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데이터 분석이 쓸모없다고 생각합니다.”
데이터 분석 플랫폼 태블로(Tableau)의 제품 전략을 총괄하는 매튜 밀러(Matthew Miller) 글로벌 태블로 제품 관리 부문 부사장이 무대에서 던진 첫 화두는 역설적이었다. 하지만 곧 조건이 붙었다. 인사이트가 없다면 데이터 분석은 쓸모가 없고, 맥락을 이해하지 못해도 마찬가지다. 데이터를 이해했어도 사람의 판단이나 행동을 바꾸지 못한다면 결국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일즈포스가 지난 20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개최한 ‘태블로 데이터팸 서울 2026(Tableau DataFam Seoul 2026)’ 기조연설을 관통한 메시지도 다르지 않았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자연어 질문에 답하는 수준을 넘어 기업 데이터의 의미와 업무 맥락을 파악하고, 필요한 인사이트를 먼저 발견해 실제 의사결정과 후속 행동까지 지원하는 ‘에이전틱 애널리틱스(Agentic Analytics)’로 데이터 분석의 역할을 확장하겠다는 것이다.

“숫자만으로는 부족하다”…핵심은 맥락과 행동
밀러 부사장은 이날 ‘왜 데이터 자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가’를 강조했다. 예로 든 것은 체온이었다. 어떤 아이의 체온이 45도라는 숫자만 제시하는 것과 정상 체온이 약 37도라는 사실을 함께 아는 것은 전혀 다른 판단으로 이어진다. 데이터 분석 역시 숫자를 보여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숫자가 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뜻하는지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기업에서 쓰이는 용어는 더 복잡하다. 그는 ‘전환율(Conversion Rate)’이라는 같은 표현도 마케팅에서는 리드 전환율을, 재무에서는 환율을 의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가 신뢰할 만한 답을 내놓으려면 숫자뿐 아니라 기업 고유의 맥락과 업무 지식까지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밀러 부사장은 “데이터와 분석은 인사이트가 없다면 의미가 없다. 데이터 자체는 아직 활용되지 않은 자원이고, 우리는 이를 인사이트로 전환해야 한다”며 “맥락이 없다면 숫자의 의미를 알 수 없고, 이해했다고 해도 우리의 행동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한편으로 밀러 부사장은 단순히 숫자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는 결과를 만들 수 없고 결국 데이터 분석에는 사람, 즉 인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부 기업은 적절한 AI만 확보하면 더 이상 사람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기술은 인간의 정신과 사고, 감정과 이해가 가진 힘을 끌어내는 가속기입니다. 인간의 뇌는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CPU이자 GPU라고 생합니다. 태블로가 처음부터 추구한 것도 사람들이 데이터를 보고, 이해하고, 행동하도록 돕는 것이었죠.”
이어 밀러 부사장은 태블로가 데이터 시각화와 셀프서비스 분석을 넘어 확장해 온 방향을 ‘신뢰(Trust)’, ‘행동(Action)’, ‘도달(Reach)’이라는 세 축으로 설명했다. 데이터 품질과 거버넌스가 확보되지 않으면 분석 결과를 믿을 수 없고, 분석이 비즈니스에 영향을 미치려면 행동으로 이어져야 하며, 일부 데이터 전문가만 사용할 수 있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특히 생성형 AI는 ‘도달’의 장벽을 낮춘다. 코드를 쓰는 사람, 드래그앤드롭으로 분석하는 사람, 자연어로 질문하는 사람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밀러 부사장은 이를 기존 수동적 분석(Passive Analytics)에서 능동적 분석(Proactive Analytics)으로의 전환이라고 규정했다.

“과거에는 사람이 태블로 같은 도구를 이용해 직접 데이터를 이해해야 했다면 AI 에이전트는 사용자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이해하고, 어떤 방식으로 일하는지와 그 맥락을 기억할 수 있게 됐습니다. 조직이 사용하는 용어와 숫자의 의미에 맞춰가면서 사용자가 찾기 전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먼저 발견할 수 있죠. 우리가 가고 있는 방향은 단순히 숫자를 설명하는 수동적 분석에서 능동적 분석으로의 전환입니다.”
이를 기술적으로 떠받치는 두 축이 지식 엔진(Knowledge Engine)과 의사결정 엔진(Decision Engine)이다. 지식 엔진은 기업 데이터에 의미와 업무 규칙을 부여하고, 의사결정 엔진은 데이터 변화와 이상 징후를 포착해 후속 업무로 연결한다. 태블로는 지난 10여년간 축적된 3300만개의 시맨틱 모델을 기반으로 기업별 지표와 업무 규칙, 데이터 간 관계를 AI 에이전트가 이해하도록 하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어 밀러 부사장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행동한다’는 의미도 단순히 대시보드의 버튼을 누르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객 조사 결과 행동은 크게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 연결(Connection), 실행(Execution)으로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분석 결과를 동료에게 전달하고 슬랙·팀즈·이메일에서 함께 판단하며 필요하면 API를 호출해 다른 시스템을 변경하는 것까지 분석의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죽어가던 소나무에 센서 달았다…“인사이트가 나를 찾아오게”

이날 에이전틱 애널리틱스를 설명하기 위해 밀러 부사장은 자신의 집 뒷마당 이야기를 꺼냈다. 미국 시카고에 거주하는 그의 집에는 상태가 좋지 않은 소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나무가 죽어가기 시작하자 그는 수목 전문가를 불렀고, 전문가는 토양 수분을 40~60%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물을 자주 주라”는 말만으로는 적정 상태를 판단하기 어려웠다. 결국 밀러 부사장은 작은 사물인터넷(IoT) 센서를 소나무 아래 흙에 설치해 데이터를 직접 수집하기 시작했다.
밀러 부사장은 “제가 소나무 이야기를 할 때 여러분이 해결하려는 문제와 데이터, 만들어내려는 결과로 바꿔 생각해 주시면 된다”며 “기업에서는 소나무 대신 매출, 공급망, 오류율 같은 지표가 들어갈 뿐”이라고 설명했다.
밀러 부사장에 따르면 센서에서 나온 숫자만 봐서는 별다른 의미를 찾기 어려웠다. 하지만 데이터를 시각화하고 기상 데이터와 결합하자 수분이 크게 뛰는 시점이 비가 내린 날과 겹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나의 데이터셋에서 이상치처럼 보였던 숫자가 날씨라는 외부 맥락과 결합하면서 의미 있는 정보가 된 것이다.
밀러 부사장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갔다. 매번 대시보드를 열어 소나무 상태를 확인하는 대신 자동화를 적용했다. 센서와 날씨 데이터를 태블로 펄스(Tableau Pulse)에 연결하자 시각화와 관련 인사이트가 자동으로 생성됐고, “우리 집 뒷마당 소나무 상태가 어떤가”라고 자연어로 질문하면 관련 지표와 데이터 출처를 근거로 답을 제시했다.
그는 이어 아직 알파 단계인 기능도 시연했다. 태블로 에이전트에 사용자 정의 ‘스킬(Skill)’을 적용해 토양 수분이 정상 범위일 때는 웃고, 너무 습하거나 건조하면 찡그리는 소나무 이미지를 새로운 시각화로 생성했다. 생활 속 작은 사례였지만 데이터 연결→맥락 추가→AI 분석→인사이트 전달→새로운 행동으로 이어지는 에이전틱 애널리틱스의 구조를 보여주기 위한 데모였다.
기업의 ‘머릿속 지식’까지 연결…발견한 문제는 슬랙에서 실행으로

밀러 부사장이 제시한 구조는 이어진 이수민·박상윤 솔루션 엔지니어의 시연을 통해 기업 업무 시나리오로 구체화됐다. 먼저 이수민 솔루션 엔지니어는 Knowledge Engine을 설명했다. 기업의 지식은 데이터베이스뿐 아니라 메신저와 문서, 특정 지표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알고 있는 사람의 경험에도 흩어져 있다는 것이다.
이 엔지니어에 따르면 이제까지 기업의 지식은 ERP나 데이터베이스, 메신저, 그리고 우리의 머릿속에 각각 나뉘어 존재했다. 엑셀 데이터를 AI에 복사해 붙이고 그 답을 다시 메신저에 옮기는 식으로 사람이 직접 연결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Knowledge Engine은 이런 지식을 통합해 사람과 AI가 함께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현장에서는 시맨틱 규칙(Semantic Rule)도 소개됐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수입·매출·마진을 질문할 때 어떤 테이블을 사용해야 하는지와 같은 지침을 데이터에 부여하고, AI가 관련 규칙의 초안을 추천하면 사람이 선택하거나 수정하는 방식이다.

두 번째 축인 Decision Engine은 박상윤 솔루션 엔지니어가 가상의 유통기업 재고 운영 관리자 사례로 풀었다.
재고 운영 관리자가 태블로 펄스에서 매출 손실 증가를 발견한 뒤 지역별로 범위를 좁히자 여의도가 문제 지역으로 나타났고, 다시 상품별로 내려가자 도시락, 그중에서도 불고기 도시락에서 가장 큰 매출 손실이 확인됐다. 이후 관리자는 슬랙에서 태블로 MCP와 연결된 봇에 재고 부족 원인을 물었다. AI는 웹상의 일반적인 답이 아니라 기업 내부 데이터와 비즈니스 맥락을 기반으로 행사와 폭염에 따른 수요 증가를 주요 원인으로 제시했다. 이어 분석 내용을 슬랙 캔버스에 정리해 상품 운영팀 등 관련 실무진과 공유하는 과정까지 이어졌다.
시연과 함께 박 엔지니어는 “좋은 데이터 기반을 갖췄다면 이제 그 데이터가 실제 의사결정을 움직여야 한다”며 “태블로가 단순히 데이터를 보여주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중요한 변화를 발견하고 인사이트를 만들고 결국 다음 행동까지 연결하는 일련의 과정이 Decision Engine”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 엔지니어는 “중요한 것은 어디에서 일을 하든 같은 데이터와 같은 비즈니스 맥락을 기반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2003년 스탠퍼드대 컴퓨터공학 연구 프로젝트에서 출발한 태블로의 오래된 명제는 사람들이 데이터를 ‘보고 이해하도록(See and Understand Data)’ 돕는 것이었다. AI 에이전트 시대에는 여기에 ‘행동(Act)’이 더해지고 있다.
밀러 부사장이 소나무에 센서를 꽂은 개인적인 사례부터 기업의 매출 손실을 찾아 슬랙에서 대응하는 시나리오까지 이날 기조연설이 반복해서 보여준 것도 같은 흐름이었다. 데이터를 더 많이 쌓고 더 화려한 대시보드를 만드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태블로가 ‘에이전틱 애널리틱스’라는 이름 아래 제시한 AI 시대 데이터 분석의 새로운 경쟁 지점은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에 정확한 맥락을 더하고, 이를 실제 판단과 행동으로 옮기기까지의 거리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