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사족보행 로봇 '라이보', 시속 14.4km로 계단·벽면 고속 주행 성공

사족보행 로봇 '라이보'가 벽을 타고 오르고 1.3m 간격을 뛰어넘으며 시속 14km로 달리는 데 성공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 황보제민 교수팀은 사족보행 로봇 '라이보(Raibo)'가 계단, 벽, 징검다리 같은 험한 지형에서도 시속 14.4km의 빠른 속도로 이동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3일 발표했다.

라이보는 실험에서 수직으로 선 벽면을 달려 올라가고, 1.3m나 되는 넓은 간격을 훌쩍 뛰어넘었다. 징검다리 위를 시속 14km가 넘는 속도로 질주하기도 했다. 30도 경사면과 계단, 징검다리가 뒤섞인 복잡한 코스에서도 빠르고 안전하게 움직였다.

연구팀이 만든 로봇은 특별한 비밀이 있다. 바로 고양이의 걸음걸이를 따라했다는 점이다. 고양이는 뒷발로 앞발이 밟았던 자리를 그대로 딛는 습성이 있는데, 이를 로봇에 적용했다.

로봇이 어디에 발을 디딜지 정하는 '계획 담당'과 실제로 그 자리에 정확히 발을 디디는 '실행 담당'으로 역할을 나눠 개발했다. 기존에는 발을 디딜 위치뿐만 아니라 언제 디딜지, 몸의 자세는 어떻게 할지 등 복잡한 요소들을 모두 동시에 계산해야 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어디에 발을 디딜까'에만 집중해 계산량을 크게 줄였다. 여기에 고양이처럼 뒷발이 앞발 자리를 따라가는 방식을 더해 계산을 더욱 간단하게 만들었다.

실행 담당 부분은 인공지능 학습을 통해 만들어졌다. 로봇이 계획된 위치에 정확히 발을 디딜 수 있도록 수많은 연습을 시켰다. 이때 '지도 만들기' 프로그램이 점점 어려운 지형을 만들어주고, 로봇은 이에 맞춰 실력을 늘려갔다.

마치 게임에서 레벨이 올라갈수록 더 어려운 스테이지가 나오는 것처럼, 로봇도 쉬운 지형부터 시작해 점점 복잡한 지형에 도전하며 실력을 키웠다. 이런 방식으로 학습한 로봇은 처음 보는 지형에서도 잘 움직일 수 있게 됐다.

실험 결과 이 방법은 기존 기술보다 계획을 세우는 속도도 빠르고 안정성도 뛰어났다. 다양한 장애물과 험한 지형에서 빠르게 이동할 수 있었고,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지형에서도 잘 적응했다.

황보제민 교수는 "기존에는 복잡한 지형에서 로봇을 빠르게 움직이려면 엄청난 계산이 필요했는데, 발자국 위치만 정하는 간단한 방식으로 접근했다"며 "고양이가 걷는 방식을 본떠서 계산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기술로 로봇이 넘을 수 있는 지형의 범위가 크게 넓어졌고, 빠른 속도까지 낼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 지진이나 화재 같은 재난 현장에서 사람을 구조하거나, 산에서 실종자를 찾는 실제 임무에 투입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보는 머지않아 실제 재난 현장이나 수색 작업에 투입될 예정이다. 사람이 들어가기 어려운 위험한 곳에서 생존자를 찾거나 상황을 파악하는 일을 맡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 성과는 세계적인 과학 저널인 '사이언스 로보틱스' 2025년 5월호에 실렸다.

김광우 기자

kimnoba@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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