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브랜드의 다음 성장 무대는 자연스럽게 해외로 옮겨가고 있다. 그중 일본은 K-브랜드 선호도가 높고 지리적으로도 가까워 많은 기업이 가장 먼저 검토하는 시장이다. 그러나 현장 실무자들의 고민은 단순한 진출 여부를 넘어선다. 일본 시장에 ‘들어가는 것’과 그 안에서 실제로 팔리고, 다시 팔리고, 오래 남는 구조를 만드는 일 사이에는 생각보다 큰 간극이 있기 때문이다.
22일 서울 강남 슈피겐홀에서 열린 ‘2026 K-Brands, Go Japan!’은 바로 그 간극을 메우는 데 초점이 맞춰진 자리였다. 일본 시장 진출 전략부터 마케팅, 물류, 세무, CRM까지 밸류체인 전반을 실무 관점에서 짚는 행사로 기획됐고, 현장에 모인 브랜드 관계자들의 관심 역시 “어떻게 일본에 들어갈 것인가”보다 “어떻게 현지에서 안착하고 반복 구매를 만들 것인가”에 쏠려 있었다.
이날 행사 프로그램 역시 일본 이커머스 진출 설계, 크로스보더 물류, 현지 공급망 전환, 다채널 마케팅, 팬 마케팅, 오프라인 팝업, 세무 체크리스트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구조로 짜였다.
‘일본 진출 A to Z – 세팅부터 운영까지’를 주제로 진행된 이날 행사의 파트1은 그 문제의식을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줬다. 첫 연사로 나선 카페24(CAFE24) 곽형석 총괄 이사는 일본 진출의 전제 조건으로 ‘구매 확신을 만드는 구조’를 제시했고, 바톤을 이어받은 데이터라이즈 박민성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자사몰 데이터와 LINE CRM 자동화를 통해 재구매와 장기 고객가치(LTV)를 키우는 방안을 공개했다. 한 사람은 일본 시장에서 왜 팔리지 않는지를 구조적으로 짚었고, 다른 한 사람은 그 구조 위에서 어떻게 다시 사게 만들지를 데이터 관점에서 풀어낸 셈이다.
한국에서 통한 브랜드? 일본 시장 접근은 다시 설계해야 한다

곽형석 총괄 이사는 발표 초반부터 일본을 단순한 수출 대상지가 아니라 브랜드가 다시 검증받는 시장으로 그렸다. 도쿄와 시부야, 긴자 같은 공간을 차례로 언급하며 그 안에 실제 고객이 있다고 상상해 보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본 진출은 쇼핑몰 하나를 더 여는 일이 아니라, 전혀 다른 소비 맥락 속에서 브랜드의 약속을 다시 설명하는 과정이라는 뜻이다.
곽 이사가 일본 시장의 핵심 특징으로 꼽은 것은 ‘납득의 구매’였다. 한국에서 통했던 감성 중심 상세페이지나 충동 구매 유도 방식이 일본에서는 힘을 덜 쓸 수 있다는 진단이다. 일본 소비자는 속도보다 예의를, 분위기보다 증거를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고, 상품 선택에서도 실패를 줄이는 합리적 판단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 시장에서는 이미지와 카피만으로는 부족하다. 성분, 사용법, 주의사항, 실제 사용 상황처럼 구매를 뒷받침하는 설명이 더 많이, 더 분명하게 제시돼야 한다는 것이 곽 이사의 설명이다.
“속도보다는 예의를 굉장히 중요시 하시고, 기분보다는 증거를 더 먼저 제공해야 합니다. 한국에서는 한때 충동 구매가 굉장히 유효했다면, 일본은 충동보다는 납득의 구매로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실패를 줄이는 선택을 하는 구매 방식이 일본 문화의 특징입니다. 결국 모든 영역에서 장르는 다르더라도, 납득을 기반으로 하는 구매 방식이 일본 시장을 이해하는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곽 이사는 또 한국에서 잘 팔리던 상세페이지를 번역만 해서 일본에 옮기는 방식은 가장 흔한 함정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한국형 페이지가 감성적 표현과 이미지 중심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다면, 일본은 정보의 양과 구조, 설명의 논리까지 다르게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곽 이사는 “중요한 것은 브랜드 자체를 바꾸는 일이 아니라 브랜드의 콘셉트는 유지하되, 그것을 전달하는 방식과 정보의 밀도를 일본 소비자의 기대에 맞게 다시 설계하는 일”이라며 일본 진출은 제품보다 언어와 정보 구조, 그리고 신뢰의 문법을 바꾸는 작업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곽 이사는 “특히 많은 브랜드가 일본 진출을 이야기할 때 광고 퍼널부터 떠올리지만, 그보다 먼저 점검해야 할 요소가 있다”고 강조했다. 결제 신뢰, 배송의 예측 가능성, 현지 문화에 맞는 CS 응답 구조, 상품 상세페이지의 정보 설계가 그것이다. 일본에서는 현지 소비자가 익숙하게 쓰는 결제수단을 얼마나 갖추고 있는지가 중요하고, 배송 역시 단순히 빠른가보다 ‘약속한 일정에 정확히 도착하는가’가 더 큰 신뢰를 만든다는 것이다. CS에서도 한국식 상황 설명보다 먼저 사과와 배려의 어조가 작동하는 문화적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광고 퍼널보다 조금 더 먼저 챙겨야 될 아이템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브랜드는 일본 시장에서 인지도를 만드는 것 자체는 꽤 잘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것이 실제 구매로 이어질 만큼의 확신을 주고 있는지는 따로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결제 신뢰를 쌓고, 배송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CS 응답 구조와 상품 상세 페이지 정보를 설계한 뒤에 광고를 확장하는 것이 가장 기초적이고 기본이 되는 방식입니다.”
곽 이사는 이 지점에서 데이터의 중요성도 함께 꺼냈다. 트래픽은 있는데 전환이 나오지 않을 때 많은 브랜드가 먼저 광고 효율부터 고민하지만, 일본 시장에서는 ‘왜 팔리는지 설명 가능한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고객 행동 흐름과 전환 맥락을 읽을 수 있는 데이터 체계가 필요하다.

곽 이사는 카페24가 데이터라이즈와 협업해 온사이트 팝업, 소셜 로그인, LINE 기반 CRM, 리텐션 분석까지 이어지는 구조를 함께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D2C 운영의 핵심은 단순한 유입 확대가 아니라, 구매를 결정하게 만드는 확신의 구조를 데이터로 보강하는 일이라는 얘기다.
발표 후반부에서 곽 이사는 카페24의 글로벌 커머스 기능도 소개했다. 현지 결제수단 연동, 일본 시장용 디자인 전환, 모바일 대응, 프로모션 및 CRM 자동화, AI 기반 상세페이지 보강, 글로벌 검색 최적화, 브랜드 앱 구축, 리뷰 서비스, 외부 채널 연동 등이 그것이다. 기능은 많았지만 메시지는 단순했다. 일본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크게 알리느냐’보다 ‘얼마나 신뢰 가능한 구조로 팔 수 있느냐’이며, 카페24는 그 구조를 빠르게 갖추는 데 필요한 기반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일본 진출은 결국 내 고객이 있는 곳을 상상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합니다. 해외 판매는 결국 내 브랜드가 가진 약속을 현지에서 다시 증명받는 과정입니다. 그런데 그 증명을 큰 비용 없이 할 수 있다면, 굳이 미룰 이유도 없다고 봅니다. 데이터라이즈와 같은 파트너와 함께 CRM과 마케팅 수준까지 결합하면 일본 시장에서의 시너지 구조는 더 강해질 수 있습니다.”
“유입보다 중요한 건 재구매와 관계의 자동화”… 박민성 CSO의 LINE CRM·LTV 전략

행사의 문을 곽형석 카페24 총괄 이사가 일본 진출 시 ‘구매 확신을 만드는 구조’로 열었다면, 이어 마이크를 넘겨 받은 박민성 데이터라이즈 CSO는 그 다음 질문을 꺼냈다. 브랜드가 일본 시장에서 자사몰을 열고 고객을 유입시킨 뒤, 어떻게 재구매와 장기 고객가치로 연결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박 CSO는 “한국 이커머스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에 가깝고 퍼포먼스 마케팅 효율도 예전만 못한 상황”이라며 “일본은 더 큰 내수와 성장 여력을 동시에 가진 시장”이라고 진단했다. K-브랜드에 대한 선호가 높고 역직구 흐름도 강한 만큼, 단기 판매보다 장기 고객 관계를 설계하는 자사몰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면서 박 CSO는 일본 소비 트렌드의 변화도 함께 짚었다. 기존의 숙고형 구매 성향은 여전히 강하지만, 최근에는 가성비를 뜻하는 ‘코스파’, 시간을 아끼는 ‘타이파’, 그리고 정보를 스스로 찾기보다 알아서 정리해 주길 바라는 흐름, 즉 AI 검색 선호 경향이 더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박 CSO에 따르면 일본 고객은 한국보다 더 많은 상품을 둘러본 뒤 구매를 결정하는 경향이 있지만, 동시에 탐색 비용을 줄여주는 추천 기능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이는 곧 자사몰이 단순한 판매 채널을 넘어 개인화 추천과 고객 관계 관리의 거점이 돼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박 CSO가 제시한 핵심 개념은 ‘싱글 소스 오브 트루스(Single Source of Truth)’였다. 자사몰에 들어온 고객이 무엇을 보고, 무엇을 장바구니에 담고, 어디에서 이탈했는지, 상품과 쿠폰, 카테고리 데이터가 어떤 흐름으로 움직이는지를 한곳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 CRM 메시지 발송뿐 아니라 재고 운영, 상품 배열, 물류 대응, 검색 개선까지 데이터를 기반으로 선제 대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 SCO는 “데이터라이즈는 이런 구조를 기반으로 고객 행동을 수집·분석하고, 이를 메시지와 배너, 검색, 타기팅 등 다양한 실행으로 연결하는 구조를 제공한다”고 소개했다.

이와 함께 박 CSO는 일본 시장에서 자사몰 CRM을 설계할 때 LINE을 처음부터 함께 세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에서는 LINE의 사용 저변이 매우 넓고, 이메일보다 더 높은 오픈율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국처럼 전화번호만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방식이 아니라는 점이다. 일본에서는 LINE이 부여하는 고유 식별자를 별도로 확보해야 하며, 이 식별자를 자사몰 회원 데이터와 얼마나 정교하게 연결하느냐가 개인화 CRM의 핵심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박 CSO는 “LINE 소셜 로그인, 온사이트 배너, LIFF 기반 연동 구조를 초기 설계 단계부터 함께 가져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사몰을 구축하고 CRM으로 연결해 리텐션을 높이려면 LINE부터 자사몰과 같이 세팅해 주셔야 됩니다. 일본에서는 전화번호로 직접 메시지를 보낼 수 없기 때문에 LINE이 고유하게 부여하는 식별자를 따로 수집해야 합니다. 이 LINE 아이디와 자사몰 회원 아이디를 연결해 매핑률을 높일수록 고객마다 다른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처음 자사몰을 구축할 때 LINE 소셜 로그인 기능까지 같이 넣고 가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메시지 운영 방식에 대한 설명은 실무적이었다. 박 CSO는 “‘언제 보낼 것인가’에 대해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며 “고객이 브랜드를 인지하고 사이트를 이탈한 직후, 다시 말해 관심이 아직 식지 않은 시점에 최대한 빠르게 반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근거로는 최근 2주 이내 방문자에게 메시지를 보냈을 때 전환율이 높게 나타난다는 통계가 제시됐다. 또한 박 CSO는 “어떤 소재가 잘 먹힐지는 사전에 단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A/B 테스트나 자동 최적화 방식으로 현지 반응을 보며 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박 CSO는 예산이 제한된 상황에서의 우선순위도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전체 회원에게 일괄 발송하기보다 최근 구매 고객, 최근 방문 고객, 그리고 이탈 고객 순으로 타기팅을 넓혀가고, 그 안에서도 고객별 구매 가능성 점수와 개별 구매 주기를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평균 재구매 주기 하나로 전체 고객을 뭉뚱그려 보는 방식은 실제 행동 패턴을 놓칠 수 있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CRM은 단순한 쿠폰 발송 도구가 아니라, 고객별 반응 확률과 타이밍을 읽어내는 정교한 운영 체계여야 한다는 의미다.
또한 박 CSO는 성과 평가 역시 단순 전환율만으로 보는 오류를 지적하기도 했다. 메시지를 받지 못한 고객도 다른 채널을 통해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실제 메시지가 얼마나 기여했는지 ‘증분’ 관점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개별 캠페인 성과만이 아니라 전체 회원군에서 최근 방문·최근 구매 고객의 비중이 얼마나 늘어나고 있는지, 즉 회원 구조의 건강도를 함께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말했다. CRM을 단기 매출 장치가 아니라 장기 관계의 인프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분명했다.

“가장 좋은 타이밍은 우리 브랜드를 인지하고 이탈한 직후에 메시지를 보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성과를 볼 때는 기본 지표만 보지 말고 증분을 꼭 봐야 합니다. 실제로 메시지가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보지 않으면 성과가 과대평가될 수 있습니다. 결국 핵심은 전체 방문·구매 세그먼트의 변화가 얼마나 일어나는지를 보면서 숲이 건강해지고 있는지를 같이 보는 것입니다.”
발표 말미에서 박민성 CSO는 데이터라이즈의 AI 에이전트 기능도 소개했다. 지금까지는 자사몰 운영자가 수많은 데이터를 보고 문제를 해석한 뒤 액션을 설계해야 했다면, 앞으로는 AI 에이전트가 강점과 약점, 실행 가능한 캠페인 전략, 사후 개선 포인트까지 질의응답 방식으로 제안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소재 생성과 캠페인 세팅까지 자동화해 마케터의 반복 업무를 줄이는 것이 데이터라이즈의 핵심 가치 제안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는 자사몰의 문제가 무엇인지 보고, 어떤 액션을 해야 하는지를 사람이 직접 해석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 작업은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설득에도 에너지가 듭니다. 그래서 저희는 다양한 데이터를 연결한 AI 에이전트를 통해 질문만 하면 현재의 강점과 약점, 어떤 캠페인을 해야 하는지, 결과를 어떻게 해석하고 개선해야 하는지까지 설명해 주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결국 사용자가 세팅 작업에 쓰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저희의 핵심 가치 제안입니다.”

이어 이날 행사는 SGH GLOBAL 최철은 대표가 통관부터 반품까지 한일 크로스보더 EC 물류의 핵심 포인트를, ohora 정세필 디렉터가 역직구에서 현지 물류로 넘어가는 공급망 전환 전략을 다루며 열기를 더했다.
Part 2에서는 valen의 최가희 대표와 남효리 글로벌센터 실장이 큐텐 이후를 준비하는 일본 K-뷰티 다채널 성장 전략을, KOBUNSHA 최윤영 글로벌 콘텐츠 디렉터가 여성 라이프스타일 미디어와 이벤트를 결합한 팬 마케팅 전략을, SHIBUYA109 최유리 프로듀서가 일본 오프라인 팝업의 실행 포인트를 소개할 예정이다.
이날 행사의 마지막은 가현세무법인 김재우 세무사가 해외 판매 사업자를 위한 세무 체크리스트를 짚는 세션으로 예정돼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