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트라이에브리싱 2025는 많은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모델과 비전에 제시된 축제였다. 첫째 날 앤틀러 코리아가 주관한 ‘앤틀러 포트폴리오 쇼케이스’ 무대도 그 중 하나였다.
예비·초기 창업팀을 발굴·육성하는 앤틀러 제너레이터 프로그램 출신 14팀 가운데 리뉴어스랩, 비욘드로보틱스, 레졸루션은 각각의 도메인에서 핵심적인 문제들을 기술로 풀어내는 스타트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앤틀러 제너레이터 프로그램 3기 출신의 리뉴어스랩은 공급망 차원의 탄소배출(스코프3) 데이터 수집·관리와 보고 자동화를 내세워 완성차 공급망의 탄소 규제 리스크를 줄이는 '카본링크' 솔루션을 제시했다. 4기 출신인 비욘드로보틱스는 3D 비전 기반 딸기 수확 로봇 ‘픽키’로 농가의 인력난과 수확 손실 문제를 겨냥했고, 레졸루션은 딥러닝 기반 초고해상 복원·미세결함 탐지로 PCB 외관검사를 자동화하는 ‘렉스 원’으로 제조 현장의 생산성과 품질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시도를 소개했다.
앞서 지난달 앤틀러 코리아 인베스터데이 무대에서 만난 5기 팀들과 함께 선배 기수인 이들 스타트업이 선보인 보다 개선된 서비스와 제품 이야기를 들어봤다.
리뉴어스랩, 공급망 단위의 ‘스코프3’ 문제를 ‘카본링크’로 풀다

리뉴어스랩은 B2B 공급망 분야 경험을 갖춘 팀이 모여 공급망 단위의 탄소중립 데이터 공유 솔루션을 개발한 스타트업이다. 이른바 OEM사라고 불리기도 하는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의 협력사에 있어 탄소배출 관리가 필수화 되는 상황은 풀기 힘든 숙제와 같았다. 나름 자체 공정과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스콥1, 2)을 정확하게 계산한다고 해도 수많은 부품업체가 얽힌 복잡한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까지 측정하는 것은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스콥3’다.
이로 인해 최근까지 내노라 하는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탄소 배출량을 제대로 계산하지 않는다는 강한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물론 앞서 언급한 스콥3 계산의 한계, 즉 부정확한 탄소배출 데이터 수집 때문이다. 하지만 공급망에 속한 협력사들 역시 난처한 상황이었다. 한정된 자원과 규제 대응 비용 부담으로 인해 완벽한 탄소배출량 계산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리뉴어스랩은 바로 이 과정에서 글로벌 기업의 협력사에게 탄소배출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데이터를 수집하는 비즈니스 모델과 다시 이 데이터를 가공해 글로벌 기업에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이날 무대에 선 리뉴어스랩의 이재용 대표는 그러한 협력사들이 처한 현실을 구체적 수치로 언급했다.
“완성차의 협력 기업들은 탄소 규제 대응을 위해 연 평균 1억 7000만원에서 2억원 정도의 비용을 이미 예산으로 잡아서 집행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실제로 비용을 들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협력사들의 97%가 탄소 배출 보고에 실패하고 있는 점입니다. 그로 인해 신규 발주가 줄고 매출 하락을 겪고 있었죠. 더구나 공급망 평가에서 2년 이상 적절 수준을 달성하지 못하면 공급망에서 탈락하기도 합니다.”
이렇듯 탄소 배출 관리 시장은 이미 비즈니스 리스크와 직접적인 연관성을 띄고 있다. 리뉴어스랩은 그간 협력사들이 엑셀 등으로 근근이 정리하고 있던 탄소 배출 관리 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하고 비정형으로 관리되고 있는 데이터까지 파악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바로 카본링크(CarbonLink)다.

“기업이 보고해야 하는 고객사, 규제기관, 국가별로 관리하는 기준은 저마다 다릅니다. 이에 기업들은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노후 데이터를 가지고 그에 맞게 재편집, 가공을 반복적으로 진행해야 하죠. 그 과정에서 오기입과 누락이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카본링크’는 기존의 엑셀이나 전화 이런 메일로 연락되던 것들을 디지털화 돼 있는 데이터를 API로 끌고 오고 비정형으로 관리되고 있는 데이터는 대량 업로드를 통해서 읽어내고 자동으로 관리하는 솔루션입니다. 이를 통해 기존 40일 걸려도 안되던 월별 관리가 단 5일 만에 가능해졌죠.“
리뉴어스랩은 이들 협력사를 넘어 원청이 OEM사와도 PoC(기술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향후에는 이들의 공급망 라인을 타고 자연스럽게 글로벌 자동차 부품사를 대상으로 한 탄소관리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을 언급하기도 했다. 또 나아가 자동차를 넘어서 탄소 배출량이 높은 제조업 전분야로 확장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때 중요한 것이 바로 ‘데이터’다. 발표 말미, 이 대표는 데이터의 힘으로 공급망 시장을 석권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저희는 데이터 공급망을 선점하고 공급망 시장 전체를 아우르기 위해 4분기 중 데이터를 수집하고 보고할 수 있는 카본링크 페이지를 무료로 배포할 예정입니다. 그 과정에서 그들의 탄소 배출 데이터 수집 고충을 자동화로 해결하고 서비스 의존도를 높여 유료로 전환하는 구조를 통해 공급망 내 보고 표준 및 데이터 구조를 구축해 나가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습니다. 이른바 탑다운 확산 전략이죠.”
비욘드로보틱스, 3D 비전 로봇으로 ‘수확’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비욘드로보틱스는 3D 비전 인공지능(Vision AI) 기반의 과채류 수확 로봇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으로, 실제 농가 현장 중심의 PoC를 통해 제품을 고도화하고 있다.
이들은 농장에서 수집한 실제 데이터를 활용해 ▲로봇 팔의 능동적인 움직임을 통한 방해물 회피 및 수확 효율성 향상 ▲수확 및 선별, 포장, 솎아내기 등 인력 집약적 작업 대응 ▲딸기, 토마토 등 고부가가치 과채류 작물 수확에 적합한 그리퍼 개발 등 수확 로봇 운용에 필수적인 핵심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날 발표에서 변성호 비욘드로보틱스 대표는 농가의 절박한 현실을 통해 로봇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딸기 수확철이 시작되는 12월이 되면은 모든 딸기 농가에서 거의 매일같이 새벽 3, 4시에 딸기 농장으로 나와서 수확을 시작하게 됩니다. 수확이 끝나면 바로 선별과 포장 작업을 해야 되고요. 계속 이어지는 농작업이 모두 끝날 때 쯤에는 해가 이미 저 있죠. 이런 딸기와 같은 과채류 농업에서는 특히나 수확철에 굉장히 일손이 많이 필요합니다. 그 중 수확만 하더라도 전체 작업 시간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작업량이 많죠. 그래서 많은 농장주 분들은 ‘수확만이라도 대신해 줄 수 있는 로봇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십니다.”
이날 변 대표가 설명한 비욘드로보틱스 3D 비전 로봇의 핵심 장점은 바로 현장 적용성이다. 비욘드로보틱스가 개발한 수확 로봇 ‘픽키(PICKY)’는 별도 시설이나 추가 작업 없이 현재 운영 중인 딸기 농장에 바로 적용이 가능하다. AI 비전을 통해 열매의 숙성 정도를 인식하고 정확하게 위치를 파악해 수확하고 포장까지 한 번에 진행한다. 이 모든 과정이 로봇 운용을 위한 별도의 오퍼레이터 없이 완벽하게 이뤄진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사람은 불가능한 밤 시간에도 수확작업이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더구나 픽키는 수확 뿐 아니라 딸기 운송 등에서 높은 자동화율을 기록하고 있다.

“저희가 지금 현재 로봇 팔 2개로 분당 14개에서 16개 정도의 딸기를 수확할 수 있습니다. 이는 숙련된 작업자가 작업자 한 명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정도의 속도죠. 로봇 한 대 당 적용 범위(커버리지)는 300평 당 7천만원의 가격에 판매를 한다고 했을 때 국내에서만 지금 당장 도입할 수 있는 로봇의 대수는 1600대, 시장의 규모로 치면 1128억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런 국내 시장을 넘어 3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딸기 수확 로봇 시장의 5%에 해당하는 점유율을 향후 5년 안에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비욘드로보틱스의 픽키는 10개 이상의 농가에서 실증을 마치고 테스트를 받았고 올해 말 공식 출시를 앞두고 있다. 향후 딸기를 넘어서 파프리카나 통합 토마토 같은 수확물 시장으로 확장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레졸루션, 제조현장의 ‘눈’을 대체하는 초고해상·미세결함 탐지 플랫폼

레졸루션이 주목한 것은 PCBA(인쇄회로기판조립품) 검사 장비의 한계였다. PCB는 오늘날 현존하는 모든 기계에 적용된다. 이를 생산하는 과정에서는 전기 신호 기능 작동 여부, 부품 삽입과 장착 체크, 납땜 불량 등이 있는지를 검사해야 한다. 한 기판에 최대 4000개의 부품이 실장되기도 하는 상황에서 기존 규칙기반(Rule-based) 검사 장비는 티칭에 긴 시간이 소요되며 불량이 아닌 것을 불량으로 판단하는 가성불량이 다수 발생하는 한계가 존재한다. 또한 검사 장비 이후에 이루어지는 출하검사(OQC)는 작업자의 육안 검사에 의존하고 있어 품질 관리의 정확성과 일관성을 보장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김혁 레졸루션 대표는 기존 검사 장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말문을 열었다.
“기존 룰베이스 광학 검사 장비는 일일이 모든 품목에 대한 규칙을 입력을 해야만 된다는 한계가 있었죠. 또 가성 불량(검사 과정에서 불량이 발생하지만 실제 기능상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이 발생하게 될 경우 6개월에서 길게 1년 정도의 디버깅(debugging, 오류를 찾고 수정하는 과정) 기간이 필요합니다. 다품종 소량 생산을 경우는 하루에 수차레 품목을 바꿔 검사를 하는데 일일이 규칙을 입력하는 것도 한계가 있죠.”
레졸루션은 두 가지 핵심 기술로 응답했다. 바로 레졸루션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딥러닝 기반 초고해상도 변환 ‘슈퍼 레졸루션(Super Resolution)’ 기술과 ‘미세결함 검출(Micro Detection)’ 기술이다. 이 기술이 적용된 장비 ‘REX 1(렉스 원)’ 은 규칙을 입력하거나 검사자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닌 클릭 한번으로 PCBA 검사가 가능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 기술로 인해 실제 광학계 원가에 들어가는 비용은 10분의 1로 낮아졌다. 특히 레졸루션은 렉스 원의 소프트웨어 뿐 아니라 하드웨어까지 자체적으로 개발해 하나의 턴키(Turn-key) 솔루션으로 납품하고 있다.

레졸루션은 1차 영업을 통해 상장사를 포함한 6개 사 고객을 대상으로 초기 렉스 1 도입 이후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구축했다. 이를 비잔으로 혹시 놓칠 수 잇는 모든 케이스를 무한정으로 늘리며 가상 데이터로 확습까지 병행했다. 이를 통해 현재는 삼성전자, 하이닉스 ,현대자동차와 같은 원청 기업을 타겟하는 2차 영업에 나서고 있다.
김 대표는 “레졸루션이 단기간에 수많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하드웨어, 데이터 소프트웨어, AI 모델 등 모든 것들을 한 공급사가 통째로 납품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기 때문”이라며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높아지는 관심을 언급했다.
“제조 AI에 대한 관심이 높은 북미에서 최근 제안이 오고 있습니다. 실제 저희는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현지 프로그램에 참여 중이죠. 또 딥러닝 분야의 세계 적인 석학인 요슈아 벤지오 교수가 설립한 캐나다의 밀라(Mila) 연구소와도 공동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한편 이날 트라이에브리싱 2025에서 진행된 앤틀러 포트폴리오 쇼케이스는 이들 세 스타트업 외에도 페이퍼리, 사일런트스카이, 오붓, 펠즈, 퍼슬리 등 제너레이터 프로그램 5기 팀을 비롯해 선배 기수인 디서클, 해봄, 열다, 피카디, 위페어, 팀리미티드 등이 참여해 그간의 성과를 소개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