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 분야의 1부 리그와 하부 리그 사이에는 ‘영상 품질의 격차’가 존재한다. 특히 국내 축구의 경우 상위 리그는 다각도 고정 카메라와 전담 분석 인력을 통해 전술 분석을 수행하지만, K3~K7에 이르는 하부 리그는 휴대폰·삼각대·개인 장비에 의존한다. 이로 인해 낮은 시야각·좁은 화각·불안정한 품질이 반복되며, AI 기반 분석의 전제인 ‘정합성 있는 영상 데이터’ 확보가 불가능해진다. 신생 스타트업인 리비전(REVISION)의 초기 아이템은 바로 이 간극을 ‘하늘에서 찍는 방식’으로 공략하면서 시작됐다.
리비전이 선보인 방식은 풍선 기반의 장기 체공형 AI 드론이다. 이를 통해 영상 안정화(기계식 짐벌 + 보정 소프트웨어), 그리고 AI 분석 엔진이 결합된 ‘전장(全場) 영상→개별 클로즈업→영상 포트폴리오’의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공급한다.

리비전에 따르면 이는 고도 40~70m에서의 촬영이 F1 Score(분류 모델에서 사용되는 머신러닝 평가지표) 96%의 인식률을 보이고 있다. 또 리비전은 기존 솔루션 대비 1경기 촬영 단가를 1/4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는 시장성을 제시한다. 이는 라벨링 인건비와 설치·시설 비용의 혁신적 절감을 통해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리비전의 접근 방식은 초기 타겟팅한 하부리그가 아닌 유소년 리그에서 더 큰 시장성을 보이고 있다. 이미 K리그 유소년팀 전 경기 촬영 의뢰를 포함해 주요 유소년 대회 전체 촬영 실적을 확보했고, 이를 바탕으로 ‘유소년 중심의 반복 수요’와 영상 기반 부가서비스(포트폴리오·온라인 코칭·스카우팅)로의 확장을 목표로 제시한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빌드 업 과정을 통해 리비전이 찾은 다음 비즈니스 모델은 축구를 비롯한 스포츠 각 분야의 유망주가 자신을 홍보하고 스카우터와 접점을 찾을 수 있는 ‘스포츠계의 링크드인’과 같은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에 테크42는 김다님 대표를 만나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라디오존데 회수하는 기술에서 탄생한 리비전의 비즈니스 모델

“제가 원래 하려고 했던 사업 아이템은 라디오존데(radiosonde, 기압·기온·습도·풍향·풍속 등 대기 상층의 기상 정보를 측정해 지상에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기상 관측 장비)였어요. 원래 라디오존데는 헬륨풍선에 기상관측 장비를 달아 날리면 고도 30km 정도까지 올라가서 기상 관측 후 터집니다. 우리나라에만 관측소가 7개 정도 있고, 하루에 최소 2번 많으면 4번까지 라디오존데를 띄우는데, 하나 가격만 30만원 정도예요. 이걸 일회용으로 쓰고 버리는 상황이었어요. 전 여기에 드론을 달아 풍선이 터지기 전에 헬륨을 빼고 회수하는 방식을 고안한 거죠. 전 세계 관측소에서 매일 수천개의 라디오존데를 이렇게 쓰고 있는 상황이니 시장성은 있다고 생각했죠.”
김다님 리비전 대표는 처음 사업 아이디어를 찾을 당시를 떠올리며 “앤틀러 코리아의 스타트업 제너레이터 프로그램은 함께할 팀과 투자 유치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실제 앤틀러 프로그램을 거치며 사업 방향은 기술적 완성도를 넘어 빠른 매출로 확장됐다.
“앤틀러 프로그램을 거치며 제가 깨달은 것은 하고 싶은 것을 이어가는 것도 방법이지만, 우선 빠른 매출을 낼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 연결 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도 있다는 거였어요. 우선 장기 체공형 플랫폼을 통해 매출을 만들 방법을 찾았고, 그러다 보니 축구 경기 촬영 영상 데이터를 분석하는 시장을 알게 됐죠. 영상 데이터의 정확도를 높이면서도 비용을 낮출 수 있다면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기술 구성은 직관적이다. 헬륨 비양 장치(풍선)는 체공 시간을 확보하고, 전력은 유선 연결을 통해 배터리 제약을 해소한다. 전동 윈치로 전력선 길이를 조절하는 고도 조절 장치도 적용했고, 자동 위치 유지 소프트웨어를 적용해 안정성을 확보했다. 또 짐벌을 적용해 기체의 회전 및 진동을 흡수해 안정적인 영상 품질을 확보했다. 리비전은 이러한 조합을 통해 100분 넘는 긴 축구 경기 영상을 누락 없이 촬영하는 플랫폼을 구축했다.
“가장 큰 성과는 최적 고도·화각 표준을 찾으며 촬영 파이프라인을 잡은 것을 꼽을 수 있어요. 그 결과 촬영→편집본 전달 시간이 60% 단축됐죠. 이를 통해 단건 의뢰를 넘어 유소년 대회 주최 측과의 정기 촬영 계약을 성사시킨 점도 의미 있었고요. AI가 알아볼 수 있는 좋은 영상은, 사람에게도 잘 보이는 영상입니다. 결국 잘 보이는 영상이 비용도 줄이는 거죠. 저희는 고도 40~70m에서 AI 인식률 96%를 달성했어요. 선수가 22명이라면 평균 21.6명을 인식(98.2%)한 데이터를 제시하게 된 거죠.”
이를 통해 리비전은 설립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연속된 대회·팀 단위 사업 수주를 통해 표준화된 품질을 증명하며 빠르게 시장 신뢰를 얻고 있다. 무엇보다 이 과정에서 AI 학습에 적합한 고품질 전장 영상 데이터가 빠르게 축적되고 있고, 이는 모델 정확도 향상→개인 영상 포트폴리오 고도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실제 유명 유소년팀 감독님께 휴대폰 영상→10m 삼각대 영상→리비전 영상을 순서대로 보여드렸더니, ‘이 정도는 돼야 선수를 제대로 본다’라며 매우 흡족해 하시더군요. 전장 시야가 확보되니 온더볼·오프더볼, 압박과 라인 컨트롤까지 현장 감각으로 파악된다는 피드백을 들으며 자신감을 얻었죠. 처음엔 저렴한 AI 분석이 바로 먹힐 거라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엔터테인먼트/기록 중심의 AI 활용 수요가 먼저 열렸다는 점도 의미있어요. 다시 말해 기존 솔루션보다 저렴하다는 인식 보다 과거에 없던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차별성을 시장에 주고 있는 거죠. 인력·장비·설치 시간이 줄고, 한 대로 전체 전장을 담으니 운영 피로도와 리스크가 현저히 감소한다는 게 현장에서 나오는 고객들의 피드백입니다.”
축구 꿈나무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시하는, ‘스포츠계의 링크드인’ 만드는 중

“유소년은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넘어가는 시기에 진학 경기라는 게 있어요. 그 경기를 고등학교 코치님이나 감독님이 평가해서 선수를 선발하는 거죠. 어떤 면에서는 일반 학생들의 시험을 봐서 진학하는 것보다 더 가혹해요. 단 한 경기만 보고 선수의 모든 미래가 결정되는 거니까요. 그래서 저희 기술을 바탕으로 한 경기만이 아니라 이 선수가 평소에 어떤 플레이를 했는지를 영상으로 다 볼 수 있게 하는 ‘유소년 영상 포트폴리오’ 사업을 진행했죠.”
리비전은 다양한 고객층의 요구를 수렴하고 있다. 유소년 선수 부모의 경우 결과의 확실성, 즉 특정 선수가 부각되는 하이라이트를 중시하지만 감독은 ‘전체 경기에서 선수의 역할’을 본다. 리비전은 경기 영상 데이터를 포트폴리오 패키지·하이라이트, 풀 영상 등으로 상품화해 양측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있다.
“개별 팀과 대회 단위의 팀들의 기본적인 촬영수도 증가하고 있지만, 그보다 한번 촬영한 팀들의 반복된 촬영 요청 건수가 늘고 있어 저희는 이점을 더욱 큰 성과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러한 과정에서 유소년 팀들의 반복 요청이 특히 증가했고요. 축구는 22명이 뛰는 경기이기 때문에, 기존 팀에게 과금했던 방식에서 촬영을 원하는 학부모님에게 과금하면 4~5명 이상만 신청해도 기존보다 높은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게 됩니다. 더구나 리텐션(재구매) 비율도 유의미하게 나오고 있고요. 이미 한 번 이용한 분들 중 리텐션 비율이 30~40% 정도 되고 있어요.”
리비전의 유소년 영상 포트폴리오 사업 판단은 정확했다. 유소년 부모의 지불 의사(절박함)와 가능성 있는 선수를 찾고자 하는 코치진의 ‘정확한 판단’ 욕구가 맞닿는 지점을 찾은 것이다. 현재 리비전은 영상 포트폴리오 구축 뿐 아니라 국내외 구단 유소년 팀, 고교 팀 코치진에 유소년 선수의 영상 포트폴리오를 보여줄 수 있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이른바 스포츠계의 링크드인과 같은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장기적으로 플랫폼 서비스 론칭 후에는 포트폴리오 열람료, 스카우팅 중개 수수료 등의 부가 비즈니스 모델 창출도 가능하다는 것이 리비전의 전망이다.
공정한 평가의 기반을 쌓고, 플랫폼으로 확장한다
김 대표의 이력은 독특하다. 철학을 전공했지만 물리학에도 관심을 가져 복수전공을 했고, 군대 시절에는 아랍 파병을 경험하기도 했다. 하드웨어와는 인연이 없었지만, 남극 중성미자 관측소 산하 연구소에서 일하며 관측 장비 제작 및 데이터 분석 업무를 경험했고, 이를 통해 드론 및 비행제어기 제작, 소형 헬륨 드론 개발, 드론 영상 촬영과 편집을 습득하기도 했다.
그런 김 대표가 말하는 리비전의 미션은 단순히 ‘더 좋은 영상’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공정한 평가의 장(場)’을 만드는 데에 있다. 김 대표는 “모든 사람이 제대로 평가 받기 위해서는 노력의 결과 뿐 아니라 과정도 모두 봐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리비전은 그런 기회를 줄 수 있는 회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리비전은 최적의 고도에서 더욱 장기간 안정적으로 영상을 촬영하는 하드웨어 기술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또 소프트웨어 역시 경기를 뛰는 22명 모두의 추적 정밀도를 향상하기 위한 고도화를 진행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앞서 언급한 링크드인과 같은 플랫폼을 구축한 후 글로벌 진출 전략도 수립하고 있다. 김 대표는 “유소년 포트폴리오의 플랫폼화가 선행 조건”이라며 말을 이어갔다.
“현재 경기 촬영 및 분석만으로 해외로 진출하는 것 보다, 최근 집중하고 있는 유소년 영상 포트폴리오 서비스를 먼저 플랫폼화 해야 한다고 보고 있어요. 해외 코치나 스카우터들이 이들의 영상을 찾아볼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만든 후 확장하는 것이 더욱 파괴력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향후 확장은 일본이나 아랍 등 축구의 상업화가 많이 진행된 국가들 위주로 우선 계획하고 있고요. 특히 아랍권의 경우 축구 리그의 상업성·자금 규모가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는 점에서 현지화된 비즈니스 모델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한편 이러한 리비전의 기술적 잠재력은 축구를 넘은 다른 스포츠 분야로의 확장, 더 나아가 비스포츠 분야 적용도 가능하다는데 있다. 럭비나 미식 축구 등 넓은 경기장에서 전장 시야가 중요한 스포츠가 그렇다. 산불이나 공사 현장의 안전 감시 등의 분야도 고려 중이다.
이를 위해서는 하드웨어 확장, 인재 확보, 플랫폼 고도화, 운영 자동화 등의 현실적인 과제 해결이 필수적이다. 인터뷰 말미, 김 대표는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고 빠르게 확장하는 것이 목표”라며 다시금 “모든 선수들의 실력이 공정하게 평가되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털어놨다.
“하루하루의 작은 성취들이 결국 한 사람을 만든다고 생각해요. 유소년도 마찬가지죠. 단 한 번의 진학 경기로 모든 것이 정해지는 게 아니라, 심장이 터질 듯한 연습경기에서 한 발 더 내딛고, 힘들어도 동료를 위해 다시 전력 질주한 그 순간들 또한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는 보이지 않던 그 순간들의 땀방울을 ‘영상 포트폴리오’로 기록하고자 합니다. 연습 경기, 스프린트 하나, 수비 복귀 한 번까지 매일의 노력이 장면과 데이터로 남고, 지도자와 스카우터가 공정하게 볼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을 꼭 선보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