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금융업계에서 핀테크 스타트업들은 그 어느 때보다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고 있다. 기존 금융 시스템의 경직된 구조와 복잡한 규제를 뚫고,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는 신기술과 서비스를 앞다퉈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디지털 결제, 블록체인 기반 인증, 토큰증권(STO), 인공지능(AI) 금융 자동화 솔루션 등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실험적인 시도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제도권 금융의 틀 속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핀테크 스타트업의 약진은 더욱 두드러진다. 투자자와 금융기관의 관심이 높아지고, 정부 차원에서도 규제 샌드박스를 통한 지원이 확대되면서 이들의 사업모델이 시장에서 빠르게 검증받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서울핀테크랩과 제2서울핀테크랩은 지난달 말 여의도 TWO IFC The Forum에서 ‘2025 Fin-Connect Demo Day(핀커넥트 데모데이)’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핀테크 창업기업의 투자유치 기회를 확대하고 후속 연계를 이끌어내는 동시에, 서울을 핀테크 허브로 도약시키기 위한 자리로 기획됐다.
행사는 핀테크 기업들의 투자 단계에 따라 ‘초기 트랙’과 ‘도약 트랙’으로 나뉘어 진행, 총 12개 기업이 무대에 올라 사업모델과 성과, 향후 전략을 선보였다. 무엇보다 이번 데모데이는 단순히 발표에 그치지 않고, 다수의 투자사와 금융기관 관계자들이 직접 현장을 찾으면서 활발한 네트워킹이 이뤄졌다.
이에 테크42는 이날 초기 트랙에서 주목받은 세 기업, 크로스허브, 프랙탈에프엔, 하이카이브를 소개한다.
크로스허브, 한국 방문한 외국인을 위한 신원 인증과 결제 장벽 해결

외국인 관광객이나 유학생, 근로자들이 한국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장벽은 생각보다 사소하다. 교통 앱 호출, 공연 예매, 배달 주문 같은 일상 서비스조차 본인인증과 결제 문제로 이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재설 크로스허브 대표는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창업에 나섰다. 그는 “외국인은 왜 한국에서 앱 하나 쓰기 이렇게 어려운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신원 인증과 결제를 풀스택으로 통합한 솔루션을 개발했다.
크로스허브의 핵심 제품은 ‘IDBlock’과 ‘B·Pay’다. IDBlock은 여권 기반 전자신원확인(eKYC)과 안면 인식 AI를 결합해 글로벌 어디서든 본인임을 증명할 수 있게 하고, B·Pay는 이를 결제 네트워크에 연동해 △전자지급결제대행(PG) △카드 △간편결제를 단일 API로 수용한다.
이러한 구조는 사용자가 불필요한 개인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필요한 사실만 증명할 수 있는 영지식증명(ZKP)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예를 들어 술집 입장 시 생년월일 전체가 아닌 ‘만 19세 이상 여부’만 확인하는 식이다. 이는 인증과 결제를 Full-Stack 구조로 통합해 외국인들에게 관광·금융·커머스까지 원스톱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이날 데모데이 무대에 오른 김 대표는 구체적인 성과와 기술력을 직접 소개했다. 그는 “작년 한 해 해외 여행자는 총 14억 명, 한국을 찾은 외국인만 약 1600만 명”이라며 “그러나 이들이 카카오택시나 배달앱조차 이용하지 못하는 불편을 겪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특유의 본인인증 체계와 해외 신용카드의 국내 결제 제한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IDBlock과 B·Pay를 선보이게 됐다”고 말했다.

크로스허브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애플에서 이전받은 특허 3건을 기반으로 자체 특허 2건을 추가해 기술을 고도화했으며, 출입국관리소 API와 안면인식 AI를 결합한 eKYC 과정을 통해 신뢰성을 높였다.
김 대표는 크로스허브 기술의 차별성을 “웹2와 웹3 모두에서 활용 가능한 4세대 하이브리드 신원 인증 서비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개인정보는 중앙 서버가 아닌 개인의 휴대폰에 저장돼 유출 위험이 줄어든다”며 “앱 사업자는 사용자 정보의 진위 여부만 확인하면 된다”고 부연했다.
서비스는 이미 성과를 내고 있다. 김 대표는 “올해 5월 특정 국가에서 소프트런칭을 시작해 현재 26만 명이 가입했다”며 “국내 200개 대학, 글로벌 파트너사 12곳, 60만 개 이상 가맹점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또한 “현재 일본 GMO, 글로벌 결제 기업 스트라이프, 국내 4개 은행과 협력 중이며 상반기까지 약 30억 원 자금을 조달했다”며 “설립 1년 2개월 만에 회원 100만명, 매출 50억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발표 말미, 김 대표는 글로벌 확장 계획도 공유했다. 상반기에만 12개국 20개 도시에 진출했고, 하반기에는 북미와 유럽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동일한 API, 동일한 사용자 경험, 동일한 신뢰를 어디서든 제공하는 글로벌 인프라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프랙탈에프엔, “누구나 주식계좌로 토큰증권을 발행할 수 있다”

프랙탈에프엔은 ‘리틀버핏(Little Buffett)’이라는 이름의 책임형 토큰증권(STO) 서비스를 개발하며 국내 금융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문명덕 대표가 2021년 9월 설립한 이 회사는 그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에서 10년 넘게 쌓은 경험을 토대로, 곧 다가올 토큰증권 시대를 준비해왔다. 문 대표는 “프랙탈에프엔은 누구나 자신의 주식계좌로 토큰증권을 발행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프랙탈에프엔의 시작은 ‘달란트’라는 포트폴리오 구독 서비스였다. 서비스명을 특허청에서 상표권 거절 통보를 받으면서 ‘누구나 워렌 버핏이 될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아 ‘리틀버핏’으로 변경했다고 한다. 이는 현재 안드로이드와 iOS 앱스토어에 모두 론칭되어 있으며, 사용자는 단돈 1000원으로 전문가의 계좌를 엿볼 수 있다.
문 대표는 문 대표는 “주식 수익률이 높은 사람의 포트폴리오를 복제해 동일한 수익률을 내고 싶다는 것은 모든 투자자의 바람”이라며 “해외에서는 이미 유사한 미러링 서비스가 시작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프랙탈에프엔은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 인허가를 목표로, 제휴 증권사 섭외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계좌관리 기능과 신탁 기능을 확보하고, 새로운 STO 서비스를 제휴 증권사의 신사업 형태로 선보일 계획이다.
앞서 지난해 5월 시드투자를 유치한 데 이어, 인허가 이후 전산 개발을 위한 프리A 라운드 투자도 추진 중이다. 프랙탈에프엔은 이러한 경쟁력을 인정받아 제2서울핀테크랩 입주기업으로 선정되었고, 서울시의 지원을 바탕으로 대기업 협력, 투자유치 기회 등 다양한 지원을 받고 있다.

특히 이날 문 대표는 자신이 직접 운영하는 주식계좌를 공개하며 프랙탈에프엔의 사업모델을 설명했다. 문 대표는 “지난 2년간 59% 수익률을 기록한 제 계좌가 MVP 서비스의 시범사례”라며 주식형 STO 서비스의 확장 가능성을 제시했다. 리틀버핏을 통해 누구나 전문가 계좌를 열람하고 구독할 수 있으며, 일부 블로거는 매달 일정 수익을 얻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문 대표는 기존 커뮤니티형 서비스들의 한계를 지적했다. 콘텐츠는 있지만 유료화에 실패하며 많은 서비스가 문을 닫았고, 나머지 회사들도 계속 피보팅을 하며 ‘돈이 안되는 서비스’라는 인식이 커졌다는 것이다.
이에 문 대표는 소비자들이 요구한 두 가지 핵심 니즈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바로 전문가의 매매 타이밍 공유와 계좌 연동이다. 하지만 이는 규제로 인해 불가능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 토큰증권(STO) 구조다.
“이미 증권사의 투자 전문가가 소비자의 계좌를 연동해 줄 수 있는 랩 어카운트라는 서비스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소비자가 계좌에 전문가들이 개입을 해서 사고 팔아주는 서비스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지 않죠. 그래서 저희는 이 서비스에 주목해 ‘만약에 나를 따라가고 싶어 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이걸 상품으로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했어요. 방법은 제가 가지고 있는 주식 계좌 모든 종목들을 증권사 신탁팀에다가 그냥 넘기는 겁니다. 신탁팀은 일종의 전당포 역할을 하는 원래 부서였기 때문에 그 부서에서는 뭔가 재산이 들어오면 그 재산에 연동된 증권을 발행하는 게 평소 하던 업무였습니다. 그러면 저만의 하나의 토큰을 가지게 되는 거고요. 그냥 제 계좌를 가지고 있었으니까 이게 토큰으로 변환이 되는 겁니다. 소비자 같은 경우에는 그 전문가를 따라가고 싶으면 시장에서 그 종목을 똑같이 사서 신탁 등에 다시 전당포로 넘기게 되면 전감포 입장에서는 동일한 재산이 들어왔기 때문에 동일한 수익 증권을 발행해서 소비자 계좌에 꽂아줄 수가 있습니다. 이런 간단한 구조를 통해서 소비자와 투자 전문가와 동일한 수익 증권을 보유할 수 있는 일종의 미러링 서비스를 만들어낼 수가 있죠.”

특히 프랙탈에프엔은 유안타증권과 협력해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 접수를 준비하고 있다. 문 대표는 “유안타가 외국계 자본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아시아 전역으로 확장하는 데 유리하다”며 “유안타증권이 추천하는 해외 좋은 회사들과 조인트 벤처 설립을 통해 글로벌 진출도 적극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국은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이미 이런 서비스를 제도권 안에서 운영하고 있다. 한국도 규제만 풀리면 곧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이카이브, 신재생에너지 기반 STO와 AI 자동화로 금융 혁신 도전

하이카이브는 2021년 서울에서 설립된 핀테크 기업으로, 블록체인 기반STO과 AI 문서 자동화 솔루션을 양축으로 삼아 전통 금융의 디지털 전환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자산을 토큰화해 투자 접근성을 높이는 방법은 주목받고 있다. AI 문서 자동화 솔루션인 ‘스마트 에디터’는 AI 시스템으로 금융 전문가들의 거래 신고서와 공시 문서를 자동화한다. 이를 통해 복잡한 증권 신고 절차를 간소화하고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하이카이브의 차별화된 경쟁력은 자산 토큰화와 AI 자동화의 결합에 있다. 신재생에너지 기반 STO는 한국동서발전, LS증권 등과 협력하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으며, LS증권과는 재생에너지 STO 추진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또한 이달 말 싱가포르 법인 설립과 탄소배출권 금융 진출도 준비 중이다.

하이카이브의 창업자인 이재범 대표는 프랑스 EDHEC 비즈니스 스쿨 MBA, 하와이 퍼시픽 대학교 BA. DCA, Candover Investment, Carlyle Leasing 출신으로, 구글 애널리틱스 기반 아마데우스 프로젝트와 두바이 통합 관리 시스템 프로젝트를 경험한 바 있다. 이러한 국제 금융 및 프로젝트 관리 경험은 고스란히 하이카이브의 사업 전략에 적용되고 있다.
이날 데모데이 현장에서 이재범 대표는 “ESG와 신재생에너지가 화두이지만 실제 투자 환경은 원활하지 않다”며 “저희가 선택한 해법은 신뢰성 있는 자산을 기반으로 STO를 구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한국동서발전과 협력해 공기업 자산을 기초로 한 토큰증권 모델을 언급했다.
또한 이 대표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관련 토큰 자산 규모가 약 367조원, ESG 시장은 531조원에 이를 것”이라며 “그 중 0.2%만 확보해도 충분한 사업 기회가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저희는 핀테크 기업이지만 자체적으로 규제 준수를 위한 컴플라이언스 오피스와 투자금융팀을 두고 있으며, 커스터디 체계도 마련했다”며 준비된 운영 역량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현재 금융 규제 샌드박스의 위탁 테스트를 통과해 KB증권, LS증권, 교보증권과 증권 신고서 자동화 툴을 검증 중”이라며 “이 시스템을 통해 증권 발행과 거래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발표 이후 질의응답에서 투자자들은 매출 추정과 규제 대응 방안에 집중했다. 한 참가자가 “2025년 예상 매출이 30억, 내년도에는 189억으로 급증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이 대표는 “전력 매출채권과 주민 참여채권 등 안정적인 기초자산을 기반으로 한 SPC 설립과 발행 구조 덕분”이라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