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제 7회를 맞이한 넥스트라이즈 2025가 다시 한 번 아시아 최대 스타트업 페어임을 증명하며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해외 28개국 100여개의 스타트업을 비롯해 국내 스타트업이 총출동한 이번 행사는 520여개의 스타트업이 부스를 설치, 역대 최대 규모를 또 한 번 경신했다.
특히 전시홀 내 3개 컨퍼런스 무대에서는 인공지능(AI), 모빌리티, 항공우주 등 미래전략산업의 글로벌 트렌드 및 사례를 주제로 61개의 전문 분야별 강연도 진행돼 참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다양한 스타트업의 혁신적인 기술 중에서도 이번 넥스트라이즈 2025에서 테크42가 주목한 것은 AI와 로봇 기술의 융합이다. 이는 다양한 갈래로 전개되고 있는 AI 기술 중 ‘피지컬 AI’의 한 부분으로 최근 관심이 집중되고 있기도 하다.
포스코DX, AI 기반 로봇 자동화 ‘스마트팩토리’ 넘어 ‘인텔리전트 팩토리’로

올해는 포스코DX가 창립 15주년을 맞는 해다. 포스코DX는 이를 기점으로 산업용 AI와 로봇 자동화 기술을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아, 그룹 전반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기술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제어·기계 등 로봇 연계 엔지니어링 역량 강화와 함께 다양한 현장 맞춤형 로봇 솔루션을 선보이며 스마트팩토리를 넘어선 인텔리전트 팩토리(Intelligent Factory) 구축에 나서고 있다.
인텔리전트 팩토리는 단순 반복작업 중심의 자동화 시스템을 넘어서, 로봇과 AI가 협업해 판단·계획·실행까지 수행하는 자율형 제조시스템을 지향한다. 이를 통해 수작업이 많은 공정에 대한 안전 확보는 물론, 품질 일관성과 생산성 향상, 공급망 전반의 최적화를 노릴 수 있다.
포스코DX는 현재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 해외 합작법인까지 로봇 자동화를 확장하고 있으며, 무인운송로봇(AGV), 협업 로봇, 로봇관제시스템(ACS) 등 이기종 로봇의 통합 운용 기반도 마련해가고 있다. 특히 그룹사의 양극재 생산 확대와 맞물려, 광양 공장 내 자동화 테스트를 바탕으로 포항 신규 공장까지 확장 적용을 추진 중이다.
행사 첫날 ‘Rise Stage’에서 진행된 다양한 강연 중에서도 포스코DX의 AI 기반 로봇 자동화를 책임지고 있는 윤석준 포스코DX 로봇자동화센터장(상무)의 발표는 그 과정과 적용 사례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AI×Robotics : 진화하는 산업용 로봇’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윤석준 상무는 AI 기반 산업용 로봇 기술의 발전과 적용 사례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구현 전략을 밝혔다. 윤 상무는 로봇 기술의 핵심 구성인 ‘인식 → 판단 → 동작’ 세 가지 축을 설명하며, 이를 AI와 접목해 어떻게 고도화할 수 있는지를 다양한 사례로 소개했다.
윤 상무는 “산업용 로봇은 개인 서비스 로봇과 달리, 특정 도메인에서 높은 정밀도와 빠른 수행 속도가 요구된다”며 “라인 중단이 생산성에 직결되는 만큼, 공정에 특화된 도메인 인텔리전스를 구현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상무는 “이는 로봇이 실제 생산현장에서 활용되기 위해 요구되는 최소 조건”이라고 덧붙였다.

윤 상무가 제시한 첫 번째 사례는 비전 기반 자동화다. 작업 대상을 정밀하게 인식한 뒤 로봇이 자동으로 위치를 조정해 고중량 물체를 처리하거나, 도금 공정 중 발생하는 드로스(Dross, 이물질)를 감지·제거하는 방식이다. 이 작업은 기존에 작업자 안전에 위협이 됐던 고위험 공정으로, 로봇이 이를 대체함으로써 안전성과 품질 모두를 확보하게 됐다는 것이 윤 상무의 설명이다.
두 번째는 환경 인식 기반 자동화다. 내화물 코팅 공정과 포일 창고와 같은 복잡한 작업 환경에서, 3D 스캐너와 AI를 활용해 로봇이 자율적으로 코팅 패턴을 설정하거나 포일을 피하면서 자율주행하는 기능이 구현됐다. 이는 로봇이 단순 반복작업을 넘어 복잡한 환경 속에서 판단하고 계획을 세워 동작하는 사례로 평가된다.
윤 상무는 이 같은 기술들이 단순한 로봇 자동화를 넘어서, “AI가 로봇의 눈과 두뇌가 되는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부각되는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obot Foundation Model)’은 센서 입력부터 동작까지를 엔드-투-엔드로 학습시키는 기술로, 향후 서비스 로봇뿐 아니라 산업용 로봇까지 확대 적용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다만 윤 상무는 이 부분에 대해선 제조업 특성상 ‘품질 기준’과 ‘설명 가능성’ 확보가 필수라며 “아직 연구 단계”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디지털트윈 기반 설계·검증으로 ‘로봇 공정 최적화’

AI와 로봇 기술만큼 중요한 것은 '실제 생산 공정에 이 기술들을 어떻게 설계하고 구현할 것인가'이다. 이와 관련해 윤 상무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반의 사전 설계와 시뮬레이션, 시운전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윤 상무에 따르면 기존 공정에 로봇을 적용할 경우, 실제 현장과 도면 간의 차이, 기기 간 간섭 문제 등이 자주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포스코DX는 3D 스캐너로 공정을 정밀하게 디지털화한 뒤,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로봇의 페이로드, 툴 사양, 작업 경로 등을 반복 테스트해 최적의 배치를 도출한다. 이후 현실 테스트를 거쳐 실제 생산 현장에 투입하는 과정을 통해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다.
신규 라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초기 설계 단계부터 디지털 모델링을 진행해 사이클 타임과 간섭 요소를 시뮬레이션으로 검증한 후 현장에 적용한다. 특히 도면에 없는 장애물이나 환경 요소를 반영하기 위해 현장 스캐닝은 필수이며, 이를 통해 예기치 못한 간섭으로 인한 비용 낭비도 줄일 수 있다.
이 외에도 포스코DX는 물류 자동화를 위한 AGV, AMR의 효율적인 운용을 위해 자체 개발한 로봇관제시스템(ACS)을 도입했다. 로봇의 현재 위치, 배터리 상태, 경로 최적화 등을 실시간으로 제어하며, AI 기반의 학습 알고리즘을 통해 성과 지표 기반 운영이 가능하다. 이는 광양 PFC(부품창고) 등에 이미 적용되어 물류 흐름의 효율화를 이끌고 있다.
발표 말미, 윤 상무는 “단순히 로봇을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DX 기술을 활용해 사전 설계부터 구현, 유지보수까지 통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이러한 물리적 AI(Physical AI)가 실제 공정 전환의 성공 여부를 가른다”고 밝혔다.
아임시스템, 초소형 마이크로 로봇으로 심뇌혈관 질환 치료한다

이번 넥스트라이즈 2025에 참가한 로봇 스타트업의 주목도도 남달랐다. 첫 번째 방문한 부스는 의료용 마이크로 로봇을 개발한 아임시스템이었다.
아임시스템은 지난 2019년 7월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연구원인 김진영 대표와 DGIST 로봇공학전공 최홍수 교수가 공동 설립한 로봇 스타트업이다. 자성 마이크로 로봇을 이용해 심뇌혈관을 치료하는 기술로, 상용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
올해 CES 2025에서 혁신상을 수상하며 기술력을 인정 받기도 한 아임시스템의 마이크로 로봇은 직경 300마이크로미터(㎛)로 더 작은 것은 80㎛도 있다. 사람의 머리카락 직경(약 100㎛) 보다 작다.

현장에서 만난 정태준 아임시스템 담당자는 “막힌 혈관을 뚫는 시술은 의사가 환자 몸에 직접 와이어를 넣어 손끝 감각으로 진행이 돼 왔다”며 “마이크로 로봇은 수술실 밖에서 원격 조정기 만으로 쉽게 시술을 할 수 있게 한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마이크로 로봇은 현재 개발이 완료 된 상태로, 각 병원에서 상용화를 앞둔 인허가 단계에 와 있다.
수중 선체 청소 로봇 치로(CHIRO) 개발한 에스엘엠

인기리에 방영된 TV 프로그램 ‘극한직업’에서 배에 붙은 따개비 등을 제거하는 작업자들의 일상이 소개된 적 있다. 이렇듯 선박이 운항하며 바다에 잠기는 선체 부위에 발생하는 이물질 등을 바이오파울링이라고 한다. 바이오파울링은 선박 운항시의 연료 소모를 과다하게 발생시키고, 탄소 배출 및 생태계 교란을 야기시키는 해양 환경 오염의 주요 원인 중의 하나로 꼽힌다. ‘극한직업’에서처럼 바이오파울링을 제거하는 것은 필수적이지만, 잠수사에 의존하는 기존 작업 방식은 높은 위험도와 낮은 효율성이 문제였다.
이러한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한 것이 바로 에스엘엠이 개발한 치로(CHIRO)다. Cleaning Hull Intelligent Robot(수중 선체 청소 로봇)의 약자인 ‘치로’는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수중 선체 청소 로봇으로 국·내외 선박 업체들의 주목 받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치로 도입 시 얻는 효율성이다. 200m에 달하는 선박은 15시간 정도에 바이오파울링 제거가 가능하며, 야간 작업이나 약간의 조류가 있는 상황에서도 작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만난 박승연 에스엘엠 팀장은 “현재 국내 다이버 업체나 조선소에서 자체적으로 사용하고 있고, 싱가포르, 인도네시아에도 진출해 사용되고 있다”며 “제품을 직접 판매하거나 렌탈하는 서비스로 진행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람 근육 움직임을 읽어 작동하는 전자 의수 개발한 ‘만드로’
‘There shouldn't be anyone who cannot afford a prosthetic limb because of money(돈이 없어 의수를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
만드로 이상호 대표의 명함에 씌여진 문구다. 실제 만드로는 절단 장애인을 위한 전자 의수를 개발해 세상을 놀라게 하고 했다. 지난해 CES 최고 혁신상을 수상하며 기술력을 인정 받은 만드로의 전자 의수는 절단 부위 위쪽에 근전도 센서를 착용한 뒤 센서가 근육의 움직임을 읽어 로봇 손가락을 작동시키는 기술이 핵심이다. 다른 전자 의수는 모터가 손바닥에 들어 있어 크기도 크고 무겁다. 게다가 가격도 수천만원을 호가할 정도로 비싸다. 하지만 만드로는 모터를 손바닥이 아닌 손가락 끝부분 설치하는 기술을 개발, 그 가격을 10분의 1로 줄였다. 이는 결과적으로 의수의 크기를 줄여 경량화에도 성공했다. 또 이 기술은 손가락 한두 개가 절단된 사람들을 위한 의수 제작도 가능하게 했다.

만드로의 이상호 대표는 10년 전 3D 프린팅 커뮤니티에서 동갑내기인 1981년생 절단 장애인이 ‘4000만원이나 하는 의수를 살 돈이 없다’는 글을 읽고 창업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전자 의수에 더해 휴머노이드 로봇에 적용되는 로봇 손까지 개발에 성공했다.
현장에서 만난 이 대표는 “지난 10년 간 다양한 절단 장애 유형에 맞는 전자 의수를 개발해 왔다”며 최근 휴머노이드 분야에서 주목 받는 이유에 대해 설명을 이어갔다.

“의수 분야를 넘어 휴머노이드 분야에서도 저희 기술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기존에 로봇 손은 손가락이 아닌 손바닥에 모터를 잔뜩 넣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전자 회로가 들어가고 모터가 들어가고 감속기까지 들어가면 손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어요. 결국 비율을 맞추려면 로봇 상체를 키워야 했죠. 저희 기술은 이 손의 길이를 최소로 줄일 수 있게 하고 있어요. 손가락 끝에 핑거 팁에 설치하는 모터 기술은 자체 개발한 것으로 특허까지 출원돼 있죠. 그 덕분에 짧은 손을 만들 수 있게 되고 경량화를 달성할 수 있게 된 거예요.”
이상호 대표는 “기술적으로는 세계적으로 인정 받는 수준”이라면서도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했다. 지속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전자 의수의 가격을 더욱 낮추겠다는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