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8시, 서울 송파구 동남권물류단지의 셔터가 올라간다. 25톤 대형 트럭이 굉음을 내며 미끄러져 나오지만, 운전석의 사내는 핸들에 손을 얹지 않는다. 시속 90km, 중부고속도로 112km 구간을 가로질러 충북 진천의 롯데택배 메가허브터미널까지. 다음 날 새벽 5시, 트럭은 정확한 시간에 하역장에 도착해 있다. 공상과학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다. 오는 6월부터 매주 세 차례, 대한민국 고속도로 위에서 실제로 벌어질 풍경이다.

■ 무인 트럭, 상용화의 문턱을 넘다
자율주행 화물차는 더 이상 실험실의 프로토타입이 아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4월 16일 국내 자율주행 스타트업 라이드플럭스에 첫 자율주행 유상 화물운송을 허가하며, 상용화의 방아쇠를 당겼다. 투입 차량은 타타대우모빌리티(Tata Daewoo Mobility)의 맥쎈 25톤 트럭 한 대. 롯데글로벌로지스(Lotte Global Logistics)와 유상 운송 계약을 맺고 통행량이 적은 평일 야간 시간대에 택배를 실어 나른다. 초기에는 시험 운전자가 운전석에 앉지만, 내년부터는 조수석 탑승으로 옮겨가고, 최종적으로는 완전 무인화까지 3단계에 걸쳐 전환된다는 로드맵이다. 정부는 연내 전주, 강릉, 대구 등 전국 각지로 서비스 지역을 확장할 계획을 이미 짜놨다.
이 허가가 갖는 무게는 상당하다. 국내 자율주행 기술이 여객 운송을 넘어 화물 영역에서도 돈을 받고 서비스를 개시하는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이미 국토부는 지난해 3월부터 기존 332.3km 4개 노선에 한정돼 있던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지구를 전국 44개 노선 5,224km 고속도로 전 구간으로 확대했다. 사실상 전국 고속도로 전체가 자율주행 실증 무대로 열린 것이다.
바다 건너 미국의 속도는 더 매섭다. 오로라(Aurora Innovation)는 텍사스 댈러스-휴스턴 구간에서 시작한 무인 운행을 포트워스-피닉스 노선까지 검증을 마쳤고, 2026년 말까지 무인 트럭 200대 이상을 도로에 올린다는 계획을 확정했다. 오로라의 무인 누적 주행거리는 이미 25만 마일을 돌파했으며, 페덱스(FedEx), 슈나이더(Schneider), 우버프레이트(Uber Freight), 볼보 오토노머스 솔루션스(Volvo Autonomous Solutions), 워너 엔터프라이즈(Werner Enterprises) 등이 상업 화물을 맡겼다. 크리스 어름슨(Chris Urmson) 오로라 최고경영자는 "초인적 물류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선언했다.
경쟁사 코디악 AI(Kodiak AI)도 만만치 않다. 텍사스 퍼미안 분지의 아틀라스 에너지 솔루션스(Atlas Energy Solutions) 상업 운송에 무인 트럭을 이미 투입했고, 보쉬(Bosch)와 손잡고 양산형 자율주행 플랫폼 제조에 나섰다. 유럽에서는 플러스AI(PlusAI)와 이베코(IVECO)가 스페인 마드리드-사라고사 구간에서 남유럽 최초의 레벨4 자율주행 트럭 프로그램을 지난 1월 가동했다. 국내 스타트업 마스오토(Mars Auto) 역시 현대모비스, 롯데글로벌로지스, LX판토스와 '팀 코리아'를 꾸려 미국 롱비치항에서 편도 3,379km에 달하는 세계 최장거리 자율주행 화물운송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 왜 화물차인가 – 숫자가 말하는 절박함
자율주행 기술이 승용차보다 화물차 시장에서 먼저 꽃을 피우는 이유는 명확하다. 경제성과 인력난이라는 두 축이 물류 업계를 벼랑 끝으로 몰고 있어서다. 2026년 발표된 글로벌 보고서에 따르면 자율주행 트럭은 기존 유인 트럭 대비 총소유비용(TCO)을 최대 41.7%까지 낮출 수 있다. 운전자의 법정 휴식 시간 제약이 사라지면서 연료 보충과 정비 시간을 제외하곤 24시간 연속 운행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시장 규모도 폭발적으로 팽창 중이다.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Fortune Business Insights)는 세계 자율주행 트럭 시장이 2025년 429억 1천만 달러에서 2026년 465억 8천만 달러를 거쳐 2034년 1,077억 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컨설팅 기업 맥킨지앤컴퍼니(McKinsey & Company)는 2035년까지 미국 도로를 달리는 대형 트럭의 13%가 자율주행으로 대체될 것으로 예측했다.
기술적 안전성 논리도 뒷받침된다. 오로라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 카운티 I-5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14건의 치명적 충돌사고를 시뮬레이션으로 재현한 결과, 자율주행 시스템이 대부분의 사고를 회피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마이클 비싱어(Michael Wiesinger) 코디악 로보틱스 부사장은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미국에서만 매년 4천 명 이상이 트럭 사고로 부상하거나 사망한다. 자율주행 트럭은 360도 시야를 가지며, 늘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산만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 그러나 화려한 청사진 아래 지뢰밭이 도사린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상용화 팡파르가 크게 울릴수록, 해결되지 않은 난제들이 오히려 도드라져 보인다.
가장 먼저 언급될 지뢰는 책임 소재의 미로다. 무인 트럭이 사고를 냈을 때 배상 책임을 누가 어디까지 질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국제 표준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현행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체계에서는 운수사업자, 운전자, 차량 제작사, 소프트웨어 개발사, 통신사업자가 얽히고설킨 사고 원인 규명 절차를 밟아야 한다. 국토부는 사고조사위원회를 주축으로 원인을 가리도록 제도를 설계했다고 밝혔지만, 손해보험사들은 자율주행 기능이 개입된 사고를 기존 자동차보험 체계에 어떻게 편입시킬지, 요율은 어떻게 산정할지를 놓고 여전히 표류 중이다.
다음은 비정형 도로라는 기술의 한계선이다. 지금까지 상용화 성과가 나온 구간은 하나같이 고속도로 본선이다. 곧고 넓고 예측 가능한 도로. 그러나 화물 운송은 결코 고속도로에서 시작해서 고속도로에서 끝나지 않는다. 물류 창고의 좁은 진입로, 규격화되지 않은 시골 외길, 도심 이면도로의 무질서한 끼어들기, 갑작스러운 공사 구간이 모두 자율주행 시스템을 시험대에 올린다. 자율주행 운영설계영역(ODD)을 창고 하역장 안까지 확장하려면 오차범위를 극단적으로 좁힌 1:1,000 수준의 초정밀 지도 데이터가 필수적이다. 이 데이터를 전국 단위로 갱신하고 관리하는 비용과 시간은 아직 시장이 감당해본 적 없는 규모다.
원격주행 스타트업 베이(Vay)의 토마스 폰 데어 오헤(Thomas von der Ohe) 최고경영자는 이 지점을 정확히 짚었다. "고속도로 운전 같은 건 컴퓨터가 할 수 있다. 그러나 서울 도심의 복잡한 교통 상황, 비보호 좌회전 구역, 까다로운 교차로 같은 복잡한 도심에서는 사람이 개입해야 한다." 완전 무인화가 아니라 자율주행과 원격주행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모델이 현실적 대안으로 부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지막 지뢰는 일자리 지형의 대격변이다. 자율주행이 해결하겠다고 내세우는 '운전자 부족' 문제는, 뒤집어 보면 수십만 명이 종사하는 직업군이 통째로 축소된다는 뜻이다. 미국에서는 자영운전자독립운전자협회(OOIDA) 소속 운전자 수백 명이 무인 트럭 예외조항에 공식 반발했다. 캘리포니아주 의회는 2023년 통과된 법안 AB 316을 통해 공공도로에서 운행하는 대형 자율주행차량에 훈련된 인간 안전 요원 탑승을 의무화했다. 사실상 무인 트럭을 금지한 조치다. 미국 연방정부가 통합된 자율주행 트럭 규제 프레임을 만들지 못하는 사이, 텍사스는 열고 캘리포니아는 닫는 극단적 규제 파편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 돈을 태우며 달리는 레이스
기술 개발 기업들의 재무 부담도 무시할 수 없는 이슈다. 오로라는 2025년 4분기에만 2억 600만 달러의 손실을 냈고, 연간 손실 규모는 8억 1,6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8.3% 증가했다. 매출은 연 300만 달러에 그쳤다. 회사는 2026년 매출을 1,400만~1,600만 달러로 늘리고, 2028년부터 수익이 비용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하지만, 그때까지 현금을 태우는 마라톤은 계속된다.

국내 상황도 녹록지 않다. 정부는 실증 비용, 연구개발, 인프라 구축을 위해 올 한 해 약 740억 원 규모 예산을 편성했지만, 스타트업들이 요구하는 실증 비용 지원 규모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는 레벨4 자율주행차의 국내외 안전기준이 마련되기 전이라도 자유로운 운행과 판매를 가능케 하는 성능인증제를 3월 20일부터 시행에 들어갔지만, 이는 뒤집어 말하면 정식 안전기준이 아직 부재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 무엇을 다듬어야 하는가
결국 자율주행 화물차의 미래는 기술 하나로 결정되지 않는다. 세 가지 축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먼저 책임 분배의 법제화다.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개정을 통해 무인 운행 상태에서의 배상 순위와 보험 요율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자율주행차 전용보험 상품 출시가 논의 단계에 머물러 있는 국내 손보업계도 실제 상품 설계에 착수해야 할 시점이 왔다.
다음은 인프라 정합성 확보다. 5,224km 고속도로 전 구간을 시범운행지구로 열어놓았지만, 정작 하역장까지 이어지는 '마지막 1km'가 자율주행의 사각지대다. 물류 거점을 중심으로 한 초정밀 지도 구축과 V2X(차량-사물 간 통신) 인프라 투자가 병행돼야 무인화의 마지막 퍼즐이 맞춰진다.
마지막은 인력 전환의 사회적 안전망이다. 완전 무인화는 하루아침에 오지 않는다. 오로라와 코디악 모두 향후 5~10년은 인간 운전 트럭과 자율주행 트럭이 혼합 운영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인정한다. 그 완충 기간을 활용해 기존 운전자를 원격 관제사, 자율주행 안전 요원, 물류 데이터 분석가 등 새 직군으로 이동시키는 재교육 프로그램이 국가 차원에서 설계돼야 한다.
■ 밤은 이미 시작됐다
6월의 어느 밤, 25톤 무인 트럭이 서울과 진천을 오간다. 화물칸엔 다음 날 아침 문 앞에 도착할 누군가의 택배 상자가 실려 있다. 그 트럭은 지치지 않고, 졸지 않으며, 스마트폰을 들여다보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 트럭이 사고를 낸다면, 배상 청구서는 어디로 향할 것인가. 트럭이 다니는 노선이 100개, 1,000개로 늘어날 때 40만 화물 운전자의 밥벌이는 어떻게 될 것인가. 좁은 창고 진입로의 마지막 100m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기술은 이미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그 도로 아래 깔린 제도의 아스팔트를 얼마나 두껍고 촘촘하게 다시 까느냐다. 무인 트럭의 헤드라이트가 앞을 비추는 밤, 우리 사회가 준비해야 할 조명은 다른 곳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