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숏드라마, '심야 몰아보기' 문화 확산…35세 이상 여성이 주 소비층

숏드라마가 짧은 스낵 콘텐츠를 넘어 수 시간씩 정주행하는 '몰입형 엔터테인먼트'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35세 이상 여성층이 심야 시간대에 집중적으로 시청하는 패턴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스푼랩스가 운영하는 숏드라마 플랫폼 비글루는 5일 지난해 연간 이용 데이터를 공개했다. 집계 기간은 2025년 1월부터 12월까지 1년간이다.

전 세계 비글루 이용자들이 지난 한 해 동안 시청한 총 시간은 500만 시간을 초과했다. 이를 환산하면 약 571년에 해당하는 분량이다. 주목할 점은 이용자 구성이다. 35세 이상 여성 이용자가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주 소비층으로 부상했다.

이는 숏드라마가 젊은 세대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오히려 경제력을 갖춘 중장년층이 유료 콘텐츠 소비의 주축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장르 분석 결과는 예상을 뛰어넘는 편중 현상을 보였다. 한국, 일본,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조회수 상위 10개 작품이 예외없이 모두 로맨스 장르였다. 장르 다양성 측면에서는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국가별 선호도에는 차이가 있었다. 한국과 일본 시청자들은 자극적이고 강렬한 설정의 로맨스를 선호했다. '차가운 도시남자', '청춘 멜로', '막장 전개' 같은 키워드가 인기를 끌었다. 반면 미국 시청자들은 '재벌 로맨스', '운명적 사랑', '순정 멜로' 등 상대적으로 정통적인 로맨스 코드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시청 패턴도 흥미롭다. 한국 이용자들의 총 시청 시간은 200만 시간을 넘어섰다. 가장 활발한 시청 시간대는 밤 11시부터 새벽 1시 사이로, 이 시간대 시청량이 일 평균보다 최대 80% 많았다.

짧은 콘텐츠라는 명목과 달리, 한번 시청을 시작하면 '다음 편'을 계속 보게 되는 구조가 심야 정주행 패턴을 만들어낸 것으로 보인다. 각 에피소드가 5~10분 내외로 짧지만, 클리프행어(절정에서 끊기) 기법으로 연속 시청을 유도하는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주말 이용 데이터도 이를 뒷받침한다. 주말에는 평일 대비 이용자가 15.5% 증가했고, 1인당 평균 시청 시간은 34%나 늘어났다. 평일에는 시간이 부족해 참았던 시청 욕구를 주말에 몰아서 해소하는 패턴이다.

지난해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은 '해야만 하는 쉐어하우스2'였다. 출시 30일 만에 810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흥행 1위에 올랐다. 시즌1보다 정주행 시청자가 2배 이상 늘어나며 시즌제 콘텐츠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어서 '집착 결혼', '로맨틱 아일랜드', '로펌 에이스 변호사와 비서', '커피가 친절하고 사장님이 맛있어요' 등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인기 작품들의 완주율을 분석한 결과도 눈에 띈다. 상위 10개 작품의 평균 완주율이 95%에 달했다. 시청을 시작한 이용자 대부분이 마지막까지 본다는 의미다. 완주에 걸린 평균 시간은 1시간 50분으로, '숏'드라마라는 이름과는 거리가 있는 시청 패턴이다.

스푼랩스 측은 글로벌 숏드라마 시장 규모를 2025년 기준 약 72억 달러(약 10조 6천억 원)로 추산했다. 2024년 숏드라마 앱 다운로드 수가 전년 대비 460% 급증했다는 통계도 공개했다. 비글루의 경우 2025년 1분기와 3분기를 비교하면 매출이 250% 늘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급성장 이면의 과제들도 있다. 로맨스 장르 편중은 콘텐츠 다양성을 저해할 수 있다. 심야 정주행 문화가 수면 시간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또한 대부분의 숏드라마가 유료 결제 모델로 운영되면서 과도한 지출을 유도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최혁재 스푼랩스 대표는 "지난해 숏드라마가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로 자리 잡는 과정이었다"며 "올해는 스토리 완성도를 높여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숏드라마 시장이 초기 성장기를 지나 안정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고 분석한다.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고도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평가다.

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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