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IT 강국 맞나? '기업가치·AI 기술 크게 뒤져'

서울의 강남구의 노른자위 테헤란로는 ‘한국의 실리콘밸리’라고 할 정도로 국내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스타트업들이 포진해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도 5G가 불통인 곳이 많다. IT 강국, 세계 최초의 5G 상용화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우리나라가 정말 IT 강국이 맞을까? 전경련이 최근 발표한 2가지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ICT 상위 기업의 기업가치 및 AI 기술 등에 있어서 선진국과 큰 격차가 있어 보인다. 대한민국의 ICT 현주소를 돌아본다.

 

ICT 상위 5개사 기업가치 선진국 1/15 수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10년간 한국, 미국, 중국 등 주요국 증권시장 시총 상위 5개 ICT 기업의 변화를 분석한 결과 한국 주요 디지털기업들의 시총 증가세가 상대적으로 느리고 그 규모도 현저히 작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한국, 미국, 중국 증시 상위 5개 ICT 기업들의 시가총액 총합계에서 국가별 기업의 가치 차이는 극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MS·아마존·알파벳·페이스북 등 미국의 5개 기업 시총 합은 약 8천92조 원으로, 우리 정부의 올해 본예산(512조 원)보다 16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알리바바·텐센트·평안보험·메이퇀 디엔핑·징둥닷컴 등을 앞세운 중국은 약 2천211조 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반면 한국의 상위 5개 ICT 기업의 시총 합은 약 530조 원에 불과했다.

특히 인터넷 포털 및 전자상거래 기업 간 차이가 컸다. 네이버, 카카오 등 2개사의 시총은 약 83조 원으로 중국의 전자상거래업체 징둥닷컴 1개사의 시총(120조 원)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시총 상위 100대 ICT 기업으로 넓혀 보면 한국의 위상은 더 초라했다. 먼저 가장 많은 수의 기업을 보유한 국가는 애플·넷플릭스·테슬라 등 글로벌 스타 기업을 보유한 미국으로 57개 사, 중국 역시 대표 기업인 알리바바를 포함한 12개 사, 일본과 유럽의 경우 각각 11개 사, 10개 사가 순위에 꼽혔다. ICT 강국 인도 역시 3개사가 순위에 이름을 올린 반면, 한국은 삼성전자만 11위에 랭크됐다. ICT 강국이라 불리는 한국의 글로벌 시장 지분율이 단 1%에 그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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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미국의 경우 불과 10년 전만 해도 석유회사 엑손모빌이 독보적인 시총 1위 기업이었지만 2012년 애플이 그 자리를 차지한 후 1~2위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또 같은 유통 서비스 분야에서 아마존(39.6%)과 월마트(7.1%)의 10년간 연평균 시총 성장세가 뚜렷한 차이를 보인 만큼 IT 기업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지난 4일 기준 미국 증시의 톱10 기업 중 5개가 IT 및 디지털 관련 기업일 정도로 미 증시는 10년 만에 2개 사에서 5개 사로 늘어 포트폴리오 재편을 이뤘다.

MS의 경우 1997년부터 2008년까지 총 20년간 시총 1~4위 차지하다가 애플, 구글 등 후발 IT기업에 밀려 2009년에는 시총 10위 밖으로 밀려났다. 그러나 클라우드 사업 확장, 구독 서비스 제공 등의 변화를 통해 2020년 현재 애플과 시총 1위를 다투며 디지털 혁신에 성공했다. 자동차를 디지털 디바이스 개념으로 개발함으로써 패러다임을 전환한 테슬라는 지난 10년간 시총 연평균 증가율 64.3%를 기록해 현재 시총 16위로 톱10 진입을 앞두고 있다. 세계 1위 자동차 기업 도요타의 시총 증가율은 연평균 4.5%에 불과하다.

AI 기술 경쟁력도 선진국 비해 태부족

국내 AI(인공지능) 기술 경쟁력도 선진국에 비해 많이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인공지능(AI) 분야 현황과 과제' 분석 보고서에서, 투자·특허·핵심인재 수 등이 AI 선진국 대비 경쟁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AI 세계시장 규모는 2018년 735억달러에서 2025년 8985억달러로 연평균 43.0%의 고성장이 예상되는 분야다. 이에 정부도 2018년 인공지능 R&D 전략, 2019년 인공지능 국가전략 등을 통해 비전과 과제를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높은 교육 수준, 최고의 ICT 인프라 등의 강점에도 불구하고 AI 분야에서 미국, 중국 등 선진국과의 격차는 여전하다는 게 전경련의 분석이다.

 

한국의 AI 논문 수는 세계 9위(6940건)지만, 1위인 중국(7만199건) 대비 10분의1 수준에 불과했다. 질적 지표인 논문 편당 인용 수는 전체 91개국 중 31위에 그쳤다. 특허 수를 기반으로 AI 기술 100대 기업(연구기관)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한국 국적의 연구기관은 미국(44곳)의 11분의1 수준인 4곳(삼성, LG, 현대자동차, 전자통신연구원) 뿐이었다.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석·박사 이상급 연구자 숫자도 부족해 미국(1만295건)의 3.9% 수준인 405명에 불과하다. AI 인력 부족은 고질적인 문제로 고등교육을 받는 대학생 인구수 대비로도 주요국 대비 열위에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으로 인해 한국의 AI 경쟁력은 미국의 80.9% 수준이고, 1.8년의 기술격차가 수년째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는 중국이 국가 차원의 투자 및 지원정책으로 2016년 71.8% 수준에서 빠른 속도로 미국을 따라잡아 2020년 85.8%까지 기술수준이 높아진 것과 대조적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시총을 통해 알 수 있는 기업가치는 실제 시장이 바라보는 향후 전망을 보여준다. 한국 경제가 디지털 이코노미로의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번 분석 결과 우리 경제의 디지털화는 주요국에 비해 속도가 느린 것이 사실"이라면서 “"AI의 경우 집중적인 재정 지원과 함께, 비자 요건 완화, 학과 정원규제 유연화 등 핵심 인재를 위한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광우 기자

kimnoba@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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