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실패도 이력이 된다” 홍석천·양준철·김민철… 재도전 전문가들이 꺼내 놓은 ‘두 번째 명함’

폐업 97만6,000개 시대…실패를 ‘공백’ 아닌 다음 창업의 경험으로
홍석천은 ‘반 발짝’, 양준철은 ‘데이터’, 김민철은 ‘실험’…세 사람이 말한 재도전의 방식
김성훈 법무법인 미션 대표변호사 “좋은 마무리가 다음 도전의 신뢰 남긴다”
‘2026 재도전 응원본부 페일콘(FailCon)’은 성공한 창업가가 결과를 자랑하는 대신 실패를 먼저 꺼내놓는 방식으로 출발했다. 이날 강연과 토크콘서트에 나선 (왼쪽부터) 방송인 홍석천, 양준철 온오프믹스 대표, 김민철 야나두 대표, 김성훈 법무법인 미션 대표 변호사. (이미지=AI로 생성)

창업의 반대말은 실패가 아니다. 하나의 사업이 멈춘 뒤 그 경험을 다음 창업에 다시 투입한다면 폐업 역시 창업가의 이력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물론 현실의 숫자는 가볍지 않다. 중소벤처기업부가 국세청 통계를 분석한 결과 2025년 폐업 사업자는 97만6,000개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법인사업자는 8만5,000개였으며 전체 폐업의 50.4%가 ‘사업 부진’을 이유로 문을 닫았다.

반면 창업의 흐름도 계속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새로 생긴 창업기업은 56만5,640개다. 제조업과 정보통신·전문과학기술 등 기술기반 창업은 12만3,418개로 전년 동기보다 14.2% 늘어 전체 창업의 21.8%를 차지했다. 창업과 폐업이 동시에 반복되는 생태계에서 중요한 질문은 결국 ‘실패하지 않는 법’보다 ‘실패 뒤 무엇을 남길 것인가’가 아닐까.

재창업을 바라보는 정책의 시선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올해 공개한 2025년도 자체평가에서 재창업 지원기업의 3년 생존율은 82.8%로 집계됐다. 지난 9월부터는 개인사업자가 폐업 후 같은 업종으로 다시 창업할 때 ‘창업’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기간도 기존 3년에서 1년으로 단축됐다. 실패 경험과 네트워크를 다시 사업에 활용하기까지의 제도적 공백을 줄이려는 변화다.

이런 흐름 속에서 지난달 2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재도전 응원본부 페일콘(FailCon)’은 성공한 창업가가 결과를 자랑하는 대신 실패를 먼저 꺼내놓는 방식으로 출발했다. 무대에는 ‘FAIL first. Résumé next. Re!’라는 문구가 걸렸다. 실패를 감춰야 할 공백이 아니라 다음 이력의 첫 줄로 만들자는 의미였다. 행사에는 재도전 창업가와 예비창업자, 투자자, 창업지원 관계자 등이 모였고 사전 신청자는 300명을 넘었다. 연사들에게 전달된 질문도 200개가 넘었다.

이날 강연자로 나선 방송인 홍석천, 양준철 온오프믹스 대표, 김민철 야나두 대표는 각자의 ‘망했던 순간’을 무대 위에 올렸다. 홍석천은 20년간 이어온 외식업의 확장을 멈추고 이태원의 가게를 정리해야 했고, 양 대표는 고등학생 창업가에서 빚을 안은 직장인이 됐다. 김 대표 역시 모은 돈과 퇴직금, 대출까지 투입한 사업이 1년도 되지 않아 무너지는 경험을 했다. 그러나 세 사람의 이야기는 실패한 이유에서 끝나지 않았다. 무엇을 잘못 판단했고 그 경험을 다음 사업에서 어떻게 다시 사용했는지가 이날 페일콘의 진짜 주제였다.

방송인 홍석천, 멈춘 뒤에야 보인 것들…“이제는 반 발짝 앞서가겠다”

첫 강연 ‘맛있는 실패학’의 연사로 나선 홍석천은 이태원에서 20년간 외식업을 해 온 시간을 되짚었다. (사진=테크42)

첫 강연 ‘맛있는 실패학’의 연사로 나선 홍석천은 이태원에서 20년간 외식업을 해 온 시간을 되짚었다. 방송 활동과 외식업을 병행하며 여러 매장을 운영했지만 빠르게 변하는 외식 시장에서 하나의 성공 공식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려웠다.

경쟁자보다 먼저 새로운 음식과 콘셉트를 선보이는 전략은 시장을 선점하는 힘이 되기도 했다. 반대로 소비자가 받아들일 준비가 되기 전에 지나치게 앞서간 시도는 실패로 돌아왔다. 홍석천은 그 경험을 거치며 자신의 장사 철학도 달라졌다고 했다.

“제가 매장을 할 때 원칙이 있었어요. 남들이 하는 걸 하지 말고 한 발 먼저 가보자는 거였죠. 그런데 시장이 아직 준비가 안 됐는데 ‘이게 좋은 거야, 맛있는 거야’라고 밀어붙이면 꼭 실패하더라고요. 그래서 결론은 딱 반 발짝만 앞서가자였습니다. 그게 제 장사 철학이 됐어요.”

지금 홍석천은 골목상권과 전통시장, 새롭게 창업하는 소상공인들을 만나며 다시 사업을 들여다보고 있다. 현재는 자신의 나이와 경험을 연결한 웰니스 분야와 새로운 외식업 가능성도 고민하고 있다. (사진=테크42)

사업의 속도를 멈추게 한 것은 시장만이 아니었다. 오랫동안 몸을 혹사한 끝에 건강에 이상이 생겼고 급기야 패혈증으로 위험한 순간도 맞이했다. 그러한 경험은 사업보다 중요한 것은 건강이라는 깨달음을 줬다. 이후 그는 당시 전국에서 운영하던 매장을 차례로 정리하고 휴식기를 가졌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다시 도약할 계획을 세울 즈음, 마지막까지 남겨둔 이태원 매장마저 코로나19와 마주해야 했다. 결국 마지막 가게 마저 접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 홍석천은 골목상권과 전통시장, 새롭게 창업하는 소상공인들을 만나며 다시 사업을 들여다보고 있다. 현재는 자신의 나이와 경험을 연결한 웰니스 분야와 새로운 외식업 가능성도 고민하고 있다. 한때 ‘이태원의 황태자’로 불렸던 그에게 두 번째 명함은 과거의 성공을 그대로 복원하는 일이 아니라 달라진 시장과 자신의 삶에 맞춰 다시 설계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는 과거보다 많아진 나이와 실패에 대한 부담은 더 커졌다는 심경을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실패라는 건 언제나 두렵습니다. 저도 지금 이태원에 가게 하나를 다시 하려고 정말 오랫동안 고민하고 있는데 선뜻 용기가 안 나요. 50대 중반에 다시 시작했다가 망하면 정말 쪽팔리잖아요. 그래도 장사하던 병이 있어서 곧 뭔가를 만들어낼 것 같아요. 이번에는 예전처럼 노하우를 저만 갖고 있지 않고 유튜브로 준비 과정을 처음부터 다 공개해서 조금이라도 좋은 영향을 끼치고 싶습니다.”

양준철 온오프믹스 대표, “회사가 끝나는 것과 사람이 끝나는 것은 다르다”

양준철 온오프믹스 대표의 강연 제목은 ‘실패는 끝이 아니라 데이터다’였다. 그의 실패 경험은 부모의 사업에서부터 시작됐다. 잘되던 부모의 사업이 경쟁 심화로 무너지는 모습을 가까이서 본 그는 성공과 실패의 차이가 어디에서 만들어지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사진=테크42)

양준철 온오프믹스 대표의 강연 제목은 ‘실패는 끝이 아니라 데이터다’였다. 그의 실패 경험은 부모의 사업에서부터 시작됐다. 잘되던 부모의 사업이 경쟁 심화로 무너지는 모습을 가까이서 본 그는 성공과 실패의 차이가 어디에서 만들어지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중·고교 시절부터 컴퓨터 관련 일을 하며 돈을 벌었고 고등학생 때 첫 창업에 나섰다. 하지만 경험이 부족한 상태에서 언론의 주목까지 받으면서 공동창업자, 조직 구성원과 갈등을 겪었다. 첫 회사는 2년을 채우지 못했고 뒤이어 합류한 두 번째 사업도 실패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그의 손에는 약 2000만원의 빚이 남았다. 그런 그가 창업을 이어가는 대신 택한 길은 회사원이었다. 창업을 포기해서가 아니라 자신에게 부족했던 것을 다른 조직 안에서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저는 계속 ‘나는 왜 망했지, 이 회사들은 왜 이렇게 잘되지’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6년 동안 7번 이직하면서 잘되는 조직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보려고 했습니다. 회사에 들어갈 때도 ‘저는 어차피 창업할 사람이라 오래 다니지는 않을 겁니다. 대신 있는 동안 하나라도 혁신하겠습니다’라고 말했어요. 그렇게 배우려고 들어갔던 회사에서 만난 인연이 나중에는 투자로도 이어졌습니다. 그때 배운 게 회사가 끝나는 것과 사람이 끝나는 것은 다르다는 거예요.”

그렇게 축적한 경험은 온오프믹스로 이어졌다. 현재의 온오프믹스라는 이름과 초기 프로토타입은 양 대표가 처음부터 만든 것이 아니었다. 기존에 만들어진 서비스와 이름을 이어받은 뒤 어떤 이용자를 먼저 확보할 것인지, 어떤 기능을 우선 제공할 것인지 다시 설계했다.

양 대표는 “16년간 쌓은 데이터와 최근의 인공지능(AI) 기술을 결합해 자동화를 추진하며 조직과 사업 구조를 다시 설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테크42)

초기 반응은 호의적이지만은 않았다. 경쟁 서비스보다 이용 지표에서 뒤졌고 블로그에는 서비스를 혹평하는 글도 올라왔다. 양 대표는 이를 외면하지 않았다. 부정적인 글을 찾아 직접 댓글을 남기고 어떤 부분을 고쳐야 하는지 살폈다. 비판자 가운데 일부는 이후 온오프믹스의 크라우드펀딩 투자자가 되기도 했다.

“저희 서비스 욕하는 글도 다 찾아갔어요. ‘돈도 없고 백도 없고 실력도 모자라지만 열심히 할 테니 도와달라’고 댓글을 달았습니다. 그랬더니 부정적이던 분들이 나중에는 크라우드펀딩 투자자가 되기도 했어요. 저는 사람들이 욕하는 것도 관심이라고 생각했고, 그 관심에서 뭘 고칠지를 찾았습니다. 실패를 기록하고 복기하면 그게 데이터가 되고 다음 실패를 막는 기반이 된다고 봅니다.”

이 철학은 조직 운영으로도 이어졌다. 온오프믹스는 업무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와 의사결정을 기록해 같은 문제가 다시 생겼을 때 과거의 시행착오를 추적하도록 했다. 그러나 온오프믹스 역시 코로나19는 피하지 못했다. 행사·모임 플랫폼이라는 사업 특성상 비대면 조치는 직격탄이었다. 이후 예정했던 투자금 일부가 들어오지 않는 상황까지 겹치면서 조직을 줄여야 했다. 과거 실패가 자동으로 정답을 주지는 않았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기도 했다.

현재 양 대표는 “16년간 쌓은 데이터와 최근의 인공지능(AI) 기술을 결합해 자동화를 추진하며 조직과 사업 구조를 다시 설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 그에게 재도전은 모든 것을 지우고 ‘0’에서 출발하는 일이 아니다. 이전 사업에서 쌓인 사람과 기술, 기록과 관계를 다음 선택에 다시 투입하는 과정에 가깝다.

김민철 야나두 대표, 수많은 실패를 ‘실험’이라 부른 이유

김민철 야나두 대표는 자신을 ‘실패 장인’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했던 수많은 실패를 실험이라고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사진=테크42)

김민철 야나두 대표는 자신을 ‘실패 장인’이라고 소개했다. 광고 일을 꿈꾸며 사회생활을 시작해 광고회사와 KT 등을 거친 뒤 여러 차례 사업에 뛰어들었다. 야구 관련 미디어 사업에서는 모아둔 돈과 퇴직금, 대출금을 투입했지만 1년도 버티지 못했다. 다행히 야구장에서 판매한 머리띠가 예상 밖의 반응을 얻으며 다시 일어설 기회를 만들었고, 쇼핑몰과 외식업, 수입 사업 등 여러 사업을 거쳐 다시 온라인 교육으로 돌아왔다.

그의 경력에는 성공과 실패가 뚜렷하게 갈라져 있지 않았다. 하나의 성공이 또 다른 실패로 이어졌고 실패에서 얻은 경험은 다음 사업의 기반이 됐다. 김 대표는 그래서 실패를 개인에 대한 판정이 아니라 특정 시도가 내놓은 결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학자들은 실패하지 않아요. 테스트 하나가 실패했을 뿐이고 계속 실험을 하는 거죠. 중요한 건 내가 가고 있는 방향과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한 번의 결과를 ‘내가 실패했다’고 받아들이고 절망하는 순간이 오히려 가장 위험해요. 저는 제가 했던 수많은 실패를 그렇게 실험이라고 부릅니다.”

물론 그런 그에게도 감당하기 힘든 순간은 있었다. 온라인 교육 사업을 통해 번 돈을 새 브랜드에 투자했지만 기대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았고 결국 손에 남은 돈이 거의 바닥나는 시기가 찾아왔다. 수강생과 사업의 존속 문제까지 한꺼번에 떠올리자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판단하기조차 어려웠다.

김 대표가 말한 ‘실험’은 실패를 낙관적으로 포장하자는 의미는 아니었다. 반복된 사업 경험을 통해 실패가 발생하는 조건을 알아가고 이를 다음 의사결정에 반영해야 한다는 뜻에 가까웠다. (사진=테크42)

김 대표가 택한 방법은 거대한 재기 계획을 세우는 것이 아니었다. 먼 미래에 대한 생각을 잠시 접고 돌아가 당장 해야 할 하루하루의 일부터 처리하는 것이었다. 이후 야나두가 성장하는 전환점도 찾아왔다. 홈쇼핑 방송에서는 약 70분 동안 전년도 연간 매출의 상당 부분에 해당하는 주문이 들어왔다.

“저도 정말 크게 망했을 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만 하니까 몸이 떨리더라고요. 그래서 미래는 생각하지 말고 돌아가서 해야 할 하루하루만 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살아 있는 동안 할 수 있는 건 오늘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버티다 보니까 진짜 기회가 오더라고요. 여러분도 실패가 아니라 실험이라는 단어로 목표를 향해 가면서 그 과정에서 자신이 몰랐던 초능력을 만나셨으면 좋겠습니다.”

다만 김 대표가 말한 ‘실험’은 실패를 낙관적으로 포장하자는 의미는 아니었다. 반복된 사업 경험을 통해 실패가 발생하는 조건을 알아가고 이를 다음 의사결정에 반영해야 한다는 뜻에 가까웠다. 결과를 가볍게 여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음 시도를 멈추지 않기 위해 실패라는 단어를 실험으로 바꾼 셈이다.

다시 시작하는 법보다 먼저 필요한 것…“어떻게 끝낼 것인가”

세 사람의 강연 이후 진행된 토크콘서트에서 질문은 창업가가 실제로 사업을 접을 때 무엇을 해야 하는가로 옮겨갔다. 홍석천이 진행을 맡고 양준철·김민철 대표와 김성훈 법무법인 미션 대표변호사가 패널로 참여했다. (사진=테크42)

세 사람의 강연 이후 진행된 토크콘서트에서 질문은 패널토론에서 창업가가 실제로 사업을 접을 때 무엇을 해야 하는가로 옮겨갔다. 홍석천이 진행을 맡고 양준철·김민철 대표와 김성훈 법무법인 미션 대표변호사가 패널로 참여했다.

김 변호사가 먼저 꺼낸 화두는 ‘좋은 이별’이었다. 스타트업은 직원과 공동창업자, 투자자, 거래처와 채권자 등 여러 이해관계자의 신뢰가 결합해 만들어진다. 폐업 역시 이 관계가 한순간에 사라지는 일이 아니라 하나씩 정리되는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저는 회사의 본질이 신뢰라고 생각합니다. 회사를 정리한다는 건 그 신뢰가 점진적으로 마무리되고 해체되는 과정이에요. 채권자 문제에 쫓기다 보면 임직원을 챙기는 일을 가장 나중으로 미루게 되는데 법률적으로는 오히려 이쪽 책임이 큽니다. 구조조정이나 회사 문을 닫는 과정도 법적인 절차와 제도에 맞춰 잘 조정해야 합니다. 좋은 마무리를 해야 다시 도전할 때도 그 대표를 중심으로 신뢰가 모일 수 있습니다.”

이에 홍석천 역시 가게를 접을 당시 직원들에게 언제, 무엇을, 어떻게 이야기해야 하는지 몰라 난감했던 기억을 털어놨다. 김 변호사는 임금과 퇴직금을 지급할 수 있는 여력이 사라지기 전에 정리 여부를 판단하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 변호사가 먼저 꺼낸 화두는 ‘좋은 이별’이었다. 스타트업은 직원과 공동창업자, 투자자, 거래처와 채권자 등 여러 이해관계자의 신뢰가 결합해 만들어진다. 폐업 역시 이 관계가 한순간에 사라지는 일이 아니라 하나씩 정리되는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사진=테크42)

직원 감축도 단순히 ‘회사가 어려우니 나가달라’는 말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권고사직은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끝내는 해고와 달리 당사자 간 합의를 전제로 한다. 김 변호사는 실제 문제가 발생한 뒤가 아니라 경영상 어려움이 예상되는 단계부터 노무·법률 전문가와 절차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위기의 순간 창업가에게 필요한 것은 법과 절차만이 아니었다. 홍석천 역시 이태원에서 사업을 하며 공격과 민원 등 여러 어려움을 겪을 때 ‘자신의 곁에 남아 있던 직원들’을 언급하며 “다시 버틸 이유가 됐다”고 말했다. 이에 김민철 대표는 “공동창업자들이 힘이 되는 존재였다”며 말을 보탰다.

“역시 코파운더들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급여가 못 나가는 상황이면 먼저 코파운더들부터 동결하고 ‘정상화될 때까지만 기다려 달라’고 하죠. 그런데 오히려 자기가 갖고 있던 사재를 털어서 보태주는 사람이 있으면 힘이 납니다. 사실 혼자가 아니니까요. 결국 같이 갈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런 관계는 위기가 닥쳤을 때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평소 사람을 돈이나 성과만으로 대했다면 사업이 어려워졌다고 해서 갑자기 헌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김 대표의 생각이다.

양준철 대표도 16년 가까이 회사를 운영하며 조직을 줄여야 했던 경험을 이야기했다. 그가 중요하게 본 것은 구조조정을 통보하는 한 번의 대화보다 그 이전에 어떤 조직문화를 만들어 왔느냐였다. 회사 상황과 경영자의 판단을 지속적으로 공유해 왔기 때문에 한계가 찾아왔을 때도 구성원들이 결정의 배경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했다.

토크콘서트는 폐업 직전의 대응을 넘어 애초에 위기를 키우지 않는 경영으로 이어졌다. 김성훈 변호사가 특히 강조한 것은 ‘투자가 들어오기로 한 것’과 ‘실제 돈이 들어온 것’을 구분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사진=테크42)

“평소에 어떤 문화를 만들어 두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제가 ‘이제 정말 한계가 온 것 같다’고 했을 때 구성원들은 제가 그동안 어떤 선택을 해왔는지 알고 있으니까 ‘저 사람이 한계라고 하면 진짜 한계구나’라고 받아들였어요. 그래서 오히려 ‘그러면 어떻게 하는 게 도와주는 거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상대를 내보내는 게 내 권리라는 태도냐, 정말 미안한 마음으로 같이 방법을 찾는 태도냐에 따라 대화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진정성 있게 대화를 나누면 길이 생기죠. 결국 태도가 전부인 것 같아요.”

회사를 떠난 직원들과 관계가 모두 끊긴 것도 아니었다. 양 대표는 이후 창업한 전 직원의 사업을 알리거나 자신이 할 수 있는 연결을 도왔다고 했다. 이전 사업에서 만들어진 관계가 다시 다음 사업의 자산으로 이어진 셈이다.

토크콘서트는 폐업 직전의 대응을 넘어 애초에 위기를 키우지 않는 경영으로 이어졌다. 김성훈 변호사가 특히 강조한 것은 ‘투자가 들어오기로 한 것’과 ‘실제 돈이 들어온 것’을 구분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김 변호사는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이유로 아직 통장에 들어오지 않은 자금을 전제로 채용과 비용을 늘리면 투자 일정이 미뤄지는 순간 회사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투자가 들어온다고 하는 것과 들어온 것은 차이가 너무 큽니다. 창업자들은 기본적으로 긍정적인 사람들이에요. 그러니까 창업을 하는 거죠. 그런데 들어올 거라고 생각한 투자금에 맞춰 재무 계획을 세우다가 투자가 끊겨 어려워지는 회사가 정말 많습니다. 이 부분만큼은 정말 보수적으로 봐야 합니다.”

마지막에는 시선이 다시 ‘다음 도전’으로 향했다. 김민철 대표는 과거 자신이 처음 창업했을 때보다 재창업자가 활용할 수 있는 정부 지원 프로그램이 크게 늘어난 만큼 이를 적극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원금을 단순한 공짜 자금으로 보기보다 같은 영업이익을 사업으로 만들어내기 위해 필요한 매출 규모를 생각하면 그 가치가 달라진다는 설명이다.

“재창업을 위해 모이신 걸로 알고 있는데 지금은 제가 처음 창업할 때보다 활용할 수 있는 지원제도가 정말 많아졌습니다. 예를 들어 1억 원을 지원받는다고 하면 영업이익률을 10%로 놓고 봤을 때 사업으로는 10억원 매출을 내야 만들 수 있는 돈이에요. 10억원짜리 매출을 만드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제일 먼저 확인하고 정말 잘 활용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양준철 대표는 AI를 새로운 재도전의 변수로 꼽았다. 이미 조직과 시스템이 커진 기업은 기존 방식을 줄이고 다시 설계하는 데 상당한 비용이 들지만, 새롭게 출발하는 작은 팀은 처음부터 AI와 자동화를 전제로 조직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강연과 토크콘서트를 관통한  두 질문은 ‘어떻게 다시 시작할 것인가’와 ‘이전 도전을 어떻게 끝낼 것인가’였다. (사진=테크42)

“지금이 오히려 여러분들이 큰 기업과 싸워볼 수 있는 타이밍이라고 생각합니다. 큰 회사는 이미 조직과 업력이 있어서 뭔가를 줄이고 바꾸는 데 수많은 문제가 생겨요. 그런데 여러분은 이미 작은 상태잖아요. AI를 이용해 자동화하면서 작은 상태에서부터 쌓아 올리면 됩니다. 지금이 바닥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오히려 찬스라고 생각하고 뛰어드셨으면 좋겠습니다.”

결국 이날 강연과 토크콘서트를 관통한  두 질문은 ‘어떻게 다시 시작할 것인가’와 ‘이전 도전을 어떻게 끝낼 것인가’였다. 직원에게 지급해야 할 것을 정리하고 투자자와 채권자에게 상황을 설명하며, 실패의 원인을 기록하고 함께했던 사람들과의 신뢰를 남기는 순간부터 다음 창업은 이미 시작된다.

첫 번째 명함이 서랍에 들어갔다고 경력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실패한 사업에는 줄어든 통장 잔액이나 팔리지 않은 제품만 남는 것이 아니다. 잘못 판단했던 시장, 너무 늦었던 결정, 함께 버텨준 사람과 다음에는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 선택도 남는다. 결국 두번째 명함은 첫 번째 명함을 왜 내려놓게 됐는지를 제대로 기록한 사람이 그 경험 위에 다시 써 내려가는 새로운 도전이라 할 수 있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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