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월 26일, 팀 쿡이 이끌던 애플의 마지막 장이 사실상 막을 내렸다. 존 터너스가 9월 1일 CEO직을 승계한 뒤 단 8일 만에 열리는 이번 이벤트는 애플 역사상 가장 극적인 전환기를 상징한다. 15년 간 애플을 이끌며 연매출을 1080억 달러에서 4160억 달러로 끌어올렸던 쿡의 시대가 가고,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총괄 출신 터너스의 시대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공개될 제품은 단순한 신작 아이폰이 아니다. 애플이 20년 가까이 고수해온 직사각형 스마트폰 형태를 깨는 첫 폴더블 기기, 아이폰 울트라가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접었다 펼 수 있는 화면, 2000달러를 훌쩍 넘는 가격, 터치ID의 부활. 이 모든 요소는 아이폰의 정체성 자체를 다시 쓰겠다는 애플의 선언이다.
■ 삼성 Z Fold8, 사전예약 144만대로 역대 최고 기록 경신
하지만 애플이 무대에 오르기 전, 삼성전자는 이미 한 발 앞서 있었다. 7월 출시된 갤럭시 Z Fold8 시리즈는 한국에서만 사전예약 144만대를 기록하며 삼성 역사상 최고 사전예약 수치를 달성했다. 이는 지난해 Z Fold7 시리즈의 104만대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심지어 갤럭시 S26 시리즈의 138만대, 과거 노트10 시리즈의 138만대마저 뛰어넘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중 70%가 넓은 화면 비율의 Z Fold8 단일 모델에 집중됐다는 점이다. 약 100만대가 Z Fold8으로 쏠린 것이다. LG유플러스의 경우 폴더블 사전예약 중 67.4%가 Z Fold8이었고, Z Fold8 울트라가 17.1%, Z Flip8이 15.5%를 차지했다.
전 세계적으로도 Z Fold8의 반응은 뜨겁다. 삼성은 유럽과 미국에서 사전예약이 전년 대비 각각 17%, 30%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수요는 삼성의 초기 재고를 순식간에 소진시켰고, 한국과 일부 시장에서는 출하 지연이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Z Fold8의 글로벌 1차 판매량이 200만대를 가뿐히 넘을 것으로 전망한다.
■ 4:3 비율 채택, 삼성이 앞서 갔지만 애플 루머가 촉발
Z Fold8의 성공 요인은 디자인 변화에 있다. 삼성은 기존 좁고 긴 형태를 버리고 5.5인치(접었을 때)와 7.6인치(펼쳤을 때)의 넓은 화면 비율을 채택했다. 이는 아이패드 미니와 유사한 4:3 비율로, 양손으로 사용하기 편하고 멀티태스킹에 유리하다.
흥미로운 점은 삼성이 이 비율을 처음 선보인 시점이다. 애플의 폴더블 개발 루머는 2018년 3월부터 나왔지만, 삼성이 Z Fold 시리즈에 넓은 화면 비율을 적용한 것은 2026년 여름이 처음이다. 맥루머스(MacRumors)의 비디오그래퍼 댄 바버라는 "애플이 형태를 정하고 그 정보가 유출되자 삼성이 유사한 제품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은 폴더블을 7년간 만들어왔지만, 애플이 선택한 디자인을 먼저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은 경험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루머에 따르면 아이폰 울트라 역시 5.5인치 외부 화면과 7.8인치 내부 디스플레이를 탑재할 예정이다. Z Fold8과 거의 동일한 크기다.
■ '시장 확대가 삼성에게도 이득'…애널리스트들의 진단
그렇다면 애플의 진입이 삼성에게 위협일까? 오히려 반대라는 분석이 나온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는 2026년 글로벌 폴더블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년 대비 21%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애플의 진입이 주요 성장 동력이라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시장 점유율 예측이다. 삼성은 2025년 40%에서 2026년 32%로 떨어지지만, 애플은 첫해부터 2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화웨이가 24%, 모토로라가 8%, 아너가 3%를 가져간다. 삼성의 점유율은 줄지만, 시장 자체가 커지면서 절대 판매량은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폰 아레나(Phone Arena)의 분석가는 "떠오르는 조류는 모든 배를 들어올린다"며 "폴더블 시장은 지금까지 전체 스마트폰 시장의 2.5%에 불과했지만, 애플의 진입으로 주류로 진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작은 시장에서 1등 하는 것보다 큰 시장에서 2~3등 하는 게 낫다"며 "많은 소비자들이 아이폰 울트라 컨셉은 좋아하지만 가격이나 운영체제 때문에 대안을 찾을 것이고, 그때 Z Fold8이 유일한 선택지"라고 강조했다.
안드로이드 어소리티(Android Authority)는 "애플이 그냥 들어와서 Z Fold8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많은 것을 가정한 것"이라며 삼성의 경쟁력을 높이 샀다. 특히 멀티태스킹 경험에서 삼성이 앞서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삼성은 90:10 화면 분할, 윈도우 이동, 앱 페어(자주 쓰는 앱 조합 저장) 등 생산성 도구를 오랜 기간 다듬어왔다. 반면 아이폰은 아직 이런 기능이 없고, 아이패드OS의 경험을 그대로 이식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 삼성의 7년 노하우 vs 애플의 생태계, 진검승부
삼성은 힌지 내구성, 화면 주름 최소화, 방수방진 등 폴더블 기술을 7년 간 축적해왔다. Z Fold8은 새로운 힌지 메커니즘으로 주름을 최소화했다고 홍보하지만, 특정 조명 아래서는 여전히 주름이 보인다. 애플은 리퀴드 메탈과 티타늄, 스테인리스 스틸을 조합한 힌지로 거의 주름 없는 디스플레이를 구현했다고 알려졌지만, 실물을 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가격도 변수다. Z Fold8은 1900달러로 책정됐지만, 아이폰 울트라는 2000~2500달러로 예상된다. 애플은 가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7월 말 '애플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출시했다. 기존보다 낮은 월 납부액으로 기기를 리스할 수 있는 제도다.
삼성의 강점은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있다. 앱 개발자들은 수년간 폴더블에 최적화된 앱을 만들어왔고, 삼성은 지원하지 않는 앱도 강제로 화면에 맞춰 실행시키는 기능을 제공한다. 애플은 이런 타협을 허용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 초기에는 앱 호환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반면 애플의 강점은 생태계 잠금 효과다. 아이폰, 맥, 아이패드, 애플워치를 함께 쓰는 사용자들은 안드로이드로 넘어가기 어렵다. 이들에게 아이폰 울트라는 기다려온 선택지다. 또한 애플의 산업 디자인과 브랜드 파워는 여전히 강력하다.
■ 애플의 진입장벽, 생산 지연과 공급 부족
아이폰 울트라의 생산은 순탄치 않았다. 애플은 당초 6월 대량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었으나, 엔지니어링 검증 단계에서 예상보다 많은 문제가 발생하며 8월 초로 일정이 밀렸다.
일본 니케이는 제조 문제로 출시가 2027년까지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지만, 블룸버그의 마크 거먼은 "아이폰 울트라는 아이폰 18 Pro와 같은 시기 또는 직후에 출시될 예정"이라며 일정 준수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디지타임스(DigiTimes)는 "테스트 단계 지연은 사실이지만 애플이 대량 생산 단계에서 시간을 만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초기 생산 물량은 제한적이다. 리커인 픽스드 포커스 디지털(Fixed Focus Digital)은 "초기 물량은 약 1000만 대 수준이지만, 생산 속도를 끌어올리는 데 3~5개월이 소요될 수 있다"고 전했다.
DRAM 공급 부족도 변수다. 반도체 분석가 팀 컬펀은 "애플이 아이폰 18 Pro와 아이폰 울트라 생산을 마무리하는 데 필요한 DRAM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며 "TSMC는 10억 달러 규모의 패키징되지 않은 프로세서를 메모리 칩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 삼성 디스플레이, 아이폰 울트라 패널 독점 공급
아이러니한 점은 아이폰 울트라의 핵심 부품인 폴더블 OLED 패널을 삼성 디스플레이가 독점 공급한다는 사실이다. 디일렉(TheElec) 보도에 따르면, 삼성 디스플레이는 6월 애플로부터 모듈 생산 승인을 받고 베트남 후공정 라인에서 올해 약 300만 장의 패널을 공급할 예정이다. 애플은 향후 3년간 삼성 디스플레이에서만 폴더블 OLED를 조달하기로 했다.
모듈 생산 승인을 받으려면 최종 조립 품질과 양산 안정성을 입증해야 하며, 애플은 수율 70% 이상을 요구한다. 삼성 디스플레이는 80% 이상의 수율을 달성하며 기준을 통과했다. 패널은 컬러필터 온 인캡슐레이션(CoE) 기술과 M16 OLED 소재를 사용해 밝기, 색 표현, 수명, 전력 효율을 개선했다.
경쟁사에게 핵심 부품을 공급한다는 것은 삼성에게 양날의 검이다. 단기적으로는 부품 매출이 발생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애플이 폴더블 시장에서 삼성의 점유율을 잠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은 디스플레이 사업부와 모바일 사업부가 분리돼 있어 각자의 이익을 추구한다.
■ 카메라와 생체인증, 타협의 흔적
아이폰 울트라는 프로 모델에 비해 몇 가지 기능이 축소된다. 카메라는 듀얼 렌즈 구성으로, 망원 렌즈가 빠진다. 이는 Z Fold8도 마찬가지다. 맥루머스는 "카메라 품질 하락이 아이폰 18 Pro 대신 아이폰 울트라를 선택할 때 주요 단점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생체인증 방식도 바뀐다. 페이스ID 대신 터치ID가 측면 버튼에 탑재된다. 분석가 밍치궈는 "기기를 최대한 얇게 유지하기 위해 트루뎁스 카메라 시스템을 탑재할 공간이 부족하다"며 "터치ID를 선택한 것은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애플은 디스플레이와 힌지 기술에서 차별화를 꾀했다. 초박형 유리를 사용해 주름을 최소화하고, 리퀴드 메탈과 티타늄, 스테인리스 스틸을 조합한 힌지를 개발했다. 분석가 제프 푸는 "프레임은 티타늄과 알루미늄으로 구성되며, 티타늄은 굽힘 방지를, 알루미늄은 방열과 경량화를 담당한다"고 전했다.
■ 시리 AI, 애플 생태계 재편의 중심축
이번 이벤트에서 아이폰 울트라만큼 중요한 것이 시리 AI다. 애플은 6월 8일 개막한 WWDC에서 시리를 완전히 재설계한 '시리 AI'를 공개했다. 단순한 음성 비서를 넘어 개인화된 맥락을 이해하고, 애플 기기 전반의 정보에 접근하며, 복잡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AI 어시스턴트로 거듭난 것이다.
iOS 27에 탑재된 시리 AI는 사진 확장, Safari 탭 자동 정리, 자연어 기반 리마인더 및 단축어 생성, 지도 항공 이미지 개선, 비밀번호 자동 업데이트 등 광범위한 기능을 수행한다. 아이폰 17 Pro와 아이폰 에어에는 더 강력한 온디바이스 모델이 탑재돼 음성 이해 및 생성, 텍스트와 이미지 해석까지 가능하다.
애플은 시리 AI를 중심으로 생태계 전반을 재편하고 있다. 올 가을 출시될 홈팟 미니와 애플 TV 4K 업데이트 모델은 시리 AI를 구동할 수 있는 더 빠른 프로세서를 탑재한다. 10월에서 2027년 초 사이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7인치 스마트 디스플레이는 시리 AI를 기반으로 스마트 홈 기기를 제어한다. tvOS를 기반으로 하되 iOS와 watchOS 요소를 결합한 새 운영체제를 탑재하며, 테이블 거치형과 벽걸이형 두 가지 버전으로 출시된다.
블룸버그의 마크 거먼은 "애플은 9인치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움직이는 암에 장착된 고급형 로봇 버전과 HomeKit Secure Video 플랫폼과 연동되는 실내 보안 카메라도 개발 중"이라고 전했다.
■ 존 터너스 시대, 하드웨어 혁신의 귀환
존 터너스는 2001년 애플에 입사해 24년 이상 하드웨어 엔지니어링을 이끌어온 인물이다. 펜실베이니아대학교에서 기계공학 학사를 받고 1997년 졸업한 그는 가상현실 스타트업 버추얼 리서치 시스템즈에서 기계 엔지니어로 일하다 애플에 합류했다.
그는 아이패드, 맥, 아이폰의 하드웨어 설계를 총괄했고, 애플 실리콘 전환을 주도했다. 터너스는 제품 설계와 공학에 깊이 관여하는 스타일이다. 팀 쿡이 운영과 공급망에 강점을 보였다면, 터너스는 제품 자체의 혁신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
카네기멜론대학교 테퍼경영대학원의 로리 바크먼 교수는 "팀 쿡의 가장 큰 업적은 애플을 창업자 중심의 1회성 승계에서 제도적 승계로 전환시킨 것"이라고 평가했다. 쿡은 애플의 시가총액을 3500억 달러에서 4조 달러 이상으로 끌어올렸고, 2025 회계연도 기준 연매출을 4160억 달러로 성장시켰다. 2011년 1080억 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약 3.9배 증가한 수치다.
터너스는 9월 9일 이벤트에서 CEO로서 첫 무대를 선보인다. 쿡이 재임 기간 동안 착실하게 쌓아온 애플의 생태계를, 테너스가 어떻게 다음 단계로 끌고 갈지가 관건이다.
■ 프리미엄 폴더블 시장, 애플 vs 삼성 양강 구도 형성
애플이 9월 9일 공개할 제품군은 단순한 연례 업데이트가 아니다. 20년 가까이 직사각형 슬래브 형태로 고수해온 아이폰의 형태를 바꾸고, 시리를 AI 중심으로 재설계하며, 생태계 전반을 재편하는 대전환이다.
하지만 삼성은 이미 Z Fold8으로 시장을 선점했고, 사전예약 144만대라는 역대급 기록으로 폴더블에 대한 소비자 수요를 입증했다. 7년간 쌓아온 폴더블 기술과 안드로이드 생태계 최적화는 삼성의 강력한 무기다.
전문가들은 애플의 진입이 시장 자체를 키워 삼성에게도 이득이 될 것으로 본다. 폴더블이 틈새 시장에서 주류로 진입하면, 점유율이 줄더라도 절대 판매량은 늘어날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애플이 프리미엄 세그먼트를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
9월 9일 오후 1시, 애플은 '놀라움과 빛남'이라는 슬로건 아래 새로운 시대를 연다. 삼성과 애플의 폴더블 대결은 이제 시작이다. 애플의 생태계 잠금 효과와 브랜드 파워가 승리할지, 삼성의 기술 축적과 선제 공격이 우위를 점할지는 시장이 판단할 것이다. 한 가지는 분명하다. 2026년 하반기, 프리미엄 폴더블 시장에 양강 구도가 형성됐다는 점이다.
