠다는 말까지 나오며 정부 역시 의지를 가지고 추진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와중에도 사망자는 발생하고 있다. 대체 무엇 때문일까?

사실 건설 분야는 안전 관리를 위한 엄청난 규제가 적용돼 있다. 건설사들이 준수해야 하는 절차와 그에 따른 서류 작업량은 엄청난 수준이다. 건설 현장 한 곳에서 매일 같이 작성되는 안전관리 서류는 수십 종에 달한다. 법령과 규정에 따라 빠짐없이 기록해야 하며, 누락 시 과태료나 공사 중단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서류 업무는 대부분 안전관리자 한 명이 전담한다. 실질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까운 업무량이다.

하지만 이렇듯 막대한 양의 안전 관리 서류 작업이 진행되는 와중에도 정작 현장에서는 사망자가 발생한다.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대표적인 것이 안전 체계 준수 요구를 현장이 따라가지 못하는 문제를 꼽을 수 있다. 서류 상 안전 관리는 진행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제대로 적용되고 있지 않다는 말이다.

페이퍼리의 솔루션은 공정 데이터를 입력하면 AI가 필수 서류를 분석하고 해당 현장에서 반드시 작성해야 하는 서류를 도출해 초안을 자동 생성해준다. 이를 통해 초보 관리자도 클릭 몇 번이면 규정에 맞는 문서를 완성할 수 있고, 위험 예측과 조치 사항까지 자동 추천을 받을 수 있다.

페이퍼리는 이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한 스타트업이다. 건축공학을 전공한 안성원 대표는 학부시절부터 막노동을 통해 현장을 경험하고 이후 건설사 인턴 경험을 통해 현장과 다른 사무실의 서류 작업을 경험했다. 같은 전공으로 대학원에 진학 한 후 이러한 건설 현장의 안전 문제와 서류 업무는 그에게 해결하고 싶은 과제가 됐고 건설 현장의 서류 업무를 자동화하는 기술 개발을 하기도 했다.

그런 그의 아이디어가 본격적으로 빛을 발하게 된 것은 올해 초 앤틀러 코리아 제너레이터 프로그램을 통해 팀을 결성하고 투자 유치에 성공한 이후다. 이에 테크42는 페이퍼리라는 이름으로 건설현장 안전 관리 서류 작업 자동화 AI 에이전트를 선보인 안 대표의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들어봤다.

MVP 공개 이후 200개 넘는 건설사로부터 문의

안 대표를 처음 만난 것은 지난 7월 앤틀러 코리아 인베스터데이 IR 발표 순간이었다. (사진=테크42)

안 대표를 처음 만난 것은 지난 7월 앤틀러 코리아 인베스터데이 IR 발표 순간이었다. 당시 안 대표는 사람 키보다 높이 쌓인 서류더미 사진을 띄우며 “작은 빌딩 하나를 짓기 위해 필요한 안전 관리 서류의 양”이라며 “수많은 규제와 방대한 전문 지식이 뒷받침 돼야 하는 서류 작업을 안전관리자 한 명이 감당하고 있다”는 현실을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한 페이퍼리의 솔루션은 공정 데이터를 입력하면 AI가 필수 서류를 분석하고 해당 현장에서 반드시 작성해야 하는 서류를 도출해 초안을 자동 생성해준다. 이를 통해 초보 관리자도 클릭 몇 번이면 규정에 맞는 문서를 완성할 수 있고, 위험 예측과 조치 사항까지 자동 추천을 받을 수 있다.

당시 안 대표는 사람 키보다 높이 쌓인 서류더미 사진을 띄우며 “작은 빌딩 하나를 짓기 위해 필요한 안전 관리 서류의 양”이라며 “수많은 규제와 방대한 전문 지식이 뒷받침 돼야 하는 서류 작업을 한 전 관리자 한 명이 감당하고 있다”는 현실을 지적했다. (이미지=페이퍼리)

안 대표에 따르면 MVP 공개 이후 200개가 넘는 건설사에서 문의가 이어졌으며, 현재 10여 건의 PoC를 진행 중이다. 한 건설사는 페이퍼리 솔루션을 통해 실제 고용노동부 점검을 무사히 통과하기도 했다.

페이퍼리는 자사 솔루션 고객으로 연매출 200억원 이상 규모의 준중견 종합건설사 2500여 곳을 1차 타깃으로 삼고 있다. 이들 기업은 평균 15개 현장을 운영하며, 서류 작성 수요가 폭증하는 구조다. 서비스 단가는 현장당 월 50만원~300만원 수준. 이를 기반으로 페이퍼리는 올해 2개 이상 계약 체결, 연매출 1.8억원을 시작으로 2027년까지 200개 건설사를 대상으로 연매출 18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막노동부터 연구실까지… 현장과 이론을 모두 경험하니 문제 해법이 보여

안성원 대표가 건설 서류 자동화라는 문제에 집중하게 된 계기는 남다르다. 학부 시절 군 전역 후 9개월 간 인력사무소를 통해 다양한 건설 현장에서 노동자로 일하기도 했고, 건설사 인턴으로 안전 관리 서류 작업의 페인포인트를 확인하기도 했다. 대학원에서는 안전 관리 서류 자동화 연구개발을 진행하며 본격적인 창업을 생각했다. (사진=테크42)

안성원 대표가 건설 서류 자동화라는 문제에 집중하게 된 계기는 남다르다. 그는 학부 시절 군 전역 후 9개월간 인력사무소를 통해 다양한 건설 현장에서 노동자로 일했다. 건축공학도로서 현장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그렇게 웬만한 현장은 두루 거치며 현장 실무를 볼 수 있었다.

"당시에는 창업을 하겠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어요(웃음). 그 보다는 건축공학도가 일반적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하는 곳이 건설사다 보니, 건설사 매니저가 될 사람이 노동을 한 번도 안 해봤다는 게 과연 타당할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대로 된 관리를 하기 위해서는 현장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죠. 다른 친구들이 대외 활동 등으로 취업 준비할 때 저는 현장에서 돈도 벌면서 노동자로 경험해보는 것이 나중에 좋은 매니저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고 공부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싶었어요.”

그의 생각은 정확했다. 노동자로서 그가 경험한 현장 안전 시스템의 첫 인상은 ‘과하다’ 였다. 보통 8시에 출근해 5시에 일이 끝나는 현장 업무 중 2시간이 안전 교육을 듣기 위해 소비됐다. 교육이 끝난 후 작업하려 해도 안전감시자가 “이건 하면 안 된다” “저건 저렇게 하면 안된다”라며 사사건건 지적을 하는 통에 공사 진척이 늦어지는 경험도 했다. 안 대표는 당시를 떠올리며 “안전이 매우 중요하긴 하지만 과도하게 안전만을 추구하다가 본질적으로 해야 할 일을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돌이켰다.

그렇다면 사무실 업무는 어떨까? 이후 그는 건설사 인턴으로 근무하며 현장과는 또 다른 문제를 깨닫게 됐다. 안 대표는 “인턴으로서 잡다한 업무를 처리하며 다양한 분야의 서류 업무 처리를 도왔다”며 당시 경험을 털어 놨다.

안전 관리 서류를 작성하고 현장 안전 관리를 책임지는 안전관리자는 혹독한 업무 환경을 감내해야 한다.

“규제 준수를 위해 방대한 양의 서류 작업이 사무실의 일과였어요. 서류 작업이 너무 많다보니 제게 일을 맡긴 직원 분은 옆에서 또 다른 서류 작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죠. 그러다가 옆 공사 현장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는데 그때도 서류 작업을 해야 했어요. ‘사람이 죽는 일이 발생했는데 안전 관리자는 사무실에 들어와 서류를 쓰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한 문제 의식은 이후 그가 경희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건축공학 석사 과정을 거치며 더욱 명확해졌다. 국토부와 함께 건설 현장 작업 실태 조사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안전관리자 혼자 감당하기 힘든 서류 작업의 심각성을 재차 확인했다.

“안전 관리자가 다뤄야 하는 서류가 80종이 넘더군요. 그걸 처리하느라 새벽 6시에 출근해 야근을 하고 주 52시간 제한 때문에 사무실 컴퓨터가 꺼지면 노트북을 키고 서류를 계속 쓰는 모습을 봤어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서류 쓰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줄이면 안전관리자가 본연의 임무인 현장 관리를 좀 더 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죠.”

AI가 대신 써주는 서류, 비용 절감과 안전을 동시에

이후 그는 대학원 재학 중 연구실 창업을 경험하기도 했다. 안전 교육 콘텐츠 개발 지원 사업을 비롯해 건설 현장 서류 업무 자동화 기술 개발 연구 사업을 진행하며 점차 제대로 된 창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커져갔다. 그런 그에게 앤틀러 코리아의 제너레이터 프로그램은 최적의 기회처럼 여겨졌다. 결국 휴학까지 감행하며 앤틀러 프로그램 참여를 택했다고.

“학부 시절에도 창업이라기 보다는 사업 경험을 해보긴 했어요. 당시에 너무 재미있었던 기억이 있는데, 이후 대학원 생활을 하며 매너리즘에 빠지고 성장이 정체되는 느낌이 들었죠. 그때 앤틀러 코리아의 제너레이터 프로그램을 알게 됐어요. 뛰어난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여 거의 매일 밤을 새가며 창업을 한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어요. 전 많이 부족하지만, 그들과 같이 호흡하며 10주 동안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큰 성장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죠. 그렇게 저를 다시 한 번 절벽에 내몰아 보자는 생각으로 지원했죠(웃음).”

페이퍼리는 지난달 중소벤처기업부의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 ‘팁스(TIPS)’에 선정되기도 했다. (왼쪽부터) 안성원 대표, 이채운 CTO, 김무종 COO. (사진=앤틀러 코리아)

이미 그에게는 확고한 아이템이 있었기에 참여자들이 어려워하는 초기 아이디어 스프린트와 부트캠프 등의 과정은 쉽게 통과가 됐다. 문제는 트랙아웃(실제 시장에서 사업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그가 직접 몸으로 부딪히고 대학원 연구 과정을 통해 어느 정도 파악했다고 생각했던 건설사의 사정은 생각보다 복잡했다.

“당시에는 건설사들이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인해 서류를 잘 쓰고 싶어 할 거라 생각에 갇혀 있었어요. 하지만 시간을 들여 파악해보니 건설사들은 어차피 돈을 벌기 위해서라도 안전 관리를 해야 했고, 안전 서류를 안쓰면 입찰에 참여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이더군요. 그런 세세한 문제를 파악하는데 시간이 꽤 걸렸던 것 같아요.”

자신이 생각하는 문제에 함몰돼 있던 그를 환기시킨 것은 앤틀러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공동창업자 이채운 CTO와 김무종 COO였다. 각자 개발과 비즈니스 전략 분야에 전문가들이었고 저마다의 창업 경험까지 보유한 실력자들이었다.

“지금은 B2B(기업 대상 비즈니스)로 접근하고 있지만 초기에는 개별 안전관리자들을 대상으로 한 B2C(개인 대상 비즈니스)로 마케팅을 시작했어요. 그들이 겪는 서류 작업의 어려움을 풀어주면 건설사 역시도 도입을 할거라 생각했죠. 하지만 유의미한 비즈니스 성과를 내진 못했어요. 그러다가 공동창업자들의 의견을 적용하며 방식을 바꾸게 됐어요. 어떤 서류를 써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것을 넘어 서류 초안까지 작성해주는 방식을 도입한 거죠. 저는 개인적으로 안전을 공부한 사람이다 보니 서류를 대신 써준다는 게 반칙 같이 느껴졌는데, 공동창업자들은 단순히 써야 할 서류를 알려주는 것만으로는 효용이 생기지 않는다는 의견이었거든요. 그때부터 시장의 반응이 나오기 시작하더군요(웃음). 제 입장에서는 저희가 서류 작성까지 자동화를 하게 되면 서류 업무가 형식적이 될 거라는 우려였는데, 실제 문제는 서류 작성 자체라는 걸 깨달았죠. 사실 중소 건설사는 서류 작업이 너무 힘들어 안하고 과태료를 내는 경우도 많았던 거예요. 그러면서 그렇게 형식적인 절차를 밟게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안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5년 뒤 모든 건설 서류 자동화 이룰 것, 사람의 영역을 남겨두는 자동화 90% 목표

페이퍼리의 향후 로드맵은 안전관리 서류에 그치지 않는다. 공무·품질·노무 관리 등 건설 현장의 모든 서류 업무 자동화로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페이퍼리를 도입한 건설사들을 통해 확인한 성과들.

페이퍼리가 제공하는 가장 큰 가치는 비용 절감과 규제 대응이다. 안 대표는 “안전 전담 인원 한 명을 뽑는 데 5000만원 이상이 들어가지만, 페이퍼리 솔루션을 쓰면 동일한 효과를 비용 없이 누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러한 페이퍼리 솔루션의 전문성은 고객사 확보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한 건설사는 페이퍼리의 ‘공정 기반 서류 도출 시스템’을 보고 직접 연락했다. "다른 업체 솔루션은 건축을 모르는 사람들이 만들었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페이퍼리는 현장의 워크플로우를 정확히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말을 들었다. 이 건설사는 초기 PoC(기술검증) 후 곧바로 페이퍼리 솔루션 적용 현장을 3곳으로 확대했다.

안 대표는 “자동화율은 아직 10% 미만이지만, 80~9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며 “사람이 직접 해야 하는 확인과 서명 날인 부분을 제외하면 대부분 자동화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향후 지속적으로 강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규제 환경 역시 페이퍼리에게는 성장 기회라 할 수 있다.

“안전 규제는 한 번도 약화된 적이 없습니다. 그 현상을 보존하느냐 아니면 규제를 더 강화하느냐의 문제였는데, 현재는 정부가 정책적으로 규제가 더욱 강화되는 추세죠. 이미 규제 사항이 너무나 많은 상태라 처벌에 초점이 맞춰지는 상황이고요. 결과적으로 안전 관리와 관련된 규제 대응 문제는 건설사들에게 더 큰 과제로 다가갈 것이고 그에 따른 니즈도 커질 것이라고 보고 있어요.“

안 대표는 “5년 뒤에는 한국 건설 시장의 1위 안전 관리 서류 자동화 솔루션을 넘어 건설 현장의 모든 행정 서류를 자동으로 써주는 지능형 ERP(전사적자원관리)를 만들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사진=테크42)

안 대표가 말하는 올해 목표는 명확하다. 4~5개 건설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16개 현장을 관리하는 것이다. 안 대표는 PoC와 초기 무료 솔루션 제공 등을 통해 공격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을 드러냈다. 일단 효용성을 경험하게 한 뒤에 뒤 따라 적용되는 현장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페이퍼리의 향후 로드맵은 안전관리 서류에 그치지 않는다. 공무·품질·노무 관리 등 건설 현장의 모든 서류 업무 자동화로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인터뷰 말미, 안 대표는 “5년 뒤에는 한국 건설 시장의 1위 안전 관리 서류 자동화 솔루션을 넘어 건설 현장의 모든 행정 서류를 자동으로 써주는 지능형 ERP(전사적자원관리)를 만들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본질적인 목표는 서류에 갇혀 현장의 일을 못하는 상황을 없애는 겁니다. 페이퍼리가 건설 현장을 더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바꾸겠습니다.”

황정호 기자

jhh@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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