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AIST 창업원이 주최·주관한 ‘KAIST Startup Scaleup Summit 2026’이 지난 18일 서울 코엑스 3층 컨퍼런스홀 E5·E6에서 열렸다. 넥스트라이즈 2026 서울(NextRise 2026, Seoul) 파트너 행사로 마련된 이 행사는 KAIST 스타트업 성장 공동체를 기반으로 투자사와 창업자, 기술 인재가 만나는 스케일업의 장을 표방했다.
이날 현장에서 발표한 KAIST 관련 여러 스타트업들은 서로 다른 산업을 겨냥하고 있었지만, 공통적으로 AI 확산 이후 새롭게 부상한 병목을 기술 사업화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었다. AI 데이터센터의 전력과 발열, GPU 인프라 비용, AI 에이전트 보안, 드론과 휴머노이드 로봇, 시스템생물학 기반 신약개발, 반도체 공정 환경 기술, AI 마케팅 자동화까지 다양한 영역을 다룬 것도 주목할 만하다.
AI 인프라의 병목은 전력·냉각·GPU 효율·보안에서 드러난다
첫 번째 흐름은 AI 인프라다. AI 모델이 커질수록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급, 냉각, GPU 활용 효율, 보안 통제는 더 이상 주변 문제가 아니라 핵심 경쟁 조건이 되고 있다. 이날 발표에서 스탠다드에너지, 쿨마이크로, 몬드리안에이아이, 알파카엑스는 각각 전력망, 반도체 발열, AI 클라우드, AI 에이전트 실행 통제를 겨냥했다.
스탠다드에너지는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안정화 문제와 연결했다. 발표자로 나선 최일범 부사장은 “바나듐 이온 배터리(Vanadium Ion Battery) 기술을 개발하고, 소재·셀·시스템·제어 소프트웨어까지 자체 밸류체인을 구축해 왔다”고 소개했다. 이 기술은 수계 기반의 낮은 발열 구조와 장수명 특성을 갖춘 에너지저장장치(ESS) 기술로 설명된다. 그러면서 최 부사장은 AI 인프라 경쟁에서 전력 문제가 갖는 의미를 강조했다.
“앞으로 다가올 AI 시대에서는 알고리즘과 반도체만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AI 데이터센터가 빠르게 확장되고 구축되기 위해서는 전력 수급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쿨마이크로는 데이터센터 발열 문제를 반도체 패키징과 냉각 기술 관점에서 접근했다. 임윤혁 쿨마이크로 대표는 데이터센터 발열의 핵심이 GPU 등 고성능 반도체에서 발생하는 열에 있다고 봤다. 이와 관련, 쿨마이크로는 자사의 기술을 AI·고성능 반도체 칩을 위한 다이렉트 투 칩(Direct-to-Chip) 액체 냉각 솔루션으로 소개했다. 임 대표는 “기존 공냉식이나 시스템 레벨 수냉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저희는 데이터센터의 발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회사입니다. 결국 GPU 같은 반도체에서 나는 열을 어떻게 빼낼 것이냐가 핵심이고, 저희는 칩 레벨까지 들어가는 방식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임 대표는 “글로벌 칩 메이커, 서버 메이커, 하이퍼스케일러와 기술 검증을 논의하고 있으며, 일부 PoC도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몬드리안에이아이는 AI 기업의 GPU 인프라 비용과 활용 효율 문제를 겨냥했다. 홍대의 몬드리안에이아이 대표는 AI 기업들이 투자금의 상당 부분을 클라우드와 GPU 서버 비용으로 쓰고 있다고 짚었다. 이에 몬드리안에이아이는 런유어클라우드(Runyour Cloud)를 고성능 GPU 자원과 대규모 AI 추론·파인튜닝을 지원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홍 대표는 “비용 효율과 워크로드 최적화가 AI 스타트업의 성장 조건이 되고 있다”며 말을 이어갔다.
“AI 기업의 경우 많은 부분을 클라우드 비용이나 GPU 서버 인프라 활용에 지출합니다. 저희는 GPU 서버를 조금만 사용하고도 더 많은 훈련을 하거나, 클러스터를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몬드리안에이아이 발표에서는 2022년 5억원 수준의 매출에서 지난해 62억원까지 성장했고, 올해 100억~120억원 규모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여졌다.
알파카엑스(AlpacaX)는 AI 에이전트가 실제 서버와 운영 인프라에 접근하는 시대의 보안 문제를 다룬다. 정은영 알파카엑스 대표는 “기존 접근권한관리(PAM) 체계가 사람의 인증과 권한 부여를 중심으로 설계됐다면, AI 에이전트 시대에는 권한을 받은 뒤 실제 어떤 명령을 수행하는지 통제하는 실행 계층이 중요해진다”고 설명했다.
이에 알파카엑스는 AI 에이전트가 프로덕션 인프라에 안전하게 접근하도록 범위 제한, 실시간 명령 검증, 감사 추적을 제공하고 있다. 정 대표는 “AI 보안의 관점이 접근 통제에서 실행 통제로 이동하고 있다”며 말을 이어갔다.
“AI 에이전트가 세상에 풀리면서 보안 위험 자체가 기존 관념과 많이 달라졌습니다. 기존의 프리빌리지드 액세스가 접근과 권한을 주는 데서 멈췄다면, 저희는 이를 실시간 실행 통제 영역으로 끌고 가고 있습니다.”
한편 정 대표는 “국내에서 보안 요구 수준이 높은 고객 레퍼런스를 만들고 있으며, 미국 법인을 통해 글로벌 시장 진입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피지컬 AI는 국방·우주·돌봄 현장에서 먼저 구체화된다
이날 발표의 두 번째 흐름은 ‘피지컬 AI’였다. 최근 AI 산업에서 피지컬 AI는 로봇, 드론, 무인체계, 제조 현장과 결합되는 방식으로 논의되고 있다. 이날 발표에서는 심투리얼, 케오닉스, 비바트로보틱스가 각각 국방·우주 시뮬레이션, 드론 교육·현장 생산, 병원·돌봄용 휴머노이드 조작 기술을 제시했다.
심투리얼은 시뮬레이션 투 리얼(Simulation to Real)을 항공우주와 국방 분야 의사결정 지원 기술로 풀어냈다. 전다형 심투리얼 대표는 “시뮬레이션에서 얻은 정보를 실제 세계에 적용하는 것이 회사의 문제의식”이라고 설명했다. 심투리얼의 SIM2World는 대규모 물리 기반 3D 가상환경을 생성하고, 합성데이터와 위성·항공 이미지 처리, 실시간 상황 분석을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발표를 이어가던 전 대표는 드론 운용과 우주 탐사를 주요 사업 축으로 제시했다.
“저희는 시뮬레이션 기술로 항공우주 시스템의 의사결정을 고도화하고 지원하는 것을 비즈니스 모델로 가져가고 있습니다. 국방·방산 쪽으로는 드론을 보고 있고, 우주 쪽에서는 달 탐사에 대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편 심투리얼은 3D 맵 기반 실시간 관제와 지휘관 의사결정 지원을 추진하고 있으며, 달 착륙선·달 로버·달 기지 건설 시뮬레이션 환경도 다루고 있다.
케오닉스(KEONIX)는 드론의 현장 교육과 생산 체계에 초점을 맞췄다. 김영철 박사는 “포천에서 드론 교육센터 구축을 추진하고 있으며, 접경지와 군부대가 밀집한 지역 특성을 바탕으로 장병 교육과 지역 학생 교육을 함께 구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케오닉스는 교육센터에 3D 프린팅 기반 생산 기술을 결합해 드론과 부품을 현장 맞춤형으로 빠르게 생산하는 방향도 검토하고 있다. 김 박사는 “전장 환경에서 드론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고 있다”며 말을 이어갔다.
“미래의 전장에서는 드론을 고속·저비용으로, 그리고 현장에 맞춰 생산하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저희는 교육센터부터 만들고, 그 안에서 드론 시스템과 장비를 생산·교육·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려고 합니다.”
한편 케오닉스는 육군정보통신학교 지휘참모 교육, KAIST IP영재기업인교육원 교육 등도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바트로보틱스(VivatRobotics)는 로봇 핸드와 근접 센서 기반 파지 기술을 병원·돌봄용 휴머노이드로 확장하고 있다. 구제민 비바트로보틱스 대표는 “박형순 교수 연구실에서 출발했으며, 초기에는 로봇 핸드 제어와 파지 지능을 중심으로 사업화를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휴머노이드 시장이 산업용과 물류용 중심으로 전개되는 가운데, 비바트로보틱스는 생활 밀착형 환경을 우선 시장으로 설정했다. 구 대표는 비전 센서만으로는 대응이 어려운 환경에서 로봇 조작 기술의 필요성이 커진다고 봤다.
“저희는 산업용이나 물류용보다는 생활 밀착형 환경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저조도처럼 비전 환경이 취약한 곳에서도 양팔과 손을 능숙하게 조작할 수 있는 병원용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반도체·바이오·마케팅으로 확장되는 버티컬 딥테크
이날 스타트업 발표의 세 번째 흐름은 특정 산업 문제에 직접 들어간 버티컬 딥테크다. 퀀텀캣은 반도체 공정과 환경 촉매, 바이오리버트는 시스템생물학 기반 항암제, 임팩트에이아이는 글로벌 광고 운영 자동화를 제시했다. 이들 기업은 AI 인프라나 로봇처럼 하나의 산업군으로 묶이기보다는, 각 산업의 구체적 병목을 기술로 해결하려는 접근에 가깝다.
퀀텀캣은 나노·서브나노 구조 제어 기반 촉매 기술 기업이다. 강신현 퀀텀캣 대표는 “반도체 공정에서 사용되는 PFC 가스, 즉 CF4·SF6·NF3 등을 대기로 배출하지 않도록 하는 촉매 스크러버 장치용 촉매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퀀텀캣은 공식 채널에서도 금 나노입자를 나노케이지 안에 고립시키는 촉매 기술을 기반으로 일산화탄소(CO),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등 유해 물질 저감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강 대표는 “사업화 파이프라인이 반도체 공정, 일산화탄소 저감, 악취 제거로 확장되고 있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퀀텀캣은 나노 혹은 서브나노 레벨에서 구조 제어를 통해 촉매를 더 안정적이고 활성화되게 만드는 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는 반도체 공장의 PFC 가스를 대기로 배출하지 않도록 하는 촉매 스크러버 장치용 촉매를 개발했습니다.”
한편 퀀텀캣은 2023년 시리즈B 이후 현재 브리지 라운드를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부터 양산 매출이 본격화될 예정이다.

바이오리버트는 시스템생물학과 AI를 결합한 디지털 트윈 기반 신약개발 기업이다. 주재일 바이오리버트 대표는 “단일 세포 오믹스 데이터에서 유전자 조절 네트워크의 디지털 트윈, 즉 가상 세포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신약 타깃 발굴과 적응증 확장에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바이오리버트는 암세포를 죽이는 방식이 아니라 정상 유사 세포 상태로 되돌리는 ‘리버전 테라피(Reversion Therapy)’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이날 주 대표는 기존 항암제의 한계를 작용 방식에서 찾았다.
“현행 항암제들은 암세포의 사멸을 추구하기 때문에 정상 세포의 사멸도 수반하고, 이로 인한 부작용이 환자 삶의 질을 떨어뜨립니다. 저희는 암세포를 죽이지 않고 암세포의 성질을 억제하고 정상 세포 기능을 회복시키는 새로운 항암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한편 바이오리버트는 선도 파이프라인의 미국 임상 진입을 준비하고 있으며, 국내 제약사와 플랫폼 PoC 이후 본계약 단계도 논의 중이다.
임팩트에이아이는 AI 기반 광고 운영 자동화 플랫폼 아도아시스(ADOASIS)를 내세웠다. 박성혁 임팩트에이아이 대표는 광고 자율주행이라는 개념을 설명하며, AI가 광고 소재 생성부터 채널 집행, 예산 배분까지 자동화하는 구조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박 대표는 K뷰티, K푸드, K콘텐츠의 글로벌 진출 수요를 주요 시장으로 봤다.
“광고도 글로벌 플랫폼이라는 고속도로가 이미 뚫려 있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기술로 여러 국가의 언어와 감성을 학습해 광고에 최적화된 AI 콘텐츠를 자동 생성합니다. 중요한 것은 AI가 운전대를 잡는다는 것이고, 광고에서는 돈을 어디에 얼마나 쓸지 결정하는 예산 배분 기술이 핵심입니다.”
한편 이날 발표에서는 구글·메타·틱톡 등 주요 채널 중심의 광고 자동화와 미국 시장 진출 계획도 언급됐다.
이 외에도 이날 발표에 나선 스타트업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보면, KAIST 기반 딥테크 창업이 단일한 기술 유행을 좇기보다 산업별 병목을 겨냥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