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여름, 프랑스의 한 TV 프로그램은 지구온난화의 위험성을 알리려는 특별 기획으로 2050년 8월 18일의 가상 일기예보를 제작했다. 당시 기상캐스터는 프랑스 전역에 40도가 넘는 폭염이 닥칠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이 나간 뒤 시청자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공포 마케팅이다", "지나치게 과장된 설정이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12년이 지난 2026년 6월 23일, 프랑스 남서부 랑드주 피소스에서 온도계는 44.3도를 가리켰다. 1947년 관측 이래 프랑스 역사상 가장 뜨거운 날이었다. 보르도 42.1도, 파리 40.9도. 2014년 그 가상 시나리오가 재현됐다. 아니, 더 심각했다. 2050년이 아니라 2026년에.
체코의 작은 마을 독사니는 6월 28일 41.1도를 찍으며 국가 관측 사상 처음으로 41도를 넘어섰다. 덴마크는 150년 기상 관측 역사를 다시 써야 했다. 6월 27일 오덴세 북쪽에서 36.6도가 측정됐다. 오스트리아 빈 인네레슈타트 구역은 6월 28일 40.0도에 도달했다. 수도 빈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세계보건기구는 6월 21일부터 28일까지 단 일주일 사이 유럽 전역에서 고온 관련 초과 사망자가 1,300명을 넘었다고 발표했다. 프랑스만 해도 1,0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됐다. 뜨거운 차 안에 방치된 아이 2명을 포함해 최소 18명이 직접적인 폭염 피해로 숨졌다. 익사 사망자도 급증했다. 감시되지 않은 구역에서 더위를 식히려던 55명이 물에 빠져 목숨을 잃었다.
■ 산업화 이후 1.1도, 숫자 뒤에 숨은 의미
IPCC(세계기상기구) 제6차 종합보고서는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지구 표면 온도가 1850년에서 1900년 사이 산업화 이전 시기와 비교해 1.1도 상승했다고 밝혔다. 1.1도. 얼핏 들으면 큰 숫자가 아니다. 체온으로 치면 미열 정도다. 하지만 지구 전체의 평균 온도가 1도 넘게 오른다는 건 전혀 다른 의미다.
2026년 첫 3개월 평균 기온은 기상 관측 사상 역대 4번째로 높았다. 겨울철 정점인 3월, 북극 해빙 면적은 위성 관측이 시작된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2025년과 함께 공동 최저 기록이다. 미국 콜로라도주 볼더에 있는 국립눈얼음데이터센터는 북극 해빙이 3월 13일 연간 최대치인 1,376만 제곱킬로미터를 기록한 뒤 더 이상 확장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평년보다 5.7% 적은 면적이다.
전 지구 해양열파 면적은 4월 기준 27%에 달했다. 예측치는 23%였다. 기후예측센터는 2026년 5월에서 7월 사이 엘니뇨가 출현할 확률을 61%로 내다봤고, 최소 2026년 말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엘니뇨가 본격화되면 지구 평균 기온은 1.5도를 계속 웃돌 것으로 보인다.
■ 이미 넘어버린 다섯 개의 임계점
국제공동연구팀은 2022년 9월, 기후 티핑 포인트 목록을 기존 9개에서 16개로 확대했다. 티핑 포인트는 일정 임계 온도를 넘어서면 지구온난화가 멈추더라도 기후 시스템이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겪는 지점을 뜻한다. 온도 상승이 멈춰도 빙상과 해양, 열대우림은 계속해서 변한다.
연구팀은 산업화 이전 대비 1.1도 상승한 현재 온도 수준에서 이미 5가지 티핑 포인트를 지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린란드 빙상 붕괴, 남극 서부 빙상 붕괴, 광범위한 영구동토층 해빙, 캐나다와 그린란드 사이 래브라도해의 대류 붕괴, 열대 산호초 소멸이 그것이다. 파리기후협정이 목표로 삼았던 1.5도 제한선조차 안전하지 않다는 얘기다.
영구동토층이 녹으면 수천 년 동안 얼어 있던 메탄과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된다. 빙상이 붕괴하면 태양 복사가 더 많이 흡수되고 해수면이 급격히 상승한다. 열대 산호초가 사라지면 해양 생태계 전체가 무너진다. 하나가 무너지면 다른 것들도 연쇄적으로 무너지는 구조다.
■ 2100년, 시나리오는 1.4도에서 4.4도까지
IPCC는 2021년부터 2040년까지 모든 시나리오에서 지구 표면 온도가 1.5도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2081년부터 2100년 사이에는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1.4도에서 4.4도까지 상승 폭이 달라진다.
전 세계가 온실가스를 가장 강력하게 줄이는 경로를 따르면 2100년 온도 상승을 1.4도 이하로 억제할 수 있다. 하지만 온실가스를 저감하지 않고 지금처럼 배출하면 4.4도까지 오른다. 4.4도는 단순히 더 덥다는 수준이 아니다. 세계기상기구는 지구 표면 온도가 2도 오르면 해수면이 6미터, 5도 오르면 최대 22미터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우리나라 해양수산부 국립해양조사원은 IPCC 제6차 보고서의 새로운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적용해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미래 해수면 상승을 분석했다. 온실가스를 저감하지 않으면 2050년까지 25센티미터, 2100년에는 82센티미터까지 해수면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2021년 IPCC 제5차 시나리오를 적용했을 때는 2100년까지 최대 73센티미터였다. 9센티미터가 더 높아진 것이다. 미래로 갈수록 해수면 상승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뜻이다.
■ 자정까지 남은 시간 85초
2026년 1월 28일, 미국 핵과학자회(BSA)는 지구종말시계를 자정 85초 전으로 앞당겼다고 발표했다. 이 시계는 1947년 원자폭탄 개발에 참여한 과학자들이 핵무기의 파괴력을 환기하려고 만든 것이다. 시곗바늘이 자정에 가까울수록 인류 문명이 회복 불가능한 파국에 가까워졌다는 신호다.

이 시계는 2021년과 2022년 자정 100초 전을 유지하다가 2023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90초 전으로 앞당겨졌다. 2025년에는 89초 전, 2026년에는 85초 전. 1947년 시계가 만들어진 이후 가장 자정에 가까운 시점이다. 냉전 시기 핵 대치가 극에 달했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가장 안전했던 시점은 냉전이 막을 내린 직후인 1991년으로, 당시 시계는 자정 17분 전까지 늦춰졌다.
핵과학자회는 2007년부터 기후변화를 인류 멸망의 위협 요인으로 추가했다. 핵전쟁 위험, 통제되지 않는 기후위기, 규범이 따라가지 못하는 인공지능 기술. 이 세 가지가 서로 얽혀 악순환을 만든다. 폭염과 홍수, 산불은 이미 일상이 됐지만 온실가스 감축은 여전히 진전이 없다.
■ 2030년까지 43% 줄여야 한다는 계산
IPCC는 지구 표면 온도 상승을 1.5도로 제한하려면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19년 기준 43%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그래야 2050년 초반에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다. 2도로 제한하려면 27%를 줄여야 하고, 그러면 2070년 초반에 탄소중립이 가능하다.
2030년까지 단 4년이 남았다. IPCC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2030년까지 2019년 투입 재정의 3배에서 6배를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040년까지 새로운 화석연료 탐사를 중단하고, 부유한 선진국은 석탄·석유·가스 사용을 멈춰야 한다고 요구했다.
우리나라는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라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35% 이상 감축하는 목표를 세웠다. 2026년 기상청은 한국의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기후변동성이 커지면서 폭염과 호우, 가뭄 같은 극한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 누적 배출량의 대부분은 북미와 유럽이 차지한다
1850년부터 2019년까지 누적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400기가톤에 달한다. 2019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410피피엠(ppm)이다. IPCC 자료를 보면 누적 배출량의 대부분을 북미와 유럽이 차지한다. 온난화의 책임은 지역에 따라 차이가 크다.
1인당 배출량을 살펴보면 상위 10% 가구는 전체 온실가스의 34~45%를 배출했고, 하위 50%는 13~15%를 배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온실가스 배출도 계층 간 격차가 뚜렷하다.
■ 미래는 지금 우리가 선택한다
현재의 기후변화는 과거 수십 년 전 인간이 선택한 결과다. IPCC는 다섯 개의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SSP1-1.9부터 SSP5-8.5까지. 1950년생은 평생 1도 미만의 온도 상승을 경험했다. 1980년생은 1.5도 안팎의 상승을 겪는다. 2020년에 태어난 아이들은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1.5도에서 4도 이상의 뜨거운 세상을 살게 된다.
IPCC 보고서는 지구온난화가 계속될수록 급격하거나 비가역적인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한다. 온도 상승을 제한하더라도 해수면 상승, 남극 빙하 붕괴, 생물다양성 손실 같은 변화들은 불가피하거나 되돌릴 수 없다. 네팔 대홍수 사태는 그런 비가역적인 변화의 작은 부분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구종말시계는 예정된 운명이 아니다. 핵과학자회가 강조하듯, 시곗바늘은 인간의 선택에 따라 언제든 뒤로 후퇴할 수 있다. 자정까지 남은 시간은 85초. 2014년 프랑스 TV의 가상 시나리오가 24년이나 앞당겨져 현실이 된 것처럼, 우리가 지금 내리는 선택도 예측보다 훨씬 빠르게 미래를 바꿀 수 있다. 문제는 그 미래가 어느 방향으로 바뀌느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