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로자 절반 이상이 생성형 AI 활용, 업무 시간 3.8% 단축

한국은행이 국내 첫 AI 활용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직장인 10명 중 5명 이상이 챗GPT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 도구를 업무에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조사는 한은이 지난 5월 19일부터 6월 17일까지 만 15세에서 64세 사이 전국 취업자 5,512명을 표본으로 진행했으며, 국내 직업 분포를 반영한 첫 대규모 가계조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생성형 AI를 한 번이라도 써본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63.5%에 달했다. 주목할 점은 업무 용도로만 한정했을 때도 활용 경험자가 51.8%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챗GPT가 대중에 공개된 2022년 말 이후 불과 2년 반 만에 이룬 성과다.

한은 고용연구팀 서동현 과장은 이러한 확산 속도가 인터넷 상용화 초기(3년 후 7.8%)와 비교해 8배나 빠르다고 설명했다. 이미 구축된 디지털 인프라와 AI 기술 자체의 범용성이 급속한 보급을 가능하게 했다는 분석이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국내 활용률이 미국(26.5%)의 두 배 수준이라는 사실이다. 한국 직장인들이 글로벌 트렌드를 선도하며 AI 기반 업무 혁신을 주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AI 도구를 업무에 적용한 근로자들은 실질적인 시간 절감 효과를 체감하고 있었다. 조사에 따르면 주당 평균 업무시간이 3.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를 주 40시간 근무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90분에 해당한다.

한은은 이러한 업무시간 단축이 경제 전체로 확산될 경우 잠재 생산성이 최대 1.0%포인트 개선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챗GPT 출시 이후 2025년 2분기까지 한국 GDP가 3.9% 성장했는데, 그중 1%포인트는 AI 기여분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다.

다만 오삼일 한은 고용연구팀장은 이 수치가 근로자들이 단축된 시간을 모두 추가 업무에 투입했다는 전제하에 산출된 것이라며, 실제로는 여가 활용도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높아 효과가 다소 낮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경력이 짧은 근로자일수록 AI 활용으로 인한 업무시간 단축 효과를 더 크게 경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AI가 숙련된 선배들이 보유한 암묵적 지식을 일부 대체하면서 신입과 경력자 간 업무 숙련도 격차를 완화하는 '평준화 효과'를 발휘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서동현 과장은 "경력 초기 단계에서 필요한 정보 검색, 기본 문서 작성 등의 업무에서 AI가 선배의 조언을 대신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 특성에 따른 활용 패턴 분석 결과, 남성 근로자의 55.1%가 AI를 업무에 활용한 반면 여성은 47.7%에 그쳤다. 연령대별로는 18세에서 29세 사이 청년층이 67.5%로 가장 높은 활용률을 보인 반면, 50세 이상 장년층은 35.6%로 절반 수준이었다.

학력별 격차도 뚜렷했다. 대학원 졸업자의 72.9%가 AI를 업무에 활용하는 반면, 대졸 이하 학력자는 38.4%에 불과했다. 디지털 격차가 AI 시대에도 재현되고 있는 셈이다.

직업군별로는 전문직(69.2%), 관리직(65.4%), 사무직(63.1%)에서 높은 활용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활용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직종에서도 30% 이상이 AI를 사용하고 있어, AI가 특정 계층을 넘어 노동시장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국내 근로자들의 AI 활용 강도는 글로벌 기준으로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AI를 업무에 사용하는 근로자들은 주당 평균 5시간에서 7시간을 AI 도구 활용에 할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근로자들의 주당 0.5~2.2시간과 비교하면 3배 이상 많은 수치다.

하루 1시간 이상 AI를 집중적으로 활용하는 '헤비 유저' 비중도 한국이 78.6%로 미국의 31.8%를 큰 폭으로 앞섰다. 한국 직장인들이 AI를 단순한 보조 도구가 아닌 업무 프로세스의 핵심 요소로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AI 활용 업무 영역을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은 응답자(62.2%)가 '정보 검색 및 요약' 용도로 AI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어서 '문서 작성 및 검수'가 38.6%, '아이디어 생성 및 브레인스토밍'이 25.3%로 뒤를 이었다.

주목할 점은 단순 반복 업무를 넘어 창의적이고 분석적인 영역까지 AI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데이터 분석 및 시각화'(24.0%), '외국어 통역 및 번역'(21.7%), '멀티미디어 콘텐츠 제작'(15.4%), '코딩 및 프로그래밍'(10.6%) 등 전문 영역에서도 상당한 활용률이 확인됐다.

현재 자율로봇 등 물리적 AI와 협업하는 근로자는 전체의 11%에 불과하지만, 한은은 이 비율이 향후 27%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생성형 AI가 주로 지적 노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 앞으로는 물리적 AI가 제조업과 육체노동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이다.

직업별로는 장치·기계 조작 및 조립 종사자에서 가장 높은 협업 비중을 보였으며, 판매직, 서비스직, 전문직 등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었다.

AI 기술의 사회적 영향에 대해 근로자의 48.6%가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며, 부정적 응답은 17.5%에 그쳤다. 미국 등 주요국과 비교해도 한국 근로자들이 AI에 대해 상당히 낙관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동시에 AI 시대를 대비한 준비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전체 근로자의 33.4%가 관련 교육 이수를 계획 중이며, 31.1%는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AI 사용 경험이 있는 근로자일수록 교육 및 이직 준비 확률이 각각 15.0%포인트, 10.7%포인트 높게 나타나, AI 노출이 직업 변화에 대한 민감한 대응을 촉진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흥미로운 점은 근로자들의 AI 발전을 위한 사회적 투자 의지가 높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응답자의 32.3%가 'AI 기술발전 기금' 조성에 참여할 의향을 밝혔으며, 평균 지불 의사액을 반영하면 향후 5년간 약 38조원 규모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한은은 이를 민관 협력 기반의 사회적 투자 모델 구상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했다. 자신의 직업이 자동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근로자일수록 기금 참여 의향이 더 높았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한은은 이번 조사를 통해 AI 기술이 현재는 생성형 AI를 중심으로 지적 노동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지만, 향후에는 물리적 AI 기반 육체노동 영역에서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또한 상당수 근로자가 AI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AI 관련 정책에 대해서도 높은 선호도를 보이고 있어 향후 AI 기술 발전과 정책 수립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32%포인트다.

김광우 기자

kimnoba@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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