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많이 쓴 기업일수록 오히려 더 뽑았다"...'해고 공포' 뒤집은 미국 조사 나왔다

AI 때문에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공포가 확산하는 가운데, AI에 가장 많이 투자한 기업일수록 오히려 채용을 더 늘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국 IT매체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미국 기업 지출관리 서비스 '램프'와 인력데이터 분석업체 '레벨리오랩스'가 약 2만2000개 기업의 AI 지출과 인력 데이터를 공동 분석한 결과, 직원 1인당 월평균 4만3000원(30달러) 이상을 AI에 지출한 '고강도 AI 도입 기업'의 인력 규모는 10.2%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신입·주니어급 채용이다. AI가 가장 먼저 대체할 직군으로 신입 직급이 꼽혀 왔지만, 고강도 AI 도입 기업의 엔트리 레벨 인력은 오히려 12% 증가했다. 엔지니어링, 영업, 행정, 고객서비스, 재무, 마케팅, 연구직까지 거의 전 직군에서 채용이 늘었고, 그중에서도 소프트웨어·인터넷·미디어 등 정보산업 분야의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이는 최근 확산해온 'AI발(發) 실업' 서사와 배치되는 결과다. 그동안 나온 조사는 대부분 우울한 쪽이었다. 테크크런치는 올해 5월까지 미국 기업들이 AI를 이유로 발표한 감원 규모가 9만 명에 육박했고, 향후 5년 내 미국 일자리의 최대 15%가 AI로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 바 있다고 짚었다. AI로 인해 매달 순고용이 약 1만6000개씩 줄었으며 그 부담을 주로 2030세대 초년생이 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고 전했다.

(출처=AI 생성 이미지)

다만 보고서 저자들도 스스로 한계를 인정했다. 조사 대상이 벤처투자를 유치했거나 이미 빠르게 성장 중인 기술 기업에 쏠려 있어, 채용 증가가 AI 덕분인지 원래 성장세였던 기업이라 그런 것인지 가려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소프트웨어·기술 기업의 경우 AI가 코드 작성이나 내부 도구 제작 같은 핵심 업무의 비용을 낮춰주는 만큼, 이렇게 절감된 비용이 특정 팀이 아니라 회사 전체를 확장하는 데 쓰일 여지가 크다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한국 상황을 보면 조금 더 복잡하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6월 30일 발표한 '2026년 상반기 직종별 사업체노동력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구인 인원(146만4000명)과 채용 인원(136만8000명)은 각각 전년보다 3.4%, 4.6% 늘었다. 하지만 대기업 정규직 신입 공고는 2025년 1~11월 기준 전년보다 43% 급감했고, 5월 청년층 취업자는 25만5000명 줄었다.

AI 관련 채용만 놓고 보면 흐름이 다르다. 잡코리아가 올해 1분기 채용공고를 분석한 결과, AI 키워드가 포함된 공고 수는 5년 전보다 112% 늘었고 그중 신입직 공고는 162% 증가했다. 신입 채용시장 전체는 얼어붙는 와중에도 AI 관련 직무만은 거꾸로 가고 있는 셈이다. 채용 담당자 485명을 설문해 지난 2월 발표한 잡코리아 'HR 머니 리포트 2026'에서도 AI·개발·데이터 직무 평균 연봉은 4947만 원으로 21개 주요 직무 가운데 가장 높았다.

결국 관건은 AI를 '어떻게 쓰느냐'라는 진단이 나온다. 자본과 기술 인력, 창업자 네트워크, 경영 역량을 갖춘 기업은 AI 도입을 실제 성과로 전환하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은 실험 단계에 머물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보고서 저자들은 "그런 채널이 없는 기업은 뒤처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재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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