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빅3-AI와의 제휴가 수상해···독소가 숨겨져 있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 같은 빅테크들의 성장주였던 클라우드 사업이 정체를 보이고 있다. 최근 나온 지난해 클라우드 빅3 실적 보고서(지난해 4분기 및 연간 실적)는 모두가 고성장세가 꺾였음을 말하고 있다. 거시경제 부진 전망에 따른 기업 지출 감소에 기인한다. 이런 가운데 클라우드 빅3인 아마존(AWS), MS(애저), 알파벳(구글 클라우드 플랫폼)이 모두 최근 열풍을 불러온 인공지능(AI) 스타트업들과 손잡고 블루오션의 꿈을 꾸고 있다. 최근 MS가 챗GPT를 적용한 ‘빙’ 검색을 내놓았고, 구글도 기존 구글 검색 지위를 방어하기 위한 떤 생성 AI ‘바드’를 소개했으며, 유망 AI 업체 앤트로픽과 손잡고 있기도 하다. 아마존도 이미 지난해 유망 AI스타트업 스터빌리티AI와 손잡았다.

중소 AI스타트업과 빅3 클라우드 간 제휴는 상호 이해가 맞아 떨어지며 이뤄졌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의 소지가 발생한다. 즉, 유망 중소 AI기업들이 경쟁자이기도 한 대기업과 손잡고 지속적으로 공정한 시장 경쟁을 펼칠 수 있겠느냐는 문제가 발생한다. 실제로 일각에선 불공정한 시장 경쟁 가능성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클라우드 빅3의 거대 데이터 인프라와 선도 AI 스타트업 이해 일치

클라우드 빅3인 MS,아마존,구글(위 왼쪽부터)과 각각 제휴한 유망 AI 스타트업들(아래 왼쪽부터).

유명 AI 스타트업 중 하나인 앤트로픽(Anthropic)은 단 몇 초 만에 텍스트를 분석하고, 쓸 수 있고, 예술을 창조할 수 있는 정교한 컴퓨터 프로그램인 생성적 AI 시스템을 개발했다. 지난해 11월말 챗GPT발표 이후 스타로 부상한 오픈AI도 챗GPT 등 텍스트를 통해 사용자와 대화할 수 있는 배우 기술인 챗봇 기술로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이런 회사들이 AI모델을 교육시키려면 엄청난 양의 컴퓨팅 성능을 필요로 한다. 즉, 몇몇 IT거인들이 보유한 비싼 클라우드 인프라를 필요로 한다.

이런 배경을 갖는 생성 AI 스타트업들이 빅3가 주도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들과 잇따라 제휴한 것은 이해가 된다.

그럼 클라우드 빅3는 뭘 얻을까. 자사와 제휴하고 투자한 AI 스타트업 내부의 재능과 기술에 대한 통찰력을 자연스럽게 제공받게 된다.

이들과 제휴한 중소 AI 스타트업은 그 대가로 거대 클라우드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그럼으로써 AI스타트업들은 자체 데이터 인프라 구축에 드는 막대한 자본 투자비용 부담을 피해 갈 수 있다.

AI 모델을 교육해야 하는 AI 스타트업들은 할인요금으로 필수 클라우드 컴퓨팅을 제공하며 대규모 자본까지 제공하는 대기업에게 접근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이처럼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클라우드 빅3와 선도 AI스타트업들은 이미 손을 잡았다.

유망 AI스타트업들, 핵심 경쟁자로부터 핵심 서비스 제공받는 아이러니

구글은 앤트로픽과 제휴했으면서 한편으론 자사의 생서ᅟᅧᆼ AI 바드를 내놓았다. (자료=구글)

검색 제왕 구글은 유망 생성AI 스타트업인 앤트로픽(Anthropic)에 투자해 이 회사 지분 10%를 확보했다. 이 소식이 파이낸셜타임스(FT)를 통해 처음 전해진 후 두 회사는 별도의 클라우드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구글은 이어 MS의 챗GPT를 이용한 제품들에 최근 발표한 ‘바드’ 말고도 오는 5월 경20개에 이르는 AI신제품을 대거 내놓을 것으로 알려지고 잇다.

구글-앤트로픽 협정은 MS가 3년 전 오픈AI에 10억 달러 규모의 현금투자를 한 데 대한 반향으로 읽힌다. 이어 MS는 지난달 오픈AI에 추가로 엄청난 투자(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다년간 100억 달러’)를 발표했다. 이 거래로 MS는 세계 최고의 AI 스타트업 중 하나에 대한 독점 인프라 제공자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할 수 있게 됐다.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MS가 오픈AI를 위해 슈퍼컴을 만들었으며, 오픈AI는 이제 경쟁사의 절반 비용으로 일부 AI 계산을 처리할 수 있게 됐다”고도 주장했다.

확실히 AI 업체들이 컴퓨팅 집약적 대규모 언어 모델을 개발하는 데 있어 비용 절감 문제는 핵심요소다. 업계 전문가들 추산에 따르면 월간 사용자가 1,000만 명이라고 가정할 때 챗GPT 실행에 드는 비용은 하루 100만 달러(약 12억 6000만 원)다.

여기에 클라우드 시장 1위 아마존도 빠질 수 없다.

앞서의 상황을 감안할 때 이와 관련해 아마존과 AI스타트업 간에 이뤄진 가장 중요한 동맹은 스터빌리티 AI(Stability AI)와의 협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회사는 MS-오픈AI 제휴만큼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지난해 11월에 AWS를 자사 미디어 생성 모델 구축 및 교육을 위한 “가장 선호하는 클라우드 파트너”로 선언했다.

이 파트너십에서는 스터빌리티가 구글 텐서 프로세서(TPU)에 필적하는 맞춤형 프로세서인 아마존의 트레이니엄(Trainium) 칩을 사용키로 약속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FT는 이 거래로 AI 역량 면에서 MS나 구글에 뒤지는 것으로 평가받던 아마존이 클라우드 플랫폼을 선보일 대표 파트너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 계약은 독점적인 것이 아니므로 스터빌리티가 구글 클라우드와 같은 다른 대체 클라우드 공급자와 협력할 수 있다. 구글또한 제휴 AI 스타트업인 앤트로픽의 클라우드 거래가 독점적인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하지만 AI업계 연구원들은 “챗GPT나 구글의 팜(PaLM) 모델과 같이 수십억 개의 매개 변수를 가진 대규모 언어 모델을 구축하고 배포하려면 안정적 하드웨어가 필요하기에 일단 모델을 교육하기 시작하면 다른 플랫폼 간 이동이 어렵다”고 말한다.

美 정부, AI열풍속 독소적 내용에 규제의 칼 댈까

컬럼비아대학교 법대교수 출신인 린다 칸 미 연방거래위(FTC) 위원장은 빅테크들에는 저승사자로 불리는 인물이다. (사진=npr.org)

이런 점에서 코바치치 조지 워싱턴대 교수는 “역사적으로 이러한 유형의 의존성은 통신을 포함한 다른 분야의 독점 규제 기관의 관심을 끌었다. 당신의 핵심 (클라우드)서비스 공급업체가 동시에 당신의 (AI사업) 경쟁자라는 사실은 본질적으로 어색하고 긴장으로 가득 찬 관계다”라고 정의했다.

일단 이 생성 AI 스타트업들은 각자 필요로 하는 양과 빈도에 맞춘 컴퓨팅 인프라를 공급할 안정적 클라우드 사업자를 가져야 한다는 근본적 필요성을 가진다. 이는 이 기업들이 빠르게 거대 IT 클라우드와 파트너십을 맺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이들 중소 AI업체와 제휴하면서 동시에 이들과 경쟁할 AI모델을 개발 중인 거대기업들은 유망 중소AI를 지원하면서 핵심 정보를 확보하거나, 이 기업들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시장경쟁 위협의 싹을 아예 없앨 수도 있는 위치에 있다.

게다가 구글과 아마존은 자체 언어 모델을 구축하는 자금이 풍부한 다른 AI 스타트업과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기도 하다.

여기에는 캘리포니아의 코히어(Cohere), 그리고 이스라엘 회사 AI21 랩스가 있다. (AI21랩스의 공동창업자 요아브 쇼함은 자신의 이전 회사 가운데 2개를 구글에게 매각했다.)

고객이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를 바꿀 수 있도록 돕는 클라우드 관리 회사인 옐로우독은 “아직 제품을 출시하지 않은 몇몇 초기 AI 회사와 클라우드 제공업체 간에 맺어진 몇 가지 제휴를 알고 있으며, 이들이 클라우드 업체와 연결하면서 지분을 넘겨주려는 단계까지 왔다”고 말할 정도다.

톰 비즈 옐로우 독 CEO는 “창업을 하려는 일부 AI 학자들은 개발자를 모집하기도 전에 클라우드 공급자들과 첫 번째 대화를 한다. 이유는 클라우드 사용비용이 개발자가 감당하기 불가능할 정도로 비싸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것이 핵심이다”라고 말했다.

MS는 챗GPT를 내놓은 오픈AI에 대규모투자와 협력관계를 갖고 있으면서, 자체적으로는 이를 이용한 빙을 출시했다. (자료=구글)

그는 거대 IT 클라우드 기업들과 체결한 비공개 계약 때문에 관련 회사의 이름을 밝히지는 않았다.

공화당 출신 미국 반독점기구 의장이자 조지 워싱턴 대학 반독점법 교수인 윌리엄 코바치치는 “(이것은) 정확히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한 유형의 시나리오다”라고 지적한다.

그는 “대형 IT 서비스 회사들이 어떻게 새로운 세대의 경쟁자들이 나설 수 있는 기회를 제한하고 있는지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면서 “그들은 아마도 이러한 거래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FTC는 이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이러한 거래들은 신속하게 정밀 규제 조사를 받을 수 있다. 지난해 미국 의회에서는 거대 IT기업들의 이른바 ‘자기우대적’ 행태를 겨냥한 법안이 발의됐는데 주된 목적은 대형 온라인 플랫폼이 한 분야에서 영향력을 행사해 다른 제품을 활성화하는 것을 막는 것이다.

에이미 클로버샤 민주당 상원의원은 지난해 성명에서 “이 플랫폼들은 경쟁자들에게 부당하게 불이익을 주기 위해 지배력을 사용한다. 모든 것이 경쟁과 소비자를 희생시킨다”고 말했다.

챗GPT로 촉발된 AI열풍은 이같은 기업간 불공정 경쟁 요인 논란으로까지 번쪘다. 과연 미 FTC는 막 불붙기 시작한 신기술 확산 초기의 이런 기업간 불공정 경쟁을 손볼까.

성장세 꺾인 전통적 클라우드 빅3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성장세 속에 보낸 클라우드업계가 거시경제 부진 전망에 따른 기업 지출 감축 분위기에 성장 둔화를 보이고 있다. (자료=스타티스타)

클라우드 빅3로 꼽히는 아마존, MS, 구글은 지난해 말 경 한때 호황을 누렸던 이 시장 냉각분위기를 체감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지난 2주 새 발표한 지난해 4분기 실적에서 기업들이 클라우드 비용을 절감할 방법을 찾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었다.

전통적 기술 장비와 소프트웨어의 성장이 최근 몇 년간 미미한 성장세를 보였고, 클라우드 컴퓨팅은 기업들이 새로운 애플리케이션 실행 및 데이터 저장 서비스 방식으로 선택하면서 이들의 지출을 잠식해 갔다.

그러나 지난달 말 이들 클라우드 인프라 빅3는 지난 5년 간 보였던 광란적인 확장세가 얼어붙고 있음을 시사하는 명확한 지표와 함께 경고를 내놓았다. 기업들이 역사적으로도 높은 인플레이션과 연준(FRB)의 지속적 금리 인상으로 지출을 줄이고 기존 인프라에서 더 많은 것을 얻는 방식을 모색하기 시작한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클라우드 빅3인 아마존,MS, 알파벳은 모두 클라우드 사업 성장 감속세를 보고했다. 아마존(AWS)과 구글 클라우드는 모두 분석가 예상치를 밑도는 매출을 기록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루스 포랏 CFO는 분석가들에게 “4분기에 고객이 거시적 경제하강을 반영해 GCP 비용을 최적화함에 따라 소비 성장이 둔화되는 것을 보았다”고 밝혔다. 구글 클라우드의 매출 증가율은 지난해 3분기 약 38%였다가 4분기 들어 32%로 둔화됐다. 매출은 73억 2000만 달러로 분석가들 추정치인 74억 3000만 달러에 근접했다.

아마존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비용 절감 추세가 적어도 앞으로 2분기 동안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15년전 이 시장을 개척한 이 시장 주도자인 AWS는 매출 증가율이 27%에서 20%로 둔화됐다고 밝혔다. 매출은 분석가들 예상치 218억 7000만 달러를 밑도는 214억 달러에 그쳤다. AWS는 2018년까지만 해도 45% 이상 성장했다. 브라이언 올사브스키 아마존 CFO는 분석가들에게 “대기업들이 3분기 중반 시작된 어려운 경제 때문에 4분기에 지출을 줄였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이러한 최적화 노력이 적어도 앞으로 몇 분기 안에 AWS 성장에 역풍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른시일내에 이런 상황이 뒤집힐 것으로는 보지 않고 있음을 밝혔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전문가들은 AWS에 대한 전망을 낮췄고, 이제는 15%가 아닌 11%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의 약 29%에서 크게 떨어진 수치다.

세계 10대 클라우드 업체.(자료=디지털인프라닷컴)

알파벳과 아마존의 결과는 1월말 MS 보고서에 이은 부진한 내용이다.

MS의 애저 사업부는 AWS에 이은 클라우드 인프라 서비스 2위 사업자다. MS는 애저 및 기타 클라우드 서비스 매출 성장률이 35%에서 31%로 둔화됐다고만 밝혔다. MS는 사업부 실적을 금액으로 공개하지는 않는다. 에이미 후드 CFO는 실적 발표회에서 지난해 12월 애저 소비 성장이 둔화됐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조직이 기존 애플리케이션을 좀더 비용 효율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하고 있기 때문에 1분기 애저 성장 속도가 더욱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사티아 나델라 CEO는 이러한 추세를 인정하면서도 “어느 시점에서 기업들의 최적화 작업은 종료될 것이다. 실제로 워크로드 최적화를 통해 절감되는 비용은 새로운 워크로드에 투입되는 비용이며, 이러한 워크로드는 증가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델라의 견해는 적어도 일부 업계 전문가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IT 시장 조사회사인 가트너는 클라우드 시장 성장률이 지난해 25.9%에서 올해 26.8%로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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