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글래스 시장이 메타 한 회사의 독주 체제에서 다자 경쟁 구도로 전환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 2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갤럭시 언팩 2026에서 AI 글래스 '인텔리전트 아이웨어'의 세부 기능을 공개하며 본격 참전을 알렸고, 이는 시장 성장 속도와 경쟁 구도 자체를 바꿀 변수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스마트글래스 출하량은 960만 대였고, 연간 기준 메타 점유율은 76.1%였다. 반기별로 집계한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자료를 보면 메타 점유율은 상반기 73%에서 하반기 82%로 더 올라, 시간이 지날수록 메타 쏠림이 심해진 흐름을 보여준다.
두 수치는 조사기관과 집계 구간(연간·반기)이 달라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어느 쪽으로 봐도 메타가 70%대 후반~80%대의 압도적 지배력을 가졌다는 결론은 같다. 메타는 안경 전문기업 에실로룩소티카와 손잡고 레이밴·오클리 브랜드로 시장을 사실상 개척했다. 최근에는 299달러짜리 보급형 모델까지 내놓으며 가격 장벽을 낮췄고, 레이밴 메타·오클리 메타는 지난 5월 국내에도 정식 출시됐다. 가격은 69만 원부터다.

이 구도에 균열을 낸 게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구글 I/O 2026에서 안드로이드 XR 기반 AI 글래스를 처음 공개한 데 이어, 이번 언팩에서 디자인 2종을 추가해 총 4종 라인업을 갖췄다. 젠틀몬스터, 워비파커와 협업했고, 음성·제스처·시각 정보로 메시지 확인, 실시간 번역, 길 안내를 손 없이 처리한다. 정식 제품명과 가격은 미정이지만 출시는 연내로 예고됐다.
메타가 자체 생태계로 시장을 키웠다면, 삼성은 구글과 손잡고 안드로이드 XR이라는 개방형 플랫폼으로 맞선다. 두 제품이 같은 퀄컴 스냅드래곤 AR1 Gen1 칩을 쓰면서도 삼성 쪽은 제미나이와 빅스비 중 AI를 선택할 수 있다.
삼성이 스마트폰 제조 노하우로 메타 레이밴(48~52g)보다 가벼운 무게를 앞세우면서, 경쟁축이 '누가 먼저 시장을 열었나'에서 '누가 더 가볍고 자연스러운 착용감을 주는가'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애플은 당초 올해 말 공개를 검토했지만 프라이버시 대응 전략을 다듬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2027년 6월 WWDC 공개, 2027년 말 출시로 일정을 미룬 상태다.
정작 소비자 반응은 아직 뜨겁지 않다. IT매체 더 버지 등 외신 리뷰에 따르면, 최근 출시된 스마트글래스 여러 종을 실제로 써본 결과 음악 재생과 문자 확인, 길 안내 같은 기본 기능은 비슷비슷했고 하루 종일 착용해야 할 뚜렷한 이유를 찾기 어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AI 인식 기능도 완벽하지 않아, 메타 AI가 눈앞의 차량 모델을 여러 차례 잘못 인식한 사례도 보고됐다. 프라이버시 우려도 여전하다. 카메라가 달린 채 일상을 촬영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주변 사람이 불안을 느끼는 경우가 있고, 실제로 일부 크루즈선과 법정에서는 이런 기기의 사용이 이미 금지됐다. 시력 보정용 렌즈 지원이나 고장 시 수리 문제도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결국 가격 부담과 킬러 콘텐츠 부재, 사생활 침해 우려라는 세 가지 장벽을 넘어야 대중화가 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진단이다.
국내 부품업계는 새로운 수요처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전기는 카메라모듈·배터리 부품에서, 삼성디스플레이는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기술에서 웨어러블 기기로 적용처를 넓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실제 매출 기여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결국 관건은 삼성의 참전이 시장 전체 파이를 키우느냐, 메타의 점유율만 잠식하느냐다. 기술적으로는 이미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소비자가 안경을 새로 사야 할 이유를 만드는 일은 별개의 과제다.
삼성 제품의 구체적 가격과 국내 출시 일정이 나와야 실제 구매 반응을 가늠할 수 있고, 애플까지 가세하는 2027년 이후가 시장의 진짜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