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월드 푸드테크 엑스포’ 현장에서 만난 ‘음식의 미래’

돼지고기는 물론 한우, 독도새우까지 배양·생산하는 푸드테크놀로지 기업의 기술력 ‘놀라워라’
배양액, 바이오 3D 프린팅, 푸드 프린팅 기술로 배양육은 물론 개인 별 맞춤 건강식까지 제작
셀미트, 팡세, 스페이스에프, 탑테이블 등 기술력으로 승부하는 푸드테크 스타트업 주목
‘2023 월드 푸드테크 컨퍼런스&엑스포’가 22일부터 3일간의 일정으로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최됐다. (사진=테크42)

‘2023 월드 푸드테크 컨퍼런스&엑스포’가 22일부터 3일간의 일정으로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최됐다.

한국푸드테크협의회, 대한상공회의소, 대통령소속 농어업특별위원회, 서울대학교 푸드테크센터, 코엑스 등이 공동으로 주최한 이번 행사는 10개국 150개사가 300개의 부스를 설치하는 대규모 행사로 기획됐다.

행사는 대체식품, 맞춤형특수식품을 비롯해 외식혁신서비스, 간편식, 생산공정기술, 스마트유통, 개인맞춤(커스터마이징), 식품새활용, 친환경패키징, 그린바이오테크, 팜테크, 펫푸드테크, 블루푸드테크, 푸드콘텐츠테크 등의 분야에 스타트업을 비롯한 대기업, 중견기업, 정부기관 등 다수 참여해 남다른 푸드테크 기술력과 관련 정책 등을 소개했다.

첫날인 22일 오전부터 행사장은 식품제조/가공, 농식품 스타트업, 식품/식품기기 유통, 외식 프랜차이즈, 식품 가공기계 제조/유통 등 관련 업계 관계자를 비롯해 일반 관람객으로 성황을 이뤘다.

엑스포의 부대행사로 진행되는 컨퍼런스 현장. (사진=테크42)

특히 이번 행사에서 관람객의 관심을 모은 것은 푸드테크 각 분야 중에서도 배양육 기술을 바탕으로 한 기업들이다.

기후변화와 미래 식량 안보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는 배양육 기술은 이미 미국과 싱가포르에서 상용화 단계를 거쳐 시판되는 상황이다. 기술력만으로 따지면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한 우리나라 배양육 기술 역시 뒤쳐지지 않는다.

이에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도 지난해 말 대체육에 대한 정의와 기준을 신설하며 법제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배양육 스타트업인 셀미트가 지난달 식약처에 자사가 개발한 독도새우 세포배양물을 한시적 식품 원료로 인증해달라는 신청을 내기도 했다. 식약처의 승인 허가가 떨어지면 조만간 국내에서도 일상적으로 마트에서 배양육을 구입하는 풍경이 연출 될 수 있다. 이에 테크42는 이번 행사에 참여한 배양육 기술 기업들을 찾아 저마다의 기술 경쟁력과 차별점을 알아봤다.

독도새우에서 분리한 세포 대량 배양, 갑각류 배양육 전 세계 최초 인증 시도하는 셀미트

행사 현장 내 셀미트 부스. (사진=테크42)

2019년 설립된 배양육 스타트업 셀미트는 창업 당시부터 주목을 받았다. 이유인 즉 배양육 분야에서도 드문 수산물, 그 중에서도 갑각류 대체육 개발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창업 만 4년이 지난 현재 셀미트는 국내에서도 고급 수산물로 손꼽히는 ‘독도새우’를 이용한 세포배양에 성공했다. 현재는 세포배양 독도새우를 활용한 시제품과 메뉴 개발까지 마치고 식약처 승인절차를 밟고 있다. 큰 문제가 없다면 이는 우리나라에서 식약처가 승인한 최초의 갑각류 세포 배양육이 될 전망이다. 더구나 셀미트는 이미 본격적인 판매를 위한 생산 설비 구축까지 완료해 식약처 승인만 떨어지면 곧 바로 시중 판매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셀미트가 개발한 배양액. (사진=셀미트)

이러한 성과를 얻기까지 셀미트는 배양육 제조에 필요한 세포 추출, 대량 배양, 비동물성 무혈청 배양액 개발 식용 스캐폴트 등 독도새우 배양육 제조에 필요한 모든 공정을 자체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구축했다. 이러한 셀미트의 기술력은 국내보다 해외 연구기관 및 외신에서 먼저 주목하기도 했다. 보통 소나 돼지, 닭 등의 배양육 기술 개발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갑각류 배양육을 개발한다는 점 역시 화제가 됐다.

더구나 대부분의 배양육 기술 기업들이 초기 개발 단계를 막 지나온 수준인데 비해 셀미트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미국 유명 레스토랑과 협업해 자사 독도새우 배양육을 활용한 새우버거, 튀김과 같은 대중적인 메뉴를 비롯해 세포배양 캐비어, 큐브 형태의 새우고기 등 이색적인 메뉴까지 개발을 마치고 대량 생산을 앞두고 있다.

셀미트가 만든 세포배양 캐비어 요리. (사진=셀미트)
오태진 셀미트 마케팅 팀장. (사진=테크42)

이날 행사 현장 셀미트 부스에서 만난 오태진 셀미트 마케팅 팀장은 “조만간 시판이 될 독도 새우 배양육 제품을 알리기 위해 홍보물을 통한 현장 이벤트와 경품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식약처 승인이 떨어지면 즉시 대량 생산을 통해 국내외 시장에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셀미트는 그간 배양육 제조 전 공정을 자체 개발했습니다. 이러한 성과는 해외 기업 중에서도 드문 수준이죠. 특히 셀미트가 주목 받는 것은 배양액 기술입니다. 안전성이 검증된 먹을 수 있는 식품 원료로만 구성을 해서 갑각류 세포 배양육에 최적화된 배양액을 만든 거죠. 또 이를 대량 생산하는 기술까지 완료한 상태입니다.”

바이오 3D 프린팅으로 원육 형태의 한우 배양육 개발한 ‘팡세’, 성분은 물론 맛과 식감까지 잡아

행사장에 설치된 팡세의 부스 현장. 전시된 3D 바이오 프린터와 바이오 리액터에 관시이 집중됐다. (사진=테크42)
팡세의 연혁.

팡세는 초기에는 바이오 프린팅 기술을 기반으로 한 인공장기 기술 기업으로 설립됐다. 바이오 프린팅은 살아있는 세포를 단면 단위로 적층해 입체적인 내외부 구조를 가지는 ‘세포 구조체’를 형성하는 기술이다. 이후 팡세는 이 기술을 응용해 세포 배양육 분야에 적용했고, 동물세포 배양 방식의 과제로 여겨졌던 ‘시간’과 ‘높은 원가’의 문제를 극복하는 실마리를 찾아냈다.

실제로 팡세는 연구에 돌입한 단 3개월 만에 조직감이 있는 구조체를 형성할 수 있는 바이오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원육 형태의 세포 배양육 기술 개념을 입증했고, 단숨에 업계에서 주목을 받는 배양육 기업으로 떠올랐다.

이러한 팡세의 시도가 특히 주목을 받는 이유는 배양에 적용한 고기의 시드 세포를 시중에 유통하는 일반 한우에서 추출했다는 점이다. 팡세가 한우에서 건강한 세포를 분리하는 과정에는 특별한 화학처리나 유전자 변형 등의 인위적인 방법이 적용되지 않고 고기 안에 있는 그대로의 세포를 떼어 사용한다. 떼어낸 한우 세포는 식품등급으로 허가 받은 아미노산, 비타민, 당분 등을 물에 녹여 만든 배양액이 담긴 ‘바이오 리액터’에서 배양을 하게 된다.

팡세의 한우 배양육 생산 과정.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미 세포 배양육 등을 식품에 포함 시키는 법적인 개정이 이뤄졌고, 인증과 허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올해 연말까지 나올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 팡세는 이에 맞춰 내년에 수입산 소고기 수준의 가격으로 한우 세포 배양육을 선보인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장기적으로 생산 최적화를 통해 Kg당 1만원 내외로 비용을 낮추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이 팡세 측의 입장이다.

조종길 팡세 CFO. (사진=테크42)

이날 행사 현장에서 만난 팡세의 조종길 CFO는 “팡세는 자체 개발한 바이오 리액터와 3D 바이오 프린터 기술을 적용해 원육, 즉 덩어리 고기 형태의 한우를 생산하는 과정을 개발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기술적인 특징과 시장성을 설명했다.

“이제까지 일반적인 배양육 생산 방식은 다져진 고기 형태인 반면 바이오 리액터와 3D 바이오 프링팅 기술을 적용한 팡세의 배양육 제조 방식은 도축을 한 한우 고기와 동일한 덩어리 형태예요. 맛이나 식감이 일반 도축을 한 한우 고기와 유사해 사용 범위가 훨씬 폭넓죠. 특히 저희는 당일 도축된 한우에서 세포를 추출해 배양을 합니다. 실제 사람들이 섭취하는 한우 고기를 바탕으로 배양이되기 때문에 안정성 논란에서 자유롭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서울대에서 시작된 국내 최초 배양액 개발 바탕 특허 보유, 돈육 배양 기술 선보인 스페이스에프

스페이스에프의 부스 현장. (사진=테크42)

지난 2021년 70억원 규모의 시리즈 AI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화제를 모았던 스페이스에프는 2020년 설립된 배양육 전문 기업이다. 주목할 점은 서울대학교 동물줄기 세포 및 식육학, 세종대학교 기능성식품학 연구진들이 함께하며 배양육 생산에 필수적인 근육줄기세포 분리, 배양 및 무혈청 배 양액 개발 등의 특허와 원천기술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스페이스에프가 개발한 배양육으로 만든 시제품들. (사진=스페이스에프)

이러한 스페이스에프의 기술력은 대상, 롯데 등 국내 주요 식품 기업으로부터 인정받고 있다. 현재는 산업통상자원부 주관 산업기술 혁신사업인 ‘알키미스트 프로젝트’를 서울대학교·세종대학교 연구진, 대상, 롯데정밀화학 등과 컨소시엄을 통해 공동으로 진행 중이다. 주목할 점은 각각의 역할 분담이다.

김형철 스페이스에프 책임연구원. (사진=테크42)

이날 스페이스에프 부스에서 만난 김형철 책임연구원은 “서울대 연구진들은 계육(닭), 세종대는 우육(소), 스페이스에프는 돈육(돼지) 배양육을 집중적으로 연구개발하고 있다”며 현황을 설명했다.

“보통의 배양육 기술 개발이 우육에 집중돼 있는 반면 저희는 돈육을 집중적으로 개발하고 있다는 점이 경쟁력이죠. 특히 세계 최초로 돼지 배아 줄기세포를 확립한 연구진들이 그 원천 기술을 응용해 돼지 배양육 기술 완성도를 높이고 있죠. 또 컨소시엄에 함께하고 있는 대상과 롯데정밀화학 등은 무혈청 배지 개발, 가식성 지지체 등 배양육을 제조하는데 필요한 소재를 연구하고 있죠. 저마다 하나의 축으로서 동시에 연구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셈입니다.”

CES 2024 최고혁신상, AI 기반 초개인화 건기식까지 만드4는 ‘탑테이블’의 푸드 프린팅 시스템

행사장에 마련된 탑테이블의 부스. (사진=테크42)

배양육 업체들 외에도 혁신적인 4D 푸드 프린팅 시스템으로 곧 개최될 ‘CES 2024’ 최고 혁신상을 수상한 기업도 이날 행사에 참가했다. 바로 탑테이블이 그 주인공이다.

2019년 12월에 설립된 이 기업은 창업 이후 3D 프린팅 시스템 개발을 목표로 하드웨어, 푸드잉크 솔루션, 전용 소프트웨어 등을 모두 연구개발해 냈다. 또한 이를 AI 기반의 빅데이터 플랫폼에 연계해 단순히 푸드 프린팅을 통한 식품 제조를 넘어 개개인의 건강 상태와 영양성분을 고려한 맞춤형 식품을 만들어 내는 수준의 기술력까지 선보였다.

카페·베이커리·매장용 원스톱 맞춤형 디저트 3D 푸드 프린터 출력 시스템 ‘푸디안’ (사진=탑테이블)
탑테이블의 3D 푸드 프린팅 프로세스.
탑테이블이 개발한 '푸드 잉크 솔루션'의 특징.

방식은 일반적인 3D 프린터와 유사하다. 다만 적용되는 소재 즉 잉크가 다르다. 탑테이블이 개발한 푸드잉크는 자연에서 생산된 식품 원재료를 바탕으로 가공된 것으로 다양한 레시피가 적용된 제품화에 성공했다. 이를 3D 푸드 프린팅 기술을 통해 맛과 식감, 성분까지 이용자가 원하는 대로 최적화해 제작이 가능한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완성한 카페·베이커리·매장용 원스톱 맞춤형 디저트 출력 시스템 ‘푸디안’은 이미 지난 ‘CES 2023’에서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번 CES 2024에서 최고 혁신상을 수상한 4D 푸드 프린팅 시스템 ‘잉크’는 앞서 개발한 푸디안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한 것으로 디저트를 넘어선 ‘AI 기반 개인 맞춤 영양 제공 시스템’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4D 푸드 프린팅 시스템 ‘잉크(IINK)’는 개인 맞춤 영양 제공 시스템으로, 질감, 크기, 영양성분 등 맞춤형 식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인체 내에서 녹는 지점을 지정하는 복합 물질의 비즈 출력물이 보틀 내 액상과의 상호 작용 메커니즘을 통해 캡슐라이징되는 동적 구조를 형성하며, 기존 3D 프린팅 기술에서 나아가 고도화된 소프트웨어, 푸드 잉크, 구조 설계 및 4차원 자극제(pH, 시간, 열 등)와의 결합을 통해 맞춤 영양제의 인체 내 녹는 지점까지 설정할 수 있는 기술이다.

탑테이블이 CES 2024에서 최고 혁신상을 수상한 4D 푸드 프린팅 시스템 ‘잉크(IINK)’ (이미지=탑테이블)
김정민 탑테이블 실장. (사진=테크42)

이날 탑테이블 부스에서 만난 김정민 실장은 “스마트폰을 통한 건강 설문 플랫폼을 통해 개인의 건강 데이터를 입력하면 거기에 최적화된 값을 기준으로 한 건강기능식까지 제작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며 탑테이블의 성과를 설명했다.

“현재 탑테이블의 푸디안, 잉크 등은 B2B 방식, 즉 기업고객을 타깃으로 하고 있지만, 최종 목표는 가정에 도입하는 거예요. 이미 푸드 프린트 뿐 아니라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푸드 잉크 등을 모두 개발해 놓은 상황이죠. 푸드잉크는 일반 프린터의 카트리지와 같은 개념이예요. 그 원료가 식재료라는 것이 다른 점이죠. 현재는 제작 가능한 식품의 다양화를 위해 개발이 진행되고 있어요. 이를테면 어르신들을 위한 연하식이나 아이들의 이유식도 가능하죠. 또 대학병원 등과는 특정 질환의 환자에 맞춘 환자식 제조를 위한 연구도 병행하고 있어요. 앞으로는 환자의 소변 검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개인에게 최적화된 환자식도 제조하는 푸드 프린터가 개발될 겁니다.”

황정호 기자

jhh@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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