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인공지능(AI)이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는 상황에서 정부의 지원 하에 민간 중심 협력체로 출범한 K-AI PARTNERSHIP의 활동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 4월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K-AI PARTNERSHIP은 AI 기업과 제조·금융 등 수요기업, 관련 기관이 참여해 AI 생태계 강화와 산업 AI 전환(AX), 글로벌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테크42는 ‘K-AX는 지금’ 시리즈를 통해 참여 기업들의 목소리를 듣고 AX 전략과 미래 비전을 조명한다.

제조 현장에서 쓰이는 AI 비전은 카메라로 촬영한 제품 이미지를 AI가 분석해 불량이나 이상을 찾아내는 기술이다. 사람이 눈으로 일일이 살피기 어려운 미세한 흠집이나 부품의 조립 상태 등을 자동으로 검사할 수 있어 반도체와 2차전지, 자동차 등 다양한 생산 현장에서 활용된다.
문제는 AI 모델을 한 번 만들어 놓는다고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공정과 제품을 잘 아는 현장 실무자가 AI 모델 구조와 복잡한 학습 설정까지 직접 다루기는 어렵다. 반대로 AI 엔지니어가 생산라인마다 다른 제품과 설비, 공정 조건을 모두 이해하고 지속적으로 대응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조명이나 소재가 달라지거나 새로운 불량 유형이 나타나면 기존 AI 모델도 새로운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시 학습해야 한다.
이홍석 뉴로클 대표가 주목한 것도 이 간극이다. 2019년 설립된 뉴로클은 산업용 AI 딥러닝 비전 소프트웨어를 개발·공급하고 있다. 딥러닝 지식 없이도 고성능의 검사 모델을 생성할 수 있는 GUI(Graphical User Interface) 기반의 노코드 학습 소프트웨어 ‘Neuro-T’, 생성된 모델을 검사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구동할 수 있도록 하는 런타임 라이브러리 ‘Neuro-R’, UI 제약 없이 자유롭게 현장 환경에 최적화된 검사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오토딥러닝 알고리즘 기반의 학습 모듈 ‘Neuro-T Engine’을 중심으로 제품군을 구성하고 있다.

이달 중 출시 예정인 Neuro-T·Neuro-R 5.0에는 이미지와 문장을 함께 이해하는 비전언어모델(Vision-Language Model, VLM)을 활용한 ‘프롬프트 레이블러(Prompt Labeler)’와 기울어진 물체의 방향까지 찾아내는 회전 객체 검출(Oriented Object Detection) 모델 등이 추가된다. 생산 현장에서 AI가 이미지를 판독하는 ‘추론’ 속도를 높이고, 다양한 엣지 AI 환경을 지원하는 것도 이번 업데이트의 핵심이다.
이에 테크42는 이 대표를 만나 뉴로클이 말하는 ‘딥러닝 비전 기술의 대중화’가 무엇인지, 제조 AI를 실제 생산 현장에서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어떤 기술과 사업 전략을 준비하고 있는지 물었다.
고객마다 새로 만들던 AI를 하나의 툴킷으로…“딥러닝 비전의 진입장벽 낮춘다”
뉴로클의 시작에는 이 대표가 창업 전 AI·딥러닝 솔루션을 개발하며 느낀 비효율이 있었다. 고객이나 적용 공정이 달라질 때마다 새로운 AI 솔루션을 만들어야 했고, 비슷한 개발 작업에도 매번 상당한 인력과 시간이 들어갔다.
“과거 AI 및 딥러닝 솔루션을 개발해 고객사에 제공하는 기업에서 일했는데, 매번 새로운 솔루션을 개발하다 보니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 하는 부분에서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다가 고객사별 솔루션이 아닌 하나의 표준 툴킷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면 공급사의 자원을 효율화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2019년 뉴로클을 창업했습니다.”
이 아이디어는 ‘딥러닝 비전 기술의 대중화’라는 제품 철학으로 이어졌다. 특정 제조업이나 공정에서만 쓸 수 있는 AI가 아니라 여러 산업에 적용할 수 있고, AI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사용할 수 있으면서 실제 검사에 필요한 성능까지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핵심에는 뉴로클이 자체 개발한 ‘오토딥러닝’ 알고리즘이 있다. 사용자가 검사할 이미지와 필요한 모델 종류를 선택하면 AI 모델이 최적의 모델 구조와 학습 설정인 하이퍼파라미터값들을 찾는다. AI 엔지니어가 여러 모델과 설정을 직접 바꿔가며 반복해서 시험해야 했던 작업을 자동화하는 방식이다.
가령 Neuro-T는 제품 전체를 정상과 불량으로 나누는 분류(Classification), 결함이 있는 위치와 형태를 픽셀 단위로 찾는 세그멘테이션(Segmentation), 이미지에서 특정 물체의 위치를 찾는 객체 검출(Object Detection) 등을 포함해 모두 11가지 딥러닝 검사 모델을 제공한다. 초미세 결함이나 기울어진 물체, 정상 데이터와 다른 이상 상태를 찾는 검사에도 대응한다.

이 대표는 “창업 초기부터 이어온 뉴로클의 핵심 비전은 ‘딥러닝 지식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손쉽게 AI 비전 기술을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었다”며 “이를 위해 특정 산업에 국한되지 않는 ‘범용성’, 누구나 직관적으로 다룰 수 있는 ‘쉬운 사용성’, 그리고 타협하지 않는 ‘높은 검사 성능’을 모두 충족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해 왔다”고 설명했다.
결국 뉴로클의 시도는 공정과 제품을 가장 잘 아는 현장 실무자가 직접 AI 검사 모델을 만들고 운영할 수 있는 범위를 넓히겠다는 접근이라 할 수 있다.
데이터 준비부터 엣지 배포까지…5.0이 넓히는 AI 비전의 범위

AI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수많은 이미지에 ‘어디가 정상이고 어디가 불량인지’를 표시해야 한다. 이를 레이블링(Labeling)이라고 한다. 이미지가 많을수록 사람이 직접 표시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인력이 필요하다.
Neuro-T 5.0에 들어가는 프롬프트 레이블러(Prompt Labeler)는 이 작업에 VLM을 활용한다. 사용자가 이미지에서 원하는 영역을 직접 지정하거나 자연어로 원하는 객체나 대상을 설명하는 것만으로 레이블링할 수 있어 간편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배경이 복잡하거나 여러 물체가 겹쳐 기존 자동화 기능으로 처리하기 어려웠던 이미지 데이터 구축에 초점을 맞췄다.
회전 객체 검출(Oriented Object Detection) 모델은 물체가 어디에 있는지를 찾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어느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는지도 파악한다. 예를 들어 로봇이 컨베이어 위 부품을 집을 때 물체의 방향을 알려주거나, 부품이 제대로 조립됐는지 확인하고 기울어진 문자나 바코드를 읽는 검사 등에 활용할 수 있다.

특히 Neuro-R 5.0은 학습을 끝낸 AI 모델을 실제 생산라인에서 빠르게 실행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고속 생산라인에서는 제품이 지나가는 속도보다 검사 속도가 느리면 AI 정확도가 아무리 높아도 사용할 수 없다. 뉴로클은 추론 과정을 최적화해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이미지를 처리하도록 하고, 인텔 오픈비노(Intel OpenVINO)를 Neuro-R에 연동해 외장 그래픽처리장치(GPU)뿐 아니라 통합 GPU(iGPU), 신경망처리장치(NPU), 중앙처리장치(CPU) 등 다양한 연산장치에서 AI를 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 범위를 넓혔다. 이 대표는 5.0을 개발하며 겪은 어려움을 이야기하며 말을 이어갔다.
“제조 현장에서는 정확도뿐만 아니라 생산 택트타임(Tact Time)에 맞춘 추론 속도, 그리고 다양한 설비 환경에 맞닿아 있는 하드웨어 호환성까지 세 가지 요소가 모두 중요합니다.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었기에 5.0 버전 개발 과정에서는 ‘정확도와 속도, 호환성 모두를 동시에 달성하는 최적화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던 과제였습니다. 이에 독자 엔진의 학습과 추론 알고리즘 전반을 최적화하며 수많은 현장 검증을 거쳐 이 과제를 해결했습니다.”
여기서 택트타임은 생산라인에서 제품 하나를 처리하는 데 허용되는 시간을 뜻한다. 제조 AI에서는 단순히 ‘잘 맞히는 AI’뿐 아니라 생산속도에 맞춰 빠르게 판단하고 기존 장비에서도 안정적으로 돌아가는 AI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Neuro-T Engine으로 ‘학습-추론-재학습’…현장에서 AI를 계속 쓰는 방법

AI 검사 모델은 생산 현장에 적용한 이후에도 계속 관리해야 한다. 조명이나 소재, 제품이 바뀌거나 새로운 형태의 불량이 나타나면 과거 데이터로 학습한 모델의 성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공정마다 검사 설비의 아키텍처와 운영 환경이 제각각이라는 점도 현장의 주요 과제다.
Neuro-T Engine은 이러한 니즈를 겨냥해 기존 장비나 시스템 내부에 AI 모델 학습 기능을 직접 통합할 수 있도록 개발된 제품이다. 일반적인 GUI 기반 소프트웨어와 달리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API)와 명령줄 인터페이스(Command Line Interface, CLI) 형태로 제공된다. 고정된 사용자 화면(UI)이 없어 고객사가 자사 브랜드와 장비 환경에 맞춰 시스템을 자유롭게 커스터마이징하는 '화이트라벨링(White-labeling)'에 최적화된 것이 특징이다. 이 대표는 “머신빌더, 장비 제조사, 시스템 통합(SI) 기업이 독자적인 AI 검사 솔루션을 신속하게 구축할 수 있도록 돕는다”며 말을 이어갔다.
“Neuro-T Engine은 고객사가 자체 검사 시스템을 유연하게 설계할 수 있는 자유도를 제공할 뿐 아니라, 현장에서 취득한 데이터를 외부 반출 없이 장비 내부나 중앙 서버에서 직접 학습·운영할 수 있는 환경을 지원합니다. 이를 통해 전문 AI 엔지니어 없이도 공정 변화에 맞춘 모델 고도화와 유지보수가 가능해집니다.”

이처럼 뉴로클은 산업용 AI 비전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기반으로 현장에 최적화된 워크플로우를 제공한다. Neuro-T로 첫 검사 모델을 만들고 Neuro-R로 생산라인의 제품을 실시간 검사한다. 이후 새로운 결함이 나타나면 Neuro-T Engine으로 모델을 다시 학습해 현장에 적용한다. 이런 식으로 AI 모델의 학습과 사용, 재학습을 계속 이어가는 운영 방식을 머신러닝 운영(MLOps)이라고 한다.
뉴로클은 이 과정에서 AI 모델을 만드는 데 필요한 시간과 인력을 줄이는 것도 주요 경쟁력으로 내세운다. 고해상도 이미지를 작은 영역으로 나눠 분석하는 ‘패치 학습’ 기술은 이미지를 축소할 때 사라질 수 있는 작은 결함까지 찾아내기 위한 방식이다. 이 대표는 “실제 반도체 웨이퍼 표면 검사에서 초미세 결함을 대상으로 99.9% 이상의 검사 성능을 기록한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모델 개발 시간을 줄인 사례도 있다. 대기업 B사의 필름 외관 불량 검출 프로젝트에서는 기존 일반 딥러닝 솔루션으로 최적의 모델을 만드는 데 여러 개발 인력이 참여해 약 4개월 이상이 걸렸다. 뉴로클 오토딥러닝을 적용한 뒤에는 별도의 AI 개발인력 없이 현장 실무자 1명이 2주 만에 검사 모델을 완성했다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이다. 역시 특정 프로젝트의 결과지만 AI 전문인력 부족이 심한 제조 현장에서 자동화된 모델 개발이 어떤 효과를 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K-AX에서 글로벌 시장까지…제조 AI는 소프트웨어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뉴로클이 K-AI PARTNERSHIP의 AX 확산 분과에 참여한 배경에는 제조 AI를 소프트웨어만의 문제로 봐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 있다. AI가 아무리 정확해도 실제 공장의 카메라와 컴퓨터, 생산장비에 연결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AI 비전 검사 시스템에는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신경망처리장치(NPU) 같은 연산장치와 산업용 PC(IPC), 카메라와 광학 시스템, 생산설비 등이 함께 들어간다. 뉴로클은 하드웨어와 장비 기업, 머신빌더, SI 기업 등과 협력해 기존 생산라인에도 AI 비전 기술을 쉽게 적용하는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해외 사업도 현지 파트너를 중심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 대표에 따르면 뉴로클은 현재 글로벌 40여 개국의 머신비전 전문 파트너와 SI 기업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해외 고객 접점을 넓히고 있다. 반도체와 2차전지, 자동차 등 첨단 제조 산업군을 중심으로 고객을 확대하고 있으며, 유럽에서는 현지 파트너와 장기적인 기술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한편 이 대표는 향후 3~5년 산업용 AI 비전 시장에서 ‘엣지 AI’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엣지 AI는 데이터를 멀리 떨어진 클라우드 서버로 보내지 않고 공장이나 장비 가까이에 있는 컴퓨터에서 바로 AI를 실행하는 방식이다. 통신 지연을 줄일 수 있고 장비의 크기와 비용, 전력 사용량에 맞춰 다양한 연산장치를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이 대표는 제조공정이 정밀해질수록 초미세 결함처럼 일반적인 AI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에 특화된 모델의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거대언어모델(Large Language Model, LLM)과 VLM 같은 생성형 AI 역시 검사 모델 자체를 대체하기보다는 현장 실무자가 데이터를 준비하고 검사 시스템을 설정·운영하는 과정을 돕는 역할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뉴로클 역시 이에 맞춰 최신 NPU와 임베디드 플랫폼 지원을 확대하고, 제조공정별 특화 모델과 프롬프트 레이블러 같은 생성형 AI 기능의 연구개발을 이어갈 계획이다. 인터뷰 말미, 재차 포부를 밝히는 이 대표의 눈빛에 자신감이 느껴졌다.
“뉴로클은 ‘표준형 툴킷 AI 소프트웨어’라는 개발 철학을 바탕으로 제조 현장의 난제를 지속해서 해결해 나갈 것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전 세계 산업 현장이 비전 검사를 도입할 때 가장 먼저 선택하는 ‘글로벌 딥러닝 비전 검사 소프트웨어 No.1’으로 도약하는 것이 뉴로클의 비전입니다.”
고객마다 별도의 AI를 다시 만들어야 했던 문제에서 출발한 뉴로클은 이제 하나의 소프트웨어로 모델 생성부터 생산 현장 적용, 변화에 따른 재학습까지 연결하는 방향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결국 뉴로클이 말하는 ‘딥러닝 비전 기술의 대중화’는 AI를 쉽게 만드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제조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