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 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와의 소통은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생명과 직결된 문제다. 베트남어, 네팔어, 우즈베크어 등 수십 개 언어가 뒤섞인 공간에서 "위험하니 비켜서라"는 경고 한 마디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곧바로 사고로 이어진다. AI 통번역 스타트업 하이로컬이 삼성물산과 손잡고 이 문제에 도전장을 냈다. 약 3개월에 걸친 현장 검증 끝에 내놓은 답은 '언어 장벽은 기술로 넘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이로컬은 올해 삼성물산이 운영하는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2025 퓨처스케이프' 실증 부문에 뽑혀 7월부터 9월까지 실제 공사 현장에서 자사 솔루션을 시험했다. 이들이 선보인 건 '하이워커'라는 이름의 AI 기반 교육 플랫폼이다. 40개 언어를 실시간으로 통역하고, 현장에서 찍은 안전 표지판 사진을 즉석에서 번역하며, AI 교사가 각국 언어로 안전 수칙을 가르치는 방식이다.
검증 결과는 예상을 웃돌았다. 협력업체 소속 외국인 노동자들의 플랫폼 이용률은 당초 목표였던 70%를 넘어섰고, 현장 관리자와 노동자 양쪽 모두 5점 척도에서 4점 이상의 호평을 줬다. 특히 베트남, 네팔, 우즈베키스탄 출신 노동자들이 교육 내용에 대해 보인 반응은 회사 측이 설정한 기준치를 모두 충족했다.

기술적 성능도 입증됐다. 음성을 텍스트로 바꾸는 정확도와 번역 정확도가 각각 80%를 넘었고, 관리자들은 한 달에 평균 5번 이상 이미지 통역과 음성 번역 기능을 썼다. 노동자들 역시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AI 교사를 통해 안전 교육을 받았다. 하이로컬 측은 검증 기간 동안 나라별로 표현 방식과 문화적 맥락이 어떻게 다른지 분석하며 콘텐츠를 계속 손봤고, 심각한 오류는 다섯 건 미만으로 유지했다. 현장에서 올라온 의견의 80% 이상을 반영해 시스템을 개선한 것도 성과로 꼽힌다.
윤정호 하이로컬 대표는 "이번 프로젝트로 AI가 현장의 언어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걸 데이터로 보여줬다"며 "앞으로 더 많은 건설사와 손잡고 솔루션을 널리 보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물산의 형시원 상무는 "하이로컬의 기술 덕분에 외국인 노동자 대상 안전 교육이 훨씬 효과적으로 바뀌었다"며 "계속 협력해서 현장 안전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싶다"고 화답했다.
하이로컬은 원래 전 세계 200만 명 이상이 쓰는 언어 교환 앱을 만들던 회사다. 여기서 쌓은 실시간 통번역 기술을 산업 현장에 적용하면서 사업 영역을 넓혀왔다. 이번 삼성물산과의 협업을 발판 삼아 건설업뿐 아니라 제조업 등 다른 산업으로도 진출한다는 구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