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다빈 사일런트스카이 대표 “수 천대의 에어 택시가 날아다니는 미래, 조용한 하늘을 가능하게 하는 프로펠러를 만들고 있습니다”

신규 프로펠러 개발 9주 만에 시험비행 성공, 20억 규모 계약 논의... 시장 반응 확인했다
앤틀러 코리아에서 탄생한 신생 스타트업, 하지만 기술력은 글로벌에서도 통해
대형 카본 프로펠러를 시작으로 UAM 시대를 향한 도전, 국산화로 열어가는 프로펠러 산업의 미래

드론은 이제 군사, 물류, 촬영, 구조 등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핵심 장비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드론 활용처는 늘어난 반면, 그 비행을 책임지는 프로펠러의 진화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로벌 드론 산업이 중국 중심으로 발전하면서 대량 생산에 초점이 맞춰진 기성품에 의존하는 시장 구조가 이어진 탓이다.

이렇듯 경직된 글로벌 드론 프로펠러 시장에서 투명, 저소음, 측풍 내구성, 항속성, 내구도, 역동성 등의 개별 성능을 극대화한 ‘임무 맞춤형 프로펠러’가 등장하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놀라운 점은 이와 같은 특화 프로펠러를 개발한 기업이 이제 막 창업한 한국의 스타트업이라는 사실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 앤틀러 코리아 제너레이터 프로그램에서 탄생한 사일런트스카이다.

사일런트스카이는 신규 프로펠러 개발 의뢰를 받은 단 9주 만에 시험비행에 성공하며 기술력을 입증하고 있다. 게다가 제작 과정에서 기존 대비 30일 이상 짧은 검증 기간, 3배 빠른 공급 속도를 현실화했다. 고객의 요구에 최적화된 이들의 임무 맞춤형 프로펠러는 품질은 물론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성능까지 구현해 내며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

특히 이들이 북미 최대 드론 박람회 ‘XPonential’에 출품한 저소음 프로펠러는 현장에서 뜨거운 관심을 얻었다고. 이를 통해 미국 H사와는 1000대, 약 20억원 규모의 초도 계약 협의가 진행 중이다. 더 나아가 농업, 물류, 측정 등 국내외 다양한 산업군에서 36, 63인치 프로펠러에 더해 30, 56인치 카본 프로펠러 추가 생산 논의가 진행 중이고, 11인치급 소형 드론 프로펠러 대량 생산 등의 요청도 들어오고 있다.

테크42와 만난 김다빈 사일런트스카이 대표는 “드론과 UAM(도심형 항공 모빌리티)이 보편화되는 내일을 위해서는 지금부터 저소음 프로펠러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기 각각의 기능을 극대화한 드론 프로펠러를 통해 PMF(시장적합성)을 체크한 사일런트스카이는 향후 고부가가치 제품인 대형 카본 프로펠러 대량 생산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러한 계획의 중장기적 목표는 결국 가까운 미래에 현실화될 UAM시장이다.

문제 정의는 정확했다, 이제는 생산 시스템 구축에 나설 차례

김다빈 사일런트스카이 대표. 자사가 개발한 대형 카본 프로펠러 모델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테크42)

“현재는 대형 카본 프로펠러 생산 체계를 구축하는 데 집중을 하고 있습니다. 신규 고객사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해외 기업으로부터 요청이 이어지고 있는 중이예요. 항만에서 가스 누수를 감지하는 드론 기업으로부터는 ‘프로펠러 소음을 줄여 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몇몇 해외 기업들과 다양한 사이즈의 프로펠러 대량 위탁 생산 논의가 진행 중이죠. 저희가 굳이 나서지 않은 상황에서 계속 의뢰가 들어오는 것을 확인하면서 문제 정의는 정확했다는 확신이 듭니다.”

현재 사일런트스카이가 집중하고 있는 것은 대형 카본 프로펠러의 생산 퀄리티를 높이고 단가와 생산 시간을 줄이는 기술 고도화다. 이는 최종 마무리에 접어든 계약 조건에 포함된 생산량을 맞추기 위해서도 필수적인 과정이다. 다음 달 미국 현지에서 진행하는 비행 테스트만 성공하면 이제 사일런트스카이는 매월 드론 50대 분의 프로펠러(월 400개 이상)를 생산하는 체제로 돌입한다.  

“북미 최대 드론 박람회 ‘Xponential’에서 선보인 저소음 프로펠러의 업계 반응이 뜨거웠어요. 촬영 기업들이 특히 관심이 높았는데, 한 텍사스 소재 촬영 기업 대표는 ‘드론이 머리 위에 있는데 소리가 안 들린다는 건 믿기지 않는다’며 감탄했고, 아마존 관계자들 역시 시연을 본 뒤 기술력을 인정하며 연락처를 달라고 하더군요. 현지에서 중국산 프로펠러 의존도가 높다는 점도 사일런트스카이에 기회가 되고 있어요. 방산이나 민감한 분야에서는 중국산 부품 사용을 꺼리는 분위기가 강한데, 중국 외 다른 선택지가 있다면 기꺼이 교체하겠다는 반응을 확인했요. 심지어 한국은 미국의 우방이라는 점에서 계약 체결이 수월한 면도 있고요.”

창업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사일런트스카이는 30종 이상의 고유 프로펠러 디자인을 보유하고 있다. (사진=사일런트스카이)

기술력이 있는 한국의 프로펠러 개발 스타트업이라는 인정을 받은 후 특화된 임무에 적용되는 프로펠러 제작 의뢰도 이어졌다. 정찰용 드론에 적용할 투명 프로펠러를 개발하는 건이나 기존 프로펠러의 소재를 바꿔 강성을 강화해 달라는 요청, 심지어는 수직 이착륙은 물론 수평 비행 전이까지 가능한 프로펠러 설계 의뢰까지 들어오기도 했다고. 김 대표는 “다양한 고객 니즈가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고 있다”며 “공정 및 품질 표준화를 훨씬 더 강화하는 중”이라며 말을 이어갔다.

“고객들은 특정 임무에 최적화된 프로펠러라면 기성품 대비 더 비싼 가격이라도 구매할 의향을 보이고 있어요. 특히 공급망 확보에 대한 수요를 확인했죠. 저희 초기 목표는 최대한 다양한 고객들의 니즈에 맞는 프로펠러를 빠르게 설계하고 제작해 주는 것이었지만, 한편으로 PMF(시장적합도)를 확인해 가며 고부가가치 제품인 대형 카본 프로펠러의 수요도 확인하고 있어요. 초기 스타트업으로서 성장을 위해 현재는 대형 카본 프로펠러를 저희 주력 제품으로 정하고 대량생산을 위한 시설을 준비 중입니다. 카본 프로펠러만으로도 세분화된 니즈가 다양하게 존재해 일단 양산 시스템을 확보하며 개별 고객의 니즈에 맞는 다양한 커스텀 카본 프로펠러 역시 보다 효과적으로, 단기간에 제작할 수 있을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일런트스카이의 경쟁력은 ‘속도’와 ‘맞춤화’다. 3D프린팅 기반의 금형 제작과 AI 기반 공기역학 시뮬레이션 기술을 활용해 초도 비행까지 걸리는 시간을 기존 12주에서 4주로 단축하고, 비용은 약 3분의 1로 낮췄다. 여기에 품질과 성능을 담보하는 카본 프로펠러 생산 체계까지 구축하면서, 단순 부품 공급을 넘어 항공산업의 핵심 기술 국산화를 꾀하고 있다.

앤틀러에서 시작된 꿈, 드론에만 집착하니 길이 보였다

자사가 개발한 소형 프로펠러가 장착된 드론 비행을 시연하는 김다빈 대표. (사진=테크42)

김다빈 대표의 창업 여정은 아주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서울대학교에서 공업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재학 시절부터 창업에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시도를 이어갔다고. 그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것은 2021년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에 참여한 경험이다.

“당시 개발도상국 어업인을 위한 저가 GPS 프로젝트를 기획하면서 사업화까지 검토했죠. 물론 학생 신분에서 해결하기 힘든 허들로 인해 무산되긴 했지만, 디자인과 엔지니어링으로 세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매료됐어요. 졸업 이후에는 UAM 분야에 취업을 시도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죠(웃음). 결국 학원 강사 생활을 하기도 하고, 수소 드론 스타트업에 잠시 몸담기도 했어요. 그런 와중에도 직접 창업하겠다는 꿈은 버리지 않았는데, 우연히 인스타그램에서 앤틀러 코리아 제너레이터 프로그램 모집 광고를 보게 됐어요.”

‘창업은 문제 정의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앤틀러의 철학은 단숨에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러면서 ‘앤틀러를 통해서라면 세상에 도움이 될 기업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고. 큰 분야는 이미 ‘드론’으로 정해 놓은 상태, 앤틀러에서는 문제 정의만 제대로 하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실제 과정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지원 당시부터 ‘드론’ 분야에서 문제정의를 하고 싶다는 제 생각은 확고했어요. 매번 드론 이야기만 하는 제게 파트너님들은 ‘또 드론이냐’며 농담 섞인 핀잔을 주시기도 했죠(웃음). 그래도 결국 투자심사를 세번이나 받으며 드론 분야에서 프로펠러를 통해 뾰족한 문제 정의를 하는데 성공했어요. 그 와중에 김학태 COO(최고운영책임자), 정우식 CTO(최고기술책임자)와도 팀을 결성할 수 있었죠.”

앤틀러 코리아 5기 데모데이 현장에서. (왼쪽부터) 정우식 CTO, 김다빈 대표, 김학태 COO. (사진=앤틀러 코리아)

김학태 COO는 삼성SDI에서 제조혁신 및 공정기획을 담당한 전문가다. 제조 원가 분석과 더불어 공정 혁신을 위한 노하우를 확보하고 있으며 스스로 풀필먼트, HR테크를 창업한 경험도 있다. 정우식 CTO는 조지아공대에서 재료 및 기계공학을 전공한 전문가로, 공력 시뮬레이션 및 구조설계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그 역시 헬스케어 하드웨어 기기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을 창업한 경험이 있다. 공업디자인 전문가와 공학 엔지니어, 제조 전문가가 뭉쳤으니 한 마디로 최적의 조합이 아닐 수 없다.

“아마 저희는 역대 엔틀러 기수 중 투자 심사에 세 번이나 도전한 유일한 팀일 거예요. 매번 이를 악물고 준비했죠. 이때는 김학태 COO님과 둘 뿐이었는데, 특히 두 번째 탈락 이후에 팀이 해체되지 않은 것은 기적 같은 일이었어요. 그 과정에서 카본 기술을 처음 접하고 단기간에 습득해 실제 카본 프로펠러 시제품을 심사 현장에 제시하며 기술력을 증명하기도 했죠.”

초기 사일런트스카이의 비즈니스 모델은 취미용 드론 시장에 초점을 맞춘 저소음 프로펠러를 B2C 애프터마켓 부품으로 판매하는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기업 고객들의 니즈가 훨씬 크다는 것은 확인한 뒤 B2B(기업 대상 비즈니스)로 전환했고, 단기간에 제품화 기술력을 확보하며 투자 유치까지 성공한 셈이다. 김 대표는 이 과정에서 팀워크의 중요성을 더욱 실감했다고 한다.

UAM 시장과 기술 혁신, 선택과 집중의 전략

대형 카본 프로펠러 기술 개발과 대량생산 시스템 구축은 UAM 시대를 준비하는 사일런트스카이 첫 발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장기적으로 UAM 시장을 목표로 중국 회사들이 따라오지 못하는 기술적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며 말을 이어갔다. (사진=테크42)

“솔직히 카본 프로펠러 분야는 아직까지는 중국 기술을 따라 잡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저희는 단기간에 이를 따라잡을 기술을 개발하는 중이죠. 가령 카본 프포펠러의 내부에는 ‘폼코어’라는 보강재가 들어가는데 이 재료의 원가와 가공 비용이 프로펠러 총 생산단가의 상당부분을 차지해요. 저희는 이 보강재를 넣지 않고도 카본 프로펠러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 중이예요. 또 중국 카본 프로펠러 기업들이 아직 대응하지 못하는, 유인항공기 시장에 적용되는 프로펠러 개발을 위한 기술도 준비 중입니다.”

유인항공기, 더 나아가 UAM에 적용되는 프로펠러 개발을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감항인증(항공기에 적용될 수준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갖췄는지를 검증받는 것)을 받아야 한다. 김 대표는 “장기적으로 UAM 시장을 목표로 중국 회사들이 따라오지 못하는 기술적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며 말을 이어갔다.

“UAM 시장은 아직 열리지 않았지만, 헬리콥터나 경비행기에 들어가는 프로펠러도 해당 됩니다. 앞으로 많은 변수가 있긴 하지만, 궁극적으로 UAM 시장이 개화하는 것은 확실합니다. UAM이 상용화 될 시점에 프로펠러와 같은 핵심 부품 역시 국내에서 공급돼야 한다고 보고 있어요. 하루 수천대의 에어 택시가 상공을 지나가는 시대에는 사람들이 지나가는 줄도 모를 정도로 조용한 무소음 프로펠러가 필수니까요. 저희 사명인 사일런트스카이는 결국 그런 시대에 필요한 프로펠러를 만드는 기업이 되겠다는 비전이 담겨있습니다.”

즉 대형 카본 프로펠러 기술 개발과 대량생산 시스템 구축은 UAM 시대를 준비하는 사일런트스카이 첫 발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당장 다음달부터 공장 이전을 통해 자체 생산 설비를 구축하고, 연말부터 본격적인 대량 생산 라인이 가동될 예정이다.

이러한 선택과 집중 전략에는 글로벌 확장 계획도 포함돼 있다. 일본과 유럽 소재 기업들의 제안도 들어오지만 현재 사일런트스카이가 주력으로 삼는 시장은 미국이다. 국토가 넓은 만큼 방제용 드론부터 물류 드론까지 대형 카본 프로펠러의 수요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된 감항 인증도 2년 내에 획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생산 체계의 표준화, 국제 안전 규정 충족, 품질 인증 보증서 확보 등 까다로운 조건을 하나씩 충족해 나가는 중이다. 김 대표는 “100만 시간 비행 시 깨질 확률까지 검증해야 한다”며 또 다른 기술 혁신을 설명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수 천대의 에어 택시가 오가는 미래에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의 무소음 프로펠러를 개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미지=Perplexity로 생성)

“프로펠러 시장을 보면 제조에 특화된 기업과 설계 전문 기업으로 나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희는 두 가지 모두 내재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그래야만 고객이 원하는 빠른 시간과 적정한 금액의 제품을 선보일 수 있죠. 특히 공기역학 시뮬레이션은 꽤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데, 저희는 AI 기반 공기역학 시뮬레이션을 도입해 이를 해결하려 하고 있어요. 실제 카본 프로펠러 제품을 만들기 전, 소형 드론으로 저희가 원하는 공력 성능을 낼 수 있는지를 수많은 변수를 테스트하고, 시행착오 비용을 줄이는 거죠. AI가 작은 드론에서 얻은 프로펠러 테스트 데이터를 토대로 대형 프로펠러 설계에 필요한 추론을 하는 체계를 구축하려 합니다.”

여러 계획들이 동시다발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후속 투자 역시 추진 중이다.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FI)뿐 아니라 재료·항공 분야 대기업 등 전략적 투자자(SI)와의 협업도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목표는 빠른 기술적 경쟁력 강화와 함께 글로벌 확장을 가속화하는 것이다. 인터뷰 말미, 김 대표는 재차 사일런트스카이의 비전을 밝히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UAM이 보편화되는 내일을 위해서는 오늘 소음을 줄이는 기술을 개발해야 합니다. 언젠가 서울 하늘에 수천대의 에어 택시가 다녀도 지상의 사람은 전혀 눈치채지 못할 날이 올 거예요. 그런 미래는 사일런트스카이가 있기에 가능하게 될 겁니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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