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국 오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새로운 선물 보따리는 무엇?

방한 기대감으로 LG전자 상한가·네이버 14%대 급등…시장은 ‘제2의 깐부 효과’에 베팅
지난해 10월 치맥 회동 뒤 26만 GPU·AI 팩토리 발표…삼성·SK 등 엔비디아 생태계 중심으로
이번 방한 관전 포인트는 네이버와 LG…소버린 AI·클라우드·로봇·스마트홈 새 협력축 떠올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한국행 소식이 다시 국내 증시를 흔들고 있다. (사진=엔비디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한국행 소식이 다시 국내 증시를 흔들고 있다. 아직 국내 기업들과 구체적인 방한 일정, 회동 형식을 공식 발표한 것은 아니지만, 알려진 바를 종합해 보면 젠슨 황은 대만 GTC 타이베이 일정을 마친 뒤 한국을 찾아 주요 기업 총수들과 만날 예정이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가장 빠르게 반응한 것은 역시 시장이다. 특히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의 회동 가능성이 알려진 지난달 29일 LG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29.93% 오른 29만3000원으로 상한가를 기록했고, 네이버도 14.15% 상승한 23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LG CNS, LG이노텍, 지주사 LG 등 LG그룹주도 일제히 급등했다. 황 CEO의 방한이 단순한 유명 경영자의 방문을 넘어, 다음 AI 협력 구도를 예고하는 신호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시장이 이 소식에 민감하게 반응한 이유는 지난해 10월의 기억 때문이다. 당시 황 CEO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 참석을 계기로 한국을 찾았고, 서울 삼성동의 한 치킨집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이른바 ‘깐부 회동’을 가졌다. 이 장면은 치킨과 맥주를 곁들인 상징적 만남으로 부각됐지만, 산업적으로 더 중요한 이슈는 그 다음에 나왔다. 당시 엔비디아는 한국 정부와 삼성전자, SK그룹, 현대차그룹, 네이버클라우드 등과 함께 26만개 이상 GPU 기반의 AI 인프라 구축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지난해 10월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 참석을 계기로 한국을 찾았고, 서울 삼성동의 한 치킨집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이른바 ‘깐부 회동’을 가졌다. (이미지=AI로 생성)

그 이후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한국 증시의 중심축은 AI 반도체로 급격히 이동했다. 지난해 10월 31일 기준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3.27% 오른 10만7500원에 마감했는데, 현재(지난 달 29일 기준)에는 31만7000원까지 올라 2018년 액면분할 이후 종가 기준 최고가를 경신했다. 약 7개월 사이 주가가 3배 가까이 뛴 셈이다. SK하이닉스 역시 같은 기간 주가가 55만9000원에서 233만3000원으로 급상승했다. 상승률로는 약 317%, 주가로는 4배를 넘어선 변화다.

물론 이 같은 급등을 특정 회동 하나의 결과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그보다는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HBM 공급 부족, 메모리 가격 상승, 엔비디아 중심 공급망 재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지난해 황 CEO의 방한과 협력 발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I 반도체 랠리의 핵심 수혜주로 재평가되는 상징적 계기가 됐다는 점은 사실이다. 실제로 현재 코스피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 쏠림 속에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두 종목의 시가총액 비중은 코스피 전체의 절반에 달한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젠슨 황의 이번 방한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해의 ‘선물 보따리’가 GPU 공급, AI 팩토리, HBM 공급망, 자율주행 협력에 가까웠다면, 이번에는 피지컬 AI, 소버린 AI, 클라우드, 로봇, 스마트홈이 새로운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네이버와 LG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처럼 AI 반도체 공급망의 전면에 있던 기업은 아니지만, 각각 AI 클라우드와 피지컬 AI라는 다음 전장의 핵심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회동 가능성이 단순한 기대감을 넘어 국내 AI 산업 지형의 확장 신호로 읽히는 배경이다.

지난해 10월 이후 무엇이 달라졌나…‘깐부 회동’은 상징, 진짜 변화는 AI 공급망 재편

깐부 회동 다음 날 엔비디아는 한국 정부와 주요 기업이 총 26만개 이상 GPU를 기반으로 소버린 AI 인프라, AI 팩토리, 제조 AI, 로보틱스, 자율주행을 구축하는 계획을 공개했다. (이미지=엔비디아)

지난해 10월 황 CEO의 방한 당시 ‘깐부 회동’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3자 회동이었다. SK그룹은 같은 방한 국면에서 엔비디아와 AI 인프라·HBM 협력의 핵심 축으로 부각됐고, 이후 시장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그룹을 함께 묶어 엔비디아 한국 동맹의 주요 수혜 기업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당시 회동이 단순한 이벤트에 그치지 않았던 이유는 바로 다음 날 발표된 AI 인프라 협력 구상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한국 정부와 주요 기업이 총 26만개 이상 GPU를 기반으로 소버린 AI 인프라, AI 팩토리, 제조 AI, 로보틱스, 자율주행을 구축하는 계획을 공개했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는 5만개 이상 GPU를 활용해 AI 반도체와 디지털 전환 로드맵을 가속화하는 AI 팩토리를 구축하는 주체로 이름을 올렸다. SK그룹은 5만개 이상 엔비디아 GPU를 기반으로 반도체 연구개발과 생산, 디지털 트윈, AI 에이전트 개발을 지원하는 AI 팩토리와 산업 AI 클라우드 구상을 제시했다.

현대차그룹은 5만개 블랙웰 GPU를 활용해 제조와 자율주행을 위한 AI 모델 학습·검증·배포 역량을 강화하는 협력 대상으로 제시됐다. 네이버클라우드는 6만개 이상 GPU를 기반으로 엔터프라이즈 및 피지컬 AI 워크로드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다.

가장 극적인 변화가 나타난 분야는 반도체였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에 비해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지난해 10월 엔비디아와 HBM4 공급 논의를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공개하며 반전의 실마리를 만들었다.

그 흐름은 실제 지난 5월 HBM4E 샘플 출하로 이어졌다. 삼성전자는 12단 HBM4E 샘플 출하를 시작했고, 해당 제품은 기존 HBM4 대비 20% 이상 빠르며 1c D램 공정과 4나노 파운드리 로직 베이스 다이를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단순한 신제품 발표를 넘어, 삼성전자가 AI 메모리 시장에서 다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31일 기준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3.27% 오른 10만7500원에 마감했는데, 현재(지난 달 29일 기준)에는 31만7000원까지 올라 2018년 액면분할 이후 종가 기준 최고가를 경신했다. 약 7개월 사이 주가가 3배 가까이 뛴 셈이다. SK하이닉스 역시 같은 기간 주가가 55만9000원에서 233만3000원으로 급상승했다. 상승률로는 약 317%, 주가로는 4배를 넘어선 변화다. (이미지=AI로 생성)

반면 SK하이닉스는 ‘추격자’가 아니라 ‘선점자’의 위치를 굳혀왔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지난해 9월 차세대 HBM4 내부 인증을 완료하고 고객 대응을 위한 생산 체제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당시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의 주요 HBM 공급사로 평가하며 다음해(2026년) SK하이닉스의 HBM 시장 점유율이 60%대 초반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달에는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이 처음으로 1조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고성능 메모리 공급 부족, HBM 가격 상승이 맞물리며 SK하이닉스를 글로벌 AI 반도체 밸류체인의 대표 수혜주로 밀어 올린 결과로 분석된다.

현대차그룹의 변화는 반도체보다 피지컬 AI와 모빌리티 쪽에서 읽힌다. 지난해 깐부 회동 당시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 로보틱스, 제조 AI 협력의 축으로 엔비디아와 연결됐다. 엔비디아 공식 발표에서도 현대차그룹은 한국 정부와 함께 엔비디아 AI 팩토리를 구축해 제조와 자율주행용 AI 모델 학습, 검증, 배포를 지원하는 기업으로 소개됐다. 자동차가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자율주행, 로봇, 스마트팩토리와 결합하는 흐름 속에서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의 피지컬 AI 전략과 맞닿은 대표 산업군이 됐다.

지난해 젠슨 황 CEO의 방한은 한국 기업들이 엔비디아의 AI 반도체·AI 팩토리·로보틱스 생태계 안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할 것인지를 보여준 계기였다. 삼성전자는 HBM과 파운드리 재도약의 가능성을, SK하이닉스는 HBM 선점자의 지위를,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과 제조 AI의 확장성을 시장에 각인시켰다. 이 경험 때문에 투자자들은 이번 방한 소식에도 즉각 반응하고 있다. 젠슨 황 CEO가 누구를 만나느냐가 곧 다음 AI 협력의 방향을 암시할 수 있다는 학습효과가 생긴 셈이다.

이번 방한의 관전 포인트…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논의하나

젠슨 황 CEO는 1~4일 대만에서 열리는 GTC 타이베이 2026 일정을 소화한 뒤 한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크다. (사진=엔비디아)

이번 젠슨 황 CEO 방한은 각 기업들과 일정 조율 중으로 알려지고 있다. 젠슨 황 CEO는 1~4일 대만에서 열리는 GTC 타이베이 2026 일정을 소화한 뒤 한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크다.

반도체 쪽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여전히 핵심이다. 엔비디아 입장에서 HBM은 AI 가속기 성능과 공급량을 좌우하는 전략 부품이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엔비디아 HBM 공급망에서 선두 지위를 확보한 기업이고, 삼성전자는 HBM4·HBM4E와 파운드리 역량을 앞세워 추격하는 기업이다. 엔비디아가 AI 가속기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단일 공급사에만 의존하기 어렵다. 따라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경쟁사이면서도,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모두 필요한 파트너다. 이번 방한에서 양사와의 HBM, 차세대 AI 가속기, 파운드리, AI 팩토리 협력 이슈가 다시 거론될 가능성이 큰 이유다.

SK그룹은 HBM뿐 아니라 AI 인프라와 산업 클라우드 측면에서도 주목된다. SK그룹은 5만개 이상 GPU를 수용할 수 있는 AI 팩토리를 설계하고, SK텔레콤은 국내 제조업체가 디지털 트윈과 로보틱스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할 수 있도록 주권형 인프라를 제공하는 구상을 갖고 있다. 이는 SK가 단순 메모리 공급사를 넘어 AI 인프라 운영자, 산업 AI 플랫폼 사업자로 확장될 수 있음을 뜻한다.

현대차그룹과의 접점은 자율주행, 로보틱스, 제조 AI다. 엔비디아의 피지컬 AI 전략에서 자동차는 가장 중요한 산업 중 하나다. 차량은 카메라, 라이다, 레이더, 차량 제어 시스템, 인포테인먼트, 클라우드 데이터가 결합된 거대한 엣지 컴퓨팅 플랫폼으로 바뀌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완성차, 로보틱스, 스마트팩토리, 자율주행 개발 역량을 동시에 보유한 기업이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GPU와 시뮬레이션, 디지털 트윈, 로봇 학습 플랫폼을 실제 제조·모빌리티 환경에 적용할 수 있는 대형 파트너인 셈이다.

이번 방한에서 새롭게 부각되는 축은 LG와 네이버다. LG그룹은 피지컬 AI의 대표 후보로 거론된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황 CEO는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만나 피지컬 AI와 로보틱스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생성형 AI가 텍스트와 이미지, 코드 생성에 머무르지 않고 로봇, 자동차, 가전, 공장, 물류 등 물리 세계에서 판단하고 행동하는 단계로 확장되는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LG전자는 가전과 스마트홈, 로봇을 보유하고 있고, LG이노텍은 센싱과 부품, LG유플러스는 통신과 클라우드, LG AI연구원은 초거대 AI 모델 엑사원 기반의 연구 역량을 갖고 있다. 이 조합은 엔비디아의 로보틱스 플랫폼과 피지컬 AI 전략에 맞닿아 있다.

네이버와의 접점은 소버린 AI와 AI 클라우드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해진 네이버 의장은 방한하는 황 CEO와 만나 AI 생태계 조성에 관한 의견을 나눌 전망이며, 현재 회동 일정을 조율 중이다. 네이버는 이미 자체 초거대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와 클라우드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고, 지난해에는 엔비디아와 동남아시아 지역 소버린 AI 구축 협력을 논의한 바 있다.

왜 네이버와 LG인가…이번 ‘선물 보따리’의 핵심은 반도체 너머에 있다

이번 방한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특히 네이버와 LG에 쏠리고 있다. 지난해 엔비디아의 한국 협력 프레임이 HBM, AI 가속기, AI 팩토리 중심이었다면, 이번에는 그 인프라 위에서 어떤 서비스와 산업 응용이 만들어질 것인지가 관전 포인트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AI 산업의 무게중심은 이미 단순 모델 경쟁을 넘어 인프라, 데이터, 클라우드, 로봇, 제조, 소비자 접점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네이버와 LG는 각각 다른 방식으로 엔비디아와 맞물린다.

네이버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AI 풀스택’ 자산을 갖춘 기업이다. 검색, 커머스, 콘텐츠, 지도, 광고, 클라우드, 자체 대규모언어모델(LLM)을 보유하고 있다. AI 모델을 만들고, 이를 서비스에 적용하고, 기업·공공 고객에게 클라우드 형태로 제공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는 의미다. 엔비디아의 GPU와 소프트웨어 스택이 네이버클라우드의 인프라와 결합하면, 단순 GPU 도입을 넘어 한국형 소버린 AI, 공공·기업용 AI, 산업별 맞춤형 AI 서비스로 확장될 수 있다.

소버린 AI는 네이버가 엔비디아와 협력할 명분이 가장 뚜렷한 영역이다. 소버린 AI는 특정 국가나 지역의 언어, 문화, 제도, 데이터 주권을 반영한 AI 인프라와 모델을 구축하는 흐름이다. 글로벌 빅테크의 범용 모델을 그대로 쓰는 방식으로는 공공, 금융, 의료, 법률, 제조 등 민감한 산업의 요구를 모두 충족하기 어렵다. 네이버는 한국어 데이터와 자체 모델, 클라우드 운영 경험을 갖고 있고, 엔비디아는 GPU와 AI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제공할 수 있다. 이 조합은 국내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등 비영어권 AI 시장에서도 전략적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네이버 주가가 지난달 29일 하루 만에 14% 넘게 급등한 것도 이 기대감과 맞물린다. 네이버는 그동안 검색 광고 성장 둔화, 커머스 경쟁 심화, 글로벌 AI 경쟁에서의 존재감 문제로 시장의 의구심을 받아왔다. 그러나 젠슨 황 CEO와 이해진 의장의 회동 소식은 네이버가 다시 AI 인프라와 플랫폼 기업으로 재평가될 수 있다는 기대를 자극했다.

(왼쪽부터)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이해진 네이버 의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번 방한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특히 네이버와 LG에 쏠리고 있다. 지난해 엔비디아의 한국 협력 프레임이 HBM, AI 가속기, AI 팩토리 중심이었다면, 이번에는 그 인프라 위에서 어떤 서비스와 산업 응용이 만들어질 것인지가 관전 포인트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이미지=AI로 생성)

LG는 네이버와 다른 이유로 중요하다. LG가 가진 강점은 AI 모델 그 자체보다 AI가 실제 물리 세계로 들어가는 접점에 있다. LG전자는 가전, TV, 스마트홈, 로봇을 보유하고 있다. LG이노텍은 카메라 모듈, 센싱, 전장 부품을 공급한다. LG유플러스는 통신망과 기업용 서비스 인프라를 갖고 있다. LG CNS는 제조·물류·금융·공공 분야의 디지털전환 프로젝트를 수행해온 시스템통합 역량을 갖췄다. LG AI연구원은 초거대 AI 모델 엑사원을 개발해온 조직이다. 이 자산들이 결합하면 LG는 AI를 일상 공간과 산업 현장에 적용하는 피지컬 AI 실험장으로 기능할 수 있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도 피지컬 AI는 다음 성장 축이다. 데이터센터 GPU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이후, 엔비디아는 AI가 현실 세계를 이해하고 움직이는 로봇, 자율주행, 디지털 트윈, 스마트팩토리 시장으로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GPU만이 아니다. 로봇이 움직일 공간, 센서가 수집하는 데이터, 공장을 재현한 시뮬레이션 환경, 가전과 홈 디바이스의 사용자 접점, 통신망과 클라우드 인프라가 함께 필요하다. LG그룹은 이 구성 요소들을 계열사 단위로 폭넓게 갖고 있다는 점에서 엔비디아와의 협력 가능성이 부각된다.

LG전자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하고 LG CNS, LG이노텍, 지주사 LG까지 동반 급등한 것은 시장이 LG를 단순 가전 기업이 아니라 피지컬 AI 밸류체인의 잠재적 파트너로 다시 보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물론 LG그룹주의 최근 상승을 모두 황 CEO 방한 기대감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다. 로봇, AI 가전, 스마트팩토리, 전장, 클라우드, 그룹 차원의 사업 재편 기대감이 이미 주가에 반영돼 있었고, 이번 방한 소식은 그 흐름에 불을 붙인 촉매에 가깝다. 그럼에도 LG전자와 네이버가 같은 날 시장의 중심에 섰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엔비디아 협력의 무게중심이 반도체를 넘어 산업 응용과 플랫폼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방한의 핵심 질문은 황 CEO가 또 얼마나 많은 GPU를 약속하느냐에만 있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한국 기업들이 엔비디아 생태계 안에서 어떤 역할을 새로 부여받느냐다. 지난해 10월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과 AI 반도체 공급망에서, 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과 제조 AI에서 주목받았다. 이번에는 네이버가 소버린 AI와 AI 클라우드의 관문으로, LG가 피지컬 AI와 로봇·스마트홈의 실험장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젠슨 황 CEO의 ‘새로운 선물 보따리’가 있다면, 그것은 단순한 하드웨어 공급량이 아니라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AI 생태계에서 맡게 될 다음 역할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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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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