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품은 머스크의 승부수…오스틴 ‘AI 반도체 제국’ 구상에 불이 붙었다

  • 테라팹 연합, 칩 설계 넘어 생산·패키징까지 수직계열화 시동
  • Intel Foundry 반등 기대 커져…월가 “초대형 고객 확보는 구조조정의 분수령”
일론 머스크가 구상한 초대형 AI 반도체 프로젝트 ‘테라팹(TeraFab)’에 인텔이 합류했다. 이에 따라 테슬라, 스페이스X, xAI로 이어지던 머스크 진영의 반도체 내재화 전략은 설계 구상을 넘어 실제 제조 역량까지 끌어안는 단계로 진입하게 됐다.
텍사스주 오스틴에 위치할 테슬라의 새로운 테라팹. (사진=스페이스X)

일론 머스크가 구상한 초대형 AI 반도체 프로젝트 ‘테라팹(TeraFab)’에 인텔이 합류했다. 이에 따라 테슬라, 스페이스X, xAI로 이어지던 머스크 진영의 반도체 내재화 전략은 설계 구상을 넘어 실제 제조 역량까지 끌어안는 단계로 진입하게 됐다. 시장은 이를 단순한 협업 발표가 아니라, AI와 휴머노이드, 우주 데이터센터를 동시에 겨냥한 공급망 재편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인텔은 7일(현지시간) 스페이스X, xAI, 테슬라와 함께 테라팹 프로젝트에 참여해 고성능 칩의 설계, 생산, 패키징 역량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인텔은 자사의 대량 생산 및 첨단 패키징 역량이 테라팹의 목표인 연간 1테라와트(TW) 규모 컴퓨팅 생산 체제 구축을 앞당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텔 최고경영자 립부 탄은 머스크가 산업 전반을 다시 설계해온 인물이라며, 테라팹은 앞으로의 반도체 제조 방식 자체를 바꿀 수 있는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테라팹의 원안은 지난 3월 처음 공개됐다. 당시 머스크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두 개의 첨단 반도체 공장을 세우겠다고 밝혔는데, 하나는 테슬라 차량과 옵티머스 휴머노이드 로봇용 칩을, 다른 하나는 우주 기반 AI 데이터센터용 칩을 담당하는 구조다. 머스크는 “테라팹을 짓지 않으면 필요한 칩을 확보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하며, 현재의 글로벌 칩 공급만으로는 자신이 이끄는 기업들의 장기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 프로젝트가 주목받는 이유는 규모 때문이다. 머스크는 테라팹이 장기적으로 연간 1TW의 컴퓨팅 용량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제시했다. 이는 그가 3월 밝힌 기준으로 미국 전역에서 현재 생산되는 컴퓨팅 규모가 약 0.5TW 수준이라는 설명과 비교하면 배 이상 큰 수치다. 단순히 서버용 칩 몇 종을 조달하는 차원이 아니라, AI 연산 수요 폭증에 맞춰 반도체 공급 능력 자체를 새로 짜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력으로 머스크 측 구상이 한층 현실성을 얻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엔가젯은 반도체 공장 건설이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드는 만큼, 미국 내 제조 경험과 설비를 보유한 인텔이 실제 생산 파트너로 붙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짚었다. 머스크가 AI 중심으로 사업 축을 재편하는 가운데, 테슬라는 전기차 기업을 넘어 로보틱스 기업으로, 스페이스X는 우주 인프라 기업을 넘어 AI 데이터센터 운송·운영 축으로 역할을 넓혀가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인텔 입장에서도 이번 합류는 상징성이 작지 않다. 로이터에 따르면 인텔은 AI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최근 구조조정과 제조 사업 재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파운드리 사업인 ‘Intel Foundry’는 2025년 103억2000만달러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음에도, 외부 고객 확보가 반등의 핵심 과제로 꼽혀 왔다. 인텔이 최근 18A 공정을 외부 고객에게도 제공할 수 있다고 시사한 점까지 감안하면, 테라팹 참여는 생산 기술을 실제 대형 수요처와 연결하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인 ‘Intel Foundry’는 2025년 103억2000만달러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사진=인텔 뉴스룸)

월가도 즉각 반응했다. 로이터는 발표 직후 인텔 주가가 2% 넘게 올랐다고 전했고, 인베스토피디아와 야후파이낸스는 이날 인텔 주가가 4% 상승 마감했다고 보도했다. D.A. 데이비슨의 길 루리아 애널리스트는 인텔이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를 가진 초대형 고객을 지원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며, 이번 협력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모건스탠리는 이 프로젝트를 “초인적 과업”이라고 표현하며, 매우 공격적인 시나리오를 적용하더라도 실제 칩 생산 개시는 2028년 중반쯤 가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테라팹이 기술적 야심만큼이나 자본 집약적이고 시간 소모적인 사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인텔의 합류는 출발선 통과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곧바로 대규모 성과를 보장하는 카드는 아니라는 의미다.

결국 이번 발표의 본질은 머스크의 ‘AI 칩 자립’ 구상과 인텔의 ‘파운드리 재도약’ 전략이 한 지점에서 만났다는 데 있다. 머스크는 차량, 휴머노이드, 우주 데이터센터까지 아우르는 미래 수요를 감당할 칩 공급망을 직접 설계하려 하고, 인텔은 대형 고객을 발판으로 제조 사업의 존재감을 되살리려 한다. 오스틴에서 시작된 이번 연합이 실제 반도체 생산 혁신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또 하나의 초대형 청사진에 머물지는 앞으로 수년간 업계의 가장 뜨거운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김광우 기자

kimnoba@tech42.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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