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게 전고체 배터리 개발했는데···5대 황금률과 ‘생산지옥’

올초 당장 상용화할 수 있을 것처럼 발표됐던 미국 퀀텀스케이프의 전고체 배터리가 ‘생산지옥’에 면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최근 IEEE 스펙트럼은 폭스바겐 그룹이 내놓은 퀀텀스케이프 전고체 배터리 개발성공 발표내용에 대한 전문가들의 우려, 그리고 테슬라의 과거 사례를 제시하면서 이의 상용화까지는 향후 향후 수년에서 길게는 10년이 더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달 3일 독일 폭스바겐 그룹 배터리 자회사 파워코(Power Co)가 미국 퀀텀스케이프의 전고체 배터리를 실험실에서 테스트한 결과 눈에 띄는 주행거리 손실 없이 최고 50만km이상을 주행할 수 있다고 발표했지만 상용화까지 여전히 멀고 고된 길이 되리라고 경고한 것이다. 단 한 번의 돌파구가 곧 업계 전체를 코 앞으로 몰고 갈 것 같지는 않다는 얘기다. 심지어 앞으로 7년은 걸릴 것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물론 여기엔 LG에너지솔루션이나 BYD처럼 개발중이면서도 내용을 숨기고 있어 진전 상황을 알 수 없는 회사들이 꽤 있다는 전제가 달려있다. 최근 잇따라 발표되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소식에 대해 전문가가 지적하는 상용화 과제인 ‘5가지 황금률’과 테슬라가 리튬이온배터리 전기차를 내놓을 때 겪었다는 배터리 ‘생산지옥’ 사례까지 살펴본다.

최근 잇따라 발표된 전고체 배터리

미국의 배터리 스타트업 퀀텀 스케이프가 개발한 위에 두 조각이 나오는 모양의 직사각형 전고체 배터리 파우치. 최근 폭스바겐과 협력해 전기 자동차용 전고체 배터리 개발소식 발표로 화제가 됐다. (사진=퀀텀 스케이프)

전문가들은 전고체 배터리 채택 곡선이 성능, 수명 및 비용 특성 측면에서 검증되는 제품의 능력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고체 전해질을 사용한다고 해서 이름지어진 전고체 배터리는 더 높은 안전성과 에너지를 제공할 수 있고, 충전 시간이 훨씬 빠르기에 전기차의 미래를 결정하는 열쇠로 여겨진다.

전고체배터리 셀은 리튬 염으로 구성된 액체 대신 유리나 세라믹 전해질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리튬 이온 배터리와 다르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고체 전지의 미래에 관심을 두고 있는데, 무엇보다도 이 기술이 액체 전해질 기반 배터리보다 더 높은 열 안정성을 제공해 훨씬 더 빠른 충전을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자연히 전고체배터리는 최근 배터리 제조업체와 주류 자동차 제조업체 모두의 발표 대상이 되고 있다.

가장 주목을 끈 것은 폭스바겐 그룹의 자회사인 파워코 SE 배터리는 퀀텀스케이프사의 리튬 금속 전지셀을 테스트 결과 발표였다. 1000회의 충전 주기를 달성했음에도 전지 용량의 95%가 여전히 손상되지 않은 상태였다는 내용이었다. 이 회사는 발표문을 통해 전지의 수명 성능이 “현저한 주행거리 손상없이 50만 km이상을 주행할 수 있는 전기 자동차와와 유사했다”고 밝혔다.

이와 유사한 사례로 도요타가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0월, 2027년까지 이름을 밝히지 않은 다수의 생산 차량에 전고체 배터리를 포함시킬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도요타는 단 10분간의 DC 급속 충전으로 1000km 주행거리를 갖는 전기차를 80%까지 충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중국 자동차 회사 니오(NIO)도 이르면 올 여름에 이론적으로 1000km 주행거리를 제공할 150킬로와트시(kWH)의 ‘세미 전고체 배터리’를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위라이언 뉴 에너지 테크놀로지(WeLion New Energy Technology Co.)가 만든 니오의 이른바 전고체 배터리가 사실은 고체 상태가 아니라는 점을 재빨리 지적했다. 샘 아벨사미드 가이드하우스 인사이츠 수석 연구 분석가는 “사실 이것은 15년 동안 생산돼 온 겔 전해질을 가진 상당히 전통적인 NMC(니켈 망간 코발트) 전지이며, 일반적으로 리튬 폴리머라고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겔은 기술적으로 반고체로 여겨진다. 고체와 액체의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지 셀에서는 진정한 고체 전해질의 특성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반고체 전지셀은 충격을 받으면 구멍날 수도 있다고 말했는데, 이는 전통적 리튬 이온 전지의 특성에 더 가깝다. 이는 충격을 받으면 실제로 균열이 발생하는 고체 전지 셀과는 다르다. 그는 또한 망간 스피넬 화학을 가진 반고체 전지(리튬이온 망간)가 2009년 현대 쏘나타 하이브리드에 사용됐다고 언급했다. 리튬이온망간 배터리는 가격적으로 매력있고 안정성이 높지만 에너지 밀도가 떨어진다.

세계 최대 배터리업체인 중국 CATL의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인 밥 갈리엔(갈리엔 에너지대표)은 “전고체 배터리는 훌륭한 기술이다. 하지만 출시되는 데 걸리는 시간의 관점에서는 리튬 이온 배터리가 겪은 것 같은 ‘생산지옥’을 겪을 것이다. 리튬 이온 배터리가 출시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액체 리튬이온 배터리와 경쟁할 정도의 가격은 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IEEE스펙트럼의 자문에 응한 갈리엔과 다른 배터리 전문가들은 폭스바겐, 퀀텀스케이프, 토요타, 니오의 최근 발표가 주식시장에서 인상적 성과를 가져왔다고 언급했지만 동시에 이 발표의 기술적 장점에 대한 매서운 회의론도 내놓았다.

이들은 한결같이 전고체 기술 앞에 놓여있는 엔지니어링과 ‘생산 지옥’을 벗어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나머지 장애물은 기존의 자동차 및 트럭용 전고체 배터리기술(현재는 더 제한적인, 종종 의료용 용도로 사용되고 있음)을 검증하는 것이다.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위한 5가지 황금률

폭스바겐의 자회사 파워코는 올초 미국 전고체 배터리 스타트업 퀀텀스케이프가 개발한 전고체 배터리 성능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5가지 황금률로 불리는 도전을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사진=파워코)

‘생산지옥’이란 말이 나올 정도인 전고체 배터리가 직면한 거대한 도전은 공학적 검증을 향한 긴 여정이다.

갈리엔 갈리엔 에너지 대표는 전고체 배터리가 산업 전반에 걸쳐 채택되기 위해서는 충족돼야 하는 배터리의 다섯 가지 ‘황금률’, 즉 안정성, 성능, 수명, 가격, 환경관련 법칙을 꼽는다.

이 과정은 2018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생산지옥”이라고 언급한 것을 연상시킨다.

갈리엔 대표는 “전고체 배터리 회사들 대부분은 ‘5가지 황금률’ 중 3가지 규칙에는 미치지 못한다. 나는 어떤 사람도 말이 되는 ‘수명 숫자’를 발표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심지어 나는 액체 상태의 리튬 이온 배터리와 경쟁하는 것에 가까운 ‘비용 숫자’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고체 배터리 비용은 기존의 리튬 이온 배터리가 10년 전에 어디에 있었는지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온도에서의 성능, 고도에서의 성능, 충격과 진동 하에서의 성능 등 세 가지 주요 영역에서 ‘성능 규칙’을 여전히 검증할 필요가 있다.

갈리엔은 그 중에서도 특히 충격과 진동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I-75(미 북부 오대호-플로리다 마이애미 고속도로, 총연장 2875km)에서 운전하다가 큰 구덩이에 부딪히면 어떻게 될까. 고체 매트릭스에 어떤 손상이 갈까?”라며 안전성에 대해 반문한다.

광범위한 전고체 배터리 채택에 7년 이상?

폭스바겐의 자회사 파워코는 퀀텀스케이프의 전고체 배터리가 최대 50만km를 달리고도 성능저하가 거의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진=쿼텀스케이프)

갈리엔은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공장에서 제작한 전지를 실제 조건에서 테스트하는 동안, 검증에는 시간이 걸린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제조업체들은 먼저 2년이나 걸릴 배터리 공장을 짓고, 그 후 시제품을 반년 간 운영해 이를 그들의 배터리 의무 주기를 이행할 고객들에게 나눠주게 된다. 그리고 나서 전고체배터리 제품을 생산에 투입하고 결함이 무엇인지를 발견한다”며 피할 수 없는 문제들에 대해 말한다.

자동차 제조사들이 앞서 언급한 모든 주요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 능력 검증을 마칠 때까지 광범위한 채택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이 배터리들 중 어떤 것도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것이 검증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자동차 생산에 무언가를 넣을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

이 과정은 지난 2018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언급한 ‘제조지옥’을 연상시킨다. 당시 머스크는 테슬라가 모델 3 생산 라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소위 ‘지옥’의 6개월을 앞두고 있다고 선언했다. 그는 당시 기자들에게 홍수, 토네이도, 또는 심지어 지구상의 어디든 가라앉는 배가 그의 계획을 방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갈리엔은 이러한 골칫거리가 제조에서 흔히 발생하지만, 특히 배터리 생산에서 흔히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본 배터리 중에 뒤늦게 알아차린 결함이 많지 않은 배터리는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갈리엔은 전고체 배터리 공장 구축, 생산 및 검증을 수행하는 데 7년 이상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진전을 보이며 극복할 2가지 약점은

전고체배터리의 구성. 맨 왼쪽부터 리튬음극, 고체전해질, 양극, 부드럽고 전성(展性)을 가진 내부층. (사진=일렉트릭하이브리드머린테크놀로지)

전문가들은 그 기간 동안 과학이 계속 진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오늘날 음극에 전통적 흑연에서 실리콘, 리튬 금속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사용하는 수많은 버전의 전고체 배터리가 있고, 전통적인 NMC(니켈망간코발트)와 니켈이 풍부한 재료로 만든 양극재도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가장 크고 가장 비밀스러운 회사들조차도 엔지니어링 검증이라는 집중적 공격을 받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가정하고 있다.

배터리 과학자들은 새로운 종류의 배터리가 전통적인 리튬 이온의 두 가지 주요 단점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첫째, 그들은 업계가 양극에 니켈을 풍부하게 사용함으로써 코발트를 덜 사용토록 할 것이라고 말한다. 양극에서 코발트를 줄이는 능력이 중요한 이유는 이 소재가 희소하고, 비싸며, 노동법이 약한 나라에서 종종 채굴되기 때문이다.

둘째, 전고체배터리는 배터리 제조업체들이 음극에 리튬 메탈을 사용토록 하게 되리라는 것이다. 리튬 메탈을 음극에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중시되는 이유는 이를 통해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 안전을 증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액체 기반 리튬 이온 배터리 제조업체들은 현재 화재를 우려해 리튬 메탈 음극을 사용하지 않는다.

포르투갈 포르투 대학의 공학 물리학 부교수이자 10년 전 고체 배터리 연구로 노벨상을 수상한 존 구디너프와 함께 일했던 유명 연구원인 헬레나 브라가는 “이것이 우리가 애초에 리튬 메탈을 사용하기 위해 이 고체 여행을 시작한 이유다”라고 말했다. 브라가는 새로운 화학 물질들이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면 곧 준비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IEEE스펙트럼은 LG에너지솔루션이나 BYD처럼 공개적 발표를 거의 하지 않는 몇몇 큰 제조 회사들의 전고체배터리 상용화까지 얼마나 남아있는지 알기 어렵다고 전했다. 다만 현재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가장 크고 가장 비밀스러운 회사에서도 엔지니어링 검증의 도전을 실행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쓰고 있다.

갈리엔은 “대부분의 기업들은 5대 황금률로 성공을 거둘 것이라는 큰 희망을 갖고 있다”며 “그리고 그들은 그것이 향후 10년 안에 실현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과연 폭스바겐과 퀀텀스케이프가 과장한 걸까, 아니면 우리가 꽤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만 더 빨리 충전해서 더 멀리 가고 충돌시에도 안전한 전기차를 만날 수 있는 걸까. 때마침 반갑게도 삼성SDI가 고객향 전고체 배터리 샘플을 제공했다고 하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업계에서 가장 먼저 전고체배터리 전기차 상용화 낭보를 전하길 기대해 본다.

이재구 기자

jklee@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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