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데이터는 기업을 발견하고, 미래는 사람이 만든다”…마크앤컴퍼니 데모데이

VC·CVC 등 투자 관계자 200여 명 참석…Pre-A부터 시리즈 C까지 9개 스타트업 발표
메텔·고차원·H충전연구소·뉴젠·아티스트바이오, 산업 현장에서 찾은 문제와 해법 공개
글로벌 투자 흐름 분석하는 ‘혁신의숲 패스파인더’ 소개…데이터와 창업자 실행력 결합
이날 무대에 오른 9개 스타트업 중 테크42는 메텔과 고차원, H충전연구소, 뉴젠, 아티스트바이오의 발표에 주목했다. 이들 모두 각기 다른 산업에서 출발했지만 공통적으로 현장에서 확인한 구체적인 문제를 창업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이미지=AI로 생성)

‘제5회 마크앤컴퍼니 프라이빗 데모데이’ 현장은 장대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행사장은 벤처캐피털(VC)과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 대기업 오픈이노베이션 담당자 등 투자 관계자 200여 명으로 채워졌다.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이번 무대에는 초기 투자 단계인 프리A(Pre-A)부터 시리즈 C에 이르는 마크앤컴퍼니 포트폴리오 기업 9개사가 올랐다. 발표 기업의 사업 분야는 기업 간 거래(B2B) 해외 영업과 예방 케어, 전기차 충전, 바이오매스 에너지, 항암·비만 치료제 개발, 로보틱스 등으로 다양했다. 행사장 한편에는 제품과 서비스를 시연하는 전시 공간이 마련됐고, 투자자가 관심 기업을 사전에 선택해 만나는 일대일 비즈니스 미팅도 진행됐다. 발표 시간에 다 설명하지 못한 기술과 사업모델, 후속 투자 계획을 놓고 투자자와 창업자 간 논의가 이어졌다.

올해 행사의 주제는 ‘Data Centric, Human Driven’였다. 데이터로 성장 신호가 나타나는 기업을 찾되 투자 결정에서는 창업자의 문제의식과 실행력, 끝까지 사업을 추진할 사람인지 살펴야 한다는 마크앤컴퍼니의 투자 철학을 담았다.

홍경표 마크앤컴퍼니 대표는 한화 드림플러스에서 초기 투자와 액셀러레이팅, 오픈이노베이션 업무를 맡았던 경험을 소개하며 데이터 기반 스타트업 발굴 사업을 시작한 배경을 설명했다. (사진=테크42)

홍경표 마크앤컴퍼니 대표는 한화 드림플러스에서 초기 투자와 액셀러레이팅, 오픈이노베이션 업무를 맡았던 경험을 소개하며 데이터 기반 스타트업 발굴 사업을 시작한 배경을 설명했다. 유망 기업을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받을 때마다 자신이 알고 있거나 기억하는 회사 안에서만 답을 찾고 있다는 한계를 느꼈다는 것이다. 이야기는 2019년 스타트업 성장 분석 플랫폼 ‘혁신의숲’을 구축하는 데까지 이어졌다.

“좋은 스타트업은 정말 많았지만 제가 기억할 수 있는 기업의 숫자는 제한돼 있었습니다. 아무리 좋은 회사라도 제가 알지 못하면 추천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원하는 회사를 직접 찾아낼 수 있을지 고민했고, 그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데이터라고 생각했습니다. 혁신의숲은 스타트업이 성장하는 모습을 데이터로 증명하고 투자자가 그 기업을 더 잘 발견하도록 돕기 위해 시작했습니다. 스타트업에는 성장 가능성을 증명할 기회를, 투자자에게는 좋은 기업을 찾는 방법을 제공하고 싶었습니다.”

마크앤컴퍼니는 이날 글로벌 주요 투자사의 투자 데이터를 분석하는 ‘혁신의숲 패스파인더(Pathfinder)’도 소개했다. 지난 1일 출시된 패스파인더는 글로벌 벤처캐피털과 액셀러레이터가 어떤 초기기업과 산업에 투자하는지 추적해 자본이 향하는 기술과 문제 영역을 분석하는 서비스다. 마크앤컴퍼니는 이를 국내 스타트업 데이터와 연결해 해외 투자 흐름과 유사한 문제를 해결하는 국내 기업을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홍 대표는 “데이터가 사람의 판단을 대체하는 장치가 아니라 투자자가 익숙한 산업과 성공 공식에만 끌리는 편향을 줄여주는 보완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홍 대표의 이야기는 2019년 스타트업 성장 분석 플랫폼 ‘혁신의숲’을 구축하는 데까지 이어졌다. (사진=테크42)

“투자에서 데이터는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지만 투자는 본질적으로 사람의 판단이 중요한 일입니다. 창업자를 만나고 시장을 이해하고 제품을 써보면서 이 팀이 정말 끝까지 해낼 수 있는지 판단해야 합니다. 다만 사람은 제한된 정보를 가지고 판단하기 때문에 이미 알고 있는 시장이나 성공 공식에 더 끌릴 수 있습니다. 데이터는 우리가 놓칠 수 있는 신호를 발견하고 과대평가와 과소평가를 줄이는 데 필요합니다. 데이터는 기업을 발견하게 하지만 미래는 결국 사람이 만들어갑니다.”

이날 무대에 오른 9개 스타트업 중 테크42는 메텔과 고차원, H충전연구소, 뉴젠, 아티스트바이오의 발표를 정리했다. 이들 모두 각기 다른 산업에서 출발했지만 공통적으로 현장에서 확인한 구체적인 문제를 창업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메텔, 링크드인의 ‘관계 신호’ 읽어 제조기업 해외 영업 돕는다

발표에 나선 김조셉신영 메텔 대표는 미국에서 시나리오 작성과 영상 연출, 일러스트레이션 등 시각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는 콘텐츠 제작과 기업 간 거래 사업, 투자사의 신사업 기획 등을 경험했다. (사진=테크42)

메텔은 국내 B2B(기업 대상 비즈니스)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링크드인 기반 해외 수요 발굴과 잠재 고객 연결을 지원한다. 단순히 게시물을 자동으로 생성하거나 불특정 다수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방식이 아니라 잠재 구매자의 관심사와 네트워크, 콘텐츠 반응을 분석해 접촉 대상과 시기, 대화 주제를 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발표에 나선 김조셉신영 메텔 대표는 미국에서 시나리오 작성과 영상 연출, 일러스트레이션 등 시각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는 콘텐츠 제작과 기업 간 거래 사업, 투자사의 신사업 기획 등을 경험했다. 김 대표는 “창업의 단서를 비주류 영화를 다루며 직접 운영했던 유튜브 채널에서 찾았다”며 말을 이어갔다.

“미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와 처음 한 일은 링크드인 사업이 아니라 비주류 영화 리뷰 유튜브였습니다. 예술영화와 독립영화를 다뤘기 때문에 조회 수가 나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첫 콘텐츠부터 반응을 얻어 조회 수 10만 회를 기록했고, 콘텐츠가 고등학교 교재에도 들어갔습니다. 이 과정에서 아무리 좁은 주제라도 소셜미디어에 맞게 가공해 발행하면 파급력이 비즈니스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그래서 이 방식을 국내 B2B 기업의 가장 큰 난관 가운데 하나인 해외 판로 개척에 적용해봤습니다. 그렇게 링크드인에서 가설을 검증한 결과가 지금의 메텔로 이어졌습니다.”

메텔은 링크드인에서 잠재 구매자가 최근 발행하거나 반응한 콘텐츠, 주변 인물과 기업의 연결 관계, 업계 뉴스와 관심사를 분석한다. (사진=테크42)

김 대표가 주목한 대상은 기술력과 생산 역량은 갖췄지만 전문 마케팅 조직이나 해외 영업 데이터가 부족한 중소·중견 제조기업이다. 제품 가격이 수천만 원에서 수십억 원에 이르는 제조업은 소비재처럼 광고비를 투입해 단기간에 구매 전환을 유도하기 어렵다. 핵심 기술과 공정 정보의 외부 공개에도 보수적인 경우가 많다.

메텔은 링크드인에서 잠재 구매자가 최근 발행하거나 반응한 콘텐츠, 주변 인물과 기업의 연결 관계, 업계 뉴스와 관심사를 분석한다. 이를 바탕으로 잠재 고객의 구매 가능성을 일률적인 점수로 표시하기보다 어떤 문제에 관심을 보이는지, 누구를 통해 연결할 수 있는지, 어느 시점에 어떤 콘텐츠와 메시지로 접근할지 설계했다.

“링크드인에 들어가 콘텐츠를 쓰고 메시지를 보낸다고 바로 영업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바이어가 조회하거나 반응한 콘텐츠, 직접 발행한 글, 주변 네트워크를 함께 분석해야 합니다. 저희는 최근 30일간의 콘텐츠와 산업 뉴스, 연결 관계를 매핑해 일종의 상업 지도를 만듭니다. 콘텐츠의 내용만큼 발행 시간과 상대방이 반응했을 때 대응하는 시점도 중요합니다. 개인화된 콘텐츠와 타이밍, 사용자 맥락을 함께 반영해야 실제 대화와 미팅으로 전환될 수 있기 때문이죠.”

메텔은 마케팅 조직이 없는 고객사를 대신해 전략 수립부터 콘텐츠 제작, 잠재 구매자 분석과 접촉, 반응 관리까지 운영하면서 행동 데이터와 실행 결과를 축적한다. (사진=테크42)

메텔은 이 과정을 AI 에이전트와 전문 인력이 함께 고객사의 해외 영업을 운영하는 ‘에이전트 기반 에이전시’ 형태로 제공한다. 마케팅 조직이 없는 고객사를 대신해 전략 수립부터 콘텐츠 제작, 잠재 구매자 분석과 접촉, 반응 관리까지 운영하면서 행동 데이터와 실행 결과를 축적한다.

메텔이 링크드인을 선택한 것은 전 세계 전문인력과 기업의 관계망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메텔은 장기적으로 고객사별 캠페인 데이터를 축적해 제조업 특화 시장정보 플랫폼인 ‘마켓 인텔리전스 플랫폼’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어떤 기업이 어떤 기술과 제품에 반응했는지, 대화와 미팅이 실제 사업 기회로 전환됐는지까지 분석해 해외 진출 전략 수립에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고차원, 치료 전에 관리한다…구강에서 수면까지 예방 케어 확대

고차원은 덴탈 케어 브랜드 ‘리브러시(Re:Brush)’와 수면 케어 브랜드 ‘리슬립(Re:Sleep)’을 운영하는 예방 케어 기업이다. 치과의사 출신 고성준 공동대표의 의료 전문성과 유통·마케팅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차동근 공동대표(발표자)의 사업 경험을 결합해 진단과 콘텐츠, 생활용품을 하나의 관리 과정으로 연결한다. (사진=테크42)

고차원은 덴탈 케어 브랜드 ‘리브러시(Re:Brush)’와 수면 케어 브랜드 ‘리슬립(Re:Sleep)’을 운영하는 예방 케어 기업이다. 치과의사 출신 고성준 공동대표의 의료 전문성과 유통·마케팅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차동근 공동대표의 사업 경험을 결합해 진단과 콘텐츠, 생활용품을 하나의 관리 과정으로 연결한다.

창업자들은 같은 고등학교와 대학교, 학과를 나온 25년 지기다. 한 명은 의료 현장에서 환자를 치료했고, 다른 한 명은 유통·마케팅 현장에서 소비자와 브랜드를 분석했다. 고차원의 창업 배경을 소개하는 영상에서는 치료 이전의 예방 시스템에 주목한 이유가 제시됐다. 차 대표는 두 공동대표의 경험을 설명하며 말을 이어갔다.

“고차원은 25년 지기 친구가 함께 만든 회사입니다. 한 명은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인으로, 한 명은 고객의 마음을 살피는 마케터로 각자의 길을 걸었습니다. 저희는 치료의 영역이 아니라 그 앞단의 예방에 집중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선택했습니다. 국내 구강 케어 시장에서 예방 수요가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진단과 콘텐츠, 제품을 연결하고 있습니다. 일어나서 세수하고 양치하는 일상생활 속에서도 충분히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차원은 소비자가 자신의 구강 상태를 온라인에서 확인하고 결과에 따라 제품과 콘텐츠를 추천받도록 서비스를 구성했다. 치과의사 공동대표와 전문가 자문진이 제품 개발과 정보 콘텐츠 제작에 참여한다. (사진=테크42)

차 대표는 국내 구강 케어 시장에서 치료보다 앞선 예방 관리 수요가 커지고 있다고 봤다. 고차원은 소비자가 자신의 구강 상태를 온라인에서 확인하고 결과에 따라 제품과 콘텐츠를 추천받도록 서비스를 구성했다. 치과의사 공동대표와 전문가 자문진이 제품 개발과 정보 콘텐츠 제작에 참여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지성인지 건성인지 확인하고 피부에 맞는 화장품을 고르면서도 정작 구강 상태는 모른 채 비슷한 제품을 계속 씁니다. 저희는 홈페이지에서 자신의 구강 유형을 확인하고 그에 맞는 제품과 콘텐츠를 추천받도록 만들었습니다. 제품만 파는 것이 아니라 왜 이런 관리가 필요한지 함께 전달해야 행동이 바뀐다고 봤습니다. 구강 제품도 욕실에만 두는 생활용품이 아니라 외출할 때 가지고 다니고 싶은 제품이 될 수 있다는 거죠. 전문성과 사용 경험, 디자인을 함께 갖춰야 예방 관리가 일상에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봅니다.”

고차원은 농축 가글과 구강 스프레이, 미백 제품 등을 주력 제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발표에 따르면 리브러시는 올리브영과 네이버, 무신사 뷰티 등 주요 온라인·오프라인 채널에 진입했으며 일본 큐텐과 돈키호테, 로프트 등으로 유통망을 넓혔다. (사진=테크42)

고차원은 농축 가글과 구강 스프레이, 미백 제품 등을 주력 제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발표에 따르면 리브러시는 올리브영과 네이버, 무신사 뷰티 등 주요 온라인·오프라인 채널에 진입했으며 일본 큐텐과 돈키호테, 로프트 등으로 유통망을 넓혔다. 차 대표는 2025년 매출을 약 70억원, 올해 상반기 잠정 매출을 55억원으로 제시했다.

해외 시장에서는 국내에서 검증한 제품과 브랜드 운영 방식을 일본과 북미로 확대한다. 일본은 도쿄에 이어 오사카와 후쿠오카로 판매 지역을 넓힐 예정이다. 차 대표는 “북미를 포함해 2027년까지 30개국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라며 말을 이어갔다.

“저희는 제품과 채널이라는 두 축에 집중해 성장해 왔습니다. 국내에서 예방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제품을 만들고 올리브영과 네이버, 무신사 뷰티 등에서 고객 반응을 확인했습니다. 지난해 일본에 진출해 큐텐과 돈키호테, 로프트로 판매처를 확대했습니다. 올해는 도쿄뿐 아니라 오사카와 후쿠오카까지 진출 범위를 넓히려고 합니다. 국내에서 만든 예방 케어의 성공 방식을 바탕으로 내년까지 30개국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한편 구강 관리에서 출발한 고차원은 수면 관리 브랜드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구강이나 수면을 별개의 상품군으로만 보지 않고 매일 반복되는 생활 습관을 개선하는 개인 예방 관리 체계로 연결한다는 전략이다.

H충전연구소, 전기차 충전기를 전력망의 접점으로

H충전연구소는 전력선통신(PLC) 기반 전기차 완속충전기와 차량·전력망 연계(V2G) 기술을 개발한다. 2022년 현대자동차 사내 스타트업에서 V2G 충전기 개발을 시작했고, 2023년 DL이앤씨와 기술 검증 및 실증을 진행한 뒤 2024년 분사해 사업을 본격화했다. (사진=테크42)

H충전연구소는 전력선통신(PLC) 기반 전기차 완속충전기와 차량·전력망 연계(V2G) 기술을 개발한다. 2022년 현대자동차 사내 스타트업에서 V2G 충전기 개발을 시작했고, 2023년 DL이앤씨와 기술 검증 및 실증을 진행한 뒤 2024년 분사해 사업을 본격화했다. 2025년부터 PLC 모듈과 이를 탑재한 완속충전기를 충전사업자에게 공급하고 있다. 발표에 나선 이호택 H충전연구소 대표는 "PLC를 통해 차량과 충전기가 정보를 주고받고, 배터리·차량 정보를 활용해 화재 예방과 플러그앤차지(PnC), 향후 V2G 기능으로 확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차는 더 이상 친환경 이동수단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전력 분산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전력이 남을 때 차량 배터리에 저장하고 수요가 높을 때 다시 전력망에 공급하는 것이 V2G입니다. 이를 구현하려면 차량과 충전기가 계속 정보를 주고받아야 하고 그 핵심이 PLC입니다. 저희는 V2G용 PLC 모듈과 이를 탑재한 스마트 완속충전기를 충전사업자에게 공급하고 있습니다. 전기차를 움직이는 에너지저장장치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 대표는 전기차 배터리를 전력 수요가 낮을 때 충전하고 수요가 높을 때 전력망에 공급하는 V2G가 향후 분산전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구현하려면 충전기와 차량 간 안정적인 통신과 다양한 차종의 상호운용성을 확보해야 한다. H충전연구소가 강조한 경쟁력은 단순한 충전기 조립이 아니라 PLC 하드웨어와 펌웨어, 차량·충전기·서버 간 통신 소프트웨어를 함께 개발하는 역량이다.

발표에 나선 이호택 H충전연구소 대표는 "PLC를 통해 차량과 충전기가 정보를 주고받고, 배터리·차량 정보를 활용해 화재 예방과 플러그앤차지(PnC), 향후 V2G 기능으로 확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테크42)

“충전기 업체가 PLC 모뎀을 구매해 제품에 넣는 것만으로는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프로토콜과 애플리케이션뿐 아니라 칩을 제어하는 하드웨어 기술과 차량별 상호운용성까지 확보해야 합니다. 특히 완속충전기는 통신을 지원하지 않는 기존 차량과 최신 통신 규격을 사용하는 차량을 모두 고려해야 합니다. 저희는 차량과 충전기, 충전기와 서버 사이의 소프트웨어 스택까지 보유하고 있습니다. 머리로 설계하는 것과 현장에서 수많은 차량을 연결해보는 검증이 함께 이뤄져야 완성도 있는 제품이 나옵니다.”

H충전연구소는 PLC를 탑재한 완속충전기 ‘H차저’를 중심으로 단기 매출을 확보하고 있다. 발표에 따르면 2025년 하반기 충전사업자 4개사와 공급계약을 맺고 350대를 출고했으며, 올해에는 760대 규모의 계약 물량을 확보했다.

향후에는 급속충전기와 차량용 PLC 모뎀까지 제품군을 확대하고, 충전기·자동차·배터리 제조사가 동일한 통신 체계에서 시험하고 개발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아파트와 지식산업센터 같은 집합건물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활용해 전력 사용을 최적화하는 V2G 기반 마이크로그리드 솔루션으로 사업을 넓힌다.

“우선 올해까지는 PLC를 탑재한 완속충전기 보급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이후 급속충전기와 차량용 PLC 모뎀을 개발해 자동차와 배터리, 충전기 제조사가 같은 프로토콜로 연결되는 생태계를 만들 계획입니다. 통신과 충전 제어 기술이 완성되면 아파트나 지식산업센터 단위의 마이크로그리드로 확장할 수 있습니다. 전기차 이용자에게는 편리하고 안전한 충전을 제공하고 사업자에게는 향후 전력사업으로 확장할 기반을 제공하려 합니다. 작고 빠른 조직으로 기술 변화에 먼저 대응하는 회사가 되겠습니다.”

뉴젠, 축사에 쌓인 우분을 발전소 연료로 바꾼다

황윤식 뉴젠 대표에게 이번 도전은 두 번째 창업이다. 첫 사업을 창업과 엑시트까지 이끈 뒤 에너지공학 전공자로서 기술을 통해 환경과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사업을 다시 시작했다. 대학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온 교수와 연구진, 기술 상용화 인력을 중심으로 팀을 구성했다. (사진=테크42)

뉴젠은 소의 분뇨인 우분에서 셀룰로스 성분을 분리해 바이오매스 고체연료로 만드는 기술을 개발한다. 축산농가의 분뇨 처리 부담과 발전사업자의 바이오매스 연료 확보 문제를 하나의 공급망으로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황윤식 뉴젠 대표에게 이번 도전은 두 번째 창업이다. 첫 사업을 창업과 엑시트까지 이끈 뒤 에너지공학 전공자로서 기술을 통해 환경과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는 사업을 다시 시작했다. 대학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온 교수와 연구진, 기술 상용화 인력을 중심으로 팀을 구성했다.

“첫 번째 창업을 하면서 사업이 무엇인지 몸으로 배웠지만 에너지공학을 전공한 공대생으로서 늘 한 가지 꿈이 있었습니다. 언젠가는 기술로 세상의 문제를 푸는 창업을 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대학 시절부터 인연을 이어온 교수님과 연구진이 지금의 뉴젠으로 이어졌습니다. 저희 팀은 단순히 사업을 위해 모인 것이 아니라 수십 년간 축적한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 결합한 팀입니다. 그 기술로 가축분뇨와 에너지 문제를 함께 해결하려고 합니다.”

기존에 우분은 주로 퇴비로 만들어 농경지에 살포한다. 그러나 발생 속도가 숙성·처리 능력을 앞지르면 농가에 장기간 쌓이게 되고 악취와 온실가스, 토양의 양분 과잉, 수질오염 등의 부담을 키울 수 있다.

사업모델은 농가와 발전소 사이에 뉴젠이 처리장비와 연료 가공망을 구축하는 구조다. 농가에는 RMC 분리장비를 장기 임대 형태로 보급하고, 분리된 셀룰로스 원료를 확보해 지역 허브 공장에서 펠릿으로 가공한다. 셀룰로스가 제거된 나머지 유기물은 퇴비 원료로 활용하고 판매 수익을 농가와 공유한다. (사진=테크42)

기존 퇴비화 방식의 처리 한계가 커지는 가운데 뉴젠이 제시한 해법은 우분에서 셀룰로스를 분리해 발전용 원료로 전환하는 RMC 기술이다. 뉴젠이 독자적으로 명명한 RMC(Recycled Manure Cellulose)는 우분 유래 재생 셀룰로스 원료다. 소가 섭취한 식물성 사료가 소화기관을 거쳐 배출된 뒤에도 우분에는 셀룰로스 섬유질이 남는다. 뉴젠은 전처리와 분리 공정을 통해 셀룰로스를 추출하고 연료의 열효율을 떨어뜨리는 유기물과 설비 부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칼륨·나트륨·염소 성분을 줄인다.

“소는 풀을 먹는 초식동물이기 때문에 배출된 우분 안에도 연소가 가능한 셀룰로스 섬유질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말린 소똥을 연료로 사용하는 모습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자연 상태의 우분을 그대로 산업용 연료에 쓰기에는 한계가 분명합니다. 저희는 전처리와 분리 공정으로 냄새와 열효율 저하를 일으키는 유기물을 제거합니다. 동시에 발전설비의 부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칼륨과 나트륨, 염소 성분을 낮춥니다. 버려지는 우분에서 발전소가 사용할 수 있는 균질한 연료 원료를 만들어내는 것이 RMC 기술입니다.”

뉴젠이 이날 제시한 시험성적서에 따르면 RMC 고체연료는 수분 함량 20% 미만, 회분 함량 10% 이하 수준으로 측정됐다. 저위발열량은 ㎏당 약 3350㎉, 고위발열량은 약 4100㎉로 발표됐다.

황윤식 뉴젠 대표는 대형 농가에 우선 장비를 설치한 뒤 정부 지원사업과 지자체 협력을 통해 중소형 농가를 지역 단위로 묶는 방안을 설명하기도 했다. (사진=테크42)

사업모델은 농가와 발전소 사이에 뉴젠이 처리장비와 연료 가공망을 구축하는 구조다. 농가에는 RMC 분리장비를 장기 임대 형태로 보급하고, 분리된 셀룰로스 원료를 확보해 지역 허브 공장에서 펠릿으로 가공한다. 셀룰로스가 제거된 나머지 유기물은 퇴비 원료로 활용하고 판매 수익을 농가와 공유한다.

“한쪽에서는 처리하지 못한 우분이 쌓이고 다른 한쪽에서는 발전소에 공급할 바이오매스 연료가 부족합니다. 저희는 이 두 문제를 하나의 순환 구조로 연결하려고 합니다. 농가에는 우분 처리장비를 장기 임대 방식으로 보급하고 분리된 RMC 원료는 뉴젠이 확보합니다. 이를 허브 공장에서 펠릿으로 가공해 발전소에 공급하고 남은 유기물은 퇴비 원료로 활용합니다. 농가는 처리 부담을 낮추고 발전사는 국내에서 연료를 공급받으며 뉴젠은 지속적인 원료 공급망을 확보하는 구조입니다.”

황윤식 뉴젠 대표는 대형 농가에 우선 장비를 설치한 뒤 정부 지원사업과 지자체 협력을 통해 중소형 농가를 지역 단위로 묶는 방안을 설명하기도 했다. 기술 성능뿐 아니라 우분을 안정적으로 수집하고 운반비를 낮추는 지역별 공급망 구축이 사업 확장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아티스트바이오, 질병 단백질 분해하고 주사제를 먹는 약으로

아티스트바이오는 컴퓨터 기반 약물설계와 화합물 합성·최적화, 기술이전 및 사업개발 분야의 전문가 3명이 공동창업했다. (사진=테크42)

아티스트바이오는 표적 단백질 분해 기술과 저분자 화합물 설계 기술을 활용해 항암제와 비만 치료제를 개발한다. 컴퓨터 기반 약물설계와 화합물 합성·최적화, 기술이전 및 사업개발 분야의 전문가 3명이 공동창업했다. 이날 발표에서 손도현 아티스트바이오 대표는 연구 결과를 논문이나 후보물질 단계에 머물게 하지 않고 실제 환자에게 전달되는 의약품으로 완성하는 것을 창업 목표로 제시했다.

“저희는 좋은 과학을 넘어 진짜 약을 만들기 위해 세 명이 모였습니다. 저는 AI와 컴퓨팅을 기반으로 약물을 설계해왔고 CTO는 화합물의 합성과 최적화, 사업화까지 연결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후보물질이 실제 의약품으로 개발되려면 기술이전과 가치평가, 임상개발 전략도 필요합니다. 그래서 각자의 전문성을 하나로 묶어 환자에게 닿는 약을 만드는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현재 환자들이 필요로 하지만 아직 접근하기 어려운 약물을 개발하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첫 번째 파이프라인은 난치성 전립선암을 대상으로 한 안드로겐 수용체(AR) 표적 단백질 분해제다. 기존 치료제가 특정 단백질의 작용을 막는 데 집중한다면 표적 단백질 분해제는 세포가 보유한 단백질 처리 체계를 이용해 질병 관련 단백질 자체를 제거하도록 유도한다.

아티스트바이오는 기존 안드로겐 수용체 치료제에 내성을 보이는 전이성 거세저항성 전립선암을 공략한다. 특히 기존 치료제가 접근하기 어려운 AR-V7과 같은 변이에도 대응할 수 있는 안드로겐 수용체 분해제 개발을 목표로 한다.

이날 발표에서 손도현 아티스트바이오 대표는 연구 결과를 논문이나 후보물질 단계에 머물게 하지 않고 실제 환자에게 전달되는 의약품으로 완성하는 것을 창업 목표로 제시했다. (사진=테크42)

“기존 치료제는 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의 기능을 일시적으로 억제하는 방식이 많습니다. 하지만 단백질의 모양이 변하거나 약물이 붙는 부위가 사라지면 치료제가 접근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저희는 기존 약물이 결합하는 스위치 부분이 아니라 단백질의 골격 구조에 분해 유도 물질을 연결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이를 통해 기존 치료제에 내성을 보이는 변이 단백질까지 제거하는 범용적인 안드로겐 수용체 분해제를 만들고자 합니다. 기존 약물이 듣지 않는 환자에게 다시 치료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입니다.”

아티스트바이오는 발표에서 글로벌 개발 후보물질과의 비교 결과를 제시하며 기존 약물이 듣지 않는 변이 단백질까지 분해하는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는 올해 관련 특허를 출원하고 2028년 임상 진입을 목표로 후보물질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두 번째 파이프라인은 아밀린 수용체를 표적으로 하는 경구용 저분자 비만 치료제다. 손 대표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아밀린 계열 주사제와 GLP-1 병용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며 "아티스트바이오는 펩타이드 형태의 아밀린 치료제를 복용 가능한 저분자 화합물로 전환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티스트바이오는 표적 단백질 분해 기술과 저분자 화합물 설계 기술을 활용해 항암제와 비만 치료제를 개발한다. (사진=테크42)

“비만 치료제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주사제는 제조와 유통, 투약 편의성에서 한계가 있습니다. 아밀린은 포만감을 높이고 음식 섭취와 에너지 대사에 관여하는 새로운 비만 치료 표적입니다. 글로벌 기업들도 아밀린 주사제나 GLP-1과의 병용 치료를 개발하면서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펩타이드 형태의 아밀린 치료제를 복용 가능한 저분자 화합물로 바꾸는 데 도전하고 있습니다. 주사제를 먹는 약으로 전환해 더 많은 환자가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두 번째 파이프라인의 목표입니다.”

아티스트바이오는 올해 말까지 경구용 아밀린 후보물질을 도출하고 이후 비임상 개발과 기술이전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기사에 소개된 스타트업 외에도 이날 이어진 세션에서는 ▲ 웨어비(UWB 기반 고정밀 위치센싱 및 주행 안전 시스템) ▲ 브이유에스(데이터 기반 폐기물 수집·운반 최적화 솔루션) ▲ 뉴빌리티(카메라 기반 자율주행 로봇 서비스) ▲ 비스타로보틱스(로딩독 물류 자동화 자율주행 로봇 개발)의 발표가 이어졌다. (사진=마크앤컴퍼니)

한편 이날 이어진 세션에서는 ▲ 웨어비(UWB 기반 고정밀 위치센싱 및 주행 안전 시스템) ▲ 브이유에스(데이터 기반 폐기물 수집·운반 최적화 솔루션) ▲ 뉴빌리티(카메라 기반 자율주행 로봇 서비스) ▲ 비스타로보틱스(로딩독 물류 자동화 자율주행 로봇 개발)의 발표가 이어졌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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