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현대차는 AI 로봇 시대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미·중 로봇 밸류체인 속도전…전기차서 체감한 중국의 속도, 로봇은 ‘체계적 대응’
보스턴다이내믹스·AIDR·3-Pole 전략…현대차그룹 공장이 로봇의 첫 시장이자 거대한 학습장으로
그룹 내부 검증에서 전 산업 확산까지…새만금에는 다른 기업 로봇도 만드는 ‘로봇 파운드리’ 구축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가 자동차 공장 안으로 들어온다. 2028년에는 반복적인 부품 시퀀싱 작업을 맡고, 2030년에는 부품 조립처럼 더 복잡한 공정으로 역할을 넓힌다. (사진=보스턴다이내믹스)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가 자동차 공장 안으로 들어온다. 2028년에는 반복적인 부품 시퀀싱 작업을 맡고, 2030년에는 부품 조립처럼 더 복잡한 공정으로 역할을 넓힌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올해 CES 2026에서 공개한 계획이다. 아틀라스를 개발한 보스턴다이내믹스와 현대차그룹의 관계만 보면 완성차 기업이 차세대 로봇 시장에 뛰어드는 장면으로 읽힐 수 있다. 하지만 현대차가 그리고 있는 그림은 로봇 한 대를 개발해 판매하는 사업보다 훨씬 넓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AI 서밋에서 자동차 제조의 경계를 넘어 ‘피지컬 AI 솔루션 기업(Physical AI Solution Company)’으로 전환하겠다는 비전을 공식화했다. 차량과 로봇 같은 지능형 기기에서 AI 팩토리라는 지능형 공간으로, 나아가 도시 인프라가 AI로 연결되는 단계까지 사업 범위를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과정에서 제조·차량·물류·로봇 실증 현장의 데이터를 AI 모델 개선에 다시 투입하는 ‘데이터 플라이휠(Data Flywheel)’을 핵심 경쟁력으로 제시했다.

최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글로벌 로봇 파운드리 도약과 K-피지컬AI 강국 실현을 위한 포럼’에서 송호득 현대자동차 미래사업전략실 RH로봇사업기획분과장(상무)는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AI 로봇 비즈니스 및 생태계 구축 전략’을 주제로 AIDR(AI-Defined Robot) 개발부터 혁신 제조와 수요 창출, 국내외 공급망과 협업 파트너십까지 현대차가 준비하는 로봇 사업을 소개했다. (사진=테크42)

그렇다면 이 거대한 비전을 실제 로봇 사업으로 어떻게 구현한다는 것일까. 지난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글로벌 로봇 파운드리 도약과 K-피지컬AI 강국 실현을 위한 포럼’에서 송호득 현대자동차 미래사업전략실 RH로봇사업기획분과장(상무)은 그 답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풀어냈다. 발제 주제는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AI 로봇 비즈니스 및 생태계 구축 전략’. AIDR(AI-Defined Robot) 개발부터 혁신 제조와 수요 창출, 국내외 공급망과 협업 파트너십까지 현대차가 준비하는 로봇 사업의 앞단과 뒷단이 모두 포함됐다.

“전기차에서 중국의 속도를 봤다”…로봇 산업을 서두르는 이유

송 상무가 가장 먼저 짚은 것은 기술이 아니라 ‘속도’였다. 세계 AI 로봇 산업이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전체 밸류체인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에 들어갔다는 진단이다. 미국은 오랜 연구개발을 기반으로 인지·판단 알고리즘, 제어·학습 소프트웨어, 고성능 반도체 등에서 강점을 보이는 반면 중국은 제조와 양산, 상용화, 특히 현장 데이터 확보에서 빠르게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한국은 아직 제품 연구개발과 초기 실증에 머물러 있어 기술개발 이후 제조·데이터·수요까지 연결하는 생태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것이 송 상무의 판단이다.

이 같은 문제의식에는 현대차가 전기차 시장에서 직접 경험한 중국 기업과의 경쟁도 자리한다. 송 상무는 중국 로봇 기업들의 국내 시장 진입이 빨라지고 있다며 AI 로봇에서는 기존 산업보다 시장 침투 속도가 더 빨라질 가능성에 주목했다. 로봇은 하드웨어 성능만으로 경쟁력이 결정되는 제품이 아니라 양산 규모와 공급망, 현장에서 쌓이는 데이터가 다시 AI 성능을 높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송 상무가 가장 먼저 짚은 것은 기술이 아니라 ‘속도’였다. 세계 AI 로봇 산업이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전체 밸류체인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에 들어갔다는 진단이다. (사진=테크42)

“AI 로봇은 우리가 많이 쓰고 있는 로봇 청소기나 드론, 액션캠 그리고 전기차보다도 중국 업체의 시장 잠식 속도가 더욱 빠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더 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다시는 이 기회를 가져오기 힘들 정도로 격차가 생길 거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시장에서 누구보다 빠르게 대응했음에도 중국 업체의 속도와 경쟁력 확보에 경악한 바가 있습니다. 로봇 산업에 있어서는 중국 업체에 잠식되지 않도록 현대차그룹은 보다 체계적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현대차가 보는 한국 로봇 산업의 빈틈도 이 지점에 있다. 연구개발과 부품 개발, 현장 운영을 위한 기반은 어느 정도 확보했지만 이를 상용화로 연결할 전문 로봇 제조 거점과 데이터 학습·훈련 거점, 초기 수요를 만드는 구조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좋은 로봇을 개발하는 것만으로는 미국과 중국이 이미 벌이고 있는 산업화 속도 경쟁을 따라가기 어렵다는 의미다.

현대차그룹이 가진 자산은 이 약점을 반대로 경쟁력으로 만들 수 있다. 세계 곳곳에 자동차 공장과 연구개발센터, 공급망을 운영하고 있고 생산 현장에서는 이미 수많은 산업용 로봇과 자동화 시스템을 사용한다. 자율주행과 전동화 등 모빌리티 영역에서 축적한 기술과 데이터도 로봇과 상당 부분 연결할 수 있다.

송 상무가 현대차의 최종 지향점을 단순 ‘로봇 제조사’가 아닌 ‘종합 로봇 솔루션 제공업체(Total Robot Solution Provider)’로 제시한 배경이다. 완성차 제조 노하우와 그룹 생태계를 활용해 ‘풀 테크 스택(Full Tech Stack)’과 ‘풀 비즈니스 패키지(Full Business Package)’를 함께 갖추는 것이 핵심 전략이다.

국내 생산 현장에서는 이미 수많은 산업용 로봇과 자동화 시스템을 사용한다. 자율주행과 전동화 등 모빌리티 영역에서 축적한 기술과 데이터도 로봇과 상당 부분 연결할 수 있다. (이미지=발표자료)

로봇을 직접 쓰는 회사의 강점…공장이 거대한 ‘학습장’이 된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수년간 수만 대 규모의 로봇을 생산·배치하는 구상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을 산업시설 점검과 예지정비 등에 활용하고 있으며 아틀라스도 향후 그룹 제조시설에 투입한다. 보스턴다이내믹스 역시 현대차그룹의 대규모 내부 수요와 제조 역량을 활용해 로봇 생산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사진=보스턴다이내믹스 홈페이지)

현대차 로봇 전략의 차별점은 그룹이 개발한 로봇을 팔기 전에 직접 사용할 수 있다는 데서 시작한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수년간 수만 대 규모의 로봇을 생산·배치하는 구상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을 산업시설 점검과 예지정비 등에 활용하고 있으며 아틀라스도 향후 그룹 제조시설에 투입한다. 보스턴다이내믹스 역시 현대차그룹의 대규모 내부 수요와 제조 역량을 활용해 로봇 생산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그룹 내부 핵심 보유 자산을 적극 활용할 것이지만 절대 모든 것을 혼자가 아닌 주변 넘버원 파트너들과 함께 적극적으로 협력을 확대해 나가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기술적으로는 로봇 개발, 판매 그리고 데이터와 스마트 팩토리 연계 기술까지 풀 테크 스택을 확보해 나갈 계획입니다. 사업적으로는 로봇을 그룹 내부 시설에 먼저 적용하고 철저하게 검증한 뒤 다른 자동차 제조 산업에 빠르게 수평 적용하고자 합니다. 또한 물류, 제조, 서비스, 에너지 등 연관 산업까지 확장하는 풀 비즈니스 패키지를 추진하고자 합니다.”

핵심은 이 내부 수요가 단순한 판매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현대차·기아를 비롯한 그룹 생산현장에서 로봇을 사용하면서 성능과 신뢰성을 확인하고 레퍼런스와 데이터셋을 확보한다. 이후 다른 완성차 업체와 부품사, 물류 분야로 검증된 솔루션을 확산하고 최종적으로 전자·에너지·리테일·건설 등 서로 다른 산업으로 시장을 넓히는 방식이다.

현대차그룹이 지난달 공식화한 ‘데이터 플라이휠’ 역시 같은 구조다. 공장과 차량, 물류 시스템, 로봇 실증에서 발생한 데이터를 AI 모델 학습에 사용하고 개선된 알고리즘을 다시 실제 현장에 적용한다. 로봇이 많이 투입될수록 현실 세계 데이터가 늘고, 데이터가 쌓일수록 AI가 개선되며, 성능이 높아지면 다시 적용할 수 있는 작업과 시장이 넓어지는 순환이다.

현대차그룹은 CES 2026에서 미국에 RMAC(Robot Metaplant Application Center·로봇 메타플랜트 적용센터)를 올해 열고 로봇 학습과 검증의 중심으로 활용한다고 밝혔다. RMAC에서 훈련한 아틀라스를 2028년부터 반복적인 부품 시퀀싱 업무에 적용한 뒤 2030년에는 복잡한 조립 작업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사진=보스턴다이내믹스 홈페이지)

현대차가 말하는 AIDR(AI-Defined Robot·AI 정의 로봇)도 이 흐름에서 이해할 수 있다. AIDR는 제조·작업 현장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수집·가공·활용해 AI 모델을 고도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현실 세계에서 로봇의 예측·실행 역량을 높이는 체계로 제시됐다. 송 상무는 이를 위해 약 2년 전부터 로봇 훈련·학습센터를 준비해 왔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CES 2026에서 미국에 RMAC(Robot Metaplant Application Center·로봇 메타플랜트 적용센터)를 올해 열고 로봇 학습과 검증의 중심으로 활용한다고 밝혔다. RMAC에서 훈련한 아틀라스를 2028년부터 반복적인 부품 시퀀싱 업무에 적용한 뒤 2030년에는 복잡한 조립 작업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송 상무가 이번 발제에서 설명한 구상은 한국·미국·중국을 연결하는 이른바 ‘3-Pole(한·미·중) 현지화 전략’이다. 미국에서는 보스턴다이내믹스와 핵심 로봇 설계와 기술 확보를 추진하고, 중국에서는 현지 조직과 공급망, 실증 데이터 확보 역량을 활용하며 한국을 글로벌 로봇 사업의 허브로 만드는 방식이다. 한국·미국·중국의 지정학적·산업적 특성을 활용해 핵심 설계, 부품 공급망, 연구개발과 실증의 역할을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한국과 중국에 구축할 학습 거점을 미국의 ‘RMAC’과 같은 시설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현대차그룹이 공식적으로 RMAC이라는 명칭과 올해 개소 계획을 밝힌 시설은 미국 거점이다. 송 상무의 발제는 이를 포함해 한국·미국·중국에서 로봇 훈련과 실증 데이터를 연결하는 글로벌 학습 체계를 구축한다는 의미에 가깝다.

송 상무가 이번 발제에서 설명한 구상은 한국·미국·중국을 연결하는 이른바 ‘3-Pole(한·미·중) 현지화 전략’이다. 미국에서는 보스턴다이내믹스와 핵심 로봇 설계와 기술 확보를 추진하고, 중국에서는 현지 조직과 공급망, 실증 데이터 확보 역량을 활용하며 한국을 글로벌 로봇 사업의 허브로 만드는 방식이다. (이미지=발표자료)

사업 모델도 하드웨어 판매에서 끝나지 않는다. 로봇 제조·판매에서 RaaS(Robot as a Service·서비스형 로봇)로, 다시 DaaS(Data as a Service·서비스형 데이터)와 FaaS(Factory as a Service·서비스형 공장)로 사업을 확장하는 단계가 제시됐다. 로봇 유지보수와 운영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다시 학습에 활용하고 궁극적으로는 스마트 팩토리의 자동화 설계와 구축까지 사업화하겠다는 의미다.

부품에서 양산까지…새만금에 ‘로봇 파운드리’를 만든다

AI 로봇이 산업이 되려면 학습시킬 데이터만큼이나 실제 제품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공급망이 필요하다. 현대차가 세 번째 축으로 부품과 제조를 내세우는 이유다.

송 상무는 로봇 하드웨어 가운데 원가 비중과 부가가치가 높은 핵심 부품을 중심으로 국내 공급망을 키우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인지 센서 모듈과 그리퍼·로봇 핸드 등 피지컬 AI 구현에 필요한 부품을 고도화하고 국내 부품기업이 글로벌 공급망에 함께 진입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실제 그룹 내 역할 분담도 시작됐다. 현대모비스는 올해 CES에서 보스턴다이내믹스와 전략적 협업 체계를 구축하고 아틀라스용 액추에이터(구동장치)를 공급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자동차 부품의 대량 생산·품질관리·공급망 역량을 로봇 부품 분야로 옮기는 사례다. 송 상무는 데이터 학습 체계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송 상무는 로봇 하드웨어 가운데 원가 비중과 부가가치가 높은 핵심 부품을 중심으로 국내 공급망을 키우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인지 센서 모듈과 그리퍼·로봇 핸드 등 피지컬 AI 구현에 필요한 부품을 고도화하고 국내 부품기업이 글로벌 공급망에 함께 진입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사진=테크42)

“가장 중요한 것은 2년 전부터 준비 중인 로봇 훈련·학습센터를 한국, 중국, 미국에 설립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에 적합한 고품질 실증 데이터를 빠르게 수집하고 가공해 AI 모델을 고도화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AIDR, AI로 정의되는 로봇을 구현하고자 하는 체계를 갖췄습니다.”

그다음 단계가 제조다. 시장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초기에는 여러 종류의 로봇을 적은 물량으로 유연하게 생산하고, 수요가 커지면 대량 생산 체제로 전환한다. 자동차 산업에서 쌓은 설계와 제조, 품질관리 경험을 로봇에도 적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시장 초기에는 소량 다품종 양산 체계를 구축해 유연 생산하고, 시장 수요 확대에 대비해 대량 생산 체계로 빠르게 전환할 계획입니다. 새만금에 착수하는 로봇 제조시설은 초기에는 현대차그룹만의 로봇을 생산하는 구조로 시작하지만 향후에는 제조 공장이 별도로 없는 다른 로봇 개발사들의 제품도 대규모로 생산할 수 있도록 로봇 파운드리로 확장하고자 합니다.”

다만 현대차그룹이 공식적으로 밝힌 투자 계획상 새만금 로봇 제조 클러스터는 2028년 착공해 2029년 완공하는 것이 목표다. 송 상무가 발제에서 사용한 ‘착수’라는 표현은 사업 추진 단계의 의미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이 구상의 국내 핵심 거점이 새만금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월 정부·전북특별자치도와 협약을 맺고 새만금 일대에 약 9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AI 데이터센터 인프라에 5조8000억원, 로봇 제조 클러스터에 4000억원을 투입하는 계획이다. 로봇 제조 클러스터에는 완성 로봇 생산뿐 아니라 다른 기업을 위한 파운드리 서비스도 포함돼 있다.

현대차가 지난달 공개한 피지컬 AI 전략에서는 이 의미가 더 분명해졌다. 새만금 로봇 제조 클러스터를 그룹 자체 로봇의 생산기지로 쓰는 데 그치지 않고 제조 역량이 부족한 중소 로봇기업에 생산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봇 파운드리로 운영하겠다고 공식화했다. 그룹은 새만금을 AI 데이터센터와 로봇 제조, 실세계 검증 역량을 함께 갖춘 국내 피지컬 AI 생태계의 한 축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중요한 것은 공장 하나가 추가되는 데 있지 않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 기술과 현대차그룹의 제조 현장, RMAC을 비롯한 학습·검증 체계, 국내 부품 공급망, 새만금의 생산 능력을 하나의 순환 구조로 묶는 것이 전략의 핵심이다. 그룹 자체 공장이 먼저 수요를 만들고 로봇을 실제 업무에 투입한다. 여기서 발생한 데이터를 AI가 학습하고 성능이 개선되면 적용 공정을 확대한다. 검증된 로봇과 솔루션은 다른 제조사와 물류·에너지·건설 등으로 넘어간다.

현대차의 로봇 사업 모델은 하드웨어 판매에서 끝나지 않는다. 로봇 제조·판매에서 RaaS(Robot as a Service·서비스형 로봇)로, 다시 DaaS(Data as a Service·서비스형 데이터)와 FaaS(Factory as a Service·서비스형 공장)로 사업을 확장하는 단계가 제시됐다. 로봇 유지보수와 운영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다시 학습에 활용하고 궁극적으로는 스마트 팩토리의 자동화 설계와 구축까지 사업화하겠다는 의미다. (이미지=발표자료)

송 상무는 이 과정이 기업 한 곳의 힘만으로 완성되기 어렵다는 점도 강조했다. 기술 개발만 지원하기보다 거점별 역할을 분명히 하고 대량 생산과 실증, 초기 시장을 함께 만들어주는 산업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시장 초기에 안정적인 물량이 확보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 수요를 창출하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현대차가 AI 로봇 시대를 준비하는 방식은 결국 ‘로봇을 만드는 것’에서 ‘로봇이 계속 좋아질 수 있는 산업 구조를 만드는 것’으로 확장되고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와 로봇을 개발하고, 현대차그룹 공장에서 먼저 사용하며 데이터를 확보한다. AIDR 체계에서 다시 학습시키고 자동차 산업의 공급망을 활용해 핵심 부품을 만들며 대량 생산한다. 그렇게 검증한 로봇과 서비스를 외부 산업으로 확장하고, 장기적으로는 다른 기업의 로봇까지 대신 생산한다.

자동차 산업에서 현대차가 수십 년에 걸쳐 확보한 R&D→부품→제조→판매→서비스의 가치사슬을 AI와 데이터가 순환하는 개발→학습→검증→양산→서비스의 로봇 가치사슬로 다시 만드는 것. 지금 현대차가 그리고 있는 AI 로봇 사업의 핵심은 여기에 있다.

황정호 기자

jhh@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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